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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5.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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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8,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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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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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3)

DUMMY

“공헌도...”

“공헌도요?”


로운이 내 말을 되물었다.


“혹시... 황혼의 보스가 이름이 진 쉬에입니까?”

“네... 그렇긴 한데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아... 그렇구나. 이 탑은 자기한테 먹이를 준 사람의 말만 따르는 구나... 9100만이라니.


“이 탑에 공헌도라는 게 있대요. 저도 이제야 봤는데... 아마도 방금 잠깐이지만 마나를 뺏기면서 공헌도가 생긴 것 같아요.”


혼잣말처럼 지껄였지만 로운과 소원은 집중해서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냥 제 추측인데요. 이 탑은 마나를 먹는 살아있는 탑인거죠. 그래서 자신에게 마나를 먹인 사람의 말을 듣는 ... 뭐 그런 애완 탑이랄까.”


누군가에게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해서 내가 지금 내뱉고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진 쉬에라는 사람은 9100만을 넣었고. 저는 12래요.”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 특히 로운은 한층 어두워진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그래도 주도권을 뺏으면 나갈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아직 12지만... 할 수 있을 거야.”


그렇다. 소원은 모른다. 내가 마나가 엄청나게 작다는 것을.


머릿속에서 나를 향해 검지의 마디를 짚으며 외치던 캐럴 사제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사실을 아는 로운만이 우리가 이 탑에서 자발적으로 나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겠지.


공헌도를 12를 채운 것만으로도 이렇게 쓰러져버리는 내가 9천만을 채워야 한다면 그 전까지 살아있을지가 더 의문이다.


“그치... 조금씩 하다보면 할 수 있을 거야.”


나는 울적한 기분으로 허공에 적혀있는 노란색 글자를 바라봤다. 서글픈 기분으로 한껏 만끽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이 소리도 저만 들리는 거겠죠?”

“무슨 소리?”


소원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의 이 멘트를 여러 차례 들은 로운의 표정은 꽤나 볼만 했다.


내가 이 얘기를 해서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탑에 갇힌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몬스터라도 나타나는 날에는 우리는 독안에 든 쥐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전부터 느꼈지만 지혁 씨는 청각이 무척 발달하신 것 같아요. 저는 안 들립니다.”


그가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 근처로 다가갔다. 희미하지만 분명 들어봤던 소리였다. 불과 얼마 전에.


무언가의 날갯짓 소리가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아주 크고 빠르게 흘러가는 소리 하나와 수많은 작은 소리.


“날갯짓... 소리가 들려요.”


우리를 쫓던 벌들이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차라리... 여기 숨어 있으면 모르지 않을까요?”


후각이 예민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니 보이지 않으면 공격하지도 않으리라. 그런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창밖으로 눈만 내밀고 밖의 상황을 살폈다.


그런데 수많은 날갯짓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던 다른 두 소리가 들렸다.


“다른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크게 들리는 날갯짓 소리와 달리 정확히 들리지 않았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들리면 될 것 같은데...


「도와줄게...」


그때 따뜻한 기운이 귀를 덮어왔다. 감질나게 들려오던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나뭇잎끼리 부딪치는 소리, 신발바닥이 나무를 밟는 소리, 숨소리.


그리고 결정적으로 들리는 목소리.


- 선생님. 이쪽 맞아요? 한참은 온 것 같은데.


그 말을 끝으로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귀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기운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꼬맹이가 오고 있어요.”


내 말에 두 사람도 좁은 창문으로 밖을 보기 위해 일어났다. 각자 모서리만 겨우 차지한 채로 밖을 내다봤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나도 그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아마 듣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히 꼬맹이의 목소리였다.



“아니에요. 오고 있어요. 오고 있는데...”


뭘 데리고 오고 있는 거야.


옆을 보니 나를 사이에 둔 두 사람이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뇨... 뭔가를 많이 끌고 오고 있어서요.”


소리만으로 유추한 내용일 뿐이었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꼬맹이가 올 것이고 그 뒤로 벌들이 날아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꼬맹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 미혜 목소리에요!”


소원도 들은 것인지 그렇게 반응했다. 이 거리에서 목소리가 들릴 정도로 크게 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디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아 안심이었다.


목소리로 봐서는 뒤에서 몬스터가 따라오고 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지만...


“선생님! 탑이 보여요.”

“...”


나무 꼭대기 사이로 두 사람의 인형이 나타났다. 꼬맹이와 함께 있는 사람은 석이었다.


