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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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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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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
추천수 :
5
글자수 :
433,747

작성
20.11.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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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3번 피험자 김현수(2)

DUMMY

천장에서 내려온 고리 모양의 줄. 그리고 그 아래 일자로 떨어져 있는 김현수.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김현수씨!!!"


"잠깐. 아직 숨이 붙어 있는 것 같아요."



가슴에 손을 올려 보니 아직 심장이 뛰고 있다. 아직 기회가 있다.



"현재군. 내가 이 사람을 아래서 잡고 있을 테니 의자 밟고 올라가서 저 위에 줄을 끊어주세요."


"네 아저씨!!!"



가위. 줄을 끊어내려면 가위가 필요하다.



"젠장! 아저씨 잠시만 기다리세요."



부엌으로 뛰어간다.



"가위가 어딨지?!"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부엌. 밥그릇 두 개와 찻잔 두 개, 그리고 식기 두 세트. 모든 식기가 두 개씩 있는 것을 보니 부인과 단둘이 사는 것 같다. 물론 손님용일지도 모르지만.

가위를 찾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저씨. 찾았어요!!!"



가위를 들고 가려는데 뒤가 서늘하다.


뒤돌아보는 강현재.

그렇지만 직감이 무색하게 아무도 없다.



'기분 탓인가...'



싹둑-



매달려 있던 김현수씨가 떨어진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김현수씨는 괜찮으세요?!"


"예. 저는 괜찮습니다."



김현수의 목에 손을 대는 아저씨.



"일단 구급차를 부르는 것이 좋겠군요."



삐뽀 삐뽀



"응? 강현재군 벌써 부르셨습니까?"


"에...니오? 지금 막 전화하려던 참인데."


"제가 불렀어요."



언제 일어났는지 세연이 뒤에 서 있다.



"이세연씨 언제 일어났어?"


"아까 일어났다 개자식아. 내가 쓰러졌는데 아무도 신경을 안 써."


"미안합니다. 아가씨. 다른 쪽이 좀 더 급해서...”


"뭐 됐어요. 이런 거로 토라질 만큼 쿨하지 못한 여자는 아니니까."


"토라에몽."


"토라 뭐???"


"아니야.... 하하하. 근데 몸은 좀 괜찮아?"


"참 빨리도 물어본다. 괜찮으니까 구급차를 불렀겠지."


"근데 생각해보니까 인간들이 우리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지를 끼고 우리 쪽 폰을 사용하면 가능합니다. 아까 제가 아가씨께 알려드렸죠."


"뭐야. 그 중요한 걸 왜 나한텐 안 알려줬어요!"


"강현재씨가 못 미더웠나 보지 뭐."



딩동-



"계십니까! 119입니다!!!"


"내가 열어줄게."


"우리가 문을 열 수 있어?"


"멍청한 자식. 반지 있잖아."



벌컥.



"환자분 어딨습니까?"


"응? 왜 아무도 없지?"


"원래 없던 거 아니야?"


"아니 분명 조금 전까지 잠겨 있었는데."



김현수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오는 구급대원들. 김현수를 발견하더니 맥박을 체크한다.



"다행히 숨이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은 것 같은데."


"일단 병원으로 옮기자고."


"근데 집에 정말 아무도 없나?"


"잠깐. 그럼 누가 신고 한 거야...?"


"...소오름."


"됐고 일단 빨리 가자. 목숨이 위험해 보이는데."



들것에 실려 나가는 김현수.



"우리도 가봐야 할 것 같은데."


"근데 저기..."



아까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던 느낌이 자꾸 맴돈다. 아무래도 그냥 가기에는 찜찜하다.



"잠시만.



아까 왔던 부엌으로 다시 왔다.



'내가 싱크대를 보고 있었을 때 뒤에서 서늘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뒤를 돌면 큰 방이 보인다. 방에 들어가니 보이는 큰 침대 하나.



'침대가 큰 걸 보니 혼자 사는 집은 아닌가 보네.'



