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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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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35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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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워밍업(1)

DUMMY

“난... 저 포탈 익숙해지지가 않아.”


못난이가 엄살을 부리며 입구로 들어왔다.


“익숙해질 겁니다.”


오히려 익숙해진 것은 나였다. 그의 엄살이나 실없는 소리에 익숙해졌다. 아니 익숙해질 수밖에 없었다.


10층을 넘어선 순간부터 탑의 난이도는 한 층 높아져서 우리가 준비할 틈도 없이 몬스터들이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다 들어주었다가는 위험해질 수 있다. 다른 사람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별말 없이 무기를 바로 잡았다.


허리에 맨 검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이제는 꽤 속에 익은 무게감과 때 탄 손잡이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12층은 식인식물의 구역이라고 하네요. 각 구간마다 있는 우두머리 식인식물의 독을 조심해야 해요.”


나래 씨는 매 층을 오를 때마다 층에 대한 공략을 찾아왔다.


현재 가장 높이 올라간 나라는 여전히 중국으로 23층으로 알려져 있다.


벽을 따라 굵은 줄기의 식물들이 천장을 향해 자라있었고, 바닥은 돌 재질인 다른 층과 달리 푹신한 흙으로 되어있었다.


“바닥에서도 뭔가 올라올 수 있으니 다들 주의해주세요.”


내 말에 못난이가 제자리에서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면 뭐하냐. 물러난 자리도 결국은 탑 안인데.


잡다한 생각을 하기도 전에 침입자의 존재를 인식한 몬스터가 동시에 우리를 바라봤다.


식물형 몬스터였기 때문에 이걸 봤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인간으로 치면 머리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우리를 향해 방향을 틀었다.


쿠에에엥-


귀를 째는 듯한 얇고 높은 소리가 내부에서 울렸다. 우두머리라고 생각되는 식물이 천장을 향해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다른 식물들이 우리를 향해 무언가를 내뱉었다.


각자 서있던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무언가의 공격을 받은 자리의 흙이 움푹하게 파였고, 씨앗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운석처럼 떨어져 있었다.


“씨앗?”


씨앗이라는 것을 겨우 확인하자마자 운석처럼 거친 표면이 갈라지면서 짙은 녹색의 줄기가 자라났다.


줄기는 껍질을 깨고 나오자마자 흙으로 파고들었다.


“딱 보아하니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증식하겠네요.”

“네. 12층의 식물들은 냉기에 강한 특성이 있어서 제천 씨가 주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나와 로운의 시선이 불량하게 칼을 들고 서있는 못난이를 향했다.


식물형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금속과 불에 약했다. 얼음에도 약했지만 이 층의 식물들은 조금 특이했다. 그러니 검을 주 무기로 쓰는 화염능력자인 못난이에게는 아주 안성맞춤의 층이었다.


그간 그와 훈련을 하면서 그에 대해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저 말도 안 되는 집중력이었다.


우리 중에서 가장 어린 미혜보다도 집중력이 낮았다. 그런 그도 가끔씩 집중을 하기는 했지만 그 시간이 일반적인 성인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제천 씨를 믿어봐요.”


로운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대답하고는 칼을 쥔 손에 힘을 실었다.


다른 유형의 몬스터들의 경우는 스스로 움직이기 때문에 대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식물형 몬스터들은 대체로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흩어져서 가지치기를 하듯이 몬스터를 좁혀가기로 했다.


중앙을 중심으로 나와 로운이 왼쪽으로 석과 나래 씨가 오른쪽으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못난이가 입구 쪽에 남았다.


석을 바라보자 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래에게 뭐라고 말하는 모습이 멀리서 보였다.


그 순간 식물의 줄기 하나가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오늘은 밀크티를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수없이 마시고, 탑을 오르면서 수없이 칼을 휘두르자 존재하지 않는 노란색 선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았다.


뛰어올라 나와 로운 사이를 가르고 있는 줄기를 세로로 갈랐다. 그러자 줄기에서 진한 녹색의 액체가 터져 나오며 바닥에 떨어졌다.


