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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창녀와 광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K8086
작품등록일 :
2014.08.06 07:20
최근연재일 :
2014.08.21 00:0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8,242
추천수 :
289
글자수 :
301,785

작성
14.08.08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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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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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2쪽

3화

DUMMY

운명이란 알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몇일전에만 해도 그저 거리의 여자인 내가 앙주의 시장이라니... 나는 처음


이곳에 올때와 마찬가지로 갈때도 에라드에게 호위를 받으며 앙주로 돌아왔다. 이미 앙주에서는 처형당하러 갔던


내가 간지 일주일째 아무 소식이 없어 엄청나게 불안해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내가 살아돌아오자 다들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살아돌아와 다행이라며 눈물로 반겨준 마틸다와 안젤모 영감님과 필립 선생님과 재회하고 나는 감시인으로


무장을 하고 나를 따라온 에라드와 함께 시의 광장으로 이동했다.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초조한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며


자신들의 안위가 어떻게 될지 불안하게 바라보았다.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나는 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자리, 시장에 있는 거구나라고... 나는 연단에 올라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주변에 가까이 오기만 해도 베어버릴


기세로 서있는 에라드를 잠시 외면하고 시민들에게 내가 겪었던 일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제가 1년간 시장의 직무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좀 난감하시겠지만 제대로 시장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모든 앙주의 시민들이 몰살된다고 하네요."





군중들은 침묵했다. 역시... 실망스러운 거겠지? 죽음의 마수를 피해갔다고 생각했는데 끝이 아님을 알게 되었으니.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질문했다.





"그러면... 복잡한 일은 제껴두고, 일단 전쟁은 끝났고, 앞으로 1년간은 아무 이상없다는 말입니까?"





"네에... 뭐 일단은 그렇습니다."





그리고 시민들 사이로 환호와 안심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야 끝났군..."





"당장 먹을것부터 수송해와야 겠어..."





"앞으로 1년은 어쩌지?"





"뭔 상관이야.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어서 밖으로 나가서 먹을것부터 구하러 가자고."





"만세! 전쟁이 끝났다. 어찌되었건 새로운 시장 덕분이야."





의외로 사람들은 1년간의 유예라는 사실보다 지금 당장 포위가 풀리고 당장 죽을 위기를 피한것에 더 감사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군중들의 앞에 있는 고위층과 유력자들을 바라보았다. 다른 군중들의 소소한 기쁨 대신에


그들은 역시나 불안함과 불신감을 가득 안고 있었다. 그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나였다. 이해할것 같았다.


이제 저 사람들은 앞으로 거리의 천한 여자를 1년간 시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것이다.


내가 바래서 시장이 된것도 아닌데... 나는 조금 씁슬한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곧 잉글랜드군의 포위가 풀릴겁니다. 시민분들은 동요하지 마시고 일상으로 돌아가주세요. 그리고 주말이 지나서


참사회의 의원분들은 참사회장에 소집해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일들을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광장에 군중들은 하나둘 자신이 있어야 할곳으로 떠나갔다. 아련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내가 돌아갈곳은


어딜까? 엄마가 죽은 이후 혼자서 그 작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죽을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무엇이든 바라는 것은 쉽게 이뤄지지 않듯 사소한 일로도 쉽게 죽을수 있는 이 세상에 내가 바라는 죽음은 쉽게


나에게 와주지 않았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시장의 관사와 참사회장... 이제 앞으로 1년간 내가 머물게 될곳은


저곳이다. 엄마를 만나고 싶지만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니깐... 앞으로


1년후 찾아올 죽음을 위해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그런 생각을 하며 나 역시 발걸음을


돌렸다.











생각보다 호화로운 관사의 밤은 나쁘지 않았다. 침대는 푹신푹신했고 먹을것도 충분히 있었다. 마틸다는 스스로


내게 찾아와 내 시중을 드는 일을 맡게 해달라고 했다.





"저기... 미안하지만 나 임시 시장이라서 전임 시장님처럼 널 총애해줄수는..."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나 권력자에게 빌붙으려는거 아냐. 그냥 구해준 은혜를 갚고 싶어서 그래. 이제 거리의 여자로


사는건 그만둘래. 네 밑에서 하녀로 평생 수발들면서 살께. 호화로운 대접이나 급여는 필요없어. 그냥 날 내치지만


말아줘. 부탁할께..."





