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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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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작성
21.12.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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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Restart

DUMMY

소원의 빈자리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부지런히 흘렀고, 매미의 울음소리가 멈춰가는 8월 말이 되었다. 내일이면 개강이다.


“지혁씨. 정말 복학 하실 거예요?”

“몇 번을 물으십니까. 이미 신청까지 끝냈는데.”


이제는 거의 자기 방처럼 들락거리는 로운이 침대에 앉아 물었다.


“라떼로 드실 거죠?”

“네.”


다음 달엔 2인용 테이블을 신청해야겠다. 이렇게 자주 손님이 올 줄 알았다면 진작 준비해 두는건데.


“지혁씨.”

“네.”


그가 조용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우유가 담긴 스팀피쳐를 신중하게 움직였다.


“지혁씨.”

“왜 그러세요.”


그가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았지만 지금 집중을 깼다가는 제대로 된 결정 모양을 만들 수 없다.


“오.”


생각보다 예쁘게 만들어진 얼음 결정이 그려진 라떼를 머그잔 째로 로운에게 넘겼다.


“정말 괜찮은 거 맞으신가요?”

“어떤 부분에서 말씀하시는 건가요.”


물론 그가 무엇을 묻는지는 알고 있었다. 소원이 사라진 이후 미혜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안부라도 확인하고 싶었으나. 그 녀석은 나를 만나주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만나도...


“여기서 저까지 무너지면 다른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져요.”


아직 그녀가 우리 곁에 없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소원에게 그런 짓을 한 그 남자를 생각하면 임플란트라도 해야 될 것 같았다.


내가 조금 더 빨리 정신을 차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안주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더 나아가 미혜의 말대로 내가 진작에 사람들에게 정보를 공유했더라면, 나 혼자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군요...”


로운은 조용히 시선을 내리깔고는 잔을 바라봤다.


“실력이 나날이 늘고 계시네요.”

“로운 씨 드리려고 특별히 연습했습니다.”

“그거 참 기쁜 소린데요. 하지만 소원 씨 생각하고 계시다는 거 알아요.”

“...”


소원과 함께 알바를 할 때 그녀는 테이크 아웃 잔에 종종 사람들도 모르게 그림을 남겨두고는 했다.


-이것 봐. 귀엽지? 내가 그림은 못 그리지만 여기서는 그릴 수 있어.


그렇게 말하며 해맑게 웃었었다. 그런 생각이 들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계속 라떼를 만들고 있었다. 로운이 와서 마실 것을 물으면 라떼라고 말하는 것도 나를 위해서라는 것도 물론 알고 있었다.


“오늘 가실 거죠?”

“네.”


소원의 부재는 우리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줬다. 하나는 미혜가 밖으로 나오지 않아 나래 씨가 한 방에서 지내기를 요청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단 3주간 우리는 5층을 지나 12층까지 올라왔다.


이전에 로운이 말했던 우리의 실력이 5층을 넘었을 거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미혜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서로 호흡을 맞추며 효율적인 전투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올해 하반기까지 20층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탑은 올라갈수록 위험해진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8층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꽤나 빡빡한 일정이다.


그럼에도 그가 그런 일정을 짤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팀의 공백이었던 나와 못난이가 그저 공백이 아니게 된 점도 있었다.


“지혁 씨 덕분에 제천 씨의 실력도 나날이 좋아지고 있어요.”

“별 말씀을요. 그저 저도 상대가 필요했을 뿐입니다.”


중국에서 돌아온 이후 나는 밀크티를 이용한 수업을 테스트한다는 목적으로 못난이를 데리고 매일같이 훈련에 빠져 살았다.


아직 관리소에 능력자 등록을 하지 않은 탓에 못난이와 나는 공사가 멈춘 공사장에서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런 거 치고는 꽤나 많이 부러뜨려놨던데요.”