푸시이-


액체에 닿은 땅이 조금 녹아내렸다. 땅에 떨어진 줄기의 끝부분은 곧 빛나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옆을 보자 로운이 이전에 나에게 만들어주었던 것과 같은 긴 얼음칼을 만들어냈다.


“지혁 씨도 하나 만들어줄까요?”

“음...”


칼을 내려다보니 액체에 닿은 부분이 바닥과 같이 조금 녹아 있었다.


“네.”


오랜만에 만져보는 얼음검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때와 달리 장갑을 끼고 있던 덕에 다행이었다.


“제천 씨. 저희가 다른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 테니까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놈을 맡아주세요.”

“알았어!”


대답을 한 못난이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줄기들을 야무지게 피하며 조금씩 중앙으로 다가갔다.


그의 칼날을 따라 조금씩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못난이의 세 번째 스킬은 화염검이었다. 패시브에 가까운 스킬이라고 석이 말했었다.


나는 식물 줄기를 피하며 틈틈이 곁눈으로 못난이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로운이 그가 몬스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신감이 오른 그는 이제 무엇도 무서워 보이지 않았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랬다.


그가 날렵하게 뛰어 빠르게 중앙의 식물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몬스터 주변으로 방어막을 치듯 가시나무들이 자라났다.


“어림도 없지!”


못난이의 칼이 크게 가로로 선을 그었다. 칼날을 통해 흘러나오던 불길이 가시나무를 타고 번져나갔다.


땅에 잠시 착지한 못난이가 반동으로 다시 뛰어 오르며 Z자 모양으로 아래에서 위로 식인식물을 벴다.


그리고 곧 진한 녹색의 액체가 터져 나왔고, 못난이의 몸이 빠르게 벽을 향해 날아갔다.


“나이스 캐치. 나래 누나!”

“조심 좀 해요. 다른 사람들 싸우는 것도 좀 확인하면서.”


무모하게 달려드는 못난이를 보고 있던 나래 씨가 타이밍에 맞춰 염력으로 그를 데려갔다.


각자 다른 사람들끼리 모인 이 팀은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요한 순간에 눈치껏 서로를 도우며 탑을 올라올 수 있었다.


투닥거리고 있는 두 사람은 보자 뭉클한 마음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그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오르는 소리까지.


뒤를 돌아보자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줄기의 잔해가 보였다. 로운이 무표정한 얼굴로 떨어진 잔해를 바라보다가 나를 보고는 싱긋 웃었다.


그가 몇 번이고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지만. 내가 괜찮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와 다른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소원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고마워요.”

“별 말씀을.”


어깨를 으쓱하고 웃어 보이는 로운의 뒤로 몬스터가 뱉은 씨앗이 날아오고 있었다. 빠르게 뒤를 돈 로운이 날아오는 씨앗을 통째로 얼려버렸다.


얼어버린 씨앗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길 통째로 얼려버리는 건 어때요?”

“첫 번째 구간에서 저를 두고 가실 생각이에요?”


로운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농담이죠.”

“미혜가 없어서 심심하신가 봐요.”

“그런가.”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미혜가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점 정도. 어떻게 해야 그 녀석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어설프게 다가갔다가는 더 돌이킬 수 없어질 것 같아서 쉬이 말을 걸 수 없었다.


“미혜가 좋아하는 거를 선물 해봐요.”


나의 이런 고민을 알고 있는 건지 그가 넌지시 말했다.


“선물로 마음이 풀릴 것 같았으면 진작 풀렸을 걸요.”

“뭐. 그렇긴 하죠.”


나는 마지막 남은 식물의 꽃봉오리를 자르며 말했다. 꽃이 떨어지며 옅은 향기를 남기고 사라지자 첫 번째 구간에 있는 모든 몬스터가 사라졌고 바닥 곳곳에 떨어진 아이템들만이 있었다.


“우리도 탑꾼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떨어진 아이템을 주우며 나래 씨가 말했다.


“그럴 형편이 돼?”


옆에서 가방 가득 말려들어간 줄기를 챙겨 넣고 있는 못난이가 물었다.


“형편이 안 되도 이렇게 짐이 많은 상태로 진행하는 건 번거롭잖아.”