그녀도 나름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인듯했다. 어차피 관사에는 전임 시장님의 하인들은 전부 도망간지 오래였고


나는 하인을 쓸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친구가 도와준다는 것은 나름 나쁘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웃으며 그녀에게 하녀는 됐고 친구로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원만하게 풀린건 그것뿐이었다. 아침에


참사회장에 나온 나는 맥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없네요..."





"저 여기 있습니다."





"네에... 루이 첩보관님 말고는 아무도 없네요. 참사회의 의원분들은 전부 불참하신건가요?"





"불참했다기 보다는... 도망갔습니다. 어차피 여기 모인 녀석들은 전부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 포위때문에


어쩔수 없이 남아 있었지 포위가 풀린 이 시점에 1년 후에 닥칠 몰살을 기다릴 이유가 없겠죠. 어제밤에 다들


가진 재산을 들고 다른 영지로 도주했습니다."





"네에... 그렇군요. 사실 조금 이렇지 않을까 생각은 했어요. 그런 고귀하신 분들이 저처럼 천한 거리의 여자를


시장으로 모신다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죠. 하아... 이것참 큰일이네요. 근데... 루이 첩보관님은 왜 남아계시죠?


어서 도망가세요. 처형도 상사도 다 달갑진 않은 상황이실텐데요?"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에게 빚이 있습니다."





"빚이요? 전 첩보관님에게 돈을 빌려드린적이 없는데요."





"돈의 채무가 아니라 책임의 채무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차기 시장으로 나가 잉글랜드 왕의 앞에 항복을 하러가야


하는 사람은 저여야 했습니다."





"왜요? 첩보관님도 그냥 참사회 관료이실 뿐이잖아요. 딱히 책임을 지실 이유라도?"





"돌아가신 조슬랭 시장은 저의 형님이십니다."





"네에? 하지만 첩보관님의 성은 느베리..."





"저는 사생아입니다."





아아... 그제서야 이유를 알것 같았다. 루이 첩보관은 무겁게 말을 이어나갔다.





"세상에 모든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조슬랭 시장도 저에게만은 좋은 형님이셨습니다. 하녀의 사생아로 태어난 동생을


친동생으로 아껴주고 학업도 마칠수 있게 도와주셨지요. 그래서 저는 형님의 누가 되지 않게 신분을 숨기고 형님을


일생 돕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이없는 정치적 암투에 휘말려 일이 이지경에 오고 형님은 돌아가셨죠.


원래대로라면 형님의 뒤를 이어야 하는 건 제가 되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비겁했습니다. 죽음이 두려웠습니다. 남겨진 가족들을 두고 떠날수 없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전혀 무관한 당신에게 희생을 강요하게 되었죠. 저는 비겁한 놈입니다. 제가 이곳에 남은건 당신의 각료


로서가 아니라 어차피 알게될 사실을 미리 고하고 정식으로 시장이 된 당신에게 처벌을 받기 위함입니다."





그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한참동안 아무말도 없이 침묵이 흘렀다. 나는 말했다.





"처벌할께요. 맡으신 직무를 그대로 수행하시며 제 밑에서 일하세요."





"시장님... 무슨..."





"1년후에 내가 모든 시정을 잘 수행하고 안심하고 처형당할수 있도록 노력해주세요. 1년후에도 지원자를 받아서


시장을 뽑을순 없잖아요. 제 다음 시장이 되실수 있도록 업적과 명성을 쌓으세요."





"나는 당신을 죽음으로 내민 자입니다."





"아뇨, 전 제 발로 걸어갔어요. 유감스럽게도 아직 도착은 못했지만요. 제가 정말로 독한 마음을 먹었다면 그냥


에드워드 왕자에게 시장이 아니라고 했을꺼예요. 하지만... 전 그러지 않았어요. 왜인줄 아세요? 그냥 왕자가


날 회유하는 말이 기분나뻤기 때문이에요. 목숨이 걸린 문제를 결정하기에 사소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사소한거 맞아요. 하지만 저는 제가 결정한일에 다른 사람이 이러쿵저러쿵 평가내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제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그냥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제가 하려는 일을 도와주세요. 그게 제가 요구하는


당신이 저지른 행동에 대한 처벌이에요. 납득할수 없나요?"





그는 울것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네, 저는 이해할수 없습니다. 시장자리 한번 차지해보려고 불쌍한 여자를 난간에서 밀어버리는 형과 그런 아이디어를


주는 동생에게 당신의 생각은 이해할 수도 없고 납득할 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바라시는 것이


제가 당신의 첩보관으로 계속 일하는 것이라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시장님..."





