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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창녀와 광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K8086
작품등록일 :
2014.08.06 07:20
최근연재일 :
2014.08.21 00:03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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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47
추천수 :
289
글자수 :
301,785

작성
14.08.12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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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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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3쪽

7화

DUMMY

런던을 떠나는 날 항구로 배웅을 나온것은 황공하게도 윌리엄 왕세자님과 세자비, 그리고 에드워드 왕자였다.





"이렇게 작별을 고하게 될줄 몰랐습니다.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아쉽기 그지 없군요."





"도움이라뇨... 그냥 말썽만 부리다 쫓겨나는 건데요 뭘... 앙주로 돌아가면 좀 자중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뭐 솔직히 몇일전 의사당에서 벌인 일은 감담이 서늘하긴 했지요. 아, 그리고 소개시켜드리죠.


제 아내입니다."





"앙주의 시장을 뵙습니다. 안나 버틀러입니다."





"세자비님을 뵙습니다."





갈색머리에 얼마전 건강한 쌍둥이를 출산하고도 생기가 넘쳐보이는 왕세자비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만나자 마자 작별이라니 아쉽습니다. 늘 남편에게 시장님의 소식을 듣고 있습니다. 칼날위를 걸으면서도 거침없이


세상을 헤쳐나가시는 모습은 저같은 온실의 화초에게는 늘 귀감이 되고 있답니다. 부디 멈추지 말고 정진하셔서


모든 이들의 희망이 되어주세요."





나는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신분과 과거 때문에 내려다 보는 시선으로 나를 보는 이들과 다른 따뜻하고 신뢰하는


눈빛이다. 그녀의 가문도 이번 의회의 발의에 나를 적극 지지해 주었었다. 나는 웃으며 그녀의 따뜻한 신뢰를


감사하며 태어난 미래의 잉글랜드의 왕위 계승자들을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필립 재상이 다가왔다.





"이제 슬슬 출발할 시간입니다. 루이 첩보관이 출항준비를 알려드리라고 하더군요."





"알겠습니다. 이제 그만 배에 올라야 할것 같습니다. 국왕폐하에게도 대신 인사를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나의 말에 윌리엄 왕자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지금 잉글랜드의 첩보 담당자 회의가 있으셔서 당분간 많이 바쁘실듯 합니다. 여유가 될때 꼭 전해


드리도록 하죠."





"첩보 담당자 회의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나의 말을 받은건 에드워드 왕자였다.





"의회가 열리기 전날... 편지 한통을 받으셨다는 군요. 발신인은 바로... 체스마스터!"





"에드워드, 그건 기밀사항인데..."





"뭔 상관이야. 시장님이 역심을 품은 것도 아니고 소문은 금방 퍼질텐데 뭐..."





왕자들의 대화를 들은 나는 의문을 물을수 밖에 없었다.





"체스마스터? 그게 누구죠? 그리고 편지를 어떻게 받으셨길래?"





나의 질문에 윌리엄 왕자는 한숨을 쉬며 어쩔수 없다는 듯 말문을 열었다.





"체스마스터는 현재 유럽에 가장 강력한 스파이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거물의 별명입니다. 강력한 정보력과 첩보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럽의 왕과 제후들을 체스판의 장기말 다루듯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자로 알려져 있죠. 하지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그자의 정체를 모르니깐요. 다만 지난 20여년간 발생한


유럽의 복잡한 정치와 전쟁에 엮인 일들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통제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은 각국의 첩보관들이


제시한 하나의 가설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날 폐하께서는 자신이 체스마스터라고 칭하는 이의 편지를 실제로 받으신거죠. 그것도 근위대가 철통같이


지키는 궁궐의 가장 깊숙한 곳의 왕의 침상 곁 테이블에 공손히 놓여있었다고 하더군요. 대체 어떻게 그 철통같은


보안을 뚫고 그것을 가져다 두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받고도 의회 당일 침착함을 유지하신 폐하도 보통은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편지의 내용은 뭐였나요?"





"자세히는 모릅니다. 폐하께서는 그 편지를 읽고 바로 편지를 태워버리셨고 내용은 폐하의 말씀을 통해서만


확인이 가능했으니깐요. 지금까지 말씀하신 건 스코틀랜드 국경 방위대의 취약점과 웨섹스 가문의 몇가지


비리사실들만을 확인해주셨습니다."





"전부다... 폐하에게 천금같은 정보들이네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무엇을 언급했는지는 밝히지 않고 계십니다. 다만 관련 보안이 뚫린것에


대해서만 질채을 하시고 관련 회의를 하고 계시더군요."





