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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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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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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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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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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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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2번 피험자 남태길(1)

DUMMY

“백수. 라고 적혀있네요.”


“신상정보가 왜 이리 없어?”


“취준생인가? 그럼 충분히 수면 장애로 고통받을 만하지.”


“취준생도 취준생 나름이지.”


“이세연씨가 오너가라고 취업 준비 생활을 안 겪어봐서 모르나 본데.”


“알겠어 그만 그만. 미안해.”


“사람이 말을 하면 끝까지 좀 들으면 안 되나?”


“어쨌든 해국 아저씨. 이 사람 주소 좀 알 수 있나요?”


“잠시만요.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ㅇㅇ로 o길.”


“여기랑 가깝네요.”


“맞습니다. 걸어서 5분이면 가겠군요.”


“근데 저기.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뭔가요 강현재군?”


“일반인들 눈에는 우리 저택이 안 보입니까?”



잠시 고민하는 듯한 아저씨.

고민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보입니다. 다만 조금은 다른 형태로 보이죠.”


“다른 형태라면 아.”



언젠가 드라마에서 본 적 있다. 귀신들이 사는 초호화 호텔이지만 일반인들 눈에는 그저 낡은 여관으로 보이던. 그렇다면 이 저택 역시...



“툭 치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폐병원 같은 형태로 보이려나요? 아님 흉가라던가.”


“우리 저택한테 흉가라니 말이 좀 심한걸?”


“내 눈에 보이는 이 형태가 그대로 존재하지는 않을 거 아니야. 만약 그렇다면 너무 눈에 띄어서 넷상으로 한 번쯤은 봤을 것 같은데.”


“궁금해 강현재씨?”


“응 궁금해.”


“보고 싶어 강현재씨?”


“응 보고 싶어.”


“얼마나?”


“미치도록.”


“풉. 좋아. 그렇담 이 안경을 쓰고 따라와.”



어디서 났는지 모를 선글라스 형태의 안경을 건넨다. 에버랜드에 있는 3D나 4D용 안경 뭐 그런 건가 싶다.



“특이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


“잔말 말고 쓰기나 해.”


“예 예.”




***



“보이시는 대로 작은 주택입니다.”


“실제로 누가 사는 집인가요?”


“명의자가 있으니 그렇다고 봐야겠죠.”


“가정집이니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 들어올 리는 없겠군요.”


“폐병원이나 흉가가 아니라 실망했어?”


“그건 아닌데. 이런 건물이 어떻게 호화 저택으로 변하는 거지?”


“음... 엄밀히 말하자면 내부가 변하는 건 아니야.”


“그럼?”


“우리가 이 건물에 우리 세계로 통하는 입구를 만들었을 뿐이야. 건물 외형만 대여한 거지.”


“임대료도 안 내고?”


“응.”


“양아치.”


“맘대로 생각해.”



강현재의 눈이 집에 머무른다.


현관문에 작은 방 3개, 또는 큰 방 2개 정도가 들어갈 것 같은 규모가 크지 않은 집. 하지만 마당이 있어 가족이 머문다면 주말 오후 야외에 테이블을 피고 둘러앉아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집.



어릴 적 생각이 난다.




***



“현재야. 우리 현재 벌써 8살이네. 우리 현재는 꿈이 뭐야?”


“강아지 키우는 거!”


“강아지? 그런 거 말고 하고 싶은 일이라던지. 그런 거 있잖아.”


“음... 나는 가족이랑 행복하게 사는 거!”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원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가장 소중한 거래. 그래서 나는 마당 있는 집에서 강아지 키우면서 엄마, 아빠, 누나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아이구 우리 현재 그런 말도 하고 다 컸네~? 하긴. 행복하게 사는 게 소박한 것 같지만 참 어려운 일이지. 안 그래요 여보?”


“사내아이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로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군.”


“우리 현재 아직 8살인데 뭐 어때요~ 마음이 예쁘면 된 거지.”


“아부지 미워. 나도 빌라 말고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단 말이야!!!”