"네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일을 시작해보죠. 우선은... 도망간 의원님들 대신 참사회의 각료들을


채우는 일부터 우선해야겠죠? 현재 공석이 어떻게 되죠?"





"중간 관료들과 직원들은 어떻게든 제가 데리고 와서 채워보겠습니다. 하지만, 시장님의 측근으로 시의 정책과


방향을 결정할 주요 각료는 시장님이 선임해주셔야 합니다. 현재 시의 외무를 담당하는 재상, 재정을 담당하는


재무관, 군무를 담당하는 대장군의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사제는요?"





"주교령의 앙리 주교가 현임이지만 도망가지도 않았으면서 참사회 출석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해당 직위는


당장의 시정에 큰 영향은 없으니 그냥 놔둬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흐음... 그럼 우선 재상과 재무관과 대장군의 세명을 선발해야겠군요. 재상으로 마침 좋은 사람이 떠오르네요."











"내가 재상을 맡으라고?"





"네, 선생님... 귀족들이며 상인들이며 저희 같은 거리의 여자들에게도 두루두루 좋은 평을 받으신 선생님이라면


분명히 좋은 재상이 되어 주실거라 믿어요."





"조안... 아니, 시장님. 저는 의사입니다. 제가 하는 일은 환자를 치료하는 일이지 나라를 운영하는 일이랑은


무관합니다. 저에 대한 신뢰는 고맙지만 그만 두심이 좋을것 같군요."





필립 선생님은 난처한 표정으로 거절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마찬가지입니다. 재상은 아픈 나라를 돌보는 의사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죽음과 고통이 오가는 빈민가에서 당신이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아픔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당신이라면 분명 이 도시의


좋은 재상이 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때 필립 선생님이 예상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





"선... 생님. 눈물이..."





"아, 이거 실례... 미안합니다. 잠시 옛 생각이 나서..."





그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고개를 돌려 옛 추억이 담긴 물건처럼 보이는 검은 바탕에 힌십자가 그려진 방패문양의


장식 천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부족하지만 힘이 닿는대로 당신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와주시는 것 만으로도 너무 큰 도움이 될거예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에게 감사를 표했고 그의 집을 나서다 희미하게 그가 읖조리는 듯한 말을 들었다.





"두번은... 실수하지 않아."





필립 선생님의 집을 나서며 다음으로 들린 곳은 정겨운 냄새가 풍기는 구둣방이었다.





"으하하하!!! 조안, 네가 사람을 제대로 봤구나. 재무관? 그래 그래 여기 앙주에서 나보다 더한 경제통을 찾긴


어려웠겠지. 나 아른다운 베니스의 위대한 안젤모 도제님께서 하기는 좀 작은 일이지만 그간의 정도 있고하니


특별히 맡아주마. 앙주의 시민들아 내가 간다."





안젤모 영감님은 몇마디 하기도 전에 광소를 터트리며 수락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동행한 루이 첩보관이 나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소문으로는 정신줄 놓으셨다는 말들이 들리던데요."





"괜찮을꺼예요. 오랫동안 거리의 여자애들의 일수 이자 같은걸 터무니 없이 떼일때마다 귀신같은 계산 실력으로


고리대금업자들을 괴롭게 만드셨던 분이예요. 뭐, 지난 경력은 저도 흘려듣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것 같아요."





"끄응... 그럼 일단 시장님을 믿겠습니다."





재상과 재무관은 금방 사람을 찾을수 있었지만 대장군은 의외로 찾기 힘들었다. 지난 전쟁때 유능한 장교들이


다들 잉글랜드에 붙잡혀가거나 처형되어 사람을 찾기도 어려운데다가 또다른 이유로...





"안됩니다. 그는 샴페인 공작의 일족이요."





"그러면 이 사람은요?"





"그도 안됩니다. 그는 아키텐에서 장교 경력이 있지 않소? 잉글랜드에 대적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있소?"





에라드경 때문이었다. 그는 나의 감시인으로 동행하며 혹시 모를 암살로 인한 1년의 유예가 종도에 깨지지 않도록


도와주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로는 잉글랜드 본국의 입장에서 앙주가 혹시 모를 잉글랜드에 적대할 군사력을


키우거나 위험 요소를 키우는 일에 경계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렵게 찾은 후보자들을 다들 감시자의 권한으로


기각하여 쉽사리 참사회가 구성되지 못하게 하였다.





