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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창녀와 광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K8086
작품등록일 :
2014.08.06 07:20
최근연재일 :
2014.08.21 00:0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8,255
추천수 :
289
글자수 :
301,785

작성
14.08.1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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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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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5쪽

5화

DUMMY

크리스마스 당일, 나는 후드와 코트를 깊이 눌러쓰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왕궁에 초대장을 보여주고 복도를 걸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모든 궁중에 들어오는 여성들이 화려한 파리에서 유행하는 느낌의 드레스를


두르고 삼삼오오 수다를 떨며 우아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공작새처럼 화려하게 펴진 프릴과 레이스와 보석 장식이


내 눈을 휘황찬란하게 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나름... 기발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오는 그 순간까지 루이 첩보관과 마틸다는 망설이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확실히


좀 무리수가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어차피 얼마 없는 시의 재정을 저런 화려한 드레스에 낭비할수는 없다.


그리고 아무리 화려하게 꾸민다고 해도 평생을 우아함으로 살아온 그녀들에게 기가 죽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그래서 선택한 의상인데... 과연 괜찮을까? 살짝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다.





파티장의 입구에서 기다리는 시종들은 얼굴을 알아보는 귀족들에게 인사를 건내며 코트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무시하는 건지 아니면, 몰라서 그런건지 코트를 달라고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대로 코트를 입고


파티장으로 들어가야 했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진수성찬이 차려진 파티장에서 이미 수많은 화려한 의상을 뽐내는


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직 허름한 코트를 벗지 않은 나는 분명 눈에 띄었을텐데도 그들은


안중에 없는듯 무시하며 자기들만의 대화에 빠져들어 있었다.





"이번에 단단히 망신을 당하겠군요. 하하하... 앨프릿 대왕이 이 나라를 세우신 이후 처음일겁니다. 왕실 파티에서


그 어떤 레이디에게도 허락받지 못한 왕은."





"이번 기회에 국왕의 버릇을 좀 단단히 고쳐놔야 할것 같소. 평생 전쟁터에서만 뒹군 군인 나부랑이가 주제도 모르고


대귀족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높여가고 있어요. 이건 모든 귀족들이 나서서 막아야 할 겁니다."





"근데 괜찮을까요? 한가지 걱정되는게 그 미친 왕자가 귀국했다는 거요. 지금까지 왕세자와 그 미친 왕자가 국왕의


위기를 여러차례 막아내었잖소. 이번에도 설마..."





"하, 자기들이 여장이라도 하고 참석하려나? 그럼 참 그거 볼만하겠구려. 걱정마시오. 이 잉글랜드에 그 어떤


대귀족도 왕과 춤추지 않기로 합의 되었소. 몇몇 왕에게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남작들은 아예 참석도 못하게


못박아버렸소. 볼만할꺼요. 오늘 왕이 당할 망신이..."





역시나... 귀족들은 단단히 작정을 하고 왕을 망신주기로 작정한듯 했다. 나의 존재에 대해 그들이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것은 다행일까나? 바로 그때였다.





"국왕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





그 소리와 함께 음악이 연주되고 왕이 왕자들과 함께 파티장에 들어왔다. 화려한 왕의 복장을 거친 그는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귀족들은 곧 당할 그의 망신이 상상되는 듯 웃음을 참고 있었다. 왕이 파티장의 한가운데


서서 올해 있었던 일들의 간단한 평과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축복을 바란다는 의식적인 인사를 고하자 시종장인듯


보이는 사람이 소리쳤다.





"국왕 폐하께서 퍼스트 댄스를 같이 추실 퍼스트 레이디를 선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일동 침묵했다. 그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왕이 희죽 웃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나를


찾았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거침없이 나에게 다가왔다. 웅성거림이 일었다. 왕이 다가가는 곳에


있는 나의 존재에 대해 귀족들은 그제서야 궁금증과 당황함을 느끼는 듯 했다. 그리고 왕이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짐의 퍼스트레이디가 되어 주겠나?"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가 여전히 걸친 코트가 의아한듯 했고 그안에 뭘 입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듯 했다.


나는 목에 코트깃을 풀고 코트를 벗었다. 그리고 내가 입고 온 드레스가 드러났다. 흉갑의 형태를 한 가슴받이


장식에 몸에 달라붙는 형태의 드레스라기 보다는 그림속에 나오는 신화속의 여전사들의 복장 같은 옷이었다.


그리고 그때 그 옷을 알아본 누군가가 소리쳤다.





"부디카?"





그랬다. 그건 나는 잘 모르지만 옛날 브리타니아에서 활약했다는 부디카 여왕의 옷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에서


따온 옷이었다. 그것은 명백히 프랑스풍의 프릴달린 레이스와는 다르면서도 그런 옷들에 기죽지 않는 품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옷은...





"잉글랜드의 복식이군... 왜 그런 옷을? 그대는 프랑스인이잖은가?"





왕의 질문에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신은 잉글랜드 국왕의 봉신이니깐요. 그러니 당연히 잉글랜드의 복식을 입어야 한다 생각됩니다."





왕은 흐믓하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파티장에 있는 모든 여성들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마치, 자신의 프랑스풍 옷이


반역자의 옷이라도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듯 했다. 그리고 조금 분위기가 험악해지며 자신들의 계획을 나에 대해


누군가 트집을 잡으려고 하는 듯 할때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저 여자... 기억났어. 1년전 전쟁의 끝무렵에 나타나 모든 잉글랜드의 귀족들을 모욕했던 그 여자... 그래 맞아.


앙주의 마녀야."





"히익... 기억나버렸어. 그 무지막지하게 험한 말들... 아직 살아있었나? 아, 그때 1년 기간으로 사형 유예받았지.


근데 왜 저 여자가 여기 와있는거야?"





