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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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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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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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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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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세계(2)

DUMMY

“지금 당신 눈에 내가 보입니까...?”



‘내가 어떻게 보이는 거지? 나는 영혼이고 이세진은 인간인데. 인간은 영혼을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데 참 이상하군. 아, 아니면 세진씨도 나처럼 교통사고를 당했나? 아니야.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멀쩡해. 도대체 이 상황은...’



“고만 울어. 안 그래도 뭉그러진 얼굴 더 못생겨 보인다.”


“내 얼굴이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세진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그 옆의 30대 남자는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강현재를 바라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아까 사무실에서 봤던 이세진과는 조금 다르다. 얼굴은 같은데 스타일이 다르다.


까만 생머리, 하얀 피부, 핑크빛 입술.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



설마...



“당신, 내 꿈에 나왔던 그 여자 맞지? 꿈속 검정 머리 이세진!!!”


“이세진 아니라고 했지.”


“이세진이 아니면 뭔데. 흠... 자세히 보니 갈색 머리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이세연.”


“뭐?”


“이세연이라고 내 이름.”


“이...세연?”


“그래. 이. 세. 연.”


“이. 세. 연... 같은 소리 하고 앉아있네. 지금 내 뒤통수쳐 놓고 누굴 속이려고? 그래도 양심은 있나 보지?”


“그니까 내가 니 자식 뒤통수친 그 이세진이 아니라고!!!”


“맞는데? 맞는데? 맞는 데에~?”


“어휴우!”


“하하하하. 재밌는 청년이군요.”


“이 사람을 어쩜 좋을까요 아저씨?”


“오늘 꽤나 힘든 하루를 겪은 듯하니 아가씨가 이해해 주시죠.”


“나참 정말 답도 없네요. 도대체 누굴 닮았는지 원~”


“그러게나 말입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핳.”



현재에게 화를 내던 세진은 갑자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옆에 있는 남자와 낄낄대며 웃는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야. 지들이 내 상황이 되어보던가. 쳇.’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지금 이 순간 가장 궁금한 질문. 이세진은 어떻게 강현재를 볼 수 있는가.



“근데 당신. 어떻게 내가 보여.”


“그야.”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던 세진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도 강현재씨와 같은 처지니까.”



“나와 같은 처지라고? 그럼 당신도 육체 없는 영혼인 거야?”


“육체가 없는 건 아니지. 아직 죽은 건 아니니까.”


“그럼 어쨌든 영혼인 건 맞다?”


“그래 맞아.”


“그럼 영혼인 주제에 내 뒤통수를...”


“그거 나 아니라고 했지.”


“그래 아니라고 치자 쳐. 그럼 당신 육체는 지금 어디 있는데?”


“아현병원 1701호.”


“아현병원 1701호... 뭐...? 아현병원 1701호라고?!”


“그래. 니가 저번에 이세진이랑 같이 와서 구경했던 그 중환자실.”


“세진씨가 그때 분명 거기 자기 언니가 누워있다고 했었는데... 이세진... 이세연... 뭐야 그럼. 둘이 자매야?!”


“맞아. 거기 누워있던 사람이 나야. 이세진 언니 이세연.”


“근데 왜 둘이 똑같이 생겼어.”


“쌍둥이니까.”


“쌍둥이...?”


“그래 쌍둥이. 한날한시에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뭐야. 그럼 정말 당신 이세진이 아니라고?!?!?!”


“그래 ㅅ발. 몇 번을 말해. 아니라고 했잖아!!!!!”


“근데 이씨 집안 여자들은 원래 그렇게 말을 험하게 하나.”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서.”


“허...”


“왜. 이세진이 아니라 실망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아직도 좀 믿기지가 않아서.”


“그렇다면 믿게 해줘야지. 아저씨, 가요.”


“예.”




***



아현병원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왔다. 셋 다 영혼 상태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그랬듯 문을 통과한다. 수많은 주삿바늘과 튜브가 연결된 몸이 보인다.