침대 밑을 들여다봤지만 아무도 없다. 베란다에도 나가봤지만 개미 새끼 한 마리 지나다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옷장을 열어본다.


이 방에 옷장은 세 개.

두 개는 위아래로 분할되어 있어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크기가 작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나에 분명히...



아무것도 없다.

혹시 몰라 분할되어 있는 두 번째 옷장을 열어보지만 아무것도 없는 것은 마찬가지.



‘하긴. 이런 작은 공간에 사람이 들어가기는 무리지.’



"강현재씨 뭐해. 얼른 따라가야지."


"지금 나가."



하긴. 김현수씨는 심각한 불면증을 겪고 있는 상황. 특히나 수면 시계를 오래 사용해 그 부작용인 충동성을 탑재하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자살 시도를 하기에 충분하다.


이상할 것은 없다.


아무래도 기분 탓이었나보다.




***



"이곳을 또 오게 되다니."



세연의 본체가 누워있는 아현병원이다. 물론 층은 다르지만.



"제일 가까운 병원이 여기라잖아. 일단 사람은 살리고 봐야지...."



김현수는 미동이 없다.

담당의 말로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깨어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한다.



"일단 김현수씨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 보죠."


"저... 아저씨?"


"왜 그러십니까 현재군?"


"예? 저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


"예? 방금 분명 저를 부르지 않았습니까? 아저씨라고."


"무슨 소리예요 아저씨. 저는 음료수 사러 갔다가 방금 돌아왔다구요."



손에 들려있는 편의점 봉투를 들어 올린다.



"거참 이상하군요. 분명 들었는데...."


"저기..."


"예?"


"에? 저 아니라니까요?"



당황하는 해국과 현재.

동시에 뒤를 돌아본다.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



"저기...."



이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다.



"저희가 보이세요?! 잠깐. 어디서 본 얼굴인데."


"꺄아아악!!!"


"이세연씨 무슨 일이야!"


"저, 저, 저 사람."



세연의 손가락은 누워 있는 김현수와 서 있는 남자를 번갈아 가리킨다. 분명 같은 사람이다.



"뜨아아아악!!!"


"...아무래도 잠깐 이분 역시 유체이탈을 한 것 같군요."


"유체이탈이요...?"



김현수는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예. 뭐 설명하기는 좀 길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잘 됐어. 여기서 그냥 해결해버리지 뭐."



차라리 잘되었다며 성공을 확신하는 세연.



"해결이라니... 무슨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 몸은 또 뭐구요."


"김현수씨. 당신은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 없으나 충격으로 인해 잠시 영혼과 분리된 듯하군요. 그렇지만 곧 본래 몸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저를... 살리셨습니까?"


"예. 그러니 평생 감사하며 사세요. 우리한테."


"왜...왜...왜···”


“뭐라구요?”


“왜··· 왜 살렸어 나를!!! 내가 얼마나 고심해서 내린 결정인데!!!"


"김현수씨!!!"



소리치는 아저씨.

이렇게까지 화난 해국은 처음 보는 모습이다.



"당신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모르지만 목숨은 고심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지금 이 시각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싶어하는데. 얼마나 가족들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 모두에게 당장 사과해.”


"..."


"사과하십시오."


"..."


"이 영혼도 지금 혼란스러울 텐데 아저씨가 참으세요."



세연은 아저씨를 진정시킨다.

아저씨는 정신이 돌아온 듯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시 흥분했군요."


"김현수씨. 왜 죽으려고 하신 건가요?"



아저씨보다는 조금 더 침착해진 세연이 묻는다.



"...알 거 없습니다."


"말씀을 해주시면 저희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정말 나를 도와줄 수 있다고? 책임지지 못할 말은 꺼내지도 마.”


"나 참.... 말을 해야 알지. 나는 말 안 할 테니 니들이 알아서 내 감정을 눈치채고 해결해 달란 건 무슨 심보야."


"...내가 언제 해결해달라고 했습니까? 자기들 멋 대로 와 놓고 서는.”


"당신 표정을 보면 딱 보여."


