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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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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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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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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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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복수의 시작

DUMMY

“자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일단 꿈을 통해서 수면시계 피험자들을 만나는 것이 좋겠어.”


“피험자들이라면... 나처럼 시험 대상이 된 사람들을 말하는 거야?”


“그래. 지금도 그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수면 시계를 사용하고 있어.”


“흠... 근데 만나서 뭘 어떻게 하게? 계획은 있는 거야?”


“일단 수면 시계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라고 해야지.”


“그러니까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 거냐고.”


“그들의 꿈속에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거지. 내가 당신 꿈에 계속 나타났던 것처럼.”


“그거 별로 효과 없었는데.”


“무슨 소리야? 꿈에서 나를 만나고부터 하루 종일 내 생각만 했으면서.”


“착각도 그 정도면 병이다.”


“난 매일 매일 그들의 꿈에 들어가서 협박을 할 거야.”


“무작정 쓰지 말라고 협박하면 말을 듣겠어? 그 사람들이 애들도 아니고...”


“왜 안 들어? 이런 절세 미인이 부.탁. 하는데.”


“하여간. 자매 둘이 참 닮긴 했다.”


“걔랑 동급 취급하지마. 내가 더 예뻐.”


“아무튼 당신이 오래 누워있어서 그러나 본데. 요즘 세상은 그렇게 명령한다고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에요.”


“하 참나. 나도 주기적으로 세상 구경 다 하거든.”


“저도 이번엔 현재군 의견에 동의합니다. 협박이 먹히는 가장 근본적인 조건을 생각한다면.”



해국 아저씨가 웬일인지 강현재 편이다. 든든한 내편이 존재한다는 묘한 쾌감. 이런 기분은 되게 오랜만에 느껴본다.



“근본적인 조건이요? 그 협박을 무시하면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온다. 그것에서 오는 공포감?”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위치라면 그들에게 그런 공포감을 심어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일이죠.”


“맞아 맞아. 내 말이 그거야! 삼일전자 이세연 부사장이라면 모를까.”


“넌 닥쳐.”


“더군다나 꿈속에서 하는 강요는 더욱이 힘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거 아니면 딱히 방법이 없으니까요...”


“이세진씨, 아저씨.”


“예. 강현재군.”


“왜.”


“제가 회사를 좀 다녀봐서 아는데...”


“대기업 다닌다고 자랑할 생각이면 거기서 그만둬.”


“그게 아니라 말 좀 들어봐.”


“계속하십시오. 현재군.”


“옛날이라면 모를까. 요즘은 팀장이 부하직원들에게 ‘내 말 대로 안 하면 사회생활 힘들다’, ‘그렇게 하면 고과 낮게 준다’ 등의 말이 안 통하는 세상입니다.”


“그게 왜 안 통해? 다들 윗사람들한테 잘 보이고 싶고 고과 잘 받고 싶은 거 아니야?”


“물론 그러고 싶지.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평생직장이 없다고 생각해.”


“그니까 그게 왜냐고.”


“우선 내가 열심히 한다고 팀장이나 임원 직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1인 컨텐츠 산업이 발달하면서 굳이 대기업이 아니라도 설 자리가 많아진 거야. 오히려 월 몇천을 버는 크리에이터들을 보면서 일명 ‘현타’를 느끼는 직장인들이 많아졌지.”


“한마디로 미련이 없어진 거네. 하여간 요즘 것들이란.”


“당신이 나보다 어린데 요즘 것들이라니.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그 말이 딱이군.”


“확실히 우리 아빠 세대가 사람 다루기는 더 편했지.”


“다시 말해서 내 몸과 마음이 망가져 가면서까지 죽어도 여기 남아있겠다는 의지가 점점 없어지기 때문에 ‘협박’이나 ‘강압적인 태도’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거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현재군?”


“그런데. 부하직원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하나 남아있어요.”


“뭔데 그게? 빨리 말해봐. 답답해 죽겠어.”


“목표에 대한 공감. 또는 동기 부여.”


“동기 부여라...”



두 사람이 고개를 살짝 두 번 끄덕인다.

암묵적으로 동의한다는 제스처다.



“단순히 회사의 목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하직원 스스로가 그 목표에 공감해서 의지가 생기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


“그 말에는 일리가 있어.”


“저도 동의합니다. 현재군.”


“예를 들면 어떤 프로젝트나 업무를 맡길 때 무작정 시키는 대로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이 업무를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한 논리와 근거로 팀원을 설득해야 해.”


“논리와 근거는 윗선에 보고할 때나 하는 건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그 말이 맞군.”


“또 무조건 고과 이야기를 꺼내는 것보다는, ‘이 일을 이런 방식으로 수행하면 본인의 커리어에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라는 식으로 공감을 유도하는 것이 좋지.”


“강현재씨 영업팀 맞아? 인사팀 직원 아니야?”


