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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창녀와 광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K8086
작품등록일 :
2014.08.06 07:20
최근연재일 :
2014.08.21 00:0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8,248
추천수 :
289
글자수 :
301,785

작성
14.08.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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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2쪽

16화(완)

DUMMY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오는 성모의 실루엣을 받으며 나는 거울속에 내 모습을 비추어보았다. 하얀 드레스, 손에 든

꽃다발, 그리고 머리에 올려진 하얀 면사포... 그냥 천조각이라고 생각했던 물건이었지만 마력이 있었다. 뭔가 이것을 쓰고

있는 동안에는 순결한 신부가 된것처럼 마음이 성스러워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 면사포를 벗으며 말했다.


"뭐... 역시 내가 주인이 아니라 그런지 큰 감흥은 없네."


마틸다가 면사포를 받으며 말했다.


"니가 훨씬 잘어울린다 얘, 난 망했어... 이게 뭐야. 배가 남산만해져서... 허옇게 입으니 그냥 눈사람 같아. 에라드 이

망할자식... 스코틀랜드 따위는 넉달만에 발라버릴수 있다고 말해놓구선... 이 지경이 되서 결혼식 하면 이게 무슨

망신이야... 어제도 앙리 주교한테 두시간도 넘게 설교 듣고 왔어."


"에라드경을 너무 나무라지 마. 정말로 전투는 넉달만에 종료됐어. 전설의 영웅을 만나보겠다고 다들 너무 달려드는 바람에

발을 빼지 못해서 늦은거지. 그리고 위체 가문에 너희 시부모님 구출하는 것도 좀 걸렸고..."


나는 조금 떨떠름해하는 부모에게 배가 남산만해진 상태로 마틸다를 인사시키며 연신 모친과 아내의 사이에서 진땀을 빼는

전설의 영웅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결국 아내측 가족으로 상견례에 참가한 각료들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녀를 받들어주자... 그냥저냥 결혼식이 결정되어 버렸다.


앙리 주교는 대노해서 여러차례 두년놈을 불러다 고해성사와 회개기도를 시키고 육욕에 빠져 혼약도 없이 사고친 커플의

사건을 지적하여 진을 빼게 만들었다. 덕분에 사생아가 아니냐는 헛소리를 하며 세례를 거부할 주교는 아무도 없을듯 했다.

결혼식은 앙주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일사천리로 준비되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나의 곁에서 일하며 시민들과 허물없이

지낸 시녀장을 사랑했고 그녀를 진심으로 축복해주었다.


결국 날씨가 화창한 토요일 두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다. 주례를 밭은 앙리 주교가 워낙에 설교를 길게 해서 몇몇 하객들이

졸다 불호령을 듣기도 했지만 모든게 순조러웠다. 피로연으로 이어진 축제는 오랜만에 앙주에 축제다운 축제를 맛보게

해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어져 같이 춤추고 먹고 마시며 오랜 내전의 기억을 씻어내고 다시 찾아온 봄과 평화에

환호하였다. 즐거운 시간 속에서는 나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 내 곁에 있었으면 하는 사람... 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살짝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 저녁이 되었다.


이제 파티는 끝나 있었고 하객들은 다들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하녀들에게도 정리는 내일로 미루라고 선언하고 다들 일찍

퇴근시킨 다음 남은 음식들을 가지고 집무실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런 나를 따르듯 담소하던 참사회의 각료들도 들어왔다.

한참동안을 오늘 있었던 결혼식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에 취해 유부녀한테 수작을 걸다남편에게 한대 맞은 로베르

부재무관의 이야기, 대장의 용기에 힘을 내 슬금슬금 앙리주교에게 결혼신고를 하러 갔다 벌서 애가 생긴걸 들켜서 단체로

얼차려를 받은 퀸스가드의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을 살짝 취한 취기와 흥겨운 기분으로 자유롭게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을때...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말해보세요. 뭐가 궁금하죠?"


나는 그들이 별다른 말없이 내가 먼저 얘기하길 기다리면 늦은시간까지 떠나지 않고 남은 이유를 안다. 하지만 조금 그들을

시험하듯 물은 질문에 입을 연것은 루이 첩보관이었다.


"저번에... 에드워드 폐하의 청혼을 받으신 일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나는 조소하듯 말했다.


"아아... 나의 체스마스터, 플레이어는 나라고 했으면서 내 사생활에 대해선 관심을 놓치지 않는군요. 이미 알고 있지 않나요?