조금 더 가까이 가보면 내 앞에 있는 이세진, 아니 이세연씨랑 같은 얼굴을 한 여자가 누워있다.


왠지 영혼 이세진씨 보다 좀 더 하얗고 창백한 느낌이다.

입술과 피부에는 핏기가 없다.

이 여자는 얼마나 오랫동안 이렇게 누워 있었던 걸까?



“꼭 이렇게 눈으로 확인시켜줘야 믿니? 도대체 어떤 그지 같은 세상에서 살아왔던 거야?”


“사람 함부로 믿었다가 인생 망쳐. 아 참 당신은 사람이 아니었지... 믿어줄 걸 그랬네.”


“일 년.”


“뭐?”


“일 년 동안 저렇게 누워있었어.”


“···”


“아까는 미안했어. 그쪽이 하도 한심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그만...”


“두 번 죽이네.”


“아무튼 꽤 오래 누워있었더니 영혼인 나까지 삭신이 쑤실 지경이야.”


“근데 영혼도 고통을 느끼나? 몸도 없는데.”


“본체가 죽으면 혼수상태에 놓인 영혼도 죽는 거예요. 마찬가지로 본체가 아프면 영혼도 그 고통을 나누게 되고.”


“내가 알고 있던 영혼의 모습과는 다르네.”


“편견이 만들어낸 허상이야.”


“실례일 수도 있지만 갑자기 궁금해서. 그쪽도 교통사고 당한건가?”


“그때 세진이가 말했잖아. 자기랑 싸우고 내가 교통사고 났다고. 몰랐겠지만 그때 당신 바로 옆에 내가 있었어.”


“으 소오름. 배신자 이세진 그거 하나는 거짓말 아니었나보네.”


“그날 세진이가 강현재씨에게 했던 말들은 모두 사실이었어.”


“얼마나 큰 교통사고였길래 아직도 못 깨어나는 거야?”


“큰 교통사고는 아니었어요. 차에 치여서 잠깐 붕 떴다가 떨어진 것뿐이니까.”


“그게 큰 사고 아닌가-.-“


“원래라면 난 수술 후 3일 내 눈을 떴어야 했어. 내 육체와 정신이 분리되는 일은 없었을 거고.”


“근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저기 가장 오른쪽에 튜브 보이지?”


“투명색 약이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수면제야. 일년 넘게 저 수면제가 내 몸에 투여되고 있어.”


“뭐??? 아니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이세진. 내 동생이 벌이고 있는 짓이야.”


“세진씨가 그랬다고...? 세진씨는 분명 언니를 그리워했는데.”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래도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나 봐. 나도 정말 모르겠어···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지.”


“근데 보자마자 왜 자꾸 반말이야? 이세진이랑 쌍둥이면 암만 생각해도 내가 오빠구먼.”


“이게 편해. 아무튼 내가 왜 널 따라다녔냐면.”


“잠깐. 근데 나 궁금한 게 있어.”


“뭔데. 이제 중요한 얘기해야 되니까 빨리 말해.”


“아까부터 말없이 당신을 따라다니는 옆에 있는 그 남자분은 누구야.”


“옆에? 아~ 해국 아저씨~?”


“아저씨? 둘이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맞아. 그렇게는 한데...”



세연이 옆에 있는 30대 남자를 바라보니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한다.



“안녕하십니까. 혼수상태 영혼 관리부 부장 해국입니다. 인사가 늦었습니다.”


“영혼 관리부라구요? 그건 또 뭐래요.”


“하루에도 수천 명이 교통사고를 당합니다. 그 중엔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는 사람과 수술에 의해 살아난 사람,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개체로 나뉘게 되죠.”


“그 속하지 못한 개체가 저 같은 사람들인가요?”


“맞습니다. 강현재씨 처럼... 처음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면 그 상황을 믿지 못해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당연하죠. 티는 안 났겠지만 나도 사실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크크킄 티가 안 났겠다니. 무서워서 질질 짰으면서. 뭐랬더라? 엄마~? 으어허어허허ㅇ헝엉~?”


“조용해.”