순간 파티장의 모든 남자들이 나에 대해 엄청나게 경계를 하며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그 기세 덕분에 달려와서


내 머리채라도 잡지 않을까 걱정됐던, 에드워드 왕자의 말처럼 뚱뚱한 왕비도 잠시 멈춰섰다. 그리고 저 너머에서


그런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에드워드 왕자는 실로 유쾌하다는 듯이 낄낄거리며 날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나는 그대로 왕의 인도에 따라 모든 귀족들이 벽으로 물러서 생긴 파티홀의 한가운데서 파티의 퍼스트 댄스를


왕과 함께 추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다. 거리의 여자들이라면 항상 하는 일이었으니깐. 나는 조금


서툰듯 스텝이 틀리는 왕에게 걸음을 맞추어 실수처럼 보이지 않게 부드럽게 유도하며 댄스를 이끌었다. 그리고


몇분동안 춤을 추며 음악이 마치고 큰 실수 없이 춤을 마친 왕은 흐믓하게 미소지었고 많은 귀족들이 박수를 쳤다.


일부는 마지못한것이었겠지만... 왕은 조용히 속삭였다.





"오늘 짐을 도와줘서 고맙도다."





나는 간단히 목례로 그 인사를 답하고 자리를 피했다. 곧 왕의 퍼스트 댄스가 끝나고 수많은 귀족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파트너들과 함께 군무를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에 대한 공격이 시작되었다.





"만나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앙주의 시장님. 여기 보르도 포이악에서 올라온 와인을 한잔 드시죠. 오호라...


이런 실례를 와인을 드시는 예의를 잘 모르시는군요. 미리 알려드려야 했는데. 와인은 잔이 아니라 다리를


잡고 마시는 거랍니다. 이런 귀한 와인은 손의 온도에도 쉽게 변해버리거든요."





"네에,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건 보르도 와인이 아니라 포르투갈 세리주에요. 세리주는 증류를 거쳐서


희석하니 손으로 잡아도 변질되지 않습니다."





"하하... 무슨 그런 억지를... 제 입맛은 보르도 와인에 길들여져 그런 저렴한 세리주 따위는 금방 알아챌수


있습니다."





"라벨 한번 뒤집어 보세요. 와인으로 사기쳐서 팔아먹은 세리주라면 분명 뒤에 이중 인쇄자국이 있을꺼예요."





"그럴리가 없는... 어라?"





술에 관련해서... 지금 거리의 여자들한테 명함을 내밀수 있을것 같았나? 귀족의 입맛을 자랑하던 그 청년 백작은


사기당했다며 길길이 날뛰며 파티장을 빠져나갔다.





"you look so dirty bitch. 아, 실례... 프랑스어로 말씀드릴걸 그랬네요. 무슨 뜻이냐하면..."





"I can understand your opinion. A little bit, i agree, too."





"에... 저어... 영어 하실줄 아시나요?"





"네에, 조금은... 그리고 부인께서는 몽페라토 출신이신가봐요. 그쪽 억양이 있으시네요. 편하게 이탈리아어나


라틴어로 대화할까요?"





"아, 저어... 라틴어는 저도... 잘..."





"그런가요? 유감이네요."





글은 프랑스어만 겨우겨우 읽지만 대화는 대충 몇몇 나라 언어로 할만하다. 손님들이 항상 프랑스인들만 오는 건


아니었으니깐...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손님들 받느라 좀 고생했던게 이런식으로 도움 받을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니 귀하의 가문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군요. 어느 명가의 출신이신지 설명 좀 해주실수 있을까요?"





"네, 저는 신성로마의 황가인 잘리어 가문의 분파입니다. 증조부께서 황실의 정치싸움에 역정을 내시고 자리를


포기하시고 프랑스로 오셨는데 거기서 받은 봉토가 앙주였습니다. 대대로 앙주의 백작가를 유지하다가 부친대에


이르러 영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주시고 시장으로 직위를 바꾸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몇몇 유력자분들을


거치다 저에게 돌아와 시장직에 봉직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루테니아 왕가의 후손이신데 헝가리의 봉신으로


정착하시다 요양차 들린 앙주에서 만난 아버님과 눈이 맞아서 시집오셔서 이곳에 쭉 사시다 1년전 타계하셨습니다."





"잠... 잠시만요. 그게 지금 무슨 헛소리..."





"어머나, 그럴리가요? 백작님의 조부님께서 저희 조부님과 절친이셨는데 그게 어떻게 거짓일리가 있죠?"





그의 얼굴이 새빨게 지고 사람들이 웃음을 눌러참았다. 나에게 가문을 물어 망신주려던 백작은 조부대에 평범한


농민이었다. 베드포드 공작을 전쟁터에서 구한 일로 신임을 받아 백작의 자리에 올랐다고 루이 첩보관이 미리


알려주었다. 백작이 되고 나서 자신의 가문을 먼 로마의 명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사기를 친걸로 유명한


작자라고 했다. 내가 그 점을 지적하자 그의 말문이 막혀 버린것이다.





왕비와 유력한 귀족들은 파티의 와중에도 나를 주목하며 뭔가 더 공격을 하려는 듯 주변의 귀족들에게 뭔가


계속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를 기억한 몇몇 귀족들은 1년전 내가 욕한 일을 떠올리고 뭔가 더 크게 데일것


처럼 느꼈는지 주저주저하고 있었고, 일부 용기를 내서 나를 공격하러 온 귀족들이 망신만 당하고 물러들 나자


더이상 도전하는 무모한 귀족들은 더 없었다.





확실히 이런 모습을 보며 온실의 화초같다는 기분도 들었다. 일생 가까이 다가갈수도 없는 존재라 여겼는데 의외로


거친 거리의 삶에서 보면 어려움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다. 나는 딱히 악의를 드러낼 생각도 없는데


어느새 내 주변에 거대한 공간이 생기는 것을 보며 슬슬 돌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하던 차에 누군가 다가왔다.





"한곡 같이 추실까요?"





윌리엄 왕세자였다. 나는 그에게 드러낸 가시를 조금 감추고 치마를 들어 예를 표하고 무도의 파트너가 되어 주었다.





"귀족들을 다루는 솜씨가 제법이군요. 솔직히 걱정 많이 했습니다."





"제가 망신을 당하면 폐하도 난처해지시는 것 아니었나요? 딱히 악의를 가지고 한 행동은 아닙니다만... 오늘 이후


잉글랜드의 수많은 귀족들의 공공의 적이 되겠군요."