호로록하고 작게 라떼를 마시는 소리가 방 안에서 울렸다. 진검과 함께 훈련용 목검을 로운에게 부탁했었다.


“50개를 일주일 만에 다 부러뜨릴 줄은 몰랐죠.”

“그땐 좀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2주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못난이를 부르러 그의 방 앞으로 새벽 5시에 찾아갔다. 전날 미리 말해두기는 했지만 솔직히 기대하지는 않았다.


자고 있다면 깨울 생각으로 뺨을 때릴 준비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크 소리와 함께 외출 준비를 마친 못난이가 서 있었다.


“뭣보다 제천 씨도 무척 잘 협조해 주셨고요.”


일주일동안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처로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나는 거처에 돌아가서도 다음날 써야할 밀크티를 준비하기 위해서 조금 더 늦게 잤다.


잠이 부족했지만 진 쉬에에 대한 분노와 소원에 대한 죄책감으로 졸음도 느끼지 못했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되갚아 줄 겁니다.”


다 마신 커피잔을 내려두었다. 연한 갈색이 조금 섞인 검은 커피 얼룩이 하얀 머그잔 바닥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못난이도 그간의 훈련으로 세 번째 스킬이 열렸다. 그의 특수 스킬은 다른 사람과 조금 달랐다.


다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4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왜인지... 3개 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여유롭게 라떼를 마시고 있는 로운을 바라봤다.


물론 스킬이 없어도 능력을 사용한 자신만의 기술을 쓸 수도 있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능력의 활용을 보자면 그랬다.


하지만 그건 응용력이 뛰어난 사람의 이야기였다. 못난이가 그 이상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예전이라면 기대하지 않았을 문제였지만 지금의 그라면 조금은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늘 조심하세요. 칼날이 위험해요.”


로운이 침대 가장자리에서 일어나 머그잔을 내가 마시고 내려둔 잔 옆에 내려두었다. 희미한 우유 거품이 컵의 안쪽에 남아 있었다.


“오늘도 잘 마셨습니다. 이만 가볼까요”

“그래요.”


나는 침대 옆에 세워둔 칼을 들고, 준비해둔 음료가 담긴 가방을 들고 방을 나섰다. 로운을 먼저 내보내고 불을 껐다. 암막 커튼까지 쳐둔 방안이 낮임에도 불구하고 짙은 어둠에 잠겼다.


+++


잠실 운동장.


한 달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많은 사람들이 탑 앞에 몰려있었다. 이변이 일어난 초기의 모습이 조금 떠올랐다. 그때에 비하면 아직 약하지만 말이다.


우리가 5층을 깨자 관리소에서는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기사화 시켰다. 뉴스를 본 전국의 능력자들이 서울로 올라왔다.


그로인해 수도권의 임시 거처에 자리가 없어 1인실을 고집하던 거처에서도 어쩔 수 없이 2인실을 허용하게 해주었다.


나래 씨가 미혜와 함께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그 덕분이었다.


“안녕하세요. 미혜는 잘 지내나요?”

“아.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네... 밥은 잘 챙겨먹고 있어요.”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먹는 것에 진심인 녀석이 밥이라도 잘 챙겨먹고 있다니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두 분은 이미 다녀오신 건가요?”

“아. 네. 8층에서 어려워하고 계시길래 도와드리고 왔어요.”


석과 나래 씨의 옷과 얼굴에 먼지와 몬스터의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의 액체가 묻어 있었다.


그들은 이렇게 종종 탑을 오르기 어려워하는 파티와 함께 탑을 오르며 공략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로운의 이야기에 의하면 나래 씨는 탑을 오른 경험을 토대로 글을 쓰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지나온 길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막다른 골목일 수 있기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나저나 제천 씨는 아직 안 오셨나요?”

“아. 그 저기...”


나래 씨의 손끝이 운동장의 한 편을 향했다. 못난이가 낯선 남자들과 목검으로 대련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제법 밀크티의 효과가 없이도 검술을 구사할 줄 알게 된 그가 단숨에 상대를 제압했다.


