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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님의 서재입니다.

수면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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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파맨션
작품등록일 :
2020.10.12 23:01
최근연재일 :
2020.12.30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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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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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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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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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영혼의 저택(4)

DUMMY

퍽퍽퍽-



“강현재씨. 문 좀 열어봐.”



퍽퍽퍽-



“야. 안 나와?!?!?!”



방에 틀어박혀 나가지 않은 지 3일째.



“...사랑해.”


“나도.”



두 사람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벌컥-



“뭐야... 어떻게 들어온 거야.”


“뭘 어떻게 들어와. 마스터키로 들어왔지.”



곰돌이 키링이 달린 열쇠고리를 달랑달랑 흔드는 세연. 그리고 세진 옆에서 현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해국.



“오늘은 너랑 싸울 기분 아니거든. 그러니까 나가줘.”


“누가 너랑 싸우러 왔대? 니 놈을 구하러 온 거지.”


“구하긴 뭘 구해... 이제 이런 놀이도 재미없어. 나가.”


“이렇게 누워 있으면 그들이 가만히 둘 거라고 생각해? 당신 입 막으려고 널 죽이거나 나처럼 잠재워 버릴 거라고.”


“그럼... 뭐 그게 내 운명인가 보지.”


“정신 차려!!! 그 년놈들한테 어서 복수하러 가야지!!!”


“내가 살아서 뭐 해. 깨어나면 뭐 해. 삶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일만 남았는데.”


“무슨 그런 병신 같은 소리가 다 있어? 강현재씨 기다리고 있을 다른 사람들은 생각 안 해?”


“그니까 날 기다릴 사람이 누구냐고!!! 친구도 애인도 잃었는데. 아~ 부모님? 나 그 흔한 아버지도 안 계셔. 어머니는... 뭐 누나가 잘 보살피겠지.”


“강현재군!!!!!”


“아저씨. 참아요. 제가 잘 말할게요. 강현재씨. 다시 깨어나도 고통밖에 없을 거라고?”


“그래 맞아. 난 애초에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태어났어.”


“그건 누가 정했는데?”


“뭐라고?”


“니 인생이 고통밖에 남지 않을 거라는 건 누가 정한 거냐고.”


“그거야...”


“정태수 일은 나도 유감이야. 하지만 니 삶의 이유가 정태수 밖에 없니? 아니잖아.”


“그래도 태수는 내 가장 친한 친구였어.”


“그니까 내 말은.”


“니가 스스로 행복을 찾으면 되잖아. 직장생활 때문에 불행의 크기가 커지는 거라면 때려치워.때려치우고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말이 쉽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살아? 사람이 최소한 사람답게 살려면 돈이 필요한데.”


“당신은 살면서 당신을 속박하고 있는 어떤 굴레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본 적이 있어?”


“...”



없다.



초등학교 시절 강현재는 부모님 말씀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중학교 시절 노는 친구들을 만나 방황을 하긴 했지만 그 안의 기준선은 절대로 넘지 않았다. 공부하지 않는 척을 하려고 친구들과 10시까지 놀다가 집에 와서는 밤을 새워서 시험공부를 했다. 그래서 학창시절 항상 상위권 안에 들었다.



대학교 시험 기간에는 적어도 3주 전부터는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않고 하루에 계획한 만큼은 무조건 공부했다. 친구의 생일 파티도 혼자 가지 않았다. 선약이 있다는 핑계로. 그래서 친구들은 강현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약속 많고 맨날 놀러다니면서 학점도 잘 받는 머리 좋은 사람이라고. 부럽다고.


클럽에 가서 친구들이 여자랑 하룻밤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마음 한 켠에 자신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지만 왠지 모를 나의 신념이 강현재를 붙잡아 두었다.


대학생 때 막연한 꿈이 생겼다. 하지만 쉽게 이룰 수 있는 꿈이 아니었고 누구에게 응원받을 수 있는 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별다른 재능 없는 내가 그런 꿈을 가진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대기업에 입사했다. 대기업에 입사하면 가족들이 좋아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좀 더 잘난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 시절에는 회사가 내 가치를 상승시켜준다고 생각했었다.



회사에 입사하고 약 3년간 일을 스마트하게 잘하는 직원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칼퇴(정시 퇴근)를 하고서는 집에 가서 업무를 마무리 지었다.


