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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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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26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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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각자의 목표(7)

DUMMY

“뭐에요. 못 믿는 표정인데. 보여드릴까요? 큼큼. 관장님이 아무한테나 검을 휘두르지 말라고 했지만 선배님이니까 특별히 보여드릴게요.”

“그냥 나를 검으로 패고 싶다는 이야기잖아요.”

“에이 그럴 리가요.”


말을 그렇게 할 거면 표정이라도 아쉽다는 기색을 비추지나 말든가.


“아무튼... 같이 탑에 올라갈 믿을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우씨가 먼저 상대를 믿고 다가가야 할 것 같은데. 인연은 가만히 있다고 오지 않아요.”

“... 그런가요. 그나저나 서우씨라니.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말 편히 하세요. 선배님!”

“아하하... 전 이게 편합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말을 편하게 할 정도로 사교성이 넘치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런데 선배님. 저 사람들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지 않아요?”

“누구?”


고서우가 가리킨 방향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우리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로운컴퍼니요? 제가 알기로는 아직 다음 일정이 나오지 않아서 탑 주변에 없을 텐데요? 아쿠. 로운사랑해 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원하시니까 한 번 찾아는 보겠습니... 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거리였지만 남자가 하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로운컴퍼니라면 내가 아는 그 로운컴퍼니를 말하는 걸까. 게다가 로운사랑해 님이라니. 남자가 봐도 예쁘게 생기긴 했지만 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도망가자.”

“네?”

“도망쳐!”


남자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왜요.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옆에서 고서우가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내 달리기 속도를 맞춰 뛰며 물었다.


“하하...”


차마 내가 로운컴퍼니 소속이고, 저 사람이 나를 발견하고 다가오고 있었다는 소리를 한다면 연예인 병에 걸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


이미 뉴스와 기사로 얼굴이 팔린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개인 방송에서까지 알려지고 싶지 않다.


+++


후우...


“이제 안 따라오지?”

“왜 그렇게 도망치세요? 무슨 죄라도...?”


불신이 깃든 얼굴로 그래도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녀석. 왜 이렇게 얄밉지?


“귀찮아질 것 같아서. 너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잖아.”

“그래도 뭐. 이렇게 피할 정도는 아니죠.”


급하게 몸을 숨기는 바람에 쓰레기통을 모아두는 골목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녀석이 언짢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딱 범죄자가 숨기 좋은 장소잖아요. 저 선배님 잡으면 막 용감한 시민상 이런 거 받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오히려 정말 일이 곤란해질지도 모른다.


“정말 좀 곤란한 일이 있어서 그렇지 죄를 짓진 않았어.”


내가 지은 죄라고는 종종 말로 사람을 속이는... 그래. 그게 사기죄기는 한데. 막. 그렇게. 위험하고. 막. 그런 일을 저지르지는 않았단 말이지.


“아무튼 이제 안 쫓아오는 것 같은데요.”


벽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좌우를 살피던 고서우가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게.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는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 아까 전에 들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쉽습니다. 무슨 일이냐고요? 바로 그. 로운컴퍼니의 2인자!”


2인자? 내가 2인자라고?


“네네. 여러분도 아시는 바로 그 분. 백로운 능력자의 오른팔!”


내가 오른팔? 팔의 역할을 하기는 했던 거야?


“우지혁 능력자를 마주쳤는데 무슨 일인지 마주치자마자 바로 도망가셨지 뭡니까. 아쉽습니다. 백로운 능력자의 영웅담을 들을 수 있었는데 말이죠.”


내가 대체 왜 당신한테 로운의 얘기를 해야 하는 건데?


“네? 우지혁 능력자가 로운컴퍼니의 리더라고요? 에이. 이름 자체가 로운컴퍼닌데. 리더가 있다면 대표가 리더여야 하죠. 하긴 근데 인터뷰는 또 우지혁 능력자가 했죠.”


하긴 그때 리더 비슷한 소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들어와!”


나는 최대한 작은 소리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 없는 아우성 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비슷한 거다.


“에. 왜요? 으악 그렇게 잡아당기지 마세욧!”


녀석의 몸이 가볍게 당겨지면서 나를 지나서 뒤로 날아갔다. 모여 있던 쓰레기봉투 위로 넘어진 덕분에 큰소리는 나지 않았다.


“쉿. 아직 주변에 있어.”

“으브븝.. 푸하. 없었는데요?”

“있다니까.”


발걸음 소리가 다가오는 것에 맞춰서 도로를 등지고 고서우를 바라봤다. 그 순간 방송을 하던 남자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면서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거친 숨소리가 조금만 더 버티면 포기할 것 같다.


“우와... 어떻게 알았어요?”


그리고 의도하지 않게 신뢰를 얻은 모양이다.


“역시 한 두 번 쫓겨본 게 아닌 모양이네요! 맞죠?”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다는 말이 맞았다. 애초에 잘 모르는 이 녀석의 신뢰를 얻어서 어따 쓰겠어.


“조용히 사전조사 좀 하려고 했더니 방송하러 나온 사람들이 너무 많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만 대답은 하고 가요!”

“뭘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에휴. 그냥 청각이 남들보다 조금 더 좋습니다.”

“오... 소리를 듣고 오는 걸 안 거구나. 그럼 지금은 뭐가 들려요.”


나는 눈을 감았다. 녀석이 물어본 것을 답해주기 위함이 아니다. 이 녀석에게 도망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을 찾기 위해서다.


“있잖아요. 왜 자꾸... ”


쿠웅-


무언가 묵직한 것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수많은 발소리가 울리듯이 들려왔다. 골목길 안쪽으로 누가 있나?