제압된 상대가 머쓱하게 돌아가면 그의 동료로 보이는 또 다른 남성이 다가와 제천에게 대련을 신청하고 있었다.


“저희랑 같이 나와서 몇 시간째 저렇게 체력을 써먹고 있어요.”

“저런...”


그가 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좋은 일이었지만 실력이 오른 그는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했고 그 부작용으로 종종 저런 기이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다.


어떻게 보면 모르는 사람과 대련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교성이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쓸데없이 체력을 낭비해서 공략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멀리서 못난이의 몸이 떠오르더니 우리 쪽을 향해 날아왔다.


“아. 누나~! 이기고 있었는데!”

“제천 씨. 그러려고 오늘 우리가 모인 게 아니잖아요.”

“어? 대표님, 지혁 형!”


조금 같이 지내더니 이제 나한테까지 형이라고 부르는 못난이.


“쓸데없이 체력 낭비하지 마세요.”

“에이. 나 체력 좋은 거 알면서.”


확실히 그의 체력은 좋았다. 가벼운 체형에 체력이 좋다보니 빠르게 치고 나오는 공격이 가능했다.


힘이 조금 약했지만 그런 부분까지 보완이 될 정도로 좋은 장점이었다.


“그렇다고 그렇게 막 낭비했다가 정작 중요한 순간에 부족해지면 어떡합니까.”

“알았다구...”


금방 꼬리를 말고 나래 씨와 석 사이에 섰다.


“아무튼 이제 슬슬 들어가 볼 겁니다.”


나는 각자에게 음료가 담긴 병을 두 개씩 나눠 주었다.


“감사합니다.”


로운에게는 마나 회복률이 증가하는 따뜻한 아메리카노가 담긴 보온병을 건네주었다. 마시기 좋게 적당히 식혀두었다.


“...”


중국에 다녀온 이후로 근육 단련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석에게는 근력을 상승시켜주는 카라멜 마키아토를.


“아메리카노는 써서 싫은데 그만 주면 안 돼? 아니면 다른 걸로 만들어줘.”

“그럼 마시지 말든가요.”


못난이에게는 이동 속도를 상승시켜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매번 감사합니다.”


나래 씨에게는 로운과 같은 마시기 좋게 식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었다.


처음에는 마시기를 거부하던 나래 씨 조차 이제는 거부감 없이 커피를 마셨다.


검술 훈련을 위해 밀크티를 주구장창 만들고, 탑을 오르기 위해 또 다시 주구장창 만든 덕분에 음료의 효과가 1시간을 넘게 유지될 수 있을 만큼 숙련도가 올랐다.


“그럼 가볼까요. 12층으로 부탁드립니다.”


입구 앞에 서있던 관리자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했다. 관리자는 익숙하게 게이트의 입구를 12층으로 연결했다.


철문이 천천히 열리며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포탈이 눈앞에 나타났다.


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들려왔다.


절반은 잠들어있었지만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당시엔 멀리서 바라보기만 하던 자리에 내가 서 있었다.


우리는 한국의 탑 선두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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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각자의 목표(7) 21.12.31 90 0 11쪽
60 각자의 목표(6) 21.12.30 90 0 12쪽
59 각자의 목표(5) 21.12.29 91 0 12쪽
58 각자의 목표(4) 21.12.28 92 0 13쪽
57 각자의 목표(3) 21.12.27 89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95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101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103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110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8 0 12쪽
» Restart 21.12.21 128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22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18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31 1 12쪽
47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5) 21.12.17 118 1 12쪽
46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4) 21.12.16 1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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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2) 21.12.14 124 0 11쪽
43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1) 21.12.13 124 0 12쪽
42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0) 21.12.12 128 0 13쪽
41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9) 21.12.11 133 1 14쪽
4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8) 21.12.10 131 1 12쪽
3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7) 21.12.09 135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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