“꼬맹아! 석 씨!”


소원이 쇠창살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그 모습을 막 숲에서 나와 나무 밑으로 내려온 두 사람이 발견하고는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언니! 아저씨! 대표님! 왜 그런데 갇혀 있어요? 무슨 잘못이라도 한 거예요?”


장난스럽게 물었지만 몸은 우리를 향해 빠르게 뛰어왔다.


“제가 곧 열어드릴게요!”


신나서 뛰어오는 꼬맹이의 뒤로 노란색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뒤에 조심해!”


옆에서 로운이 소리쳤다. 옆에 서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큰 소리였다. 평소에 그렇게 까지 크게 말한 적이 없는 그였다.


로운의 외침에 뒤를 돌아본 꼬맹이가 놀라자 석이 꼬맹이의 어깨를 잡고는 옆으로 피했다.


뒤늦게 숲에서 나타난 노란색 무리는 그대로 우리를 향해 돌진했다.


“조심해야 할 건 우리 같은데요!”


우리는 좁은 탑 안에서 가장 문과 떨어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 로운이 우리를 감싸듯 앞에 서서는 얼음으로 벽을 세웠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능력을 가장 다채롭게 쓰는 사람이다.


콰아앙-!


얼마 지나지 않아서 거대한 굉음과 먼지가 일어나면서 강한 빛이 들어왔다. 어둠에 익숙해졌던 눈이 빛에 격렬하게 반응했다.


“쿨럭쿨럭.”


먼지에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나갈 구멍이 생긴 것은 정말 다행인 일이었지만 우리 뒤로는 막다른 길이었다.


먼지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퀸비가 우리를 향해 돌진한다면 정말 답이 없다.그런 나의 걱정을 눈치 챈 것인지 아니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건지 로운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퀸비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제가 시선을 끌어보겠습니다. 그 동안 최대한 빨리 석 씨와 합류 하십시오.”


우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로운이 퀸비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퀸비는 부딪친 것 따위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다는 듯한 몸짓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우리를 노려봤다.


“후후... 여기 있었군요. 인간 따위가 감히 신의 물건을 지니고 있다니. 과분한 물건입니다. 내놓ㅇ... ”


일어나자마자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며 나에게 창을 들이밀던 퀸비가 갑자기 주변을 둘러보더니 돌진해 올 때보다 빠른 속도 뒤로 물러났다.


“이런... 부정한 곳에서 대체 뭘 하고 있던 거죠? 신의 눈물에 이어... 이곳까지. 인간 주제에 겁이 참으로 없군요.”


“우선 밖으로 나가요.”


로운이 작게 말하며 우리를 탑 밖으로 이끌었다. 그 모습을 퀸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 밖으로 나오면 더 위험해지는 게 아닐까?


그러나 뒤를 돌아서 본 탑의 무너진 벽이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생각을 접어 두었다.


“아저씨! 괜찮아요?”

“응. 난 괜찮은데. 어쩌다 저런 걸 데려온 거야.”

“나는 모르는 일이에요.”


꼬맹이가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긴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큰 소리로 말을 하며 오지는 않았겠지.


석을 바라보자 로운에게 배우기라도 한 것인지 자기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알고 있었죠?”

“먼저 공격할 생각도 없어 보이고. 우리가 상대해서 이길 자신도 없었다.”


확실히 퀸비를 두 사람이서 상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저 벌들의 수.


“쟤네는 왜 저렇게 많아졌어.”


우리가 봤을 때보다 훨씬 늘어나 있었다. 저 정도면 증식하고 있는 거 아닌가?


“아. 맞아. 아저씨. 저 여왕벌 치마 안에서 벌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꼬맹이의 말을 듣고 퀸비를 보니 치마 아래가 옅게 빛나면 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빛의 색이 어딘가 낯익다.


“그럼 일단 저 치마 안에 있는 것부터 처리해야겠네요.”


로운이 나와 꼬맹이 사이로 걸어오며 말했다.


“퀸비를 상대하면서 안에 있는 것도 처리해야 해요. 가능합니까?”

“안되면 어쩔 수 없죠. 그동안 즐거웠습니다. 지혁 씨.”

“아까부터 계속 그런 장난만 치시고 재미없습니다.”


이 사람이 오늘 왜 이럴까!


“하하. 재미없었나요. 너무 긴장하고 계시길래 농담 좀 해봤습니다.”

“대표님. 그런 농담하는 걸 보니 아저씨군요.”