"흐음... 공공의 적이라. 뭐 그럴수도 있겠죠. 하지만 전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의외로 우상이 될지도 모르죠."





그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기가 찼다.





"우상이요? 저같이 막되먹은 여자한테요? 농담이 과하시네요."





"그럴까요? 지금 주변을 둘러보세요. 고위 귀족들의 경계와 질시, 여자들의 질투와 증오... 그리고 또다른 감정이


한가지가 이 파티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맞춰보세요."





나는 윌리엄 왕세자의 말에 눈을 살짝 돌려 주변을 바라보았다. 분명 윌리엄 왕자가 말한 두가지 반응은 확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또다른 반응? 아... 알것 같다. 나는 씁쓸하게 말했다.





"몇몇 귀족분들에게서 느껴지네요. 뭐 저런게 다있냐는 경외감? 놀라움? 하여간 신기한거 봤다는 반응... 확실히


느껴지네요."





"정답입니다. 하지만 그건 분명 적의가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으로 해석할수도 있는


반응이죠."





"농담하지 마세요. 그들은 그냥 천한 여자가 이런곳에서 난동을 부리는 것에 대해 신기한 구경거리 보는 듯이


즐기고 있을 뿐이예요."





"음악이 끝나가는 군요. 잠시 테라스에 나가 얘기를 좀 나눌수 있을까요?"





나는 망설이듯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를 따라 나온 테라스에는 살짝 눈이 쌓여 있었다. 입김이 나오는 추운


날씨지만 생각보다 춥단 생각은 많이 안들었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말했다.





"이런 곳에서 창부랑 놀고 있으면 부인께서 슬퍼하실꺼예요."





"하하하... 역시 나보다는 에드워드가 와주길 바랬나보죠?"





난 순간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느꼈다.





"아니에요. 저는 그런 말씀을 드린건..."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에드워드는 지금 폐하의 곁에서 고약한 신하들이 충성을 가장하며 다가오는 일들을


내치느라 정신이 없으니깐요. 뭐 올해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져 저놈들도 부례한 제안을 들고 오는 일이


좀 줄어들어 수월하긴 하겠지만요. 덕분에 임신한 아내가 파티에 불참한 사이 몰래 놀러온 방탕한 왕세자가


레이디를 상대하는거죠. 실망스럽겠지만 조금 참아 주세요. 오늘 기분은 어떠신가요? 즐거우신가요?"





"뭐어... 어리벙벙합니다. 몇일전까지만 해도 사형 집행을 받으러 온 죄수 신분이었으니깐요. 죽을 각오를 다하고


왔는데 사과를 받고 살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어찌해야 할바를 몰랐어요. 그리고 연이어지는 파티... 제가 상상만


하던 일들이 현실이 되니 뭐가 뭔지 생각이 좇아가질 못하네요."





"일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드신 우리 폐하에게 주님의 자비를... 그러면 또 여쭤보겠습니다. 우리 폐하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대답해주세요."





"위대한 잉글랜드의 국왕이십니다."





"솔직하게 말씀해달라니깐요."





왕세자는 무슨 의도로 저러는 걸까? 뭔가 유도심문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나는 왕세자가 왕과 각별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조금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유능하지만 소심한 분 같습니다. 지도자보다는 보좌로서 더 우수하신 분 같습니다."





너무 심했나? 하지만... 내 솔직한 기분을 말했다. 그러자 왕세자가 웃었다.





"하하하... 신랄하시군요. 에드워드도 그 정도로는 말하지 못할텐데. 하지만 동의합니다. 저희 폐하, 소심하신


분입니다. 그건 본인 스스로도 동의하시는 내용입니다. 사실 폐하는 왕위에 오를 입장이 아니셨습니다.


헤리포드의 사령관으로서 부대의 기강을 엄격하게 잡고 의무를 다하시는 것에 충실하신 것이 그분에게는 더


어울리는 삶이었죠. 왕의 자리에 올라 정치적인 복잡한 권모술수를 다루는 일은 그분께는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곳 잉글랜드에서 너무나 오랜 왕위 다툼에 백성들은 염증을 냈고, 세력이 그 어느쪽도 다른쪽을 압도하지


못하는 팽팽하게 대치된 상황에서 끊임없는 소모전을 10여년을 보냈고, 그만 좀 하라고 바른말을 했던 폐하에게


양쪽의 세력은 민심이 모이는 것을 보고 어렵사리 합의를 해서 겨우 평화가 찾아 왔죠. 물론 그것은 양 세력이


잠시 맡겨놓고 언젠가는 다시 찾아오리라 생각한 왕위였습니다.





폐하께서는 왕위에 엉겁결에 오르신 이후에도 변함이 없으셨습니다. 악을 미워하고 부조리를 벌하고 온당치 못한


자들을 매질하셨죠. 다행히 주님이 그분에게 주지 않은 정치적 역량 대신 군사적 재능은 그분을 여러차례 대외


전쟁에서 성공을 거두게 하셨고, 그 덕분에 왕권은 공고해져 갔지만 여전히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분은 항상 무슨 일을 처리할때마다 거부를 위한 거부를 외치는 양쪽의 귀족 세력에 끼어 스트레스를 받으셔야


했고 그들이 발목을 잡는 덕분에 이 나라에는 부조리와 비효율과 악덕이 판을 치고 있죠. 그분에게는 진심으로


국왕에게 충성을 바치는 신하 한명 없는 불행한 삶을 사셨습니다. 그런데 그때 당신이 나타난겁니다. 폐하는


진심으로 기뻐하셨습니다. 그런 잔혹한 대우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주어진 일을 충실히 행하고 폐하의 명에 따른


당신을 진정 폐하가 가져본 첫번째 진정한 봉신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그는 목례하며 나에게 감사를 표했다. 나는 그를 말리며 말했다.





