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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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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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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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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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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번 피험자 김유나(5)

DUMMY

[김유나님 서울대학교에 합격하셨습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2015년 3월 3일입니다.]



서울대에 입학했다.

기분이 좋다.

아마도...



학교는 정말 크다.

역에서 정문까지 버스로 10분. 정문에서 내가 수업을 듣는 경영관까지 또 버스로 15분. 버스를 타는 시간 동안에는 대게 수업 내용을 예습한다. 고등학교 시절 그래왔던 것처럼.



나는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인 이곳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그러면 내 인생은 누구 하나 부럽지 않은 탄탄대로일 것이다. 라고 부모님은 항상 말씀하셨다.



“어이.”



여느 때처럼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름대로 한껏 멋을 냈으나 얼굴은 앳되어 보이는 애들이 서 있다.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다.


주변에 고등학교가 있다 보니 소위 말하는 ‘일진’들을 가끔 마주친다. 뭐 사실 요즘은 일진들이나 그렇지 않은 애들이나 다들 화장을 하고 다녀서 정확히 구별은 안 된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런 애들 인생은 지금은 다 가진 것 같지만 미래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 이것은 내가 나를 절제함에 있어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신념이었다.



“야 못 들었나 봐.”


“그런가?”



‘다 들리는데...’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금발 머리 여자애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거리가 좁혀지다 이내... 그녀의 오른손이 하늘로 올라간다.



이 장면 어디선가 본 적 있다. 골목길 일진 아이들이 누군가를 폭행하기 전 취하는 제스처.



무섭다.



“악!!!!! 살, 살려주세요!!!!! 돈은 있는 거 다 드릴게요!!!”


“뭐... 뭐라는 거야. 야 잠깐!!!”


“꺄아아아악. 지금 당장 저 안 보내 주시면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 나 단축 번호 1번 112다. 하, 한번 보여줄까?!”


“어머 어머 얘 미쳣나봐 진짜!!! 너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일찐!!!”


“뭐?”


“그, 그 학교에 껄렁껄렁한 애들. 너네 그거 잖아!!! 어머 얘, 얘들이. 평일 대낮에 교복도 안 입고 골목에서 어? 화장이나 하고 다니고 말이야. 너너, 너희 진짜 이 언니한테 혼나 볼래?!”



나를 때리려 했던 금발 머리 아이가 황당하다는 듯 쳐다본다. 그러더니 갑자기 크게 웃는다.



“핳하하하하하핳. 얘 진짜 뭐라는 거야!!! 너 진짜 재밌다 친구~!”


“이주리 또 사고 쳤다 크크크킄크킄. 얘 나중에 유투버 되면 썰 풀어야지. 이주리 그 화려했던 과거 생활...”


“야. 너 조용히 안 해?!”



금발 머리 친구 옆에는 단발머리 친구가 서 있다. 화장이 꽤 진한데 자세히 보니 꽤 귀엽게 생겼다.



“니 꼬라지가 그따위니까 겁을 먹지. 머리 좀 어떻게 해봐라. 애들도 아니고.”



또 옆에는 검정 머리를 살짝 내려 묶은 친구가 있다. 차가워 보인다.



“야 빨리 너희가 해명 좀 해봐. 그런 거 아니라고... 히잉...”



금발 머리 옆에 서 있던 친구들이 웃는다.



‘비웃는 건가...?’



“저기... 김유나... 맞나? 너 경영학과 신입생 맞지?”


“내 이름을 어떻게...?!”


“신입생 오티 때 봤어.”


“아... 같은 학교였구나.”



고등학생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은 같은 학교 동문이었다. 그것도 같은 과. 200명이 넘는 과에서 학과 행사를 안 나가다 보니 동기들 얼굴도 잘 모른다.


사실 상관없었다. 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수석 졸업해서 니들보다 잘 살 거니까.



“내가 취해서 숙소 난간에 좀 기대어 있다가 아래를 봤는데 누가 울고 있더라. 내 기억으로는 너였던 것 같은데.”



맞다. 오티 때 혼자 숙소 밖을 나왔다. 서러웠다. 그 감정에 이유는 그때까지도 몰랐다. 그냥 갑자기 눈물이 났다.



“있잖아. 우리가 동아리를 하나 만들었는데 너도 가입할래?”


“동아리...? 무슨 동아리?”


“무슨 동아리냐면... 꿈을 쫒는 동아리!!!”



그게 그 아이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저기 나는...”


“뭐? 알겠다고?! 당장 가입하겠다고?!”


“아, 아니...!!! 나는...”


“가입 신청서를 달라구?!”


“야 이주리. 말 끊지 말고 친구 얘기 좀 듣자.”


“나는...”



모두가 나를 바라본다.



“나는...”



