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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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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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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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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각자의 일상

DUMMY

9월 1일.


대학교의 개교기념일이 아닌 이상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생들이 개강을 하는 날이다.


몇 년 만에 돌아가는 대학교에 아침부터 들뜬 마음으로 일어나 내 방문 앞에 남겨진 쪽지를 확인했다.


나와 훈련을 하면서 커피의 효과를 본 못난이가 뭐라고 말하고 다녔는지 몰라도 어느 날부터인가 석과 나래 씨가 이렇게 종종 필요한 커피를 요청할 때가 있었다.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우리를 보고 탑에 오르기로 결심한 성남 임시 거처의 능력자들 중에서 몇 명도 어떻게 안 것인지 종종 요청하는 메모를 남겨두었다.


“오늘은 6잔이네.”


나래 씨와 석이 각각 두 잔씩. 얼굴도 모르는 능력자 두 명이 각각 한 잔씩을 주문했다.


쪽지와 함께 지폐 몇 장이 담겨 있는 봉투가 있었다. 우리 팀이 아닌 사람들에게 일정 금액을 받았다.


“흠흠. 복학하면서 용돈 챙겨가는 기분인걸. 용돈 받는 대학생은 이런 기분인건가.”


얼굴도 모르는 능력자들이 요청한 음료는 밀크티. 하긴 아직 탑을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그만한 것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 밀크티 한 잔의 가격은 무려 5만원.


나래 씨의 말에 의하면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데 비싸면 안 사먹으면 그만이다.


이 말이 임시 거처 내에 퍼졌지만 여전히 필요한 사람들은 비싼 값을 지불하더라도 요청하는 메모를 남겨두고는 했다. 제몫을 톡톡히 하는 신상이다.


그렇기에 요즘 나의 하루 일과는 새벽부터 혹은 지난밤부터 붙어있던 쪽지의 음료를 만들어 거처의 안내 데스크에 맡겨두는 것이었다.


“오늘은 어디 가시나요?”


평소에는 추리닝 차림으로 음료만 전해주고는 다시 올라갔지만 오늘은 간만에 등교를 하는 날이었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지난 밤 늦게 까지 고른 옷들을 챙겨 입고 머리도 손질했다. 첫날이니까 가벼운 숄더백으로 마무리했다.


“학교에 갑니다.”

“학교요?”

“네!”


힘차게 대답을 하고는 의문에 가득 찬 눈을 한 관리자를 피해 임시 거처의 문을 열고 나왔다.


+++

서국대학교.


오랜만에 온 학교는 여전하다. 비록 몇 차례의 마법진을 맞은 탓에 몇 건물들이 공사를 진행중이었지만 학교가 갖고 있는 풋풋한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다.


“그렇지. 이게 대학생의 냄새지!”


그간 맡았던 탑의 축축한 냄새나, 몬스터들의 체액 냄새, 비릿한 피 냄새 등이 기억을 타고 코끝을 스쳤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평범한 대학생이었을 내가 죽어도 맡을 리가 없는 냄새였다.


식당 주방의 음식물 쓰레기통 냄새라면 모를까.


“오오오!! 우지혁!!!”


교문을 지나며 오랜만에 향수에 젖어들려고 하자 어렴풋이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과 동기인 박 준영이 반갑다는 듯이 나를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이햐. 뉴스에서만 보던 우리 학교 유명인사 아니야?”

“하하. 별 거 아닌걸.”

“에이. 우리 동기애들 사이에서 네 얘기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아주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존경의 대상이야!”


준영은 몇 년 전과 같은 텐션으로 묻지도 않은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오늘 윤 교수님 식품영양학 들으러 왔냐?”

“응. 너도?”

“에이. 나 곧 졸업반인데 그 수업은 진작 들었지.”

“뭐야~ 난 또 같은 수업 듣는 줄 알았네. 그런데 어떻게 알았냐. 나 식영학 듣는 건?”

“너야 예전부터 변태스러울 정도로 이론만 팠잖아. 이번 학기 중에서 네가 관심 가질 것 같은 수업이다 싶어서.”


준영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검지를 까딱이며 대답했다. 이 녀석을 못 본 지도 2년이 되어 가는데 그런 부분까지 기억하는 것이 대단하다 싶다.


하긴 그는 동기를 넘어서 학과 내의 화려한 인싸였다.