“이건 대부분의 직장인이 공감하는 사실이라고. 물론 이세진씨 같은 윗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예 예. 후배님.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그런 예는 회사 밖에서도 찾을 수 있어. 흡연자들을 생각해봐.”



세연이 해국 아저씨를 쳐다본다.



“뭐야. 아저씨 흡연해요?”


“허허. 이거 참 끊기가 어렵군요.”


“그러니까요. 저도 발 들이는 건 쉬웠는데 나가는 게 참 어렵네요.”


“현재군은 끊으십시오. 젊은 나이에 폐암 걸리기 싫으면... 나는 이미 죽은 몸이라. 하하하하.”


“아 참 그랬지. 왠지 배신당한 기분이네요.”


“둘 다 끊어요!!! 담배냄새 때문에 옆에 가기도 싫어.”


“하하하하. 이번 기회에 같이 끊어 볼까요 현재군?”


“아니요.”


“뭐야. 아저씨한테 버릇없이?”


“지금 당장은 못 끊어요. 왜냐면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이걸 또 이렇게 연결시키네요.”


“오래된 흡연자들이 가장 많이 금연하는 시기가 언제인지 아세요?”


“음... 담배가 질릴 때?”



세연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사람(비흡연자)이 생겼을 때. 자신이 임신하거나 아내가 임신했을 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마지막으로... 자신의 몸이 망가진 것을 뒤늦게 깨달았을 때.”



세연은 자신이 어릴 때 큰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신 기억을 떠올린다.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말씀하셨다. 담배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빨리 끊으라고. 죽은 사람의 말이 무색하게도 그 말을 듣고도 담배를 끊으신 분은 아무도 없었다. 아마 자신이 직접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공감하는 바야.”


“저도 공감합니다. 현재군의 말은 스스로 의지가 생기기 전에는 주변에서 아무리 말해봐야 듣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맞아요. 그래서 우리는 협박과 강요가 아닌 의지를 심어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꿈을 이용해서 어떻게 목표에 공감을 시키고 의지를 심어줄지 계획을 짜야겠다.”


“그런데 현재 존재하는 피험자, 다시 말해 우리가 설득해야 하는 대상은 총 몇 명인가요?”


“55명입니다.”


“55명이요?!?!?!”


“왜 그리 놀라?”


“안 놀라게 생겼어?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불면증의 원인이 다르고 공감 포인트도 다르다고. 55명을 다 설득하다가 내가 노인네가 되겠어!!!”


“그건 걱정 마십시오 현재군.”


“다른 방법이 있나요?”


“우리를 너무 얕보네 강현재씨.”



해국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몇 마디 대화를 마치고 전화를 끊은 해국. 해국과 세연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



다다다다다다-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왠 지진 나는 소리가.”


“밖에 누가 온 것 같네? 문 좀 열어줘요 강현재씨.”


“이럴 때만 존대말이야.”



문 앞으로 다가가는 강현재.

문을 연다.



벌컥



“이게 다 뭐야!!!”


“영혼들 한테 이거라니 말이 심하다?”



문 앞에는 110명의 영혼이 서 있다. 사실 말이 영혼이지 겉모습은 사람과 똑같다.



“이 사람들, 아니 이 영혼들은 다 누구야.”


“본사에 지원 요청했어. 본사에 내가 생전에 알던 친한 사람이 있거든.”


“여기도 인맥 사회인 건가...”


“이 정도면 아주 충분하지?”


“총 110명이니 2명씩 55팀으로 나누면 일주일이 안 걸릴지도 모르겠군요.”


“그럼 우리는 뭘 하면 되지?”


“55팀이야. 누군가는 관제탑에서 사령들을 지휘해야 하지.”


“그 역할을 우리가 하면 되는구나!”


“그렇지.”


“여기저기 110명의 프로필이 왔습니다. 담당 피험자에 맞게 팀을 구성하는 작업부터 시작하죠.”


“넵. 아저씨.”


“알겠습니다.”


“우선 여성 인력은 30명 정도 되니까 각각 다른 팀에 배치하자.”


“그래. 그리고 여성 피험자에게는 아무래도 여성 인력을 붙이는 것이 좋겠지?”


“좋은 생각이야. 그리고...”



따르르르릉-



“해국 아저씨. 전화를 한 것 같은데요?”



해국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보인다.



“아놔...”



세연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짧은 탄식.



“왜요? 문제 생겼어요?”


“현재군. 세연 아가씨.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예. 영혼관리부 서울지부 팀장 해국입니...”


“이봐 해국 팀장. 미쳤어?!?!?! 이런 ㅆ발. ㅆㅑㅇ노무시키들. 하나인 대가리가 반으로 쪼개져 봐야 정신을 차리지. 개념 없는 ㅅ발. ㅈ같은. 아오 진짜. 아오!!!!!”



전화기로 뿜어져 나오는 거친 욕설.

여자 목소리라는 것이 더 놀랍다.

저 여자는 누구일까.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인사관리부 팀장님?”