의회가 있던 날 전날? 설마... 거래 조건이... 그건 아니겠지? 윌리엄 왕자의 말이 이어졌다.





"좀 황당하기는 하더군요. 지난 몇년동안은 큰 활동이 없이 잠잠하다 싶어 그 녀석이 맞는줄 알았는데..."





"그 녀석이라뇨? 의심가는 사람이 있었나요?"





"당신과도 무관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앙주의 전임 시장인 조슬랭, 그 자가 가장 유력한 체스마스터의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앙주 공성전에서 조슬랭은 사망했고... 그 이후로 체스마스터 역시 별다른 활동의 조짐이


보이지 않아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다시 활동을 개시하고 그가 아니면 도저히 알아내기 힘든 고급정보를


제공하는 걸로 봐서는 역시 조슬랭은 아니었던 것 같군요. 하아... 이제 하나하나 다시 후보들을 추려보는 수 밖에요."





나는 조금 가슴속에 일렁이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양 조금 날카로운 눈빛과 특유의 악동스런


미소를 띄며 나와 내가 탈 배를 바라보고 있는 에드워드 왕자를 보았다. 나의 시선을 느낀 왕자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그만 출발해야 할것 같군요. 당신의 첩보관이 손을 흔들어 부르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만 떠나겠습니다. 다시 만날때까지 폐하와 왕자님들에게 주님의 축복과 영광이 함께 하시길..."





"시장님도 떠나시는 길 무사히 걸음하시길 기원합니다."





나는 왕자들의 배웅을 받으며 배에 올랐다. 루이 첩보관은 배에 올라탄 나를 보며 안심하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선장에게 출발을 명했다. 곧 배가 런던항을 떠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뱃머리에 서서 런던을 바라보았다. 내 생의


또다른 갈림길이 된 곳... 많은 추억을 가지고 떠나게 된다. 이제 힘없는 지방영주들을 억압하는 왕법은 약화되고


당분간 나에게 향한 도움의 손길은 줄어들것이다. 나는 큰 일을 하나 해결한 만족한 기분을 느꼈다.





늘 그렇듯이 날 움직이게 하는 힘... 엄마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주어진 일을 충실히 행할것.'





왕의 봉신으로서, 시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





'나보다 다른사람들을 위해 살것.'





억압받는 군소 영주들의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 앞에 한걸음 나서길 두려워 하지 말것.'





의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무력이 아닌 대화로 왕권의 약화를 통과시켰다.





나는 조금 흡족한 기분을 느끼며 선실로 향했다. 조금 떨어져서 나를 지켜보고 있던 루이 첩보관과 마틸다가 나의


뒤를 따라 선실로 들어갔다. 복도를 걸으며 나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루이 첩보관님? 혹시 체스 잘두세요?"





내 질문에 대답한건 마틸다였다.





"하핫! 체스? 너 지금 내가 확실히 말해두는 데 첩보관 잘못 뽑았어. 나랑 붙어서 11전 전패! 장기말이 움직이는


한치앞도 예상 못하는 양반이 무슨 첩보관이니. 오호호호~~~ 복수전 한번 더 해보실래요?"





"끄응... 마틸다양 말이 심하군요. 어차피 한동안 배에서 할일도 없으니 설욕전을 하겠습니다. 그 도전 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얼마든지요! 우리 첩보관님, 앙주 도착하실땐 속옷만 입고 도착하시겠네."





희희낙낙하는 마틸다와 진심으로 분개하는 듯한 루이 첩보관... 역시 아닌가? 나는 어께를 으슥하며 내 선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돌아온 앙주에서 날 반겨준건 좀 초췌해보이는 안젤모 재무관이었다. 그리고 그가 내놓은 동향 보고서와 오면서


봤던 처음보는 가건물들과 부적 늘어난 시민들의 숫자로 나는 그가 왜 초췌해졌는지 알것 같았다.





"번영하고 있군요. 대단한 실적이네요, 총독님..."





"도제입니다. 뭐 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취임 1년차야 전쟁이 끝난지 얼마 안되 어수선한 상황이었지 충분한


시간과 노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거기에는 다른 영지들과는 달리 시장님과 각료들의


품위유지비나 병력을 운용하는 방위비의 부담이 없어 아낌없는 공공복리의 투자가 가능했던 덕이기도 하죠.



하지만 이제 시의 재정 건전성도 좋아지고 조금씩 유보금도 확보되고 있으니 어느 정도의 할당은 가능할듯


합니다. 말씀만 하시죠. 목걸이와 반지는 어떤 보석으로 맞출까요?"