"저는 그냥 엉겁결에 그런 입장에 처한것 뿐입니다. 그리고 저의 존재는 어쩌면 폐하에게 더 큰 고민을 안겨드릴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파티장에서만 양쪽 세력의 귀족들이 저를 못잡아 먹어 난리인듯 여러차례


인신공격을 해왔습니다. 태생이 천하고 시작도 뭔가 좋은 의도가 아니었던 저의 존재는 폐하를 불편하게 할 이유가


될수도 있습니다. 저보다는 폐하께서는 든든한 왕자님들이 계시잖습니까. 윌리엄 왕자님이나, 에드워드 왕자님이나


아직 만나보지 못한 다른 왕자님들이 폐하를 든든히 보좌하고 있으니 그것에 더 안심하실듯 합니다."





"흐음... 오늘의 인신공격, 사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물리치시고 되려 역습을 가해 그들을


혼비백산하게 하시더군요. 당신의 그런 활약은 오늘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주목하게 만들었습니다. 고민을


안긴다라.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까 파티장에 감도는 경외감에 대해 제가 말씀을 드렸죠? 잘 기억해


두세요. 앞으로 당신에게 예상치도 못한 일들이 벌어질수도 있으니깐요."





예상치도 못한 일?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그때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말을 이어갔다.





"왕자들에게 거는 기대는 조금 접으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그냥 무능한 사람일 뿐입니다. 원래대로라면 저는


왕자로서 자격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저의 어머니는 헤리포드의 술집에서 일하던 하녀셨습니다. 당시 그곳의


사령관이던 폐하의 눈에 들어 저를 가지게 되고 다행히 폐하는 저를 인정하시고 저의 어머니를 아내로 인정하셔서


전 그분의 자식이 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생 저는 아버지의 친아들이 맞느냐에 대한 질문을 귀족들에게


무언으로 받아야 했습니다. 어머님은 이렇게 말씀드리면 불효지만 폐하만 상대했다고 생각할수 없는 위치에


계셨으니깐요.





어머님이 일찍 병으로 돌아가시고 폐하께서 내전을 종식하자는 발의를 한 역활을 인정받아 왕이 되시고 저를


왕세자로 봉했을때 귀족들의 눈에서 보이는 경멸을 저는 아직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폐하께서 원치 않게


결혼을 하신 왕비마마와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세력간에 복잡한 정쟁끝에 왕비로는 노르망디 가문의 베드포드 공작의


딸로 결정되었습니다. 대귀족이었던 그녀는 저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그녀가 낳은 두명의 동생들에게 왕세자의


자리가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셋째 왕자를 즉위에 올리는 반란을 주도했고, 내심 둘째를 염두에 두고 있던 노르망디 가문이 그녀에게


협조하지 않자 반란은 실패하고 그녀는 감옥에 갖혀 분노하다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폐하의 두번째 부인으로


들어온 것은 역시 정치적 타협의 결과인 웨섹스 가문 출신의 현재의 왕비마마였습니다. 원치 않는 결혼이었지만


폐하는 남편으로서 의무를 성실히 다했고,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동생들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앞에서 버티고 있는 저와 둘째를 미워했고 베드포드가 뒤에 있는 둘째는 못건드리고 대신 저에 대한 모략과


공작을 일삼았습니다.





폐하는 그런 그녀에게 정을 잃었고, 방황하시다 눈에 든 여성이 있었으니 그녀가 에드워드의 모친입니다. 그녀는


궁중의 평범한 주방일을 하는 시녀였고, 술을 달라는 폐하에게 당돌하게도 그만 드실것을 고하며 실랑이를 벌이다


서로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에드워드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은 곧 왕비마마의 귀에도 들어갔고


왕비마마는 불같이 화를 냈죠. 저는 그녀와 폐하의 명예와 태중의 동생을 지키기 위해 사실은 폐하의 정인이


아닌 제 애인이라고 거짓말까지 해가며 그녀를 지키려 했지만 결국 명예도 그녀도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녀는 에드워드를 낳고 얼마후 수상한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폐하는 참사회에서 간통 사실을 궁중사제에게


고발당해 참회와 고해를 오랫동안 하고 신료들에게 사죄하는 치욕을 감수하셔야 했습니다. 저는 폐하도 폐하의


소중한것도 지키지 못한 그저 말벗밖에 되어드리지 못하는 무능한 놈입니다. 저에게 큰 기대를 하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의 오랜 옛 이야기를 들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말속에 세월에 무게와 잔인한 왕가의 비정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나는 그를 위로해주고 싶어졌다.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왕세자께서는 에드워드 왕자님을 구하셨잖아요. 저렇게 훌룡하게 자라서 무예와 재능이


출중하고 사려깊은 청년이 되도록 배려하셨어요. 그리고 에드워드 왕자님은 저의 목숨도 구하셨어요. 만약에


왕세자께서 에드워드 왕자님을 지켜주지 못하셨다면 저의 목숨도 아마 거기서 끝났을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왕세자는


저의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나의 다급한 위로에 그는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그런가요? 뭐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다행입니다. 근데 출중하고 사려깊은 청년? 저 녀석이요?"





"아, 그건 저도 정정... 그냥 유명한 별명처럼..."





"미친 왕자, 네 맞습니다. 난봉꾼 녀석이죠. 저 녀석이 왜 미친 왕자라는 별명이 붙은지 알려드릴까요? 언젠가


그 녀석이 왕에게 고했습니다. '새끼양들의 먹이를 훔쳐먹는 암퇘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고요. 왕께서


말하시길, '암퇘지가 더이상 새끼를 낳지 않는다면 구워먹어버림이 좋겠지.' 그러자 녀석은 왕의 지혜를 칭송하고


새로 맞춘 마차를 타고 오던 왕비의 행렬에 뛰어들어 마차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버렸습니다.





사람들이 놀라 불을 끄며 왕자를 나무라자 태연하게 이렇게 말했다죠. '켄트의 양지기들은 잉글랜드 국왕의


어린 양입니다. 그런 어린 양의 고혈을 짜서 호화로운 마차 따위나 만든 암퇘지는 구워먹어버림이 좋다고 왕께서


직접 고하셨습니다.' 라구요. 그리고 나서 백성들은 통쾌함을 느꼈고 귀족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그 녀석을


미친 왕자라고 불렀죠."





"하하하... 왕자님 답네요."