제의는 거절하였고 저는 집에 돌아왔어요. 더 무슨 이야기가 궁금하죠? 어차피... 그날 내 주변에 수십명도 넘는 사람들을

심어놓았잖아요. 이미 내가 했던 행동은 다 확인하지 않았나요? 다음부터는 좀 정예 요원으로 붙이세요. 제가 눈치를 챌정도면

다른 사람들은 오죽했을까요?"


루이 첩보관은 웃으며 말했다.


"일부러 경고차원에서 그랬습니다. 폐하야 말로 주의를 하셔야죠. 그렇게 저희들에게 언질도 없이 혼자 죽으러 가시면

어떻게 하십니까? 에드워드왕이 정말로 폐하를 죽이려 했다면 어쩔 생각이셨습니꺼? 그리고... 저희도 에드워드왕의

프로포즈를 거절하신것 까지는 확인했지만 그 이유나 그일이 있은 이후 두분이 따로 자리를 옮기셔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눈 대화에 대해서는 엳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몹시 궁금합니다. 부디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대체 무슨 말씀을

하셨길래 에드워드 왕이 그 이후 스코틀랜드 국경지대에서 병력을 이끌고 스코틀랜드의 신경을 툭툭 건드리면서 실제로는

아일랜드를 정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겁니까? 그날의 일과 무관하지 않은 행동이라 보입니다만."


나는 조금 의자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흐음... 좀 긴 얘기가 될지도 모르네요. 하지만 들려드릴께요. 이건 앞으로 우리 앙주의 미래와도 연결된 이야기일지도

모르니깐요. 밖에서 몰래 엳듣고 있는 에라드와 마틸다도 얼른 들어오세요. 여긴 와인 밖에 없으니 임산부는 포도쥬스를

들고 들어오도록 해요."


그 말에 마틸다가 투덜거리며 들어왔다.


"그러니깐, 그냥 들어가자니깐... 미안, 몰래들을 생각은 없었는데 이 잉글랜드 얼간이가 끝까지 별일 없을꺼라고 신혼

첫날밤이나 보내자고 해서 말이야. 배가 남산만한데 그거 하고 싶냐? 이 짐승아!"


에라드는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며 들어왔다.


"아니, 그래도 날이 날인데 오늘 같은 날 각료회의는 좀 그렇잖아."


나는 그들에게 웃어보이며 그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그날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제안은 얼핏 들어보면 합리적인 것 같아요. 한 나라에 공존할수 없는 두 왕이 결혼을 통해 하나로 될수 있다는 그의

생각은 보편적인 방식이예요. 하지만, 저희 둘의 상황은 그렇게 보편적인 방식으로 왕이 된것이 아니예요. 저희들이 왕이

된것은 정상적으로서는 통할수 없는 방법, 그런 상황에서 그런 보편적인 대처를 하는 것은 문제를 발생시킬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바로 대외적인 문제예요.


국내에서야 어떻게든 힘으로 반대 의견이나 비방을 잠재울수 있겠지만... 대외적으로는 그럴수 없어요. 결국 각국에서는

그 결합을 두고 정통성과 권위가 없는 창녀와 광대가 결합한거라고 수근댈게 뻔해요. 그건 안되요. 나라는 왕과 마찬가지로

존엄을 가져야 합니다. 왕의 출신으로 인해 국가가 모욕을 당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합도 나중에는 결국 서로의

우위를 다투는 파벌을 만드는 것은 변함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수 밖에 없었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와인을 한잔 들이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본 각료들은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나를 위로하며 말했다.


"너무 걱정이 앞서신거 아닌지요? 파벌의 싸움이야 언제나 있는 법... 두분이 그것을 막기 위해 희생하실 필요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사태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도 방법은 아닙니다. 이미 우리들의 나라에 대한 입장에

대해 앙주파의 귀족들이 처우와 입장에 대해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언젠가 하긴 해야 합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제안을 거절하신 건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지만 그 거절에 대한 다른 대안이 없으면 차라리 동의하심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상했던 의견들이다. 나는 그래서 고개를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각료들... 나의 가족들...

그들에게라면 이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까? 나는 조금 걱정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그건 에드워드 폐하도 지적하신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애써 저를 만류하려 하였고, 우리는 둘만 있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을 논의했어요. 그러다가 결국 좋은 방법을 발견했어요. 저는 그것을 실행하려고 해요."


나의 말에 에라드가 어께를 으쓱이며 말했다.


"오오... 대단하십니다. 그 방법이 뭔가요? 들려주십시오."


