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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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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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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수 :
433,747

작성
20.11.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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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3번 피험자 김현수(3)

DUMMY

“아이잖아?!”



울고 있는 김현수 앞에는 김현수와는 조금 다른 감정에 의해 울고 있는 아이가 서 있다.



“김현수씨. 혹시 당신의 아이입니까?”


“예... 제 아이 맞습니다.”


“분명 아까 봤을 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다시 방안을 둘러보니 아까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옷장 문이 열려 있다. 분리형으로 되어 있는 작은 공간. 성인은 들어가기 힘든 공간이다.



“사람이 못 들어갈 것 같아서 확인을 안 했었는데 아이일 줄은 상상도 못 했네요.”



이 아이는 언제부터 이 방에 있었을까?

우리가 돌아오기 조금 전?

우리가 나가고 조금 후?

아니면...

자신의 아버지가 죽으려고 했던 그 순간?


언제부터라고 하든 아이는 지금 누구보다 무섭고 슬픈 감정을 내재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아이의 눈에는 나도, 이세연씨도, 해국아저씨도,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 김현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는 혼자 큰 방안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휴... 아들도 있는 놈이 자살은 왜 하려고 해? 그럴 거면 낳지를 말던가.”


“당신. 이러고 있는 거 애 엄마는 알아?”


“... 당신들이 상관할 바 아니야.”



그래. 우리는 아직 김현수가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 더군다나 충동성이라는 부작용으로 자살 기도까지 했던 사람을 무작정 다그치는 것도 도움이 안 될 것이다.

우선 아이가 오늘을 지낼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이는 어떡하지? 지금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할 것 같은데.”


“김현수씨. 우선 주변에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있나요?”


“저승사자... 아니라고 하셨죠?”


“예. 아닙니다.”


“혹시 전화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어디로 하면 되죠?”



역시 중요할 때 분쟁을 해결하는 쪽은 해국이다.



“어머니요. 이 근처 15분 거리에 사세요.”


“이 반지를 끼세요. 그리고 번호를 눌러 통화하면 됩니다.”


“이 반지는 뭔가요?”


“잠깐의 마법이라고 해두죠.”


“으아아아앙~!!!!!”



아이는 계속해서 울고 있다. 어쩌면 자신의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둘러야겠군요.”


“감사합니다...”




통화를 마친 김현수는 해국에게 폰을 건넨다. 그리고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아이를 바라본다.



“김현수씨?”


“예.”


“설마 전화기만 빌려 쓰고 입 닫을 생각은 아니죠?”



세연은 큰 회사의 부사장이다.

합리적인 거래가 익숙한 사람.



“...”


“말씀해주세요. 김현수 당신이 왜 그런 선택을 하려 했는지.”


“지난 2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끔찍한 악몽에 시달렸어요. 그리고 난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돌려 말하는 건 내 취향 아닌데. 돌려 듣는 것도 마찬가지로 내 취향 아니고.”


“뺑소니 사고가 있었습니다. 내가 한 여자아이를 죽였어요.”


“...!!!”



그날을 회상하는 김현수의 표정은 어둡다. 그동안 묻어두고 있던 아주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하나씩 밖으로 꺼낸다.



“빗속을 달리는데 갑자기 차가 무언가에 걸린 듯해 찜찜한 느낌에 밖을 나가보니... 한 여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내 차 앞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김현수씨 차에 치인 건가요?”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 전날 잠을 못 자서 졸음운전을 했거든요.”


“뭐? 이 개자식!!! 졸음운전을 했다고?!”


“졸음운전을 했던 것은 명백한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지옥에 가도 마땅한 행동이었죠.”


“근데 왜 자수하지 않은 겁니까.”


“저는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니야?”


“진정해. 그래서. 그대로 도망갔다?”


“하필이면 CCTV도, 목격자도 없어서 사건의 진위는 저만의 기억으로 묻히게 되었죠.”


“뭐? 당신만의 기억? 헛소리 하지 마. 당신의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을 잃었고 피해자의 가족은 지금도 고통 속에서 살고 있을 거라고.”



덤덤하게 이야기를 이어가는 김현수의 말에 세연은 화가 치밀어 오른다. 인간은 역시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동물이다.



“그래요. 백번 양보해서 그때는 정신 나갔었다고 쳐요. 근데 김현수씨는 결국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일 때문에 고통받고 있잖아요. 지금이라도 자수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자수는 안 합니다.”


“허...”


“저는 그날 제가 그렇게 행동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아마 같은 선택을 할 겁니다.”


“당신 그거 살인죄야.”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 해도 인간도 아닌 당신들이 뭘 할 수 있죠? 원하시는 대로 모두 말씀드렸으니 이제 그만 가주십시오.”


“김현수씨 그러다 정말 지옥 가.”


“실제로 지옥은 현실 세계에서 상상하는 그 어떤 지옥보다도 더욱 잔인하고 끔찍합니다. 김현수씨가 지옥에 가는 일을 지금이라도 막아야 해요.”



한 번 들었다고 곧 잘 써먹는 강현재다. 물론 세 사람 중 지옥을 경험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들려오는 소문에 의존할 뿐.



“당신들의 호의는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제 인생은 제가 알아서 해요.”



삐삐삐삐삐삐. 철컥-



“서우야~ 할머니 왔다.”



“어머님이 도착하셨나 보네요.”




“할모니... 으아아앙.”


“우리 서우 왕자님 왜 울고 계실까~?”


“아빠 없어... 우에애앵.”