"큰일이네요... 이제 후보도 더 없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일부러 훼방놓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입니다."





"그렇진 않을꺼예요. 그는 자존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공연한 시비를 하는 건 아닐겁니다."





"하지만 이래서야..."





그때 안젤모 영감님이 싱글싱글 웃으며 지나가듯이 말했다.





"그 녀석이 후보들을 다들 거부하는게 문제인가? 그럼 답은 간단하잖아. 그 녀석한테 시켜."





"총독님, 그는 자부심이 강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미 잉글랜드 왕립 경기병대 소속이에요."





"도제다. 그리고 겸직하면 안된다는 조항은 없을텐데? 어차피 조안 네 감시인으로 온 녀석이라면 다른 지휘관이


나오는 걸 달가워 할리가 없잖아. 그러니깐 그 녀석한테 그냥 다 맡겨버려. 정 말하기 뭐하면 내가 대신 말해줄까?"





그렇게 말하고 안젤모 영감님은 우리 답변을 듣지도 않고 그에게 가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정말이죠? 기존 급여에 앙주 대장군으로서 급여도 더 나오는거 틀림없겠죠?"





"아따... 속고만 살았나? 정 못믿겠으면 급여명세서가 첨부된 임명장에 사인해. 그러면 틀림없는 증거니깐."





설득의 포인트가 그것였냐? 그리고 그걸 홀랑 넘어가? 그러나 왠지 안젤모 영감님의 표정은 좀 미묘했다.


뭔가 더 있는건가? 안젤모 영감님을 따라온 에라드경에게 앙주의 대장군 임명장을 내밀었다. 분명히... 거기 급여


내역도 적혀 있는게 맞긴 맞는데... 그러나 에라드경은 급여 내역을 확인하자 신나서 사인했고 그것으로 우리의


대장군이 선임완료되어 참사회가 구성되었다. 필립 재상은 그 서류를 밀랍으로 봉인하여 런던으로 참사회 구성에


대한 보고서와 같이 발송했다. 그리고 그것이 발송되자 안젤모 영감님은 히죽히죽 웃기 시작했다.





"큭큭큭... 걸려들었구나. 잉글랜드 애송아."





"뭐... 무슨 소리요? 지금 나에게 사기를 치려는 것이요?"





"사기? 그럴리가 있나? 다만 감시관으로 거들먹 거리는 꼴이 좀 같잖아서 너 일좀 시켜 먹으려고 약 좀 쳤다.


법적으로 네놈이 이곳 대장군이 되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앙주의 대장군이 되기 위해서는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지."





"그게 뭐요?"





"간단해. 앙주의 시민일것."





"그게 뭐 어쨌다는 거요?"





"모르겠냐? 이 애송아? 넌 잉글랜드 국왕의 감시인이니 앙주의 시민은 아니다. 고로 앙주의 시민이 아닌 너에게


우리는 급여를 지급할 이유가 없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앙주의 시민이라면 급여는 정상 지급된다. 하지만 기억하겠지? 1년후에 조안 시장이 시정을 제대로 못했을 경우


조안을 제외한 모든 앙주 시민은 몰살된다. 그 말은 즉, 너도 포함된다는 말이지."





그제서야 에라드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격하게 노하며 달려들었다.





"젠장 이게 뭐야! 그럼 그런 대장군 따위는 때려치겠어."





"오오... 그럴텐가? 그럼 가서 왕에게 고하게. 이미 참사회 내각 명단 서류는 런던으로 가는 가장 빠른 파발로


발송했네. 지금쯤 바다를 향하겠지? 새처럼 날아서 명단 서류를 가로채던가, 아니면 국왕의 손에 들어간 다음


국왕에게 가서 말하게. 나 대장군 아니니 오해하시지 말라고. 물론 국왕께서 자네의 서프라이즈한 장난질에


얼마나 크게 웃어주실지는 잘 모르겠구만."





"크아아아아악!!!"





"자네의 시민권 신청을 오늘하지. 이렇게 된거 한배를 탔다고 생각하고 급여라도 제대로 챙겨가게나. 뭐, 1년간은


넉넉하게 살수 있지 않겠나. 그정도면 다같이 목이 잘려도 좀 덜억울하지 않겠나."