그때의 팀장님은 여전히 내가 매우 똑똑하고 업무 속도가 빠른 직원인 줄 아신다. 업무 기한을 하루를 넘기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짬이 차서 그런 모습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사실 나는 재능 있는 토끼가 아닌,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로 토끼를 이길 수 없는,

거북이였는데 말이다.



올바르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면 적어도 다른 주변 사람들보다 더 정직하게, 더 나은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 속박이 나를 불행한 사람으로 이끌었다.



‘보이는 나’가 행복한 동안,

‘보이지 않는 나’는 점점 작아지고 불행해졌다.



사실 나는 내 삶이 너무너무 힘들었다.

분명 나는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미치도록 싫었다.


그것은 나 스스로를 진실로 마주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나의 35년 인생은,

거짓된 삶이었다.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죠. 하지만 대부분이 맞지 않는 틀에 억지로 자신을 끼워 맞추려고 하기 때문에 인간은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 물론 그간 당신이 불행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너는 니 평생의 반 도 안 살았어. 지금이라도 충분히 행복을 찾을 기회가 있다고.”


“아가씨 말이 맞습니다. 행복은 만들어가는 거죠.”


“저...”


“말씀하세요 현재군.”


“진실된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그게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저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물론~!”


“물론입니다. 여기 있는 동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죠.”



세진과 해국 아저씨는 웃으며 서로를 바라본다. 아마 둘은 이 저택에서의 둘의 만남을 추억한 듯하다.




***



“으아아아아악!!!!!”


“왜 그래? 미쳤어? 밥이나 먹어.”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


“섹스가 아닌 게 어디야.”


“으... 정태수 이세진!!!”


“두 분 모두... 같은 아픔을 갖게 되었군요.”


“아저씨. 강현재의 아픔과 나의 아픔은 차원이 다르다구요.”


“무슨 소리야? 내 아픔이 심하면 훨씬 더 심했지!!!”


“꼴랑 한 달 사귀었으면서. 나는 3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동생한테 배신을 당했다고.”


“사랑의 크기가 사랑한 기간에 비례하는 건 아니지!!!”


“그래도 한 달은 애기지 애기.”


“우리는 만남이 독특했잖아. 그건 운명이었다고!!!”


“운명이라고 생각 들게 만든 건 결국 나잖아. 꿈속의 나.”


“...”


“할 말없지?”


“밥이나 먹자.”


“허허허. 두 분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마치 애정 싸움 같달까...”


“아니에요!!!”


“아니라구요!!!”


“허허허허허. 알겠습니다.”


“아저씨도 그렇게 웃지 마세요!!! 꼭 할아버지 같다구요!!!”


“그래도 39세한테 할아버지는 좀...”


“그러니까 나이에 맞는 말투 좀 사용 하시라구요.”


“허허허. 알겠습니다.”


“저 근데 저번에 청소하다가 2층에 이상한 방을 하나 발견했는데.”


“어떤 방?”


“2층 끝에서 두 번째 있는 방... 아무것도 없이 커다란 기계 하나랑 화면만 있던데.”


“그 방 문이 열려 있었다고...?”


“응. 그냥 여니까 열리던데?”


“이 관리인을 그냥!”


“근데 거기 뭐 하는 곳이야? 그 화면에 사진들이 빠르게 지나갔는데 그중에 내가 아는 얼굴을 본 것 같아서.”


“...”


“아 물론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는데...”


“그 방은 얼굴을 바꿔주는 곳이야.”


“얼굴을 바꾼다고?”


“응. 원래 자신의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이 필요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야. 정규직들을 위한 복지랄까.”


“흠... 한 마디로 회사에서 자기 직원 성형을 시켜 주는 거네.”


“성형의 개념이라기엔··· 무조건 예쁘고 잘생겨지고 싶다고 이용하는 건 아니야.”


“잘생겨지고 싶은 게 아니면 굳이 자기 얼굴을 왜 바꿔?”


“예를 들면 자신의 원래 얼굴이 아닌 다른 얼굴로 보여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잖아. 물론 일정 기간 동안만 바꾸는 것도 가능 하고, 원하는 상대에게만 다르게 보이도록 적용할 수도 있어.”


“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세연씨의 얼굴이 사실 이세연씨의 본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는거지? 만약 이세연씨가 나한테만 적용하는 방식을 선택했다면 내가 보는 이세연씨 얼굴이랑 아저씨가 보는 이세연씨 얼굴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거고?”