“풉.”



현재와 세연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는 해국은 웃는다. 둘의 대화가 잠잠해질 때쯤 설명을 이어가는 해국.



“정도가 심한 경우에는 간혹 영혼이 쇼크사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었던 육체까지 목숨을 잃게 되죠. 아니면 영혼 상태로 바깥 세계에 영향을 미쳐 질서를 어지럽힌다던가. 우리는 그런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 영혼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합니다.”


“와... 영혼 세계에도 그런 조직이 있었군요. 놀랍네요.”


“영혼 세계에도 있을 건 다 있습니다. 오히려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관리가 되죠. 인간 세계와 유사한 또 다른 세계가 있는 겁니다.”


“그럼 영혼 관리부? 아저씨나 이세연씨는 왜 영혼이 돼서까지 일을 하는 거예요? 월급을 받는 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묻는다. 어느 세계에서 든 먹고 살려면 소득이 중요하기에. 돈의 중요성은 인간세계에서 이미 뼈저리게 느껴왔다.



“하하하. 그런 건 아닙니다. 이 세계는 먹고 살 걱정은 없거든요. 의식주가 모두 무료로 제공되죠.”


“모든 게 그냥 제공 된다구요?! 대에박. 완전 천국이잖아?!”


“예 그렇습니다. 다만 영혼 관리부 소속으로 일하면 특별 혜택이 주어집니다.”


“무슨 혜택이요?”


“꿈. 인간의 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간의 꿈이요...? 살아 있는 사람의 꿈 말씀입니까?”


“맞습니다. 강현재씨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꽤 탐나는 복지 혜택이 될 수 있죠.”


“꿈속이라... 그럼 아저씨도 누군가의 꿈속에 들어간 적이 있나요?”



현재의 물음에 해국 아저씨는 말없이 미소를 짓는다.


영혼 세계나 꿈속 세계라니 마치 한 편의 단편 소설 같다. 이들의 이야기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세계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싶다.



“좀 이해가 됐니? 우린 서울지부 혼수상태 영혼 관리부야. 사실 해국 아저씨가 팀장이고 내가 부하직원이긴 한데.”



세연은 다시 한번 해국이라는 사람을 바라본다.



“제가 세연이에게 아저씨라고 부르라고 했죠. 파트너와의 좀 더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서랄까? 하하하.”


“직급만 그렇게 부른다고 문화가 만들어지나요. 저도 회사를 꽤 다녀봐서 아는데.”


“그만.”


“이제 이야기 좀 하려는데 성격 한번 급하네.”


“시간이 없어.”


“급한 일이라도 있는 거야?”


“너 계속 이 상태로 있고 싶니?”


“음... 일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라면 이것도 나쁘지 않은...”


“어쩜 애가 그리 생각이 없어? 니가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밖에 있는 니가 죽을 수도 있어. 사후 세계도 여기처럼 평온한 곳일까? 아니? 니가 상상도 못 할 끔찍한 지옥에 떨어질 수도 있어.”


“뭐?! 그럼 안되지!!!”


“알면 이제 정신 좀 차려.”


“그래도 나 불쌍한 사람인데 지옥은 안 가지 않을까...”


“뭐 그럴 수도... 가 아니지!!! 그래. 너 정태수랑 이세진한테 복수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 그렇지!!! 이것들이 아주 쌍으로 나를 가지고 놀았겠다. 이것들을 어떻게 족친담.”


“그 자세 아주 좋아.”


“그럼 지금 당장 어떤 거부터 해야 하나? 꿈속에 들어가서 욕이라도 퍼부어야 하나?”


“생각하는 거하고는. 이왕 복수할 거 세상 사람들도 구하면 좋잖아. 수면 시계 상용화를... 막는 거.”


“우리 능력으로 그게 가능해?”


“그러니까 힘을 합쳐서 노력해야지.”


“근데 나 아직 시계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데. 너희 자매에 대해서도 솔직히 아직 모르겠고.”


“그렇겠지. 자 그럼... 어디서부터 이야기해볼까.”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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