"좋은 녀석입니다. 좀 과격하기는 하지만 못난 형과 늘 고민하는 폐하에게 스스로 천한 광대를 칭하며 웃긴 얘기를


늘어놓고 다니는 자상한 녀석이죠. 사실 가능하다면 왕위 따위는 제가 아닌 그 녀석이 물려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여러번 들었습니다. 뭐, 그 녀석은 그런 따분한 일 떠넘기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지만요."





"그것도 왕자님 답고요."





"제 얘기가 너무 길어졌군요. 이제 아내에게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슬슬 파티도 마쳐갈듯 하군요. 아무튼...


오늘 폐하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에드워드와 잘 지내주세요. 당신은 그 녀석이 호의를 보이는


많지 않은 사람들중에 하나입니다. 부디 그 녀석을 많이 도와주시길 바랍니다."





"네에... 기꺼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왕세자 전하에게도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에게 보내주신 신뢰와 기대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것 같군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메리 크리스마스."











새해는 런던에 있는 여관에서 맞이하였다. 크리스마스 이후 어찌되었던 시장으로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게 되었으니


앙주로 돌아가기를 바랬지만 왕은 당분간 런던에 머물러 달라는 요청을 했다. 루이 첩보관은 그런 그의 요청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내렸다.





"지금 앙주로 시장님이 돌아가시면 크리스마스에 있었던 일의 후환이 전부 국왕 폐하에게 몰리게 될겁니다. 뭐,


주범이시니 당연하긴 하지만 국왕 폐하는 그 상황을 바라지 않으시겠죠. 시장님께서 런던에 남아 계시면 그 일에


대한 불만을 앙주의 시장에게 직접 말하라는 명분이 생기죠. 그래서 머물라 요청하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요? 그러면 한동안 이곳에 남아서 귀족들의 이런저런 공격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얼마나요?"





"음... 글쎄요. 기한이 얼마라고는 말씀드리기 어렵군요. 왕의 의중에 달린거겠죠. 물론, 무시하시고 그냥 가셔도


됩니다. 시장님은 대귀족이시니 그런다고 해서 문제가 되진 않습니다. 다만 약간의 결례와 국왕 폐하의 실망을


받으시겠죠."





"하아... 앙주에는 제가 안돌아가도 별 무리 없을까요?"





"이런 일을 예상하셨는지 필립 재상께서 서편을 보내셨습니다. 안젤모 재무관의 뒷통수를 찍어버릴 권한만 자기에게


준다면 당분간 런던에 머무셔도 괜찮다고요."





"있으라는 말씀이시네요. 알겠습니다. 다들 그렇게 해달라는 데 머무르죠 뭐. 앙주도 저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


가고 있는것 같은데 굳이 돌아갈 필요는 없겠죠. 그런데 저희 뭐하죠? 그후로 왕궁에서는 딱히 다른 일을 지시받은


사항은 없는데요."





나의 의문에 마틸다가 대답했다.





"쇼핑하자! 쇼핑! 지금이 아니면 언제 우리같은 앙주 시골뜨기들이 런던같은 대도시를 돌아다니겠어. 어차피 할일도


없으니 쇼핑하자. 안젤모 영감이 왠일로 크리스마스 파티 마치자마자 체류비라고 몫돈 보내줬어. 이 기회에 너도


좀 예쁜걸로 꾸미자. 저번에 그 코스프레는 아무래도 평소에는 입고 다니기 무리라고."





"용어가 1000년을 앞선것 같다만... 근데 안젤모 총독님이 체류비를 보내셨다고? 의외네. 무슨 생각이시지?"





그 말에 루이 첩보관이 다른 서편을 읽으며 말했다.





"첫머리에 총독이 아니라 도제라고 정정해달라고 요청하시는 군요. 뭐 요약하자면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체류하시는


동안 귀족으로서 써야 할 일들이 생길테니 마음것 쓰고 부족하면 더 보내주겠다는 군요. 괜찮을까요?"





"흐음... 뭐 그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뭔가 생각하시는 바가 있으시겠죠. 일단 알겠습니다. 쇼핑 다녀와도 될까요?"





"그러시죠. 마침 잘됐군요. 마틸다양, 전에 물어본거 확인드립니다. 에라드경은 스페인 단도를 몹시 아낀다는 군요.


단도에 패링 장식끈을 생일선물로 사드림이... 우프프프..."





마틸다는 필사적으로 루이 첩보관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그 잉글랜드 망나니 얘기가 왜 나와요? 첩보관님 술한잔 드셨나봐. 일단


먼저가. 아오, 이 눈치없는 양반아!!! 조안 있을때 말하면 어떻게 해."





나는 철부지 딸내미를 바라보는 흐믓한 엄마 미소를 지으며 실랑이를 벌이는 두사람을 두고 밖으로 나왔다.











딱히 살 물건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거리를 거닐며 도시를 구경하고 가게의 물건들을 바라보다보니 시간이


잘도 흘러갔다. 그리고 발걸음을 멈췄을때는 어느새 왕궁 근처였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왕궁


앞에서 울며 왕을 만나게 해달라는 노부인... 그녀는 오늘도 울며불며 왕궁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으나 경비병은


매몰차게 그녀를 밀어낼 뿐이었다. 너무나 서럽게 울며 사정하는 노부인을 보며... 문득 돌아가신 엄마가 생각났다.


나는 깊이 한숨을 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엄마의 약속은 항상 내게 걸음을 재촉하게 한다.





"엉엉엉... 부디 국왕 폐하를... 폐하를 만나게 해주시옵소서."





"아, 짜증나, 저리가 노파!"





경비병이 그녀를 밀쳤다. 그녀는 힘없이 뒤로 넘어졌고 그런 그녀를 내가 받았다.





"괜찮으세요? 부인? 이봐요. 너무 심하잖아요."





"뭐야 너는? 감히 왕궁을 난입하려는 자를 제지한것을 항의하다니 너도 같은 일당이냐?"





"이... 이봐 잠깐만 저 여자... 전에 본적있어. 미친 왕자랑 같이 왕궁에 왔던..."





"어... 앗차... 실... 실례했습니다. 앙주의 마녀... 으악!!! 죄송합니다. 제가 무슨 무례를..."