“뭐야. 또 모르는 척하는 거야?! 우리 비상 인력들을 거기로 싹 쓸어가면 어떡해!!!”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을 구하는 중대한 과제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급하게 요청하긴 했지만 사유는 양식에 맞게 모두 제출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 해국 팀장... 매번 이런 식으로 할 거야? 인력이 필요한 곳이 거기뿐인 줄 알아? 당장 우리 팀도 아가들도 요즘 10시까지 야근하고 있다고!!!”


“아니. 워라벨을 기본 조건으로 하는 이 세계에서 인사팀장님께서 규율을 어기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아무튼. 110명을 지원하는 건 불가능해. 다시 내가 호출할 테니 그런 줄 알아!”


“하지만 팀장님. 제가 여기로 발령받을 때 인력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지원해 주신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내가 언제 그랬지?”


“어디보자... 분명 여기 계약서에. 인사 관리부는 영혼관리부에서 필요한 인력을 무.한. 제공한다.계약을 불이행하는 자는 직위를 내려놓는다.”


“아오 이럴 때만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아.”


“팀장의 기본 자세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어휴.”


“팀장님?”


“그래도 110명은 안 돼. 30명 지원해 줄게.”


“예? 30명이요? 우리가 설득해야 할 사람이 55명인데...”


“아 그건 거기서 알아서 해야지~! 한두 명이 한 명씩 맡으면 되겠구먼 뭘. 이 정도도 해국 팀장이니까 큰 호의 베푼 거라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팀장님.”


“기한은 한 달이야. 한 달 안에 인력 도로 반납해.”


“예. 그럼 안녕히.”



뚝-



두 사람을 향해 웃어 보이는 해국. 손가락으로 숫자 30을 표시한다.



“역시 아저씨의 협상력이란.”


“110명에서 30명으로 줄었는데 우리가 피해 본 거 아니야?”


“전사 비상인력이 300명 정도밖에 안 되는데, 그중 3분의 1을 우리 팀에 지원한다는 건 애초에 말도 안 되지.”


“아. 그러면 일부러 터무니없는 110명을 요청해서 30명을 건진 거구나!!!”


“바로 그거야~! 사실 55명을 설득하는데 110명은 사치야.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라고.”


“그럼 어떻게 팀을 나눠야 하는 거지...”


“그러게. 30명이면 좀 애매하기는 한데...”


“3명씩 한팀으로 움직이게 하면 어떨까? 아무래도 한 명이 한두 명을 맡는 것보다는 세 명이 조를 이뤄 여러 명을 맡는 것이 더 시너지 날 것 같은데?”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러면 3명씩 10개 조로 나누고 5명씩 배정하면...”


“피험자 5명이 남네.”


“그렇다면...”



현재와 세연, 해국은 서로를 바라본다. 이내 무언가 기대에 부푼 듯한 표정으로 동시에 말한다.



“우리가 하면 되지!!!”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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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53번 피험자 김현수(4) 20.11.28 16 0 11쪽
48 53번 피험자 김현수(3) 20.11.27 10 0 11쪽
47 53번 피험자 김현수(2) 20.11.26 13 0 11쪽
46 53번 피험자 김현수(1) 20.11.25 12 0 11쪽
45 52번 피험자 남태길(5) 20.11.24 13 0 12쪽
44 52번 피험자 남태길(4) 20.11.23 11 0 11쪽
43 52번 피험자 남태길(3) 20.11.22 11 0 12쪽
42 52번 피험자 남태길(2) 20.11.21 12 0 12쪽
41 52번 피험자 남태길(1) 20.11.20 14 0 11쪽
40 51번 피험자 김유나(5) 20.11.19 16 0 12쪽
39 51번 피험자 김유나(4) 20.11.18 15 0 11쪽
38 51번 피험자 김유나(3) 20.11.17 16 0 12쪽
37 51번 피험자 김유나(2) 20.11.16 25 0 11쪽
36 51번 피험자 김유나(1) 20.11.15 17 0 12쪽
» 복수의 시작 20.11.14 14 0 12쪽
34 영혼의 저택(4) 20.11.13 14 0 12쪽
33 영혼의 저택(3) 20.11.12 15 0 13쪽
32 영혼의 저택(2) 20.11.11 18 0 12쪽
31 영혼의 저택(1) 20.11.10 17 0 15쪽
30 진실의 문턱(2) 20.11.09 20 0 11쪽
29 진실의 문턱(1) 20.11.08 22 0 11쪽
28 또 다른 세계(2) 20.11.07 21 0 11쪽
27 또 다른 세계(1) 20.11.06 23 0 12쪽
26 등장밑은 어두웠고 믿었던 사람에 통수맞았다 20.11.05 25 0 11쪽
25 안녕, 내 찬란했던 인생아 20.11.04 25 0 12쪽
24 의심(5) 20.11.03 27 0 13쪽
23 의심(4) 20.11.02 28 0 11쪽
22 의심(3) 20.11.01 2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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