앞에서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녀석을 밀쳐내고는 골목길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점점 소리가 작아져 가고 있었다.


소리가 작아질수록 마음이 급해지면서 발걸음이 빨라졌다. 소리가 들리는 위치를 찾아야 했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뒤에서 인기척도 없이 뒤따라온 녀석이 물었다.


“누군가 다쳤어. 아니. 죽을 지도 몰라.”


주변을 둘러봤지만 골목길이라서 그런지 건물 사이사이로 소리가 스며들면서 묘하게 울렸다. 위치를 알기가 어렵다.


그 순간 코너에 있는 쓰레기통 옆으로 불길한 기운의 검은색 실빛이 검은 연기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었다.


검은색 실빛. 신들의 힘. 그게 이런 골목길에서 아무렇게나 흘러 다닐 수 있는 힘일까? 아니. 뭔가가 있다. 그리고 그 힘에 의해서 누군가가 죽어가고 있다.


실빛을 따라 뛰었다. 따라갈수록 굵고 선명하게 빛나는 실빛이 한 사람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니. 사람이었던 것에서. 한 남자가 숨소리도 내지 않고 누워 있었다. 사람이 발끝부터 검은색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몬스터가 죽었을 때처럼. 그리고 나는 이 얼굴을 알고 있다.


박세진...


나에게 요정 호수의 물을 팔았던 탑꾼. 그런데 그 사람이 왜 여기서 이렇게 새까만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는 걸까?


“선배님! 저기 누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다른 발소리도 들렸었다. 고서우가 가리킨 방향을 보자 온통 검은색 옷으로 두르고 있는 남자 둘이 골목길을 따라 뛰어가고 있었다.


“선배님? 따라 가는 거예요?”


뒤에서 고서우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할 겨를은 없었다.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골목길 사이를 뛰어가고 있는 저 검은 옷의 남자들을 잡아야 했다.


+++


골목길 사이사이를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남자들은 나타나는 장애물들을 자연스럽게 피하며 뛰었다. 꽤 오래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의 호흡은 거칠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거칠어진 것은 내 호흡이었다.


“하아... 저것들은 지치지도 않나.”

“선배님. 괜찮으세요?”

“말 걸지 마요. 힘드니까.”

“왜 쫓는 거예요?”


좋아. 이 녀석은 앞으로 물음표 살인마다. 이 상황에 저 질문에 계속 대답했다가는 정말로 죽을 것 같으니까.


앞서 달려가고 있는 남자들도 우리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힐끗힐끗 뒤를 돌아봤다. 그때마다 보이는 검은 눈동자. 보통의 사람이라면 흰자위가 있어야 할 곳이 새까맸다. 벌레의 눈 같다.


남자들은 서로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대화를 나누더니 골목을 꺾어 들어갔다.


쿠당탕!


아슬아슬하게 쌓여있던 쓰레기 더미들이 눈앞에서 파도처럼 밀려왔다.


“우왁! 이게 뭐야.”


옆에서 물음표 살인마가 기겁을 하며 쓰레기를 피했다. 어지간히도 더러운 것이 싫은 모양이다.


쓰레기 너머에서 검은 옷의 남자 둘이 검은색의 포탈을 타고 사라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한 놈들이었는데...


“그래서 선배님. 왜 쫓으신 거예요?”

“그냥요.”


그렇다. 그냥. 그냥이었다. 어디로 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아는 사람이 그렇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가만히 있겠나.


단 한 번뿐이었지만 자신이 알고 있던 사람이 “몬스터”처럼 사라졌다.


+++


“여기쯤이었나?”

“맞아요.”

“집에 안 가요?”

“가야 하나요? 저도 일단 대한민국의 한 사람이거든요. 어디에 있든 제 자유에요.”

“그래그래.”


녀석은 이제 내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더욱 뻔뻔하게 나왔다. 그래. 녀석이 어디에 있든 내가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우리는 아까 박세진이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검은 모래조차도 모두 사라져서 처음부터 아무도 없던 것처럼 깨끗했다.


“죽은... 건가.”


머릿속에서 가루가 되어 사라져 가는 박세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의 눈도 도망치던 남자들의 눈처럼 온통 새까맸다. 아는 얼굴이 아니었다면 그 또한 몬스터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탑이나 마법진 밖에 몬스터가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말이야.


“선배님도 쟤네한테 관심 있어요?”

“쟤네?”

“네. 뭐... 저는 별로 안 좋아하는 놈들이라서요.”

“뭔가 알고 있나요?”

“음... 그 쟤네 걔네에요. 그 이변이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뭐라더라.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한창 뉴스에서 검은 옷을 입고 사고치고 다니던 놈들 있잖아요.”


확실히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것 치고는 내가 직접 마주한 적이 없어서 무의식중에 도시 괴담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맨날 시꺼먼 옷이나 입고 다니면서 새로운 세계의 신을 따르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다니고.”

“흠...”

“평범하게 말하면 사이비고 나쁘게 말하면 사회의 쓰레기들이죠.”


고서우는 상큼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회의 쓰레기라니?”


그 집단들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내가 봤던 박세진이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나또한 그에 대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최소한 저렇게 비웃음 담긴 얼굴로 쓰레기라는 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요. 쓰레기가 아니면 뭔데요?”


고서우가 의도를 알 수 없는 서글서글한 인상을 지우고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냈다.


“설마 선배님. 자신들을 신의 선택을 받은 인간이라고 말하고 다니는 저 놈들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녀석은 검지로 턱 아래를 받치고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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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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