뭔가 저 별명이 슬슬 소문이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황급히 사과하는 경비병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의아해하는 부인을 이끌고 왕궁앞을 빠져나왔다.





"자, 차를 좀 드시고 안정을 취하세요. 그리고 말씀해보세요. 무슨 일이시죠?"





"아가씨는... 누구죠?"





"그냥 지나가던 여자입니다. 부인의 사정이 워낙에 딱해보여서 나서게 되었네요. 큰 도움은 못되겠지만 억울한


하소연 만이라도 들어들이면 좀 속이 개운해지지 않으실가 싶어서 모셨어요."





그녀는 주저주저하며 나는 경계하다가 이윽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는 어느 유서깊은 남작 가문의


부인이었다. 남작은 병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대신 젊고 영리한 아들이 부친의 일을 대행하며 남작령을 훌룡히


다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날, 남작령이 속한 백작령의 아들이 사냥을 나갔다 실수로 옆의 백작령의


아들을 활로 쏘아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했다. 고의가 아니었고, 가해자인 백작의 아들이 직접 사죄하며


무엇이든 바라는 것을 다 보상하겠다고 하여 일이 수습되려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두 백작령은 인접했지만 한쪽은 베드포드의 일파에 속하고, 다른 한쪽은 섬머셋의 일파에


속하는 것이다. 피해자인 베드포드 일파의 고위층들은 이일이 섬머셋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며 해당


백작에게 복수권을 요구하라고 압박했다. 즉, 살해당한 아들대신 가해자의 목숨으로 사죄하라는 것이다. 원래


이웃에 위치하며 서로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사이기에 그냥 원통하지만 금전으로 보상받고 말려고 했으나 일파의


종주의 요구를 백작은 거절할수 없었고 그말대로 핏값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말에 놀란 가해자는 도망치다 시냇가에서 미끄러져 실족사하고 양쪽 집안은 둘다 자식을 잃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핏값에 대한 요구는 없어지지 않았다. 실족사는 본인의 과실이니 복수와 무관하고 가해자가 없다면 대신


사냥에 참석한 다른 사람의 목숨으로 갚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명된 사람이 바로 울고 있던 부인의 후계자인


남작의 아들이었다.





아들은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들이닥친 옆영지의 백작에게 체포되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에 놓였고, 그 사실에


놀란 남작은 의식이 오락가락해지며 부인에게 탄원을 하라고 말한것이다. 부인은 양쪽 일파에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가 무고한 아들의 구명을 호소했으나 양쪽의 일파는 그녀를 외면했다. 결국 그녀는 고민하도 못해 국왕에게


라도 호소해보려 왕궁가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숨을 쉬었다. 양쪽의 세력들이 너무 강했다. 이러니 탈세를 하고도 뻔뻔하게 사면하라


요구하는 게 정상처럼 된거겠지. 나는 조금은 안정된듯, 하지만 여전히 훌쩍이는 부인에게 물었다.





"결국... 문제는 아드님을 붙잡고 있는 옆마을 백작님의 의사에 달린거네요. 그분 백작님께도 억울함을 호소해


보셨나요?"





"해봤어요. 모르는 사이도 아니예요. 우리 남작가나 두 백작가가 5대 전에는 한가족인 같은 가문 출신이예요.


지금은 서로 정치적으로 갈라졌지만 다들 어렸을때는 같이 동네를 뛰어놀던 친구들이었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가서 울며 호소하고 옛정을 봐서 용서해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했어요. 옆에서 노려보고 있는 남자들 눈치를 엄청


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한가지만 더 여쭤볼께요. 베드포드에서 복수권을 요구했다면 섬머셋에서는 그게 부당한 주장이라고 반박을


하였나요? 그들의 사람이 상대편 진영에 베드포드처럼 파견되었나요?"





"아니요. 섬머셋에서는 파벌간 협정에 의거해 복수권은 타당하다고 했어요. 하지만 분쟁이 발생한다면 언제든지


참전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해왔다오.





알것 같았다. 아무래도 정치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겠지. 그리고... 양쪽에 똑같이 속이 시커먼 자들이


왜 다른 행동을 보이는지도... 나는 잠시 고민했다. 이런 일을 내가 과연 어떻게 할수 있을까? 하지만... 왠지


눈앞의 부인을 그냥 돌려보낼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용기를 내기로 했다.





"부인, 울음을 그치세요. 제가 가서 한번 설득해 볼께요."





"네에? 아가씨가요? 고맙지만 무리예요. 당장이라도 죽일듯이 분위기가 살벌해요. 아가씨같은 처녀가 가면 놀라서


까무라칠지도 몰라요. 나도 어찌나 심장이 벌렁벌렁하던지..."





"처형장 분위기라면 나름 유경험자라고 생각합니다만..."





"네?"





"아, 아니예요. 그래도 국왕을 뵙는건 도저히 무리라고 생각해요. 제가 같이 가드릴께요. 혹시 또 모르죠. 그분들


마음이 제 말에 움직이실지도요. 안내해주세요."





나는 그녀를 따라 런던의 외곽에 있는 분쟁의 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그곳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영지의 경계라는 강을 두고 서로 군대에 가깝게 무장한 사람들이 대치하고 있었고, 서로간의 자존심 싸움이 된듯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것 보우... 서로 경계에서 함부로 건너가지도 못하게 하고 있다우."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서로간에 험악한 분위기는 확실히 맞다. 하지만... 서로를 지켜보는


눈빛은 다정하다. 인상을 쓰고 있지만 그건 왠지 싸우자는 의사보다... 제발 넘어오지 말라는 경고처럼 보였다.


아마도, 부인뿐만 아니라 양쪽 영지의 백성들도 다들 조금씩은 안면이 있는 사이일것이다. 그런 그들이 경계선을


두고 대치하고 있다. 타의에 의해. 조금 자신감이 붙었다. 무대로서는 충분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벌벌


떠는 부인을 부고 하류에서 시냇가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시냇가의 한가운데를 걸어 두 세력이 대치하고 있는


여울목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양쪽의 사람들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많이 놀랐을것이다. 험악한 대치의 경계에 젊은 여자가


한명 걸어가고 있으니... 그들은 저멀리서 소리쳤다.