“아빠가 지금 좀 바쁘대. 곧 온다니까 할미랑 같이 놀면서 기다려볼까?”



아이는 할머니 손을 잡고 거실로 나온다. 그리고는 자신의 작은 두 번째 손가락으로 천장을 가리킨다. 김현수의 목을 조르던 끈이 있던 곳이다.


아이가...

봤다.


죽어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할모니... 저기. 아빠, 아빠가...”


“응...? 저기 아빠가 있다고?”



할머니는 아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아무것도 없다.



“제가 아까 줄을 없애 버려서 다행이지 집안 발칵 뒤집힐 뻔했군요.”


“아저씨는 그걸 또 언제 치웠대요.”


“그러게. 아저씨 아니었으면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와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는 김현수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툭. 툭.


이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양심은 없지만 감정은 있나 보네요.”


“저런 놈은 피를 말려 죽여야 하는데.”



분노에 가득 찬 세연의 모습은 한층 더 살벌하다.



“어? 어라...!!!”


“뭐, 뭐야!!! 김현수씨 괜찮아요?!”



갑자기 점점 투명해지는 김현수의 몸. 손끝, 발끝, 팔 하완, 상완, 종아리, 허벅지, 몸통, 그리고 마지막 얼굴 순으로 아주 천천히. 당황한 김현수는 어쩔 줄 모른다. 이내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듯 일그러진 표정으로 비명을 지른다.



“이, 이거 왜 이러는 겁니까. 윽. 으아아아아악!!!!!”



여전히 그를 가소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세연.



팟-


김현수가 사라졌다.



“뭐야. 이세연씨. 아저씨.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본체가 깨어난 겁니다.”


“저런 놈이 깨어나는 건 세상을 더럽히는 일인데 말이지.”


“영혼이 깨어날 때는 원래 저렇게 고통스러운 건가요?”


“그럼요. 분리된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는 일인데 당연히 그렇습니다.”


“윽... 갑자기 깨어나고 싶은 욕구가 확 떨어지네요.”


“그나저나 김현수 잘못을 뉘우칠 생각을 안 하네.”


“스스로가 마음 치유를 거부하는데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번이야말로 협박을.”


“그건 안돼 이세진씨. 항상 말하잖아. 반감을 키울 수 있다고.”


“정신 차려 강현재씨. 저 사람은 범죄자야. 범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범죄자 중 대다수가 어릴 적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범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뻔뻔한 말은,


‘세상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다.


그렇지만 아무리 범죄자에게 사연이 있다고 해도 범죄자는 범죄자.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착한 자는 복을 받고 악한 자는 벌을 받는다. (받아야 한다)


비슷한 위치에 있는 ‘남’과 ‘나’ 중 ‘나’만 10만 원을 빼앗기는 것보다 ‘남’과 ‘나’ 둘 다 20만 원을 빼앗기는 것이 차라리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


평등에 안도하고 불평등에 분노하는 이 시대.


‘공평’이 최우선시되는 이 시대에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결과이다.


현실은 늘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번에는 나를 믿어줘. 꼭 성공할게.”




***



김현수는 본체의 몸으로 돌아왔다.



“김현수씨, 며칠 더 입원하셔야 합니다.”


“제 몸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급한 일이 있어 지금 당장 퇴원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의 조언을 뒤로하고 아이가 걱정되어 달려왔다.



“서우야!!! 아빠 왔다!!!”


“시우야. 네 아빠 벌써 왔나 보다~ 아빠한테 갈까?”


“웅!!! 아빠~”



“아니 저럴 거면 도대체 자살 시도는 왜 했대?”



이중적인 저 모습이 이해되지 않는 강현재. 잠깐 동안 사라졌던 세연도 어느새 옆에 와서 김현수를 노려본다. 물론 본체로 돌아온 김현수에게는 안 보이겠지만.



“말했잖아. 수면 시계 장기간 사용하면 그 수면 가스의 성분 때문에 충동성이라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생각보다 더 위험한 물건이었네.”


“우리가 강현재씨 일찍 구해준 걸 다행으로 알어.”


“그나저나... 아이가 아빠의 끔찍한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다행이네요.”


“과연 그럴까요.”



안도하는 강현재와는 달리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해국.



“원래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 그 부분은 기억 속에서 삭제됩니다.”


“자기방어 기재. 맞죠?”


“예. 아가씨 말처럼 자기방어 기재가 작동하는 거죠. 하지만 그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각 난 채로 마음 깊숙한 곳에 파편처럼 박혀 있는 것입니다. 언젠가 그 조각들이 너무 아파 무의식중에 밖으로 표출된다면...”


“어쩌면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이가 불쌍하다.

안쓰럽다.

이 아이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아이들은 항상 죄가 없다. 죄는 어른들에게 있다.



“응? 이게 무슨 쪽지지...?”



침대 옆 작은 협탁에서 하얀 쪽지를 발견한 김현수. 호기심 많은 현재는 참지 못하고 현수에게 다가간다.



...!!!



“이, 이게 뭐야...!!!!!”



김현수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주위를 돌아본다. 겁에 질린 모습. 아니, 공포에 질렸다는 표현이 더 알맞다.


쪽지에는 단, 한 문장이 쓰여 있었다.



‘나는 당신이 2년 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그것도 새빨간 글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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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51번 피험자 김유나(2) 20.11.16 25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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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또 다른 세계(2) 20.11.07 21 0 11쪽
27 또 다른 세계(1) 20.11.06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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