꼬맹이가 옆에서 질색하며 말을 더했다. 두 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로운이 아저씨면 나는...


“아무튼 걱정 마세요. 최선을 다해 볼 테니까요.”

“미혜. 넌 저 두 사람과 함께 있어라.”

“나도 싸우고 싶어요!”

“...”

“미혜야. 지혁 씨와 소원 씨를 서포트 해줄 사람이 있어야 해서 그래.”


석과 로운이 꼬맹이를 잘 달래고는 퀸비를 향해 다가갔다. 둘의 뒷모습을 꼬맹이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바라봤다.


“그래. 우리는 저 벌들 중 한 마리라도 다가오면 아무것도 못해.”


이전에는 로운이 만들어준 무기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맨손이었다.


“알겠어요. 어쩔 수 없죠. 지금은 아저씨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해 보이니까요.”

“아이. 착하다.”


어차피 그럴 게 말할 거면 그 짜부라진 표정부터 피는 게 어떨까. 하하.


“저기 지혁아...”

“응?”

“뒤에...”


소원의 작은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꼬맹이와 석이 나타났던 방향과 반대 방향에서 검은 선글라스에 검은 양복을 입은 거구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수십 명의 남자들과 그 앞에 서있는 작은 체구의 남자. 진 쉬에... 탑에 엄청난 공헌도를 기록한 남자.


“꼬맹아. 너 심심하지는 않겠다.”


내 말에 꼬맹이도 뒤를 돌아봤다. 꼬맹이는 말없이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바라봤다.


“저 사람들이 황혼회라는 사람들이에요?”

“그래.”

“나쁜 사람들이죠? 사람들 납치해서 팔고, 유흥거리로 쓴다고 했던.”

“맞아. 잘 기억하고 있네. 기특하다.”

“지혁아. 지금 그런 소리를 할 때가...”


종종 꼬맹이와 대화를 하고 있다 보면 위험한 상황이란 걸 잊어버릴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그만. 그나저나 이거 어쩌지. 우리는 무기도 없는데... 뭘 야무지게 챙겨오셨네.”


검은 거구의 남자들 손에는 각종 둔기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총을 가지고 있는 놈은 없어 보였다.


“총이라도 한 자루 있었다면 큰일 날 뻔 했어.”


물론 지금도 큰일이다. 우리는 맨몸이니까...


「아아. 형. 들려?」


“예. 아주 잘 들립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응. 아무것도 아니야.”


「이야. 이제야 제대로 연결 됐다.」


“이전부터 연결이니 뭐니. 무슨 소리에요.”


「어쩔 수 없잖아. 누가 그런데 가래?」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말을 건 이유가 있을 거잖아요. 지금 좀 상황이 안 좋거든요.”


「아. 맞아. 이거 주려고. 한 번에 하나씩 밖에 안 되니까... 먼저 급해 보이는 것부터.」


가끔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으면 내가 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잘 해봐야 옆집 꼬마와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랄까?


「살아서 봐. 형...」


소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내 앞에 작은 검은색 마법진이 나타났다. 무슨 용도의 마법진인지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 수 있었다.


챙강 -


마법진 아래로 서서히 손잡이 같은 것이 나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경쾌한 소리를 내며 무언가가 떨어졌다.


검과 검집이었다.

검은색 손잡이 끝에는 남색의 매듭장식이 달려있었고, 검은색 검집에는 황금색 문양이 장식되어 있었다.


익숙한 검.


- 누나도 이번 일로 지혁 씨의 안전을 걱정하셨어요.

- 호신용 무기라도 들고 다니셨으면 좋겠다고...


그와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로아 씨가 나를 걱정해서 선물한 검이었다.


손잡이를 잡아 검을 집에서 빼내자 날카롭게 선 칼날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러면 뭐하냐. 내가 검을 다룰 줄을 모르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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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소원(2) 22.01.03 7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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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각자의 목표(8) 22.01.01 7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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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각자의 목표(3) 21.12.27 85 0 13쪽
56 각자의 목표(2) 21.12.26 85 0 14쪽
55 각자의 목표(1) 21.12.25 90 0 11쪽
54 각자의 일상 21.12.24 97 0 13쪽
53 워밍업(2) 21.12.23 98 0 13쪽
52 워밍업(1) 21.12.22 110 0 12쪽
51 Restart 21.12.21 117 0 11쪽
50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8) 21.12.20 114 1 12쪽
49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7) 21.12.19 109 1 13쪽
48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16) 21.12.18 1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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