"이봐요, 아가씨. 어서 나와요. 거기 위험해."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와. 저 녀석들이 화살을 쏠지도 몰라."





확실히... 여기 있는 이들은 누굴 죽일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중간에 경계에 도착하고 모두의 시선이 내게


모인것이 느껴지자 소리쳤다.





"양쪽 백작님들 나와주세요. 대화를 하길 원합니다."





누군가 외쳤다.





"당신은 누구시요?"





뭐라고 말해야 나와줄까? 길고 어설픈 설명은 귀담아 듣지 않을 것이다. 쉽고 간단한걸로... 그리고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걸로 말해야 겠지? 나는 소리쳤다.





"앙주의 마녀입니다."





순간 양쪽 진영에서 '헉!'하는 신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양쪽 진영에서 각각 한명씩 노인들이 걸어나왔다.


그리고 천천히 서로를 경계하며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한명이 말했다.





"기억나는군요. 국왕의 퍼스트레이디..."





다행이다. 파티에 참석했던 사람이었구나. 다른 노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두 백작령에서 벌어진 불행한 일에 애도를 표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충고를 드립니다. 더이상 비극을 반복하시면


안됩니다. 서로간에 피를 보는 일은 멈춰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후계자를 잃었소."





"나도 후계자를 잃었소. 저 녀석이 터무니 없는 요구만 안했어도 그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오. 그 겁많은 녀석이


어떤 마음으로 죽을 용기를 가지고 사죄하러 갔거늘..."





"두분의 상심 저는 차마 이해한다 말할수 없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제가


감히 논할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감히 여쭙겠습니다. 자식을 잃은 고통스러운 경험을 오랫


친구에게 맛보게 하시면 원통한 마음이 풀리시나요."





그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한참후 대답했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오."





"묻겠습니다. 돌아가신 아드님을 죽인 가해자를 증오하시나요?"





"그렇지는 않소. 내 아들놈과 죽인 가해자 녀석은 서로 둘도 없는 친구였소. 그 녀석이 악의를 가지고 한 일이


아님은 나는 알고 있소. 하지만... 나는 이 땅의 백작이요. 나는 베드포드의 일원으로 파벌의 맹주의 조언 역시


감히 무시할수 없는 위치요. 그리고... 복수권에 대한 그의 주장도 완전히 틀리다고는 할수 없소."





"여기서 한가지 지적할께요. 왜 베드포드는 복수권을 주장하며 강경하게 핏값을 요구하고 섬머셋은 그게 옳다고


그냥 상황을 방치했을까요? 그건 바로 이번 일로 희생된 두 사람이 양 백작가의 후계자이기 때문입니다."





"무... 무슨 소리요?"





"후계자를 잃은 백작령은 백작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되죠?"





"그야 당연히 주인인 공작님께... 어? 설마..."





"생각하신게 맞을겁니다. 우연히 발생한 일이지만 사냥터의 사고로 인해 베드포드는 백작님의 영토를 몇년후에


합법적으로 회수할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 일은 문제를 발생시킬 소지가 있었어요. 섬머셋의 입장에서 보면


베드포드의 직할 영지가 커지면 여러모러 불편해지니 봉지를 회수하는 것을 달갑지 않게 여겼겠죠. 이건 아마도


상상이지만 베드포드는 거래를 한게 아닐까요? 복수권을 요구해서 이쪽 백작령도 후계를 단절해서 섬머셋도 영지를


회수하게 해주겠다. 그러니 우리의 요구에 적당히 잠자코 있어주고 우리가 영지를 회수하는 일에 합의하라.





섬머셋에서는 딱히 손쓸일없이 영지 하나가 공짜로 직할로 들어오는 것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겠죠. 하지만 우연히


문제가 되었던 후계자가 죽일 필요도 없이 죽어버리자, 일이 잘풀리기는 했지만 한번 요구한 복수권을 거두기에는


합의가 들통날게 두려웠겠죠. 그래서 정책적으로 일관성을 보여주기 위해 남작령의 장자의 목숨을 요구한겁니다.


여기까지 제가 한말에 이의가 있으신 분?"





두 노백작들의 입이 딱벌어졌다. 사실... 내가 생각한것만은 아니다. 이곳에 올때 잠시 집에 들려 루이 첩보관의


의견도 경청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충분했다. 노백작들은 분개했고 수치스러워했다. 그리고 잠시후...





"미안하다. 내가 귀가 얇아 네 아들까지도 죽게 만들었다."





"아니요... 어찌 형님 잘못이겠소... 나도 복수에 미쳐 눈이 어두웠던 것을... 애초에 그놈 실수로 시작된 일..."





그들은 울먹이며 서로를 끌어안고 서로의 슬픔을 위로해주었다. 그들의 모습에 양쪽의 백성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나에게 말했다.





"즉시 석방하겠소. 우매한 우리들을 일깨워줘서 고맙소. 앙주의 시장이시여. 하지만... 그래도 한탄스럽구려.


5대에 걸쳐 몽고메리 가문이 일군 이 영지는 이제 베드포드의 직할이 되겠구려..."





"그렇구만... 두 몽고메리 백작가가 다 하루아침에 사라지겠군."





나는 힘겹게 말하는 노인들에게 말했다.





"꼭 그렇지만은 않죠. 두분에게는 또 다른 아들이 있으시잖습니까.





"또 다른 아들?"





"체포되신 남작가의 후계자분이요. 그분 역시 몽고메리 가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두분 다 그분을 후계자로


지명하세요. 그리고 두 백작가와 남작가를 합쳐버리세요."





"하... 하지만 그렇게 하면 베드포드에서..."





"우리도 섬머셋에서 분명히..."





"제가 국왕 폐하께 진언드리겠습니다. 몽고메리 가문의 비극을 고하고 가문을 하나로 묶고자 하는데 허락을


청하겠습니다. 기억하시죠? 저는 국왕의 퍼스트레이디였습니다. 그리고 요충지인 앙주의 시장입니다. 두분께서


동의만 해주신다면 제가 직접 폐하에게 고해 더이상 이땅의 비극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부인,


나오세요. 부인도 동의해주셔야 합니다."