"그런 값진거 필요하지 않아요. 제가 원래부터 귀한 태생도 아니었고, 저는 지금 정도의 대우면 충분해요."





그러나 이의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에라드가 말했다.





"낭비야 금지겠지만 방위비는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지금 저 고약한 이탈리아 늙은이가 예산을 안줘서 실제로


시의 경비는 앙주의 민병대가 아니라 시장님을 감시하러 온 우리 잉글랜드 기병대가 맡아서 하고 있단 말입니다.


이제 감시도 강화할 필요가 없고, 병력을 모아도 딴지걸지 않을테니 우리를 그 임무에서 해방시켜 주십시오."





"적당히 징징거려라. 잉글랜드 애송아. 그 대신 급여 주고 있잖냐. 돈받고 일하면서 뭐가 불만이냐? 그리고 시민들


한테 물어보니 그냥 니들이 하는게 편하겠다고 하더라. 괜히 엄하게 민병대라고 모았다가 사고뭉치들 군기교육


처음부터 시키느니 원래 정예병력이었고 잘하는 놈들이 하는게 뭐가 문제냐?"





"우린 잉글랜드 국왕의 병사들이란 말입니다."





"우리도 잉글랜드 국왕의 봉신들이다. 그냥 상사가 한두명 더 생겼다고 생각해."





"정말 이러기요? 자꾸 이러면 나도 가만 있지 않을꺼요."





"가만있지 않으면? 불만 있으면 아까 오전 순찰 돌때 얻어먹은 사과나 토해놓고 얘기하던가."





"사과는 낡은 간판이 거리에 위험해보여서 고쳐주고 수고했다고 받은건데 뇌물이라고 말하고 싶은거요?"





보다 못했는지 마틸다가 참전했다.





"아, 정말... 무슨 남자가 이렇게 중얼중얼 말이 많아! 런던에 가보니 잉글랜드 남자들 과묵하고 진중하더니만


여긴 왜 찌질이만 보내놨어!"





"누가 찌질이고 누가 말이 많다는 거야! 근데 잠깐... 너 지금 뭐라고 말했어? 런던에서 만난 남자? 너 지금 시장님


모시고 가서 수행 노릇은 안하고 남자들한테 꼬리치고 온거냐!"





"내가 꼬리를 치든, 결혼을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이 얼간아!"





살짝 남녀간의 싸움으로 방향을 돌자 나는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내버려 두고, 다른 각료들에게 그간의 일들과


앞으로의 일들을 얘기했다.





"이번 의회의 일로 앞으로 군소 영주들의 숨통이 좀 트일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런던이 아닌 이곳 앙주에 와있는


상황에서 당분간 업무적인 청탁은 좀 줄어들겠죠?"





내 말에 재상과 재무관과 첩보관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아닌가? 필립 재상이 말했다.





"확실히 저희도 좀 무리하다고 느낀 왕권 청원에 대해 군소 영주들의 숨통이 트이는 건 사실일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련 접촉이 줄어들거라는 건 좀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전 되려 늘어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왜요? 이제 뭔가 국왕 폐하에게 아쉬운것도 없을텐데 왜 저를 찾아오죠?"





"모르시겠습니까? 당신은 살수없는 곳에서 살아나고, 오를 수 없는 곳에 오르고, 이룰수 없는 일을 이뤄낸 사람입니다.


그건 명백히 이상한 일입니다. 이상한 일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죠. 두려워하거나 추앙하거나...


지금까지 사람들이 자신의 아쉬움을 해결하기 위해 당신을 찾았다면 앞으로는 자신의 야망을 위해 당신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겁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기존에는 도움을 청하였다면, 앞으로는 뭔가 당신에게 해주기를 바라고


맡겨달라고 청하러 올것입니다."





"그게... 정말 그렇게 될까요?"





"될겁니다. 곧 눈으로 확인하실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당신을 찾는 사람들은 단순히


절박함에서 오는 사람만이 아니라, 자신의 야망을 위해 온 사람들이라, 당신에게 건내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이라고는


장담할수 없습니다. 그런 그들의 의도를 잘 구분하셔야 할것입니다."











나의 의문은 곧 풀렸다. 도착한지 1주일 후 나는 내게 도착한 서신과 그에 같이 동봉되어 도착한 물건들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돈이네요..."





"네 돈 맞습니다. 일부 보석과 비단 등의 사치품도 있긴 합니다만..."