"뭐 자랑할만한건 아니예요. 다들 아시겠지만 제가 워낙에 계획없이 저지르는 것만 잘해서... 그냥 비슷한 거예요. 결국

한 나라에서 두명의 왕이 존재할수 없는게 문제라면... 두명의 왕이 존재할수 있는 나라를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에 대해서 에드워드 폐하가 제게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들어보니 괜찮은 생각인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그 방법을

시행하기로 결심했어요."


나는 다시 와인을 한모금 들이켰다. 잠시 뜸을 들이고 나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황제가 되겠어요."





잠시동안 정적이 일었다. 그리고 한참후 에라드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아아... 폐하, 이런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지만... 대단히 무리한 생각이시군요."


"그런가요? 전 현제의 문제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으로 생각되는데요. 왕국이라면 왕이 두명일수없지만... 제국이라면

왕이 여럿이어도 상관이 없다면서요?"


"그런 간단한 이유로 선택하신 방법이 그런 무지막지하신겁니까? 황제란 그렇게 아무나 자기가 하겠다고 해서 할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닙니다."


"많이 다를까요? 제 경험에 의하면 시장이 될때도, 총독이 될때도, 왕이 될때도... 전부다 그냥 하던 일 열심히 하고

누가 할 사람없냐고 물어볼때 하겠다고 하면 그냥 저 하라고 하던데요. 물론 사소한 몇가지 소요가 있기는 했지만..."


에라드가 소리쳤다.


"지금 잉글랜드의 모든 봉신을 모욕하고, 샴페인 공작의 2만 대군을 몰살시키고, 프랑스를 반쯤 붕괴시켜버린 걸 사소한

소요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하아... 좋습니다. 일단 황제 하신다고 치겠습니다. 어떻게 하실건데요? 구체적인 황제가

되기 위해 생각한 방법이 있으신가요?"


나는 조금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일단은 당당 급하게 해야 할 일들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을 그 일과 연계해서 생각해 보았어요. 현재 이땅에 가장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그건 바로 세속군주의 교회에 대한 폭거라고 생각합니다. 십자군 전쟁에서 교회가 보여준 세속의

모습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건 어쩔수 없다 해도... 지금 교황 성하를 아비뇽에 끌고가서 구금하고 대립교황을 방치해서

이땅에 혼란을 주고 있는 문제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지금 당장은 내전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으고, 새로 편입된 베리와 노르망디의 영지를 복구하고 앙주의 체제를

도입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내후년까지 영지의 정상화와 더불어 병력을 키울 생각입니다. 참모부와 첩보부에 지시해서

계산해봤는데 대충 제가 하려는 과업을 위해 필요한 병력은 12만 8천명 정도가 필요하다고 예상하더군요. 좀 어렵겠지만

내후년까지 병력의 훈련과 무장이 어느정도 끝나면, 아비뇽으로 순례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나는 조금 목이 마르는 것을 느끼고 다시 한모금 와인을 마셨다. 각료들은 딱히 이렇다할 표정없이 내 얘기를 멍하니

듣고 있었다. 나는 말을 이어갔다.


"아비뇽에 가서 교황 성하와의 면담을 신청하고 그분의 안위를 여쭙고 제게 축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정중히

그분의 의사를 여쭙겠습니다. 만약 그분이 로마로 돌아가서 이 혼란스러운 교회의 분열을 종식시키기를 원하신다면 저는

그 의사를 받들어 그분을 모시고 로마로 향하겠습니다. 경로를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희와 의견이 다른 분들을

다소 배제하고 도착해서 대립교황에게 정중히 원만한 해결을 해주십사 요청드리겠어요.


그렇게 하면 저는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 황제로서의 명분이 생긴다고 하더라구요. 전에 누구셨더라? 비슷한 행보를

거치시고 황제의 제관을 받으신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나의 의문에 대답한 것을 필립 재상이었다.


"샤를마뉴 대제... 그분이 롬바르디아와 비잔틴의 위협에서 교황령을 구원하고 로마의 황제가 되었던 전례... 그걸 말씀

하시는 것 같군요."


"아! 맞아요. 샤를마뉴라고 하셨어요. 네, 그래서 마침 전에 누가 한번 해보신 일이기도 하니 그대로 하면 어떨까 싶어요."


필립 재상이 덧붙였다.


"순수하게 샤를마뉴 대제의 길인것 만은 아니군요. 동선을 따라 생각해보니 그건 그보다도 예전에 갈리아에서 로마를 향했던

시저의 길과도 통하는 군요."


