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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8086 님의 서재입니다.

창녀와 광대의 이야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K8086
작품등록일 :
2014.08.06 07:20
최근연재일 :
2014.08.21 00:03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8,256
추천수 :
289
글자수 :
301,785

작성
14.08.13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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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30쪽

8화

DUMMY

세무 감사의 결과는 후에도 많은 여파를 가져왔다. 중소 영주들은 합법적으로 앙주에 금품을 제공할수 있고 그에


따른 수익까지 보장받을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들 돈을 싸들고 앙주로 빈번하게 찾아왔다. 제공된 돈은 중소상인들에게


투자되고 이어서 부지를 확보하여 넓은 상업지구와 공업지구를 만들 자본이 되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소액 대출을


확대하여 푼돈이 없어도 앙주에서는 장사를 해서 먹고 살수 있다는 소문을 널리 퍼트리는 계기가 되었다.


시민들은 유입되는 인구에 조금 거림칙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풍요에 금방 익숙해졌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님을 경배하는 것을 게을리하고 예배에 불참하는 불경스러운 일요일 장터를 문닫아라! 문닫아라!"





"문닫아라! 문닫아라!"





시장 관사에서 내다본 광장에는 십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나름 자기들만의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물질적인 번영에 환호하는 것은 아니었다. 보다 높은 것을 추구하는 사람, 정확히 말하자면 참사회의 일원이기도


하면서 사사건건 나에게 딴지를 거는 앙리 주교의 경우 내가 제시하는 방향성에 열렬한 반대를 표하고 있었다.





"해산시킬까요?"





에라드는 조금 악감정이 걸린듯 나에게 물었다. 아마도 여전히 거리의 여자들을 매도하는 앙리 주교의 입장이


애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본인도 유쾌하지 않은 듯 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버려 두세요. 평화로운 시위는 시민의 권리예요. 그보다는... 너무 호응하는 사람이 없어서 되려 도와주고


싶은 마음마저 드네요."





사실이었다. 딱히 내가 주장해서 뭔가를 하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풍요를 맛본 시민들의 나에 대한 지지도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원리원칙과 경건함과 엄숙함만을 요구하는 앙리 주교는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몇몇 열성신도들과 주교관의 사제들이 동조는 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열악한 상황에서


나를 반대하는, 앙주의 기분에서 보자면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나는 몇일전의 그의 방문을 회상했다.





"당장 이자를 받는 짓을 그만두시오. 그리스도의 자식들 간에 어찌 불경하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아 재물을


쌓는단 말인가? 그런건 주님의 자식들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일이요."





그의 말을 안젤모 재무관이 짜증스럽게 받았다.





"아놔, 말이 좀 되는 소리 좀 하쇼! 그럼 유대인들은 이자 받아도 괜찮고? 그런 논리가 어딨어?"





"이 돈밖에 모르는 악마의 졸개들 같으니...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 보다 어렵단


성경 말씀도 모르느냐!"





"것참, 알려면 좀 제대로 알고 까쇼! 낙타가 아니라 밧줄이요. 낙타라는 건 성경을 히브리어를 라틴어로 옮기면서


생긴 번역 실수요. 뜬금없이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할 이유가 어딨다고..."





"에잇! 시끄럽다... 이 불경한 놈들... 온 도시가 주님을 찬양하는 경배 대신 물건값을 흥정하는 소리로 가득


채웠구나. 이 환전상과 비둘기 상인과 매춘부의 일당들 같으니... 너희를 예수께서 성전을 정화하셨듯이


이 땅에서... 켁켁