“아빠가 괜히 저러는 거야~ 나중엔 우리 네 가족이서 마당 있는 집에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살자.”


“웅. 좋아!!!”




***



“강현재씨?”


“강현재군.”


“예. 예?”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또 잡생각병 도졌네. 인생 좀 편하게 살아.”


“5분만 걸으면 도착하니 일단 가도록 하죠.”


“네. 아저씨.”




*** 남태길의 집 앞



“후... 여긴가.”


“집은 평범하네.”


“그래도 여기 20억이야.”


“뭐?!”


“한남동 집값 몰라?”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내 월급으로 애초에 한남동은 보지도 않았었지.”


“하여튼. 그건 중요한 건 아니고. 일단 들어가자.”



“불이 다 꺼져 있네.”


“새벽 2시니까. 아마 다들 자고 있을 거야.”


“남태길씨 방은 어디일까요?”


“왠지 남자의 촉으로는. 여기 문 바로 앞에 있는 방일 것 같습니다만.”


“아저씨의 촉 믿어보죠.”



벌컥.


문을 여니 책상이 보인다.



“아저씨 촉이 좋으시네요.”


“기본입니다.”



남태길.

태길의 이름이 쓰인 참고서가 있는 것을 보니 태길의 방이 맞다. G-SAT, HMAT, OO기업 인적성.세 권의 기업 인적성 도서가 책장에 꽂혀 있지만 한 번도 열어보지 않는 것처럼 빳빳하다.



“역시 취준생인가.”


“현재군. 뭘 보는 거죠?”


“오. 오. 이것은...”


“왜 그래. 무슨 문제 있어?”


“얼마 전에 출시된 최고급 성능을 탑재한 게이밍 컴퓨터야!!!”


“뭐? 게이밍 컴퓨터?”


“그러고 보니 이 의자도 100만 원이 넘는 수입 의자네.”


“그냥 평범한 PC방 의자처럼 생겼구만.”


“노노. 같은 의자처럼 보이지만.”



비장한 표정으로 설명할 준비를 하는 강현재.



“장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차이를 느끼게 하지. 특히나 이 의자로 말할 것 같으면...”


“그만. 거기까지. 게이밍 의자고 뭐고 관심 없다고.”


“이 정도의 구색을 갖춰 놓은 사람이라면...”



관심 없어 보이는 세연과는 달리 아저씨는 꽤나 흥미로운가 보다. 신기한 듯 장비의 이곳저곳을 살피던 아저씨는.



“아직 백수라고 했으니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그런 사람일까요.”



역시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질문을 한다.



“아저씨가 요즘 애들을 모르시나 본데 요즘은 취미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풀장비 갖춰요. 물론 돈이 좀 들지만.”


“흠... 그렇군요. 참고하겠습니다. 강현재군.”



머쓱한 아저씨의 표정.

이럴 때 보면 가끔 귀엽다.



‘으... 4살 형한테 귀엽다는 생각이 들다니 기분이 영 찝찝하군.’



잠시동안의 침묵을 깬 것은 세연의 목소리.



“이건 또 뭐야!!!”



세연의 시선이 남태길의 책상 오른쪽에 머무른다. 익숙한 스O벅스 브랜드. 그 초록색 로고가 새겨진 일회용 잔 3개.



“무슨 커피를 혼자 3잔이나 마셨대. 그것도 벤티 사이즈(가장 큰 사이즈)로.”


“냄새를 맡아보니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군.”



강현재 역시 매일 아침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하루를 시작했다.


회사생활에서 아메리카노는 커피 이상의 많은 뜻을 갖는다. 커피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동료들과 친밀감을 높일 수 있다. 또 카페인을 충전해야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많은 직장인들은 생각한다.

강현재도 같은 부류였다.


하루 한 잔의 아메리카노는 항암효과, 치매 예방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과유불급.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당연히 몸에 좋을 리 없다.



“한 번에 3잔을 사 왔을 리는 없고. 웬만하면 카페에서 마시고 오지 사러 나가기도 귀찮았겠네.”