"그런가요? 사례가 이미 두건이나 있으니 다행이네요. 저 혼자 튄다는 소리는 안듣겠지요. 어떠세요? 제가 세운 계획이?"


나의 질문에 각료들은 달리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참 후 에라드 경이 여전히 두통이 가시지 않는지 머리를 쥐고 물었다.


"것참... 심플한 설명이시군요. 말은 그럴듯 하네요. 근데... 그 와중에 발생될 상황들은 어떻게 합니까? 분명히 말씀하신

내용중에 제대로 생략된 우리와 뜻이 다른 상대들의 반대 의견과 그에 따르는 행동들은 어떻게 처리하나요?"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에라드경, 당신이 고민할 일이죠."


그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입을 뻐끔거렸다. 그리고 물었다.


"제가요?"


"네, 당신이요."


"왜요?"


"그야 당신이 제 대장군이니깐요. 이제 제국의 대장군이 되셔야 하구요."


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한참후...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그거 참 재밌는 농담이시네요."


"농담 아닌데요. 이미 제가 말씀드린 계획에서 예상되는 에라드 경이 상대하게 될 분들에 대한 면면도 조금 파악이 되었어요.

그분들께서도 에라드 경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다는 첩보도 파악되었구요. 요한 경, 레드 장군, 프로핏 대장, 쥰 백작이

아마 당신이 상대해야 할 분들이 되실것 같아요."


"자... 잠시만요... 지금 말씀하신 사람들 혹시... 황제의 사령광 요한 우드, 폭풍 레드 차이노, 시체를 수확하는 자

프로핏 텐, 트릭스터 쥰 호스를 말씀하시나요?"


"아, 네 과연... 친하신가 봐요. 잘알고 계시네요."


그가 갑자기 소리를 꽥질렀다.


"모를수가 없잖습니까!!! 다들 유럽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최고의 명장들이잖아요. 저같은건 그 사람들 부관으로도 기용

될수 있을지 말지 모르는 상황인데... 근데 그 사람들이 저를 주목하고 있다고요? 으아아악!!! 난 이제 죽었어..."


그는 정말로 사형선고라도 받은 사람처럼 절망적으로 나뒹굴었다. 그리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이건 무립니다. 절대 하시면 안됩니다. 그대로 하셨다가는 죄다 전멸합니다. 애초에 무리수가 넘쳐 흘러 강과 바다를

이루는 계획입니다.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 아닙니다. 각료분들에게 확인해 보세요. 다들 그렇게 말씀하실 겁니다.

필립 재상님! 이거 무리한거 맞죠?"


필립 재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무리하다."


"들으셨죠? 필립 재상님도 무리하다고 생각하시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필립 재상의 말이 이어졌다.


"무리하게 로마를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타국의 시선을 생각하신다면 로마보다는 예루살렘이 더 낫습니다. 추기경들의

권력 다툼으로 얼룩진 로마를 무리해서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레반트로 가시죠. 천년의 왕국, 천년의 제국을 세우는 겁니다.

제가 모든 장애요소들을 치워두고 레드벨벳을 밟으며 도달하실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에라드는 눈이 이만해지며 필립 재상을 노려봤다. 나는 필립 재상에게 말했다.


"아직, 아이유브가 성지에 대한 개방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교도와의 불필요한 전쟁을 벌이기 보다는 내부의 단속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한이 남으시겠죠. 사절을 파견해서 멜리장드 여왕님의 유해를 송환할수 있도록

협상하겠습니다. 일단 그곳을 점령하는 것은 장기 계획으로 미뤄두시죠."


"네에... 알겠습니다. 명 받들겠나이다."


에라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젠장할! 되려 부추기시면 어쩝니까? 안젤모 재무관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 계획에 동원될 정예 병력 만들 예산이

충분히 있기는 한겁니까? 로마 제국군 이후 최대 규모의 군대를 말입니다."


"부족하다."


"들으셨죠? 안젤모 재무관님도 예산 모자라다고 하시잖아요."


"아무리 계산해봐도... 12만 5천명이 한계다."


에라드는 뭔가 첫사랑에 실연당한 소녀 같은 눈빛으로 안젤모 재무관을 바라보았다. 안젤모 재무관이 설명했다.


"숫자 뽑은게 안토니오였나 보군요. 그 녀석은 정확하긴 한데 시킨것만 하는 나쁜 버릇이 있죠. 황제로 가는 길에 필요한

대관식 비용이나 하사품 비용을 감안하지 않은 것 같군요. 그걸 감안하면 12만 5천명이 한계입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뺨을 살짝 긁적이며 말했다.