맞는 말이었다. 불과 2년 전이었지만 그때는 탑을 오르는 많은 파티들이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열댓 명의 탑꾼을 두고 있었다.


“알아보겠습니다.”


과거에 관리소를 통해 탑꾼을 모집하고 일용직처럼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의 소중한 아이템을 맡기고 싶지 않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마음을 먹고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한다면 할 수 있었다.


사람들을 못 믿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중국에 다녀온 이후로는 악하려고 마음먹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악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무엇보다 얼굴이 너무 많이 알려졌다. 특히 5층을 공략하면서 우리가 층을 공략할 때마다 기사화 하는 관리소 탓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우리의 얼굴을 모르는 능력자가 없게 되었다.


“우리도 일용직이라도 좋으니까 데려오자!”


미혜가 없어서 그런지 못난이의 헛소리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었다.


“안됩니다.”


그를 조용히 째려보며 대답했다. 그러자 다른 사람한테서 반응이 나타났다.


“우리 얼굴이 너무 알려져 있어요. 나래 씨나 제천 씨는 보지 못했겠지만 중국의 위험한 능력자 조직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 지도 몰라요.


아무도 모르게 기습당할지도 모르니까요.”


그저 이야기로만 전해들은 나래 씨와 못난이였지만 로운의 차분한 목소리에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다 주웠나?”


얼추 보이는 아이템들만 대충 줍고나서 허리를 좀 필 수 있었다. 모내기하는 것도 아니고.


“응?”


손톱만한 무언가가 발끝에 닿았다.


“이게 뭐지?”


하얀 콩 같기도 하고...


[이름 : 누군가의 커피콩

나이 : 알 수 없음.

특성 : 불명 ]


커피콩이라고?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커피 콩은 반원을 두 개 겹쳐 놓은 것처럼 생겼다. 콩을 볶기 전의 것과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어디로 보나 하얀 완두콩처럼 생겼다.


“게다가 한 알 뿐이면 이걸로 뭘 만들기는 어렵겠네.”


나는 콩을 다른 아이템과 달리 주머니에 대충 넣어두고는 먼저 다음 구간으로 향하는 통로에 모여 있는 일행들을 따라갔다.


+++


두 번째와 세 번째 구간을 지나 마지막 구간까지 첫 번째 구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조심 좀 해요! 우리까지 다 태워버릴 생각이에요?”


나래 씨의 잔소리가 구간을 지날 때마다 심해지고 있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이산화탄소 중독으로 다 같이 골로 갈지도 몰라요. 탑 안 오르고 신에게 가는 가장 빠른 루트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마지막 구간을 앞에 두고 챙겨온 커피를 나눠주기 위해 커피 가방을 내렸다.


탑에 들어오기 전에 주었던 것과 같은 커피들을 각자에게 나눠주고 나는 두 병을 꺼내 들었다.


밀크티와 카라멜 마키아토가 담긴 병을 차례대로 마셨다.


끄억.


나오려는 트림을 참고 작게 내뱉었다. 두 개의 음료를 동시에 마시면 효과를 두 배로 볼 수 있었지만 배도 두 배로 불렀다.


“와. 왜 형만 두 개 마셔? 그거 딱 봐도 밀크티랑 카라멜 마키아토지? 맛있는 건 혼자만 먹고!”


못난이가 눈을 얇게 뜨며 나를 노려봤다.


“뭐하면 제천 씨가 만들어 드시던가요.”

“하. 참나.”


나는 아직도 우리의 첫 만남에서 그가 했던 말을 잊지 않고 있다.


-하하하. 커피라뇨. 정말 쓸데없는 능력을 얻으셨군요.


아주 섭섭한 말이다. 살아가면서 맛있는 음식이 주는 행복이 얼마나 큰 지 뼈저리게 느껴봐라!


넌 한동안 아메리카노만 마셔야 할 거야!


속으로 과거의 그를 비웃으며 마지막 구간에 발을 들이밀었다.


[12층의 주인 ‘포르기네이’와 조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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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2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51 Restart 21.12.21 1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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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8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0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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