“이해가 빠르네.”


“흠 그럼 나도 좀 더 잘생긴 얼굴로...”


“넌 계약직이라 안된다니까!!!”


“그럼 그 방 나 다시 한 번만 구경시켜 주면 안 돼?”


“나중에. 일단 지금은 구경시켜 줄 방이 따로 있어.”


“무슨 방인데?”




***



“뭐야. 4층부터는 객실이라며.”


“맞아. 그런데 객실이 아닌 방이 딱 하나 있어.”


“정확히 말하자면 세진 아가씨와 제가 객실을 개조해서 만든 방이죠.”


“들어가 볼까?”



벌컥-



“와... 미친. 이게 다 뭐야?”


“뭐긴 뭐야. 형사 드라마에서 많이 봤을 거 아냐.”


“그건 형사나 변호사, 검사들이 하는 거잖아!”


“그치. 하지만 여기는 니가 말하는 형사나 변호사, 검사들이 없는데 어쩌겠니. 우리가 해야지.”



방 한쪽 면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사진.

그 사진 속에는 강현재의 모습도 있다.



“이런 식으로 내 뒷조사를 하고 다녔다 이거지...”


“어쩔 수 없었어. 니가 이세진이랑 꽤 자주 접촉한 사람이었으니까.”


“사생활 침해로 신고할 거야.”


“여긴 경찰 없다니까.”


“김혜성 사진도 많이도 찍어 놨네. 응? 얘는 기자인데? 너 내 친구까지 뒷조사 한 거야?!”


“뭐? 강현재 당신 친구라고?”


“응 맞아 내 친구 김기자! 중안 일보에서 일하는.”


“사실 주요 인물은 아닌데... 최근에 김혜성이랑 접촉한 인물이라 찍어뒀어.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못 들었네...”


“근데 기자라면 뭐 그럴 수 있어. 나랑 수면시계에 관련된 얘기도 했었고... 특종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애니까.”


“믿을 만한 친구야?”


“당연하지. 정태수 같은 애랑은 다르다고. 내가 혼수상태가 아니었다면 분명 나한테 전화해서 뭐든 말했을 거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근데 이 사람은 누구야? 저기 벽면의 5분의 1을 꽉 채우고 있는 사람.”



수많은 사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 모든 사진 속의 그는 까만 포마드 헤어에 검은 자켓을 걸치고 있다.



“저 사람이 사실 가장 주요한 인물이야.”


“누군데?”


“박재우 이사. 나의 아버지, 그러니까 이상철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들어왔고 자녀인 나와 세진이보다도 회장님께 더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어.”


“어휴 자매가 잘 좀 해보지 그랬냐...”


“시끄러워. 박재우 이사는 우리가 중학생일 때 부터 삼일과 함께했어. 아저씨는 우리한테 정말 자상했지.”


“근데 그런 사람이 왜 주요 인물이라는 거야?”


“그게... 그냥 나는 좀 꺼림직했어. 사람 잘 안 믿는 우리 아버지가 아무런 연고 없는 사람을 비서실장으로 세운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3년 전부터 비서실장 일에서 손을 떼고 이세진 직속 부서로 들어갔어. 그리고서는 고 망할 기지배랑 붙어 다닌단말이지.”


“그건 그냥 이세연씨 추측 아니야? 근거 없는 추측으로 수사를 시작하면 안 된다고.”


“내 삘은 항상 거의 정확해.”


“한 회사의 부사장이 삘로 일 처리를 해도 되는 거고?”


“어쨌든. 하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해 별다른 단서는 찾지 못했어. 가끔 들어 보면 시계랑 관련 없는 이야기만 하고.”


“삘을 믿는 타입은 아니지만 흥미롭기는 하네.”


“이제 저희 셋은 한 팀으로 움직이는 겁니다.”



입을 다물고 있던 해국이 오랜만에 말을 꺼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저씨는 무슨 이유로 세연을 이렇게까지 도와주고 있는 것일까?



“야야야 강현재씨 너 또 잡생각 하지.”


“그런 거 아니야. 자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




수면시계는 매일 오후 11:30 에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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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또 다른 세계(2) 20.11.07 21 0 11쪽
27 또 다른 세계(1) 20.11.06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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