"국채를 발행하면 어떨까요?"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야, 에라드! 해결됐다. 대충 되겠다. 아참... 근데 채권 그렇게 남발하면 안되는데... 이거

발행을 해도 되나 마나?"


안젤모 재무관은 흥얼거리며 내 의견에 동의하고 다시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에라드는 구원자를 찾아 헤매다 루이

첩보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첩보관님이 좀 설득해봐요. 다들 어떻게 된거 아닙니까? 이거 무리한거 맞잖아요? 나만 이상한거예요? 당신같이 전 유럽을

손바닥 들여다 보듯이 보는 분이라면 좀 제대로 말해달라고요. 이거 부담스러운 일이라고요."


"부담스럽다."


에라드는 그제서야 구원군을 만난 표정으로 얼굴이 환해졌다. 나는 물었다.


"많이... 부담스러운 일일까요?"


"네에...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죽일놈과 살릴놈 가려내는 살생부 작성하고 현지 네트워크 재정비하러

로마에 한 석달 출장 갔다와야 하는데... 로마 음식들은 올리브 오일을 너무 많이 써서 위장이 부담스럽습니다. 저번에

일주일을 다녀왔는데도 속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석달이라... 벌써부터 속이 더부룩하군요."


에라드는 울것 같은 분위기로 돌변했다. 나는 손을 들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번에는 첩보관님은 앙주를 지키시고 마틸다를 보내보면 어떨까요? 최근에 열심히 가르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내년 정도에 출산 후에 방문하게 하는 건 무리일까요?"


마틸다는 내 말에 반색을 하며 루이 첩보관에게 말했다.


"사부님, 제가 갈께요. 저는 로마 요리 좋아해요. 그리고 내년에 출산하면 아기 안고선 유아 축복 순례라는 핑계로

다녀올께요. 아무도 저를 의심하지 않을꺼예요."


"흐음... 뭐 그것도 괜찮겠지. 근데 내가 전에 알려준거 명심하고 있겠지?"


"네! 신성로마 제국 황제와 시실리 왕은 바보니깐 죽이지 말고 살려서 이용하고, 세속 출신 사제들은 가급적 사고로 위장해서

처리할것! 그리고 여론 조작시에는 돈과 먹을 것을 아끼지 말고 뿌릴것! 재밌을것 같아요. 일단 살생부는 실행하기 전에

사부님 검사 받고 진행할께요."


"안받아도 된다. 일단 대충 처리하고, 혹시 빠진놈 있으면 내가 보충수업으로 알려주마."


두 사제의 정겨운 커리큘럼에 대한 대화에 결국 에라드는 화를 내고 말았다.


"임산부한테 그딴거 보충수업시키지 마!!! 아 정말 다들 왜이러는 거야? 나만 이상한거야? 나만 안된다고 생각하냐고?

아! 앙리 주교님... 주교님이 좀 말씀해보세요. 이거 무도한거잖아요. 이렇게 맘대로 황제해도 되는 겁니까?"


"무도하다."


"것보세요! 앙리 주교님은 무도하다고 말씀하시잖아요."


"무도하다. 감히 성하를 뒷전에 모시고 네가 먼저 로마에 입성하려 들다니... 그곳은 순교자들의 피와 희망으로 지어진

카톨릭의 심장부... 군화발로 먼저 짖밟고 들어가는 무도함을 감히 논할수 없다."


나는 조금 난처하게 웃으며 말했다.


"군대는 들이지 않겠습니다. 아마도 그곳에 도달할 무렵이면 잔류한 반대세력이 있을지 의문입니다만, 그런 자들도 로마를

확보하는 즉시 스위스 용병대에게 치안권을 인계하여 세속에서 관여하는 일이 없도록 할것입니다. 모든 것은 성하께서

무사히 교황청에 입성하신 후 부름을 받으면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와중에 앙리 주교님께서 성하를 보좌하시고 의식을

주관하는데 역활을 맡아주셔야 할것 같습니다."


"흥, 당연히 그래야지. 에라드, 들었지? 로마에 시가전은 허락치 않는다. 성하가 도달하시기 전에 그안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또한 반대세력이 남아 있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깔끔하게 일을 처리하길 바란다."


"아니... 일단 그게 불가능하다는 건 왜 아무도 지적하시지 않나요?"


나는 울기 직전인 그에게 다정하게 말해주었다.


"아마도 가능하니깐 그런거 아닐까요? 지금까지 많이 수고해주셨지만 앞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것 같아요. 나의

대장군님..."