뒤에서 길길이 날뛰는 에라드경을 외면하고 우리는 일단 시의 업무에 대한 협의를 하기 위해 회의를 가졌다.





"일단 제게 주어진 임무가 1년 안에 시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라는 것인데... 사실 목표가 좀 모호합니다. 대체


뭘 어떻게 해야 시정을 원만하게 운영했다고 판단할까요? 정확하게 뭘 해내라고 지적을 해주셨으면 좀 쉬웠을거라


생각됩니다만 이렇게 되니 난감하기 그지 없네요."





안젤모 영감님은 나의 의문에 아까전 에라드경을 골탕먹이던 기세를 타고 그대로 회의를 주도했다.





"쉽게 생각하자구, 조안. 뻔한거 아니겠어? 바로 이거지."





안젤모 영감님은 손가락을 동그랗게 말아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윗대가리들이 생각하는 가장 심플한 결과는 영토와 세금이야. 전쟁이 종결된 마당에 우리가 어디가서 남의


땅을 빼앗아 올것도 아니니 결국 도시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왕실 금고에 우리


앙주에서 징수된 세금이 차곡차곡 쌓여야 만족스럽게 생각하겠지. 결론은 돈이야."





그 말에 필립 재상도 거들었다.





"저 이탈리아 영감의 말이 조악하기는 하지만 틀리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의 경제를 어서 살려야 합니다.


오랜 전쟁과 최전선의 위치안 지리적 요인 덕분에 농지는 황폐화되고 상업은 비활성화된지 오래입니다. 이곳의


백성들은 포위가 풀려도 여전히 굶주리는 이들이 다수 있습니다. 그들을 어떻게든 구해야 합니다."





루이 첩보관도 동의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잉글랜드의 몽포르 왕가에서는 이번 전쟁으로 많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전쟁전과 동일한 납세를 보여주는 것이 정상적인 도시의 부흥과 충성의 맹세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결과가


될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방법적인 부분이 어렵습니다. 중앙에 납세를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세입이 충분해야 하는데 이미 앙주의 금고는 텅비어 있고 되려 중앙의 보조금을 요청해야 할 판입니다."





그 말을 필립 재상이 받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금을 더 거둘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다들 말씀드렸다시피 가난에 찌들어 당장 내일 먹은


빵한조각이 아쉬운 이들에게 세금을 올린다는 것은 죽이자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하아... 총체적으로 난항이군요. 총독님은 현재의 상황을 어떻게 보시나요?"





"총독이 아니라 도제다. 미치도록 심각한 상황이지. 사실 이 정도 상황이 되면 더이상 답이 없어. 뜨는게 제 정신


박힌 사람이 선택할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봐, 이탈리아 영감, 무슨 말을..."





"생각해보라구. 기한 1년만에 전쟁으로 내년 수확도 기대할수 없는 곳에 무슨 세입 정상화야? 그건 베니스에서는


열살 먹은 어린애들도 말도 안된다는 걸 알아. 그건 불가능해. 경제란 시간과 그에 들인 노력이 정직하게 나오는


결과물이야. 그렇게 날벼락처럼 되는게 아니라고."





회의장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낙담한 사람들의 표정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왠지 더 할말이 있다는 것


처럼 보였다. 분위기 한번 띄워줄까?





"지혜롭고 위대한 총독님, 저희에게 이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부탁드립니다. 오직 당신만이라면


이 난국을 타개할수 있으리라 믿기에 재무관의 자리에 감히 모셨습니다. 부디 저희에게 구원을 주는 말을


들려주세요."





"큭큭큭... 그래, 나는 지혜롭고 위대한 베니스의 총독... 이 아니라 도제라고 했잖느냐. 아무튼 이 몸이 그런 기대를


받고 있으니 평소대로라면 절대 안되는 불가능한 일이 이뤄지는 마술을 몸소 보여주겠노라. 다들 놀랄 준비는


되었나? 박수칠 준비는? 바닥에 쿠션을 던져라 나뒹굴어져 머리를 박으면 안되니깐."





"광대놀음이 길다. 결론만 해라."





필립 재상의 지적에 한껏 의기양양하던 안젤모 영감님은 잠시 진정하고 마치 악마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하지. 하지만... 이곳, 이곳 앙주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이용하면 타개할


방법이 있다. 내가 제안한대로 따라와줄 수 있겠나? 조안 시장?"