입학하고 일주일 만에 모든 동기의 전화번호를 따는가 하면 두 달 만에 학교에 다니고 있는 선배들과 안면을 텄으며 후배가 들어왔을 때는 한 달 만에 그를 모르는 새내기가 없었다.


거의 전설처럼 내려오는 그의 인싸 경력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대학교의 소문은 곧잘 과장되고는 하니까. 하지만 준영의 사교성을 보고 있자면 헛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따 수업 끝나고 밥이나 먹자. 동기 중에서 아직 졸업 못한 거는 너랑 나. 그리고 태수 뿐이다.”

“우리도 빨리 졸업하자.”

“너희만 졸업하면 돼~ 난 막학기야. 너나 태수는 아직 3학기나 남았다. 힘내라 임마~”


준영은 내 등을 가볍게 한 번 치고는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노라 하고 뛰어갔다.


동기들이 다 졸업한 와중에도 그들과 연락하고 지냈다는 그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멍하니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강의실을 찾아 들어갔다.


+++


사무실에 출근한 로운은 아침부터 정신없이 바빴다. 그 원인은 어제의 지혁에게 있었다.


그가 기사들을 향해 했던 말이 카메라에 담겨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로운컴퍼니에 지원하겠다는 지원서가 책상 가득 쌓여있었다.


“우리 로운이 능력 좋네~”


누나인 로아가 방긋 웃어 보이며 실시간으로 프린트 하고 있는 지원서를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아... 이게 무슨 일이람. 하루아침에...”

“지원자뿐만 아니야 투자를 하겠다는 회사들도 왔다가 명함만 남기고 갔어.”

“그렇구나...”


옆을 보니 석의 얼굴도 당황으로 물들어 있었다.


“죄송해요. 아무래도 아직 가르쳐줄 사람이 얼마 없다보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는 유능한 능력자가 별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와도 로운이 직접 가르쳐주려고 했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석과 둘이서 감당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감당도 안 될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줄은 몰랐다.


“하아... 지혁 씨는 정말...”


예측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그런 말을 하기 전까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했다.


최근에 분위기가 조금 바뀌었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다. 그게 소원의 부재로 인한 우울함과 탑에 오르려고 하는 진지함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게 뭔가.


‘뭐... 탑에 오르려는 마음이 진심이 된 점에 대해서는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지혁은 언제나 탑에 오르겠다고 말했지만 어딘가 겉모습뿐이라는 느낌이었다. 그의 진심은 알 수 없었으나 로운이 보기에 올라도 그만 못 올라도 그만이라는 느낌이 있던 것이었다.


그런 느낌이 들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일을 진행하는 것을 보며 괴리감을 느끼고 있던 차에 이번 일이 일어난 것이다.


확실히 진지하게 임하는 지혁의 자세를 보니 이전의 자세가 겉모습뿐이었다는 것이 와 닿았다. 물론 로운의 입장에서 그가 진지해진 것은 좋았으나 그 대가가 너무 컸다. 동료를 잃어가면서까지 바랐던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에휴...”

“한숨 쉬다가 소중한 지원서 날아가겠다.”

“응... 조심할게.”


아파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지원서를 넘겼다.


지원서에는 이름과 나이, 능력, 능력 발현 시기, 스탯 등의 기본 사항과 함께 왜 로운 컴퍼니로 오고 싶은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걸 하루만에 써서 보내다니... 무서운 사람들.


“석 씨.”

“...”


로운의 부름에 석이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답했다. 지원서에 고개를 파묻고 있었기 때문에 로운은 그 눈빛을 보진 못했지만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몇 명이나 뽑을까요?”


대충 보이는 지원서만 해도 2백장이 넘었다. 대한민국에 이만큼의 능력자가 있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랐고, 이만큼의 능력자가 있었는데 탑에 오르려고 했던 사람들은 그리도 없었다는 사실에 한 번 화가 났다.


“흠. 그건 대표님이 정할 일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다 마음에 들지 않아요. 이전에는 탑에 오르려고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상황이 편해졌다고 절박하게 오를까요?”

“...”


석이 보던 지원서를 내려두고는 눈을 감았다.


“흠. 그 말도 틀리지는 않다만 우리 상황이 편해진 것은 아니지.”

“무슨 뜻이에요?”

“우리는 이제야 출발선으로 돌아왔다는 뜻이다.”


그의 말에 로운은 짧은 탄식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러네요. 제 생각이 짧았어요. 이 사람들도 오르고 싶지 않아서 안 올랐던 게 아니니까요. 무서웠겠죠.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게.”

“...”