"당신들 신...뭐 그런 존재인가?"


"신까지는 아니고."


"혹시 저승사자입니까.”


"무슨 소리야. 김현수씨는 곧 깨어날 거라니까?"


"저승사자가 아니라면 이제 그만 돌아가 주시죠.”



갑작스레 어두워진 김현수의 표정. 입술을 깨물고 손톱끼리 마주치는 행동에서 그의 불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조금 후, 그는 1층 응급실을 지나 병원 밖으로 뛰어나간다.



“김현수씨 어디가!!!"


"따라오지 마!!!"


"쫓아가자."




***



"헉헉헉. 어디까지 가는 거야 저 자식


"멈췄다."



사거리 신호등 앞에 멈춰선 김현수. 신호가 바뀌려면 시간이 꽤나 걸린다.



"영혼의 몸인데도 신호 하나는 잘 지키네.”


"한국인이니까. 아. 한국 영혼이라고 해야 하나."


"그거나 그거나. 아무튼 뭐가 저리 급한 거야."



여기 사거리는 이 동네에서 가장 큰 사거리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파가 몰린다.

데이트하는 커플들, 낙엽만 밟아도 즐거울 나이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모습, 딸의 뺑소니 범인을 찾아달라고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아주머니, 그리고 끌차에 엎드린 채로 횡단보도 앞에서 구걸하는 아저씨.



"저 아저씨도 분명 다리 멀쩡할 거야. 어 저기 써브웨이 있네. 맥도날드 대신 써브웨이 파인가?"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세상이 되어버렸군요.


"..."



세 사람은 모두 동의하는 듯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신호 바꼈네."


"김현수씨 또 뛴다. 우리도 뛰어!!!"




***



그렇게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뭐야. 여기 김현수씨 집이잖아?"


"그러게. 왜 여기에 다시 온 거지?"


"도무지 이해 할 수가 없네."



엘리베이터를 타는 김현수.

자신의 집이 있는 7층에 내린다.



스윽-



"저 바보. 저럴 줄 알았지."



도어락을 열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반지가 없는 김현수는 도어락을 만질 수 없다. 영혼의 몸을 한 지 얼마되지 않은 김현수는 영혼의 몸은 문이나 벽을 통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평소처럼 도어락을 열어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려 했던 그는 당황한다.



"어이."



보다 못한 세진이 김현수를 부른다.



"영혼이 된 지 얼마되지 않아서 잘 모르나 본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 문을 들어가지 않아."


“뭐? 그럼 어떻게 들어가라는 말입니까···!!!”


"잘 봐."



스윽-



익숙하다는 듯, 별거 아니라는 듯 쉽게 문을 통과하는 세연.



스윽. 스윽.


그리고 현재와 해국.



"뭐해. 얼른 들어오지 않고."



스윽-


마지막으로 김현수가 들어온다.



처음에 왔을 때는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이집 꽤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인테리어에도 나름 신경 쓴 듯한 것이 이사 온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다. 그것을 증명하듯 거실 한 켠에는 예쁜 신혼 사진이 놓여 있다.

김현수씨와 그의 아내다.



“아~ 부럽다~ 30세에 결혼도 하고.”


“결혼 빨리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야. 자기 삶이 없어지는 건데.”


“그래도... 어렸을 때는 서른 즈음 되면 당연히 결혼했을 줄 알았는데 눈 감았다 뜨니 서른네 살이 되어있네.”


“원래 시간은 나이 먹을수록 빨리 가는 법이니까.”



그런데... 왜 이렇게 찝찝하지?

너무나도 잘 꾸며진 신혼집이 왠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기분 탓인가....’



김현수는 잠시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다 침실로 들어간다.



“일단 따라가 보자.”



김현수의 무릎 꿇은 뒷모습이 보인다.

등을 들썩이는 모습이 분명 울고 있다.


그리고 울고 있는 그의 맞은 편에는.



"으아아앙~!~!~!!!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서 있다.


검은 눈동자를 가진 눈이 똘망 똘망한,

아주 작고 귀여운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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