"이거... 뇌물 맞죠?"





안젤모 재무관은 말없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 재상의 예측은 정확했다. 의회의 왕권 청원 발의 이후


나를 지지해준 사람들은 물론 당시 나에게 동의하지 않았던 베드포드와 섬머셋으로 분류되던 사람들도 나에게


축하의 말과 많은 선물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보내는 선물에는...





"나중에 잘 좀 부탁한다고 하는군요. 부담가지지 말고 받아주길 바란다고도 하는군요."





나는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대체 왜들 이러는 거죠?"





"그들은 나름 끈을 만들고 싶어하는 겁니다. 애초에 당신의 파벌이 되지는 못한 후발주자들이라 할 사람들이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현재 속한 베드포드나 섬머셋에 불만은 있지만 미묘하게 다리를 걸치기에는 최초 가입자 혜택이


없는 상황이죠. 그러니깐, 남들과 다른, 좀 돋보이기 위해서 자신이 실제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장님에게


물질적으로 제공하여 알리고 그것을 끈으로 삼으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마 시장님이 이 선물을 받고 자신들에게


감성적인 채무를 느끼길 기대할겁니다."





"전 그런 채무를 지고 싶지 않아요. 이건 모두 돌려보내세요."





"그러시면 그들은 크게 실망하게 될겁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들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들겠죠. 베드포드에 속한 주제에


앙주에 끈을 대려 했다는 사실을 알면 베드포드 공작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이걸 받아야 하나요? 그럼 그건 그거대로 범죄에요."





"맞습니다. 현재의 국왕폐하는 횡령을 증오하시는 분이죠. 그런 행동은 신분에 무관하네 나중에 큰 파문을 일으킬겁니다."





"그럼 어째야 하죠?"





"돌려줘야죠. 하지만 그대로 돌려줘서는 문제가 생길겁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게 맡겨주지 않으시겠습니까?


큰 문제 없이 시장님과 보낸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지 않도록 한번 일을 처리해보겠습니다."





나는 솔직한 기분으로 귀찮은 생각이 가득했다. 이게 뭐람... 일을 좀 줄여보려고 그런 무모한 바르이까지 한건데


이래서야 골치덩이만 더 커졌잖아. 나는 한편으로 간단히 처리하겠다는 안젤모 재무관의 말이 반가웠다.





"알았어요. 앞으로 이런 선물들이 도착하면 그 반송은 총독님이 맡아주세요. 전 더이상 신경쓰지 않겠어요."





"명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여기 결재 부탁드립니다. 저번에 말씀드렸던 앙주 금융 업무 확대 방안입니다."





"뭐, 잘 알아서 하셨겠죠. 전에 말한 행정업무 대행 부분 맞죠?"





"맞습니다. 복잡한 행정 비용에 대해 다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거죠."





"그 행정업무는 저도 시장이지만 복잡하기 짝이 없죠. 별도의 행정사를 사용하지 않고 고객들에게 행정업무 대행을


해준다면 다들 기뻐할꺼라 생각해요. 여기 서명하면 되죠?"





"넵, 감사합니다."











시간이 흘러갔다. 앙주의 번영은 날로 커져갔다. 앙리 주교가 시종일관 변치 않고 모여든 상인들에게 분노를 토로하고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고 설파했지만 그 번영은 멈추지 않고 커져만 갔다.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병원와 고아원을 설립하고 그 권한을 앙리 주교에게 넘겨주는 방안에 서명했다. 무슨 수작이냐며 여전히 난리를


치는 앙리 주교였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에 대해 일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고 덕분에 시장 상인들과 마찰은


줄어들어 조금 조용해진 어느날이었다.





"시장님, 시장님... 헉헉... 큰일이 났습니다."





"조금 진정하고 말하세요, 루이 첩보관님. 무슨 일이시죠?"





"전에 보고드린거 기억하십니까? 지금 잉글랜드에서 대규모 세무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내용 말입니다."





"아, 네 기억하죠. 분명 제가 발의한 왕권 청원으로 세율이 낮아지는 바람에 세수가 다소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탈세 등에 대해서는 기존보다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진행되었다고 하셨죠? 그게 뭐가 문제가 되었나요?


우리 앙주에서 뭔가 그런 일이 있었던가요?"





"우리 앙주에서는 그런 감사에 잡힐 탈세는 없었습니다. 돈이 모자라는 것도 아닌데 그럴 이유가 없지요. 문제는


이번에 탈세로 적발된 다른 영주들 입니다. 이 명단을 보십시오."