“그래도... 역시 어중간한 각오로 임하는 사람을 뽑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 대표님 마음대로 하세요.”


석이 피식 웃고는 다시 지원서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몇 시간 동안 앉아 지원서를 봤다. 덕분에 면접을 볼 만한 지원자를 30명까지 줄일 수 있었다.


+++


나래는 탑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조금 더 바빠졌다. 나래의 주변 사람들은 능력을 활용하는 범위를 탑과 마법진 내로만 한정짓는 버릇이 있었다.


반면 나래는 더 다양한 분야의 의뢰를 받고 있었다. 공적으로는 국가의 부름을 받아 마법진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가서 경비를 보거나, 사적으로는 부잣집 아들의 일일 보디가드가 되어주거나 하는 일을 하고는 했다.


그렇기에 탑을 오른 다음 날을 쉬는 날로 지정했고, 오늘이 바로 그 귀한 휴일이었다. 그런 황금 같은 휴일에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한 소녀의 옆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쇼핑을 빼면 딱히 취미랄 게 없는 그녀였기 때문에 그런 조용한 시간도 나쁘지만은 않았다.


“밥은 먹었어요?”

“아뇨...”

“뭐 먹을래요? 방으로 시켜줄게요.”

“...”

“생각나면 말해요.”


이불을 뒤집어 쓴 소녀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오므라이스요.”

“그래요.”


나래는 방 안에 있는 오더기로 오므라이스 5인분을 주문하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미혜 씨가 원한다면 언제까지고 있어도 기다려줄 수 있지만. 역시 미혜 씨의 건강은 걱정이 되니까요.”


나래가 책을 보며 무심하게 물었다. 그녀는 소원같은 세심하고 다정한 사람은 아니었다. 미혜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자신도 없었다. 그러나 기운을 잃고 하루 종일 방에서만 지내는 미혜를 보는 일은 꽤나 버거운 일이었다.


마음 한 구석이 저리듯 미여왔다.


“...”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어서 방에서 지낼 거라면 어쩔 수 없지만 종종 방에서라도 운동도 하고, 창문이라도 열어서 바깥공기 좀 쐬고 그래요.”


등 뒤로 들려오는 무심한 목소리에 미혜는 살짝 벌렸던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제 눈물도 나지 않았다. 중국에서 돌아온 이후로 일주일을 울었다.


소원이 그렇게 된 것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싸우는 것에 정신이 팔려 소원을 무방비하게 뒀으며, 그런 소원을 위험한 장소로 옮겨두었다.


조금만 더 냉정하게 생각하고 주변을 경계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었다. 평소 로운이나 석이 자신에게 충고하던 부분이었다.


그때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일이 터지고 보니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말하는 자신을 말도 못하게 때려주고 싶었다.


왜 충고를 충고로 듣지 못했나. 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었나. 왜 자신의 부족한 실력에 자만했는가. 모든 의문이 미혜를 괴롭혔다.


그런 괴로움을 예감했던 과거의 자신은 그 모든 잘못을 지혁에게 떠넘겼다.


모두를 향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이불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세상이 자신의 무능함과 무지함에 손가락질 할 것 같았다.


종종 로운이나 제천이 찾아와 안부를 묻기는 했지만 문 앞에서 얼굴만 내밀어 돌려보냈다.


석은 밖에 나가지 않는 그녀를 위해 딸기 케이크를 사다주었다.


그리고 단 한 번 찾아온 지혁에게는 안에 없는 것처럼 굴었다. 자신이 방에 있을 거란 건 모두가 알고 있을 텐데 어림도 없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으니까.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또 잠들었는지 나래가 미혜의 어깨를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미혜 씨. 밥 왔어요.”


이불 밖으로 고개를 내민 미혜의 앞에 5개의 오므라이스가 있었다.


우울감에 하루 종일 울다 자고를 반복하는 나날이었지만 배는 부지런히 고팠고, 여전히 잘 먹었다.


그 모습에 또 다시 우울해졌다.


‘내가 잘 하는 게 먹는 거 말고 잘하는 게 뭐가 있어. 왜 이렇게 미련해.’


또다시 흐르는 눈물에 목이 막혀 오랫동안 씹은 밥알도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흐...흑...”


밥을 먹다말고 우는 미혜의 모습을 나래는 말없이 바라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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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각자의 목표(2) 21.12.26 94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 각자의 일상 21.12.24 103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7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2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8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1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45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21.12.15 120 0 13쪽
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4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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