궁금함과 답답함이 섞인 표정으로 뚫어져라 쳐다보는 저 셋.



“나는 공부해야 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차갑게 생긴 친구가 입을 연다.



“누가... 공부하지 말래?”


“뭐...?”


“내 이름은 김민희. 카페 사장님이 꿈이야. 물론 나도 공부했으니까 서울대 왔고.”


“그래 안녕...”


“내 이름은 이주리. 유투버가 꿈이야. 유투버명은 주리 TV. 천만 유튜버가 돼서 당당하게 서울대를 빛낼 거야.”


“그, 그래 주리...”


“마지막으로 내 이름은 최정아. 내 꿈은 댄스강사. 주리 TV가 유명해지면 거기 게스트로 나가서 홍보할 거야.”


“뭐 최정아?! 나 몰래 그런 앙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에 헤이 친구끼리 뭘 그래~ 아무튼 우리는 서로의 꿈을 지독하게 응원해.”


“아, 이렇게 말하면 친구가 당황할 수 있으니까 정정하자. 우리 공부도 열심히 해!!!”


“그래. 열심히는 하지.”


“조용해.”


“근데 있잖아.”


“응?”


“왜 하필 나야?”


“그거야 오늘 니가 이 시각 이 거리를 우연히 지나갔기 때문...”


“이라고 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억지고.”


“이렇게 쉽게 들키다니 쿸. 제법이군”


“이주리 쟤 또 연기하는 거 봐.”



아이들은 또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서로를 보며 웃는다.



“할 말 없으면 갈게. 나 바빠서.”



시간 낭비.



“아 저, 저기!!!”



머뭇거리는 주리.

그런 주리를 쳐다보는 유나.



“니가... 니가 과거의 나 같아서.”




***



“그렇게 김유나씨는 동아리를 가입하고 그들과 친구가 되었군요.”


“아니요.”


“그럼...”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냥 웃어버렸어요.”




***



“과거의 니가 어땠을 지 모르지만 난 니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꿈이 크고 목표가 높이 있는 사람이야. 동아리 제의는 고맙지만 사양할게. 앞으로 마주치지 말자.”




***



“라고 말했죠.”


“재수 없는 스타일이셨네요.”


“네. 서울대 안 나와도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하찮다고 생각했어요. 곧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지만.”


“후회의 이유는?”


“내가 꿈도 목표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



그로부터 6개월 후.

학교 축제 시즌이었다.


우리 학교 축제는 재미없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이 오지도 않는다. 소위 말하는 그들만의 리그. 그래도 간단한 게임이나 음식, 장기자랑 타임 등 있을 건 다 있다. 재미는 없지만.


그날 역시 여느 때처럼 도서관에 가는 길. 우리 학교 댄스 동아리가 공연을 시작했다. 시끄러운 음악을 싫어해 지나가려던 찰나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 이번 순서는~ 댄스 동아리 MAX입니다!!!!! 모두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우와~!!!!! 김은비! 강은정! 최정아!”



무대를 향해 울려 퍼지는 함성.

단발머리의 귀엽게 생긴 친구.

노래가 시작되자 그 친구의 눈빛은 달라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



“나는요. 사람의 얼굴에서 그렇게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이 나올 수 있는지를 그때 처음 알았어요. 서울대 다니는 친구들은 다들 나처럼 사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 친구를 딱 보는데 갑자기 너무 부러우면서 제 인생에 회의감이 막 드는 거예요.”



과거를 회상하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 김유나.



“그때 정아의 모습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가 없어요.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반짝 빛났거든요.”




***



“저, 저기!!!!!”


“김유나?”


“나랑 친구 해줘!!!”


“뭐?”


“나랑 친구 해 달라고!!! 너도, 주리도, 민희도. 나 너네랑 친구 하고 싶어!!!”




***



“뭐 그렇게 아주 갑작스럽게 제가 먼저 고백했어요.”


“혹시 그 친구들이 지난번에 같이 있던.”


“맞아요. 저를 스토킹 해왔는데 보셨겠죠.”


“도와주려 했던 사람한테 스토킹이라니!!!”


“저니까 참는 거지 요즘 세상에 그러면 신고당해요. 조심하세요.”


“예 감사하네요... 근데 왜 그동안 여전히 불행하셨던 거죠?”


“사실 용기가 없었어요.”


“...”


“스스로 바뀌려고 노력도 했어요. 드라마 구조 분석도 해보고 혼자 습작도 여러 편 해보고...”




***



“엄마 저 왔어요~”


“그래 우리 딸~ 공부 열심히 하고 있지?”


“그럼~ 엄마 있잖아.”


“응?”


“내가 만약에... 갑자기 학교 그만둔다고 하면 어떡할 거야?”


“학교에서 무슨 일 있니?”