몇일후 나는 정리된 문서를 들고 광장으로 나갔다. 이미 중대 발표가 있다는 소식에 군중들이 모여 있었다. 다들


수근거리며 오늘의 발표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분명히 세금을 올리겠다는 공지일꺼야."





"틀림없어. 전쟁이 끝나면 항상 복구비용으로 우리들 세금으로 충당했잖아. 이번에도 그럴꺼야."





"빌어먹을... 시장이 매춘부년이 되도 바뀌는 건 없구만."





"그래도 이번에는 어쩔수 없잖아. 안내서 국왕이 분노하면 1년후에 몰살이라잖아."





나는 사람들의 실망스런 눈빛을 받으며 연단에 올랐다. 그리고 시민들에게 공표했다.





"올해 주민세는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시민들의 사정을 고려하여... 반으로 줄입니다."





순간... 엄청난 정적이 광장에 발생했다. 다들 뭔가 잘못들은게 아닌가 자신들의 귀를 의심했다. 나는 안젤모


영감님의 말을 떠올렸다.





"우선 세금을 줄여야 해."





"지금 그게 무슨 헛소리야? 세입을 정상화하려는데 세금을 줄이자니."





"세율을 올리거나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 시민들의 잉여 자금이 없어 경제활동이 위축될수 밖에 없어. 그들의


세율을 낮춰서 그들이 먹고 마시고 쓰고 사고 팔게 만들어서 경제 활동을 원활하게 하도록 지원해야 해."





"자선사업하냐? 그렇게 하면 시민들만 부유해지지 세입은 늘어날리가 없잖아."





"주민세는 확실히 그렇지. 하지만 대신..."





슬슬 여기저기서 사실을 인지한 사람들의 밝은 표정과 환호가 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래서 연이어 발표했다.





"단, 재산세는 세율을 동결하고, 교역세와 관세는 5%의 인상을 감행합니다."





하지만, 재산이 별로 없고 장사와 연관이 없는 시민들은 내 발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흥겨운 분위기로


발전했다. 다들 여기저기서 환호성을 외치며 좋은 시장이라고 연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이것으로 1단계는


마친건가? 그리고 나는 다음 단계를 진행하였다.





"이 지옥에 떨어질 마녀 같으니.. 주님의 진노가 두렵지도 않으냐?"





앙리 주교는 성수를 내게 퍼부으며 마구 분노를 터트렸다. 참사회의 사람들이 주교를 제지햐려고 하는 것을 나는


손을 들어 말리며 말했다.





"가난한 시민들을 위해서입니다."





"허튼 소리! 주님을 모시는 주교령을 건물외에 모두 몰수하고 그걸로 시민들 핑계대지 말거라. 애초에 너같은


아이가 시장이라는 것도 인정할수 없는데 이런 주님의 성전을 모독하다니... 천벌을 받으리라."





"어차피 올해 농사도 지을수 없는 땅이 잖습니까. 그냥 놀릴 땅을 시에서 1년만 임차해서 절반을 상업 부지로


사용하고 절반은 저당잡혀서 돈을 빌려 영세한 농민과 상인들에게 저리로 대출해주려는 것 뿐입니다. 몰수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이십니다."





"내가 너희 같은 것들의 속셈을 모를줄 아느냐? 분과 향수로 남자들을 유혹하고 타락에 빠뜨리는 사탄의 수하같은


작부들... 너희는 이 성스러운 땅이 못마땅한것 뿐이다. 보아하니 잉글랜드의 감시관 놈도 유혹해서 네 수하로


만들었나 본데, 그놈의 힘을 빌려 겁박한다고 해도 난 양보하지 않을것이다. 당장 이 일을 교황성하에게 정식으로


고발하고 파문을 요청할것이다."





이쯤되면 나도 조금 화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세요."





"뭣이?"





"그러시라구요. 어차피 사탄의 수하라고 평하신 제게 파문이 무슨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하고


하시면 속이 풀릴것 같으면 얼마든지 요청해서 받아 내리세요."





"너어... 네가 감히 교회의 권위를..."





"아, 그리고 하시려면 질질끄시지 말고 1년안에 하세요. 어차피 1년 후에는 제가 죽던 여기있는 모든 시민들이 죽던


그건 큰 의미없는 휴지조각이 되버릴테니깐요."