나는 그가 건내준 종이를 보았다. 그리고 그 명단에 낯익은 이름들을 발견하였다.





"다들... 우리한테 줄대려고 했던 사람들이네요. 뇌물 보냈다가 거절했던 사람들... 아니 왜 하필 이 사람들만?"





"아시겠지만 잉글랜드에서도 납세는 기본적으로 각 지방에서 선발된 세리들에 의해서 진행됩니다. 각 지역의


세리들이 왕국의 재무부와 계약을 맺고 해당 권역에 할당받은 세금을 징수하게 되지요. 그리고 징수받은 세금에서


자기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빈행되는데... 그러다 보니 수수료를 많이 챙겨먹으려는 세리들이 납세자들과


짜고 세액을 다소 감면해서 징수하고 별도의 수수료를 챙긴 다음 왕국 재무부에 더 낮은 금액으로 보고하고 그


차액을 주머니에 챙기는 비리를 많이 저질러 왔습니다.





그래서 나름 짭짤한 수익을 챙기는 세리들은 희망하는 사람도 많고 지방에 권력자들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야


해서 실제로는... 각 지역의 맹주인 대귀족들의 입김이 닿는 사람이 하게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마도 이번에


세무 감사를 제의한 베드포드와 섬머셋의 사전 협의가 있었던 듯 합니다. 그래서 감사가 시작되자 자신의 파벌이


아니거나 자신의 파벌을 이탈하려는 배신자들의 탈세 내역을 현지 세리들에게 시켜서 공개하게 해버린 거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바로 대부분 우리에게 줄대려 했던 사람들인 겁니다."





"맙소사... 예상치 못한 공격이 이렇게 들어오다니... 근데, 그래도 우리 앙주는 무관한거 아닌가요? 우리는 성실히


납세했고, 다른 영주들이 보낸 뇌물은 돌려보냈어요. 딱히 우리에게 딴지를 걸것은 없다고 보는데요."





루이 첩보관이 무겁게 말했다.





"지금 체포된 그들은... 다들 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고했다고 합니다. 물론 간단한 고문과 협박이


곁들여진 심문이었긴 합니다만..."





"뇌물을 줬다고요? 준건 맞죠... 하지만 다 돌려줬는데..."





"돌려... 주신거... 맞습니까? 확실하게 보셨나요?"





나는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처리하겠다고 했지만 내가 본적은 없다. 설마... 난 아닐꺼라고 생각하며 루이


첩보관에게 물었다.





"안젤모 재무관을 불러오세요. 확인해보죠."





"지금 죄송하지만... 안젤모 첩보관은 3일째 연락이 안되고 있습니다. 재무부서의 직원들에게 문의해보니 무슨


중요한 준비가 있어서 행선지도 말씀안하시고 출타하였다고 하더군요."





"맙소사... 설마 그럴리가... 얼른 안젤모 재무관을 찾아보세요."





"이미 필립 재상이 사람을 풀어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합니다. 이미 앙주에 관련 감사관들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였다. 필립 재상이 황급하게 들어왔다.





"오오... 찾으셨나요?"





"아뇨, 아직 못찾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성밖에 이미 감사관 일행이 당도해버렸습니다."





머리가 어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일단 시장 관사로 일행을 안내하라는 말을 전하고 대책을 궁리했다.


하지만... 도저히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안젤모 영감님이 뒷돈을 챙겼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다할 대책도 없이 야속하게도 일행은 도착해버렸다. 나는 시장 관사 밖으로 나가 그들을 마중했다.





"앙주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내 눈앞에 서 있는 것은 분명 베드포드와 섬머셋의 일족으로 기억되는 두 감사관과 몹시 싫은 표정으로 끌려온듯


불만스럽게 있는 에드워드 왕자와 생선 엮듯이 줄줄이 밧줄로 묶여 끌려온 중소 영주들의 비참한 모습이었다.


눈앞에 서 있던 감사관 중에 한명이 자신의 신분증을 내밀며 말했다.





"잉글랜드 재무부 소속 세무 감사관이오. 왕명에 의거하여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부정을 저지른자를 벌하고 죄를


물을 것이오. 감사에 협조해주시길 바라오, 앙주 시장."





"네... 왕명에 따라 오신 분들에게 거역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먼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을테니 일단


들어가셔서 잠시 차라도..."