“배달시켰을 수도 있어. 요즘은 커피 한잔도 배달되는 시대니까.”


“커피가 배달된다는 말씀입니까?!”


“예. 아저씨 저랑 나이도 별로 차이 안 나면서 왜 그래요?”


“그렇기는 하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상이 많이 발전했군요.”


“역시 이 아저씨 참 수상하단 말이야...”


“무엇이 말입니까?”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에헴.”


“아무튼.”



세연이 다시 말을 이어간다.



“이렇게 카페인을 섭취해 대니 밤에 잠을 못 자지.”


“지독하다 지독해.”


“이번 건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겠는데요?”


“도대체 뭐가 쉽다는 거야?”


“커피를 못 마시게 하면 되는 거잖아.”


“어떤 방식으로 말씀입니까. 세연아가씨?”


“꿈속에 들어가서 협박을.”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니까!!!”


“그럼 뭐. 다른 방법 있어?”


“생각 중이야. 하지만 그건 아니야.”


“현재군 말씀에 동의합니다. 아직 남태길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들어가면 위화감만 심어주게 될 수 있지요.”


“흠... 커피를 못 마시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수면 시계를 이용해보는 것이 어때?”


“수면 시계를?”


“응. 이세연씨가 내 미션을 조작해서 위.험.에. 빠.뜨.렸.던. 것처럼.”


“엄밀히 말하면 아저씨 업적이라고 했지.”


“전 시키는 대로 한 것뿐입니다.”



능청스럽게 대답하는 해국.



“아무튼 아저씨의 해킹 능력을 이용해서 우리 맘대로 미션을 만들어 버리는 거야.”


“오. 하루 종일 커피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이용권을 지급하자는 말이지?”


“바로 그거지!”


“강현재 웬일로 똑똑한데~”


“원래 똑똑했어.”


“나한테 잘 보이면 나중에 삼일전자 낙하산 시켜 줄게.”


“요즘 낙하산들이 얼마나 욕먹는데. 관심 없어.”


“진짜?”


“아니.”


“풉. 어디 보자... 시계가 어디 있지?”


“여기. 잔 뒤에 가려져 있었어.”


“근데 뭐야. 새벽 4시 취침?!”


“정말 새벽 4시를 취침 시간으로 설정해놨다고?”


“분명 일찍 자라는 취지로 만든 시계인데 이 피험자는 왜 굳이 새벽 4시에 맞춘 걸까요?”


“더 충격적인 건 기상 시간이 오후 2시로 설정되어 있다는 거예요.”



새벽 4시 취침에 오후 2시 기상.

총수면 예상 시간 10시간.



“잠 못 자 죽은 귀신이 붙었나. 하루 10시간을 자면 그게 사람이야?”


“남태길씨 안 되겠 구만.”


“이놈은 평생 백수로 살아도 할 말 없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아가씨.”


“아저씨까지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저 친구가 마치 죽을죄를 지은 것 같아요.”


“해국아저씨는 근면 성실을 중요시하셔.”


“근면 성실은 모든 일의 기본입니다.”


“뜨끔...”



그때였다.


번쩍-


갑작스레 침대 이불 위로 새어 나오는 불빛.

핸드폰 빛이다.



“남태길씨 안 자고 있었어?!”


“뭐야. 우리 들킨 거 아니야?”


“저 사람 눈에 우리 안 보인다니까.”


“새벽 4시로 시간을 맞췄으니 안 자고 있겠지요.”


“생각해보니까 그렇군요.”


“도대체 이 시간까지 뭘 하는 거야?”


“내가 보고 올게.”



태길의 침대로 다가가는 현재.



...



말이 없는 강현재.



“거기서 뭐 해 강현재씨!!!”


“잠깐... 잠깐만!!!”


“무슨 일인데 그래.”


“잠깐만 좀 있어 봐.”


“뭐 심각한 건가...? 아저씨 우리도 가봐요.”



태길과 현재가 있는 침대 앞으로 세연과 해국도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약 10초 후...



퍼억-



둔탁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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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또 다른 세계(2) 20.11.07 2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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