나는 일부러 매몰차게 절규하는 주교를 외면하고 토지 조사를 게속 지시했다.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내 자의라곤


하지만 앙주의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 사탄의 수하라니... 토지 조사를 지시받은 시민 몇몇은 주민세의


인하로 내게 호의를 느꼈는지 연신 불쾌한 표정으로 주교를 바라보며 나에게 괜찮다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안젤모 영감님의 속임수에 넘어가 분노하다 겨우 진정한 에라드경도 내심 못마땅한 얼굴로 손좀 봐줘도 되겠냐고


그를 가리켰다. 나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회의에서 이어진 재무관의 말을 떠올렸다.





"주민세의 인하로 인한 손실분은 시민들의 영리활동의 활성화로 이어진 재산세의 증가로 메운다."





필립 재상은 조금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주민 모두가 부자가 된다는 결론이 이미 나버린것 같군."





"물론이지. 당연한거 아냐? 어차피 앙주에서 농사는 글렀어. 그렇다면 1년사이 가장 큰 돈을 벌게 해줄것은 상업,


오로지 상업뿐이다. 이곳에 대규모 상업 단지를 운영한다. 교역에서 발생되는 막대한 비용과 수익들이 시민들의


재산 증식와 우리의 세입 확대로 이어진다."





"상업단지는 뭐 하늘에서 떨어지나? 입지나 조건이 맞아야 생기는것 아니냐. 그게 되어있으면 이미 예전부터


그런게 있었겠지. 예전에도 없던 상업단지가 갑자기 무슨 이점이 있어서 이곳에 떡하니 들어서겠나?"





"우리에게 그것이 없었던 것은 4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간, 자금, 메리트... 그리고 또 한가지...


일단 공간과 자금부터 확보하자. 자, 제군들... 다들 사탄의 졸개가 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나?"





그리고 그는 가차없이 주교령의 강제 임대 후 절반을 강을 낀 상업부지로 만들었다. 그리고 절반의 토지를 저당


잡혀 빌린 돈으로 중소상인들에게 사업자금을 대출해주었다. 그 일들은 모두 안젤모 영감님의 주도로 거침없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못마땅해하던 필립 재상과 루이 첩보관도 그의 일을 추진하는 솜씨에는 다들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의외로 시장의 활성화는 잘되지 않았다.





"역시나, 거대 도매상들은 이곳에서의 거래를 전부 거절했다. 한두군데가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보냈을뿐 우리


앙주에 시장에 참여하겠다는 상회는 찾기 어려웠다."





"이런이런... 부탁도 안했는데 상회들에 발품팔더니 헛수고했구만. 하지만 애초에 그놈들은 대상도 아니었어."





"뭐? 그럼 대체 만들어진 시장부지를 누구로 채운다는 말이냐? 그정도의 부를 가진 상회들도 거절하는 이 거지같은


시장에 다른 누가 들어온단 말이냐!"





"그야 물론 거지같은 시장에 어울리는 거지같은 놈들이지. 이곳에는 푼돈벌이하는 행상과 중소상인들이 채울꺼다."





"그런 가난한 영세상인들이 이곳에 어떻게 장사를 하나. 길드세랑 이동비만 해도 남는게 없겠다.





"그래 바로 그거. 길드세. 그게 포인트야. 그거 왜 내야하지?"





"그... 그건 모든 상업 길드가 영주와 시장들과 계약을 맺고 상업을 주관할 권리를 부여받았으니깐..."





"그래? 조안, 너 그런 계약, 길드들이랑 맺었니?"





"아뇨... 그런건..."





"안맺었다는데?"





"안그래도 각 길드에서 기존 계약의 연장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아, 그래? 그럼 그 계약서 가지고 가서 벽지로나 써. 아님 휴지로 쓰던가."





"이봐! 안젤모!"





"소리치지마 필립. 내가 더 잘알아. 길드가 지랄하겠지. 그래서 뭐? 우리가 뭐가 아쉬운데. 세입이 정상화되고


도시가 안정되지 않으면 1년후에 죽은 목숨인 우리한게 그까짓 길드의 납품 불이익이나 교역 봉쇄 따위가 무슨


위협이 되는데? 우리 앙주는 그딴거 계약안해. 여기서 하는 모든 거래는 자유야. 관청에 신고만 하고 불량품만


팔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자유롭게 장사할수 있어. 수익의 40%가 넘어가는 길드세같은거 낼 필요 없어. 그런거


징수하는 길드의 조합 세리가 있으면 잉글랜드에서 온 거친 친구들이 면담 좀 하러 갈꺼야.