"시간 끌지 마시오, 앙주 시장. 우리가 이곳에 온것은 지난번 세무 감사 직전에 각 영지에 발송한 납세 증명에 대해


이상이 있는 경우에 대한 조사를 하다 나온 결과 때문이오. 뒤에 보이는 저 죄인들, 저들은 명백히 납세의 의무를


방기하고 탈세를 범한 증거가 포착되었소. 그래서 중점적으로 수사를 하던 과정에 그들이 공통적으로 당신에게


뇌물을 가져다 받친 증거를 확보하였소."





그리고 그는 한통의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한장을 들어 살펴보자 거기에는 내 기대를 저버리게도 분명하게 저들 중


한명이 모종의 목적으로 그 돈을 활용해도 된다는 합의와 금품을 수령했다는 서명이 안젤모 재무관의 이름으로


분명하게 기재되어 있었다. 미쳐버리겠네... 이렇게 확실한 증거를 남겨버리다니... 더이상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


되버린것 같다. 나는 에드워드 왕자를 바라보았다. 왕자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법적으로 봐줄 여지가 없는 중범죄다. 감사관들이 소리쳤다.





"앙주 시장, 이 증거를 토대로 당신의 뇌물 수수와 횡령에 대한 협의를 두고 체포하겠습니다. 지금 일의 빠른 진행을


위해 왕의 사법관도 대동했으니 절차 상의 이의는 제가히지 말길 바랍니다. 에드워드 사법관, 체포영장을 발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저어... 심정은 이해하고, 적법하기는 합니다만... 일에 순서라는게 있지 않습니까? 일단 관련 실무를 담당한


앙주의 재무관을 먼저 심문하심이..."





"앙주의 재무관은 오는 길에 확인해보니 이미 사라진지 오래더군요. 흔한 일이죠. 자기만 살려고 돈을 들고 튀었든,


혹은 입을 막으려고 주인 손에 묻혔건 그를 다시 볼일은 없을꺼라 생각됩니다. 그러니, 이 일에 모든 책임이 있는


앙주의 시장을 체포하겠습니다. 어서 영장을 발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에라드와 필립이 나에게 다가오는 감사관들을 막아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우리 쪽과 감사관들과 에드워드


왕자님의 사이에서 모종의 긴장감이 돌았다. 당장이라도 큰일이 벌어질듯한 상황... 그때였다.





"다들 여기 모여 계시는 군요."





그가 나타났다. 안젤모 재무관이 나타났다. 너무나 태평한 얼굴로 나귀를 타고 뒤에 딸린 수레에는 좋은 와인과


고기, 치즈, 과일들을 잔뜩 싣고 광장으로 들어왔다. 어찌보면 잠시 장이라도 보러 갔다 온듯한 모양새로 그는


태연하게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순간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으로 긴장하여 아무 말도 못하는 우리와는 달리 그는


느긋하게 우리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말했다.





"시간을 맞추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다들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주셨군요.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그의 말에 감사관 중에 한명이 말했다.





"당신이... 앙주의 재무관이오?"





"그렇습니다. 앙주의 재무관 안젤모 입니다."





"하, 어디 내빼지도 죽지도 않은 모양이군. 그런데 뭐라고?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지금 우리가 무슨 일로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는 거요? 우리는 앙주의 뇌물..."





그리고 감사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젤모 재무관이 말했다.





"앙주 금융의 주주총회 때문에 오신거 아닙니까?"





"......"





"......"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침묵에 휩쌓였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러나 그의 말은 이어졌다.





"분명 저기 묶여 계신분들은 우리 앙주 금융의 소중한 고객분들이군요. 근데 왜 저렇게 대우를 받고 계시는 거죠?


어서 풀어주십시오. 저희 고객분들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는 겁니까?"





"저들은 당신에게 뇌물을 보냈소!"





"뇌물? 뇌물이라뇨? 저희 앙주 금융은 뇌물은 받지 않습니다."





"여기 분명한 증거가 있는데도!"





감사관은 분노해서 아까전 내가 보았던 서류를 들어 흔들었다. 그러나 안젤모 재무관은 기죽지 않고 받아쳤다.





"아, 마침 가지고 오셨군요. 주주 권리 증서... 잘 보시죠. 그 문서 상단에, 투자에 대한 사용 동의와 주주에 권리를


보장하는 권리 증서라는 타이틀이 있을텐데요."





나도 다시 한번 서류를 보았다. 분명히... 적혀 있었다. 아주 깨알만하게... 이거 읽을수 있긴 한건가? 그의 말이


이어졌다.