그리고 나는 모든 각료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제 터무니 없는 꿈을 진지하게 들어주시고 지원해주시는 각료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것은 폐하께서 원하시는 뜻대로..."


"인생의 즐거움은 여기 다 있으니 부와 영광, 황위를 받치겠나이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군요. 첫번째 한수로 퀸을 움직이시다니 명안이십니다."


"주님이 축복하리니, 시저의 것은 시저에게 돌아갈것이다."


나는 미소지으며 와인병을 들고 각료들의 잔에 병에 남은 마지막 와인을 따랐다.


"앞으로 바쁜 시간이 계속 될것입니다. 앞으로 이렇게 느긋하게 와인과 추억을 논할 시간도 당분간 없을지도 모르죠.

그러니, 오늘 건배하죠. 앞으로 우리가 헤쳐나갈 시간 속에서 모두가 다 행복하고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마침내 로마에

도착해서 오늘을 회상하며 다시 건배하기를... 건배!"


"폐하를 위하여 건배!"


각료들의 와인글라스가 맑은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나는 조용히 회상을 마치고 눈을 떴다. 풍경은 항상 비슷하다.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 항상 나는 이 시기면 뭔가 새로운

인생의 선택의 시간을 마주하곤 한다. 쌀쌀한 바람과 이제는 말라버린 낙엽들... 나는 내가 처음 시작되었던 앙주의 시장으로

내딛은 발걸음을 회상하였고, 그 이어진 시간속에서 내가 걸었던 길들과 만났던 사람들과, 특별한 사건들을 추억하였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조금씩 흩날리는 눈발속에서 내 정면에 있는 거대한 성베드로 성당의 위용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그곳으로 향하는 거대한

회랑과도 같은 길 사이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나를 보러 들어와 있었고, 크리스마스 미사를 드리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병력 진입을 거부당하기는 했지만 워낙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다 보니 교황청도 마지못해 주요

요인들을 보호할 병력 진입을 허가하였다. 그래서 나는 내 뒤에서 나를 주시하며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나의 소중한

사람들과, 나의 근위대 퀸스 가드를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로마를 둘러싸고 있는 20만명의 병사들의 열기가 내 마음속에

전해져 오는 듯했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필립 재상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의 행보가 시작되자 나를 지지하겠다고 표명한 사람들, 나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 예전부터 나를 따르며 그 우선권을 인정 받으려는 사람들이 필립 재상을 둘러싸고 열심히 자신을 흥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비잔틴의 로고테테스와 북유럽의 왕가의 후계자들, 그리고 잉글랜드의 작위가 올라간 앙주파의 오랜

지인들이 그를 둘러싸고 자신의 대화 기회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중에 아이유브의 사절로 보이는 사람들은

옛 교전상대였던 필립을 기억해내고 추억을 회고하고 있었다. 그들이 가져온 유골 보관함을 받아든 그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나는 그의 회한이 풀어진 미소를 잊을수가 없었다.


안젤모 재무관은 다소 기묘한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고 있었다. 기욤 재무부 수석 서기관의 통역에 의해 안내를 받고 있는

동방에서 건너온 사람들은 앞으로 후추와 은의 교역에 중대한 파트너가 될 고객들이라고 설명했다. 몇주전 베니스를 탈환하고

단돌로 가문을 추방한 다음 시의 비리를 청산하고 있는 로베르 부재무관은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공석이 된 베니스의

도제 자리를 슬쩍 안젤모 영감님에게 밀어버리고 자신이 재무부를 독차지할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당장

대서양 너머의 대륙에 영지를 만들자는 그의 의견을 채택해도 좋을지는 좀더 고민해봐야 겠다.


루이 첩보관은 마틸다와 함께 책자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냥 평범한 이탈리아 요리책으로 표지가 그려진 책에는 수많은

유럽의 주요 인물들의 내역이 기재되어 있었고, 지난 1년 사이 두 사제는 사이좋게 그 책에 기재된 인물 중에 절반 이상의

복종의사를 받아냈고 열명중에 한명을 좋은 곳으로 모셨다는 보고를 올렸다. 마틸다는 이제 3살이 된 에라드 2세에게

백묵을 쥐어주고 책의 아무곳이나 낙서를 해보라고 웃으며 말하고 있다. 페이지는 아풀리아 챕터... 오늘 에라드 2세의

낙서가 심하지 않길 빌어야 겠다. 랜덤하게 사람이 죽는건 역시 슬픈 일이다.