내가 말했지? 공간과 자금, 메리트, 그리고 한가지. 이미 주교령으로 넓은 부지가 확보되었다. 그리고 저당잡힌


땅으로 자금 대출도 제공하고 있다. 의외로 소액들이 미회수율이 훨씬 낮아. 떼먹힐일 없는 돈이다. 그리고 이곳은


길드세 같은거 안내도 돼. 장사한 수익 교역세랑 관세만 내면 전부 자기꺼야. 그리고 한가지 더... 이 모든것을,


정상적인 영주들이라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이 위험천만한 일을 시행할수 있는 특별한 주인... 우리 시장이


이 모든것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보증한다. 이보다 더 확실한 경제 부흥의 방법이 있나? 있다면 알려주게."





필립 재상은 아무말이 없었다. 그의 모습을 본 안젤모 영감님은 말했다.





"없나보군. 그렇다는 군요. 우리의 주인이시여. 시행하겠습니다. 허락하시겠습니까?"





이의를 가지기 힘들다. 그는 항상 명쾌하다. 우리같은 거리의 여자들도 쉽게 이해할만큼 일수 이자 사기를 설명해준


것처럼 그는 흔들림없는 자신감으로 나에게 청원했다. 그리고 그것을 허락하는 것이 1년의 삶을 부여받은 나의


임무일것이다.





"허락합니다. 시행하세요."





처음에는 혼란이 많았다. 생전 처음보는 생소한 방식의 시장의 형태에 상인들은 우려했다. 하지만 앙주에서는


굶주리는 사람이 너무 많았고, 사람은 절박한 상황에 놓이면 그 무엇이든 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회의에서의


격론과는 달리 시장을 흥보하고 길드의 항의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필립 재상이었다. 필립 재상의 열띤


설득에 사람들은 하나둘 모여들었고 조금씩이나마 경기가 살아나고 있었다. 물론 가장 큰 가닥은 경기의 활성화를


통한 세입 확대였지만 안젤모 영감님은 멈추지 않는 정열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정책들을 내세웠다.





"잉글랜드의 양모를 플랑드르가 아니라 앙주에서 직조하면 관세없이 판매가 가능합니다. 농장주들을 접촉해보고


이곳에 가난한 미망인들 중에 직조가 능한 여인들에게 일을 주도록 하죠."





"와인의 교역세는 인상하도록 하시죠. 파리로 가는 와인은 앙주를 거칠수 밖에 없는데 그들이 앙주를 통하지


않으려면 배를 타고 브르타뉴를 돌아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부르는 세율이 그냥 들어올겁니다."





"밀의 시청 수매량을 공시하고 농부들과 계약을 맺도록 하죠. 중간상인들이 가격을 터무니 없이 후려쳐서 폭리를


취하는 일을 막을수 있고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것입니다."





그는 마치 정말로 일국의 경제를 전담해본 경험이 있는 것처럼 거침없이 시의 경기를 살리고 시민들의 생활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다소 얼굴을 붉히던 필립 재상도 그에게 현재는 적극 협력하여 분쟁을


조정하는데 기여하고 있었다. 앙리 주교도 조금은 표정이 밝아졌다. 몇달 지나지 않아 수도원에서 돌보던 빈자들이


나름 터전을 잡고 삶을 찾아가고 버려지는 아이들이 사라지고 더불어 헌금도 조금씩 늘어나자, 여전히 주교령이


도때기 시장이 된건 불평하셨지만 함부로 사탄의 수하니 하는 말은 자제한다고 들었다.





나 역시 이런 고마운 사람들의 노력과 도시의 성장에 조금씩 안도하며 온 정성을 다해 좋은 시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1년의 기한 밖에 없는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그래도 그냥 내 마음이


편했다. 어느덧 계절이 흘러 처음의 시행착오가 어느 정도 수습이 되어가고 안정화되어가며 계절은 다시 한바퀴를


돌아 겨울이 찾아왔다. 그리고 나의 죽음으로 가는 시계도 거의 그 끝을 향해 달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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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6 loveis
    작성일
    14.08.08 03:07
    No. 1

    즐겁게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깊이있는 좋은글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14.08.16 16:07
    No. 2

    감동적이네요.
    그리고 검은 방패에 흰 십자가를 미디블2토탈워의 구호기사단에서 본 것 같은데.. 그 문양이 맞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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