“아니... 그건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하고 싶은 일이 생길 수도 있잖아.”


“일단 학교는 졸업해야 하지 않을까~? 서울대 졸업장 있으면 뭐든 밥 벌어 먹고 살 수는 있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서울대 졸업장이랑 관련 없으면?”


“딸.”


“네.”


“우리 딸이 요즘 시험 기간이라 힘든가 보다. 학교에서 힘든 일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해결해 줄게. 아, 그리고 너 몸보신하라고 홍삼이랑 이것저것 좀 보내야겠다.”


“힘든 일... 없어요. 그냥 한 번 해본 말이에요.”



그제야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유나 모.



“유나야. 오늘 소고기 먹으러 가자~”




***



“그 뒤로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어요. 근데.”


“근데?”


“얼마 전에 엄마가 우리 집에 와서는 글쎄 학교를 때려치우고 드라마 작가를 하라는 거에요!!!”


“벌써 그렇게 말하다니 유나씨 어머니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이시네요.”


“엄마가 내가 쓴 드라마 꼭 보고 싶다고 응원한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으허허허어헝...”


“헉... 김유나씨 울지 마세요...!”



세연의 손에 있던 손수건을 집어 들어 김유나에게 건넨다.



“죽을래? 그거 내 꺼 잖아!!”


“울잖아. 내가 있다 빨아 줄게.”


“허...”



김유나를 달래주는 강현재.

그 모습을 바라보는 세연.




***



“김유나씨가 좀 더 자신의 마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럼 이제 김유나씨는 서울대를 그만둘까요?”


“아니. 김유나 성격은 애초에 그럴 성격은 못돼.”


“이런. 그렇다면 우리가 헛수고 한 건가.”


“그런 근성이라면 자려고 고통스러워할 시간에 글 한 자라도 더 쓰겠지. 원래 잠이란 것은 억지로 자려 할수록 더 안 오는 법.”


“흠... 그렇다면 새벽까지 공부하는 지금이랑 다를 게 없는 거 아닌가요.”


“그래도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한 사람 더 생겼잖아.”


“그쵸. 그것도 가장 가까운 사람.”


“게다가 살아야 할 목표가 생겼고?”


“그렇다고 봐야죠.”


“그런 사람한테는 불면증 안 생겨. 아마도...”


“확신은 없구나. 이세연씨도?”


“이 세상에 100%라는 건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우리 고객을 믿는 것뿐이야.”


“하긴 김유나씨도 더 이상 수면 시계를 쓰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나저나 그저 믿는다... 좋은 말이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 요건입니다.”


“근데 다음으로 설득해야 할 사람은 누구예요?”


“어디 볼까요.”


“이번에도 예쁜 고객님이라면 좋겠습니다.”


“남자로 하죠. 해국아저씨?”


“그럼 이번에는 세연아가씨 의견에 따라...”


“이 사람 좋네. 잘 생겼어. 아주.”


“어디 봐.”



피험자 프로필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강현재.



“뭐 나보다 못생겼구만.”


“이름 남태길

나이 29세.

직업은...


“백수. 라고 적혀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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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52번 피험자 남태길(5) 20.11.24 13 0 12쪽
44 52번 피험자 남태길(4) 20.11.23 11 0 11쪽
43 52번 피험자 남태길(3) 20.11.22 11 0 12쪽
42 52번 피험자 남태길(2) 20.11.21 12 0 12쪽
41 52번 피험자 남태길(1) 20.11.20 13 0 11쪽
» 51번 피험자 김유나(5) 20.11.19 16 0 12쪽
39 51번 피험자 김유나(4) 20.11.18 15 0 11쪽
38 51번 피험자 김유나(3) 20.11.17 16 0 12쪽
37 51번 피험자 김유나(2) 20.11.16 25 0 11쪽
36 51번 피험자 김유나(1) 20.11.15 17 0 12쪽
35 복수의 시작 20.11.14 13 0 12쪽
34 영혼의 저택(4) 20.11.13 14 0 12쪽
33 영혼의 저택(3) 20.11.12 15 0 13쪽
32 영혼의 저택(2) 20.11.11 18 0 12쪽
31 영혼의 저택(1) 20.11.10 17 0 15쪽
30 진실의 문턱(2) 20.11.09 20 0 11쪽
29 진실의 문턱(1) 20.11.08 22 0 11쪽
28 또 다른 세계(2) 20.11.07 21 0 11쪽
27 또 다른 세계(1) 20.11.06 23 0 12쪽
26 등장밑은 어두웠고 믿었던 사람에 통수맞았다 20.11.05 24 0 11쪽
25 안녕, 내 찬란했던 인생아 20.11.04 25 0 12쪽
24 의심(5) 20.11.03 26 0 13쪽
23 의심(4) 20.11.02 2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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