"여기 계신분들은 엄연히 상법에 명시된 적법한 규정에 의해 저희들에게 투자를 하셨고, 그에 대한 사실은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겨 공시하고 투자자분들에게 해당 증명을 보내드렸습니다. 뇌물이라뇨? 뇌물이라는 건 몰래주는 돈


아닙니까? 이렇게 대놓고 얼마를 누구한테 줬소라고 공시하고 주는 뇌물도 있습니까? 저희는 분명히 저분들에게


투자를 받았지 단 한푼도 개인적인 용도로 뇌물을 수수한 적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고객님들?"





안젤모 재무관은 뒤에 묶여서 어리둥절하고 있는 영주들에게 말했다. 그러자 봇물이 터지듯 사람들이 소리쳤다.





"맞어! 우리는 투자를 했어. 뇌물 같은거 가져다 바친적 없어."





"그래 나도 기억나는 것 같아, 투자였어. 뇌물은 준적 없어. 이거 풀어줘!"





"정당하게 쌈짓돈 털어서 투자를 했는데 저 감사관 놈들이 고문으로 억지 자백시켰어."





그래도... 다행히 바보들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들 자신은 뇌물 따위는 추호도 준적이 없고 엄연한 투자였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난리를 치자 감사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는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다들 시끄럽다! 그것이 설령 뇌물이 아닌 투자라고는 해도, 그대들의 죄목은 뇌물 공여 뿐이 아닌 탈세도 있다.


분명히 세금을 안내고 개인적으로 횡령해서 개인 투자를 한것은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의 일갈에 사람들의 소요는 다시 사그라졌다. 그리고 씩씩거리는 감사관에게 안젤모 재무관이 말했다.





"탈세라구요? 저희 고객분들이요? 계속 그러시는데 저희 고객분들의 명예에 누가 되는 발언을 삼가하여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고객분들은 탈세따위를 하시는 분들이 아닙니다."





"분명히 현지 세리들에게 증거를 확보하였소. 여기 있는 자들은 모두 정해진 세액의 일부를 세리들과 짜고


납세하지 않았소. 증거가 여기있소."





그의 일갈에도 안젤모 재무관은 태연하게 대답하였다.





"거기선 그렇겠죠."





"뭐요?"





"납세라는게 말입니다... 분명 세리를 통해서 납부하는 것이 관례이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법적으로 명시된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그 지역 세리를 통하지 않고 재무부에 직접 납세를 해도 되고, 다른 지역의 세리나


혹은 대행인을 통해서 납세를 해도 됩니다. 그렇죠 에드워드 사법관님?"





왕자는 그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왕의 사법관으로서 그 질문에 적법함을 인정합니다."





그러자 감사관이 물었다.





"그럼 뭐요? 저자들이 지금 세리를 통하지 않고 기특하게도 재무부에 와서 직접 납세를 하고 갔단 말을 하고


싶은거요?"





"그럴리가요? 그런 불편한 일은 어떻게 직접 하시나요. 직접 납세라는거 그거 의외로 까다로워서, 런던까지


돈들고 가는 것도 어렵고, 가도 현장에서 세금 계산이며 납세 증명서 떼는게 이만저만 복잡한 일이 아닙니다.


그런 일을 저분들이 할수 있을리가 없죠."





"하... 당연하지. 저 자들이 그럴리가..."





"그래서 우리가 대행해드립니다."





다시 한번 침묵이 횡하니 감돌았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인 후 안젤모 재무관이 말했다.





"저희 앙주 금융은 투자해주신 고객님들이 불편하게 느끼시는 행정 업무를 아무런 수수료 없이 공짜로 대행해


드립니다. 기존 지역 세리들을 통해 납세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하게 납세를 처리하실수 있으시죠. 저분들께서는


투자를 하시며 저희가 제시한 서비스에 대해서도 동의를 하셨습니다."





다시 한번 서류를 보았다. 역시나 깨알만하게 납세 대행에 대한 항목도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 몇년간 앙주의 부는 증대되었고 상업은 발전되었습니다. 주교령의 토지를 저당잡혀 시작한 개인 금융이


이제는 발전하여 수많은 상공인들이 활용하고 수익을 남기는 은행으로 발전하였지요. 소소한 이자라고 생각되지만


초기 투자를 하신 분들께서는 상당히 많은 투자 수익을 거두셨습니다. 그 중에서 저희 쪽에서 확인된 세금 미납액에


대해 저희는 재무부에 고객님을 대신하여 직납 처리를 완료하였습니다. 여기 관련 서류도 보여드릴수 있습니다."





그가 내민 서류에 감사관은 처음에는 믿을수 없다는 듯이 보다가 이윽고 영혼이 빠진 듯 멍해져 버렸다.