에라드경은 여전히 구토하고 있었다. 그는 지난 1년간 다시 깨지기 힘든 전설을 세우고 매일매일 구토와 탈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제일 처음 그를 상대한 황제의 사령관 요한 우드는 다행히 교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직접 신변이

확보된 황후를 열심히 설득하여 그를 물러나게 하고 전쟁에 불참하겠다는 동의를 받아내었기 때문이다. 황제의 사령관은

일주일간의 교전없는 대치 이후 그대로 퇴각하면서, 패하지 않았다고 애써 위로하는 참모들에게, 실제로 붙었다면 자신이

졌을꺼라고 담담히 말해서 에라드의 명성을 올려주었다.


아키텐을 수호하던 연합군의 사령관 폭풍 레드 장군의 공세는 강렬했다. 그의 폭풍 같은 기세에 에라드는 세겹의 방어진을

적의 사령부 인근에 펼치고선 압박 공격을 가했다. 그러자 주춤해진 레드 장군의 공세를 에라드는 두번 돌격해서 부대를

물리치는데 성공했다. 제노바 해군과 연계하여 바다와 육지의 양면 공격을 특기로 하는 프로핏 텐 장군의 공격에, 에라드는

해변에 퀸스가드를 고속으로 기동하여 상륙하는 틈을 노리는 기습작전, 작전명 수달 사냥을 실행하여 그를 포로로 잡는데

성공하였다. 마지막으로 시실리의 노르만 기병들을 이끌고 온 쥰 호스는 항상 자신이 장기로 삼는 거짓투항으로 적진에

잠입한 병력이 교전시 반전하여 승리를 거두는 방식을 채택했다. 마틸다는 그런 그들의 모략에 조직원들을 풀어 식사에 뭔가를

타서 거짓투항한 병사들을 남김없이 진지에서 몰살시켰고, 실제 교전이 발생했을때 예상했던 내응이 없자 당황한 쥰 백작은

퀸스가드의 거침없는 돌격에 무너져내렸다.


그렇게 그 모든 전투가 끝났을때 로마로 가는 길은 활작 열렸고, 수많은 영주들과 왕들이 에라드를 칭송하며 우리의 세력에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고, 에라드는 그냥 진지 뒷편에 가서 신나게 구토했다. 역시... 아무리 책임의 무게를 짊어지고

더 강해지는 나의 대장군도, 전 유럽의 주목을 받는 중압감에는 한계가 있는듯 했다. 이번 작전을 마치는 대로 마틸다와

에라드 2세와 함께 마음의 여유를 가질수 있도록 휴가를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더 일시켰다간 유럽 최강의 반열에 당당히

선 나의 대장군의 별명이 구토하는 에라드라는 민망한 것이 될지도 모르니깐


앙리 주교는 지금 이곳에 없었다. 나는 그가 아비뇽에서 옛 스승이었던 교황 성하를 구출하고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며 너무

늦게 온것을 사죄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함을 느꼈다. 그는 현재 임시 궁무처장을 겸임하며 교황 성하의 옆에서 오랜

망명과 구금으로 쇠약해진 상태를 살피며 이곳 로마로 오는 행보에 정당성과 종교적 권위가 상실되지 않도록 엄한 규칙을

강조하며 행군을 독려했다. 수많은 추방된 사제들이 돌아오고 세속 군주의 손에 임명된 가짜 사제들과 대립 교황을 추종하는

기회주의자들은 모두 추방되었다. 그는 지금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나의 대관식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조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거리에서 굶주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 나는 황위에 오를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하지만

나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 옷차림도 딱히 화려하지 않은 예전 시장 때의 모습 그대로이고, 아직도 앙주의 시민들은 거리에서

만나면 내게 '좋은 아침이네요, 폐하'라고 다가와 인사를 나눈다. 머무는 곳도 예전과 변함없는 앙주 시장 관사 그대로이다.

그것은 아마도 황제가 된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을것이다. 필립 재상은 그것이야 말로 로마 제국의 프린켑스들이 보여준 황제의

위엄이라고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역시 나의 삶은 조금은 달라질 것이란 걱정이 들었다.


"이제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시죠. 수행하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는 살짝 무릎을 꿇고 내 손등에 키스하였다. 에드워드 왕은 오늘 광대가 아니었다. 그는 여제를

수행하는 제국의 가장 으뜸가는 기사의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와주었다. 그 역시 지난 시간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는

특유의 기만전술로 스코틀랜드의 전쟁터에 시선을 잡아두고선 아일랜드를 정복하여 그 섬에 군소 영주들에게 복종을 맹세받았다.