노부인은 울먹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두 노백작은 부인을 보며 말을 못했다. 부인이 울먹이며 말했다.





"오라버니들... 이제 그만해요. 우리 집안끼리 서로 싸우고 피를 보는건 여기서 멈춰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이 땅을 왕에게 바쳐요. 더이상 외부에서 우리들에게 간섭해서 혈육들간에 피를 보는 일은


그만 두어요..."





두 노백작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말없이 다가가 아마도 어린시절 귀여운 친척 동생이었을 노부인을 안아주며


위로했고 위로받았다. 나는 그제서야 여기서 내가 할일이 끝난것을 느낄수 있었다. 남은 일을 그들에게 맡기로


돌아가려는 나를 그들이 불렀다.





"앙주의 시장님!"





내가 뒤를 돌아보자 그들은 다같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두 백작과 노부인과 백성들도 다같이 고개를 숙였다. 나는 미소를 띄며 그들에게 반례하고 발걸음을 돌렸다.











왕에게 고하는 일은 걱정했던것 보다는 쉽게 끝났다. 나는 팽팽한 양 세력간에 대치상황에 내가 돌발상황을


만든게 아닌가 우려했지만 왕의 반응은...





"그러니깐 몽고메리 가문이 하나로 합치겠다는 거지? 좋아좋아! 그 영감님들 내가 좀 아는데 사람 괜찮아. 감히


내게 반기를 들 집안이 아니야. 하핫! 이걸로 베드포드 녀석과 섬머셋 녀석들이 얼마나 열받아할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날듯하구나."





좀 품위없는 말로 몹시 기뻐한 그는 즐겁게 후계자 지명을 승인했다. 그리고 왕을 알현하고 나오는 내게 윌리엄


왕세자가 말했다.





"제가 말씀드렸죠? 당신에게 경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고. 몽고메리 가문은 앞으로 베드포드와 섬머셋의 영향을


벗어나 새로운 파벌에 모이게 될겁니다. 역시 당신은 폐하의 충신입니다."





"하아... 무리한 말씀을... 전 그냥 자식이 죽을 위기에 처해 울부짖는 부인이 딱해서 도움을 드린것 뿐입니다.


뭐, 폐하께서 평소라면 상상도 할수 없는 저같은 여자를 퍼스트레이디로 지명하신게 조금 도움이 되긴 했지만요.


전 왕세자 전하께서 기대하시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못됩니다. 근데... 그러고 보니 좀 궁금한게... 지금 이


나라에 베드포드와 섬머셋 외에 다른 파벌이 있었나요? 그들이 새로운 파벌로 들어간다니요?"





"아, 모르셨나요? 최근에 생긴것 같습니다. 국왕 폐하에게 충성하는 귀족들의 모임... 앙주파라고요."





"켁... 쿨럭쿨럭..."





"저런... 감기신가요? 주님의 은총을..."





"감기가 아닙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앙주파라뇨? 지금 제가 무슨 파벌이라도 이끌고 있다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군요."





"요컨데 이렇습니다. 현재 잉글랜드는 두 거대 귀족가문들이 양대 파벌을 형성하고 막대한 정치력을 행사하고 있죠.


하지만, 그 권력의 단맛이 모두에게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각자 파벌의 중심인 노르망디가와 웨섹스가와 인연이


있는 이들에게만 권력이 주어지고 군소 영주들을 그들의 위세가 두렵거나, 혹은 다른 세력으로부터의 피해가 두려워


마지못해 세력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죠.





하지만 그들도 야망이 있습니다. 현재의 공고해 보이는 권력구조에 양대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주고


나름 기존 세력보다 후한 조건으로 끼워주는 새로운 파벌이 생긴다면 그 세력이 다소 약하다 해도 굳이 노르망디와


웨섹스의 들러리 노릇을 하느니 제 3의 세력에 참가할 의사가 분명히 있다는 거죠. 거기다 왕에게 충성한다는


표면적으로 상당히 정의로운 명분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구요. 지금까지는 그런 세력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세력을 발의하고 구심점이 되어줄 대귀족이면서 왕에 충성하는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죠."





"지금 그러니깐 제가 그 구심점이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당신은 모든 조건을 갖추었습니다. 군소 영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당신은 오랜 명문 귀족


가문 출신이 아니어 무시당할 염려도 없고, 시장이니깐 영지에 대한 몰수나 부당한 징발에 대한 우려도 없습니다.


그리고 잉글랜드 본토가 아닌 프랑스 최전선에 위치해서 함부로 공세를 취하는 것도 만만치 않게 까다롭고,


이미 크리스마스 파티와 1년전의 일화에서 보여준것 처럼 귀족들에게 지지않고 대항하고, 그러면서도 왕에게


자기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고 충성하는 신하입니다.





당신에게 집결하는 것은 현재 나름 파벌 맹주로서 왕처럼 권세를 부리며 영주들을 동격이 아닌 무슨 하인처럼


대하는 두 파벌에 머물러 있는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물론 몽고메리가 표면적으로 파벌을 언급하거나


당신을 맹주로 언급하지는 않을것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은 몽고메리가 앞으로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에 대해


베드포드나 섬머셋이 아닌 당신의 의견에 동의할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것은 겨우 시작에 불과합니다.



에드워드는 이렇게 말하더군요. 런던의 작부들이 해나는 날만 손님을 받는다면 당신은 비오는 날만 손님을 받게


될거라고... 런던에서 해나는 날은 1년에 두달도 안된다는 걸 아시죠? 당신의 과거를 들먹인거라면 실례를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당신에게 많은 사람들이 접근해올것입니다. 그리고 왕실은 당신의 그런 행보가


지속되기를 바라며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왕세자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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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3 14.08.11 1,174 18 35쪽
» 5화 +3 14.08.10 1,147 20 45쪽
4 4화 +3 14.08.09 1,012 20 28쪽
3 3화 +2 14.08.08 998 19 32쪽
2 2화 +4 14.08.07 1,170 20 24쪽
1 1화 +3 14.08.06 2,277 22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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