"이제 그만 저분들을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저분들은 죄가 없고 저희들의 소중한 고객님들이십니다. 마침 오늘은


그동안 앙주에서 저분들이 거두신 수익과 재투자 및 납세 처리, 배당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는 총회날입니다.


저분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여 총회를 망치고 싶지 않으니 어서 풀어주시길 바랍니다."





"...풀어 ...주어라."





감사관은 영혼이 빠진 듯 넋을 잃고 대답했다. 그리고 묶여 있던 모든 사람들, 분명 뇌물을 줬는데 어느새 투자자가


되어 주주로서 대접받게 된 사람들이 환호하였다. 그들은 풀려나며 나와 안젤모 재무관에게 감사와 고마움을 표했다.


나 역시 어안이 벙벙하게 그들에게 형식적인 인사를 하였고, 그들을 응대한건 안젤모 재무관이었다.





"오오... 헤리포드 쪽이셨죠? 오늘 배당으로 제법 짭짤하게 챙겨가시겠군요. 축하드립니다."





"콘웰에서 인기있다는 포이악 와인을 준비했습니다. 나중에 가실때도 한병 챙겨드리겠습니다."





"추가 투자를 원하신다고요? 물론 가능합니다. 특별히 이자율이 높은 상품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갑작스러운 대량 구금 사태를 한순간에 축제 분위기로 만든 안젤모 재무관은 싣고 온 와인과 안주들을 가지고


고객들을 대접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나에게 다가왔다.





"많이 놀랐습니까?"





"정말... 이러시는 법이 어디있어요? 언질은 좀 주셔야죠. 그리고 뇌물을 그런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시다니...


그런 발상은 대체 어떻게 나오는 거죠?"





"하하하... 다들 힘들다 힘들다 말해도 어딘가에 숨겨진 돈은 항상 있는 법이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어차피 뇌물로


주고 버린 셈치는 돈이겁니다. 하지만 그것도 합법적인 경로로 좋을 일에 쓰면 멋진 결과를 낼수 있죠. 앞으로


관련 뇌물을 주려고는 했지만 망설이던 사람들의 투자가 줄을 서게 될겁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투자란


명목으로 당신과의 끈을 만들고 동시에 나름 짭짤한 수익도 챙겨갈수 있으니깐요. 이 방식은 왕실에도 도움이


됩니다. 성실 납세에 대해 큰 도움이 되니깐요. 모두가 다 행복해질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것 뿐입니다."





"아, 정말이지... 총독님은 저를 항상 놀라게 만드시네요."





그때였다. 에드워드 왕자가 지나가듯이 말했다.





"로시니 학파..."





그리고 안젤모 재무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경제를 추구하는 리알토 증권가의 소수 학파가 아마 비슷한 주장을 했던걸로 기억나네요.


혹시 그쪽과 무슨 관련이 있으신가요?"





로시니 학파? 어라? 그러고 보니 안젤모 재무관님 성이... 그순간 안젤모 재무관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요? 분명 베니스에 그런 소수파가 존재하긴 했었죠. 지금은 대가문들의 추방을 당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는 합니다만... 뭐, 그런 분들에게 줄이라도 댈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저는 보다시피 작은 시골


재무관인지라 그런 연은 없을 듯 하군요. 오해를 사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왕자님."





"흐음... 그런가요?"





"네에... 전 금시초문인 이야기입니다. 자아, 고객분들이 연회장에 들어가시는 군요. 왕자님과 시장님도 어서


들어가시죠. 좋은 와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그는 황급하게 자리를 뜨듯 연회장으로 향했다. 나는 그가 사라진 곳을 조용히 쳐다보고 있는 에드워드


왕자를 보며 말했다.





"저어... 왕자님, 괜찮으세요?"





"정정을..."





"네?"





"이번에는 정정을 하지 않고 가시는 군요. 총독이라고 말했는데도 말입니다."





왕자는 어께를 으쓱하며 연회장으로 향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는 그냥 가시네. 나는 잠시동안 의문에


잠겼다, 곧 잊어버리고 앙주의 주인으로서 손님들을 맞으러 연회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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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46 loveis
    작성일
    14.08.12 01:19
    No. 1

    오호 재무관 뭔가 숨겨진 경제학자 인가요? 흥미진진하네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stoneax
    작성일
    14.08.13 14:51
    No. 2

    취향에 맞는 글입니다만,
    제 취향이 일반적이진 않은 것 같네요.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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