동맹이 털려나가는 것을 눈뜨고 보고만 있던 스코틀랜드 국왕은 노르웨이의 도움을 청했고, 노르웨이의 국왕은 영토의 야심을

품고 스코틀랜드에 북방의 전사들을 파견했다. 에드워드 왕은 항구에서 노르웨이 지원군을 환영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스코틀랜드의 왕과 귀족들의 눈앞에서 노르웨이의 함대를 왕립해군을 동원해 수장시켜 버렸고, 그대로 해안에 상륙전을

감행해 버렸다.


그후 1년간 산속에 숨어 자유를 외치는 하이랜더들은 식량이 고사되어 하나둘 자멸하기 시작했고, 모든 스코틀랜드의 영주가

항복을 선언하자, 그는 비로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를 통합하는 왕국의 왕으로 당당히 서게 되었다. 나는 그에게

차라리 내 대신 황제가 되는게 어떠냐고 제의했지만 그는 두말하지 않고 황제 대신, 황제의 광대가 되길 자처했다. 그리고

배를 손살같이 달려와 로마 외곽에 주둔한 나의 진지에 합류해 나에게 왕국을 받치고 그 대가로 폭풍같은 키스를 받았다.


사랑하는 나의 광대님... 나는 그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의 온기가 나에게 전해져왔고, 그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내 가슴

싶이 스며들었다. 처형대에서 처음만난 나의 왕자님... 나는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했고, 마침내 그의 신부가 될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최고로 멋진 미소를 보내주었고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내 앞에 어떤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는 나는

전혀 알지 못한다. 나는 그저 그 운명을 웃으며 받아들이고 나아갈 뿐이다. 가끔은 눈물 짓고 가끔은 미소지으며 나는 내가

할수 있는 일을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결정하고 걸어갈것이다. 첫 발걸음처럼... 나는 마음속으로 내 운명의 갈림길에서 늘

나의 걸음을 결정하게 했던 마법의 말, 엄마의 유언을 되뇌었다.


"자신의 주어진 일을 충실히 수행할것, 자신보다 남을 위해 살것, 사람들 앞에 한걸음 나서길 두려워 하지 말것..."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내 운명의 첫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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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46 loveis
    작성일
    14.08.21 00:38
    No. 1

    정말 즐겁게 읽었습니다. 또 한편의 글을 완결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을글 부탁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범체비
    작성일
    14.08.21 14:13
    No. 2

    완결 축하드립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14.08.21 19:42
    No. 3

    교회에 안나간지 거의 1년이 되가는데 하나님을 찾게 만드시는군요.
    거리의 여자였던 조안이 시장,왕이 되더니 3년만에 황제가 되는 과정을 짧게 하신건 탁월한 선택이셨습니다..안믿겨요;
    칭왕을 한 시점에서 엘리자베스 여왕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망치로 한대 맞은 기분입니다.
    열혈베스트에서 무심코 클릭한 후 정말 재미있게 잘 읽어왔는데 고작 16화의 여정이었다니.. 두번째 충격이네요.
    완결 축하드립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9 Jaodio
    작성일
    14.08.22 02:01
    No. 4

    아 뭐 이런 미친 퀄리티의 글이... 진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0 stoneax
    작성일
    14.09.08 10:45
    No. 5

    모사재천 성사재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st****
    작성일
    20.04.04 02:23
    No. 6

    작가님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4 해현
    작성일
    20.04.05 20:16
    No. 7

    소름 끼치게 재밌는 글ㅠㅠ... 우리 조안이 황제가 되다니... 중간에 왕 죽고 왕세자비도 죽고 소년왕이 그냥 에드워드한테 양위하면 되지 않았을까 왜 굳이 알몸으로 나귀 타고 가는 수모 겪어야 하냐고 불평했는데 다 이걸 위해서... 조안 너 하고 싶은 거 다해ㅠ 전편에서 청혼 거절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황제ㅠㅠㅠ 사랑해 조안ㅠㅠ 제국 세워버렸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28 하늘누리
    작성일
    20.10.07 01:59
    No. 8

    유럽사에 길이 남을 (가칭) 앙주 제국의 탄생인가요. 잉글랜드와 남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지는 광대한 영토와 다양한 신민들로 구성된 로마 제국 이후 유럽의 세계 제국이 탄생하는 엔딩이라니 정말 웅장해집니다(아무말)

    사실 앙주 전투의 묘사가 너무 감동적이어서 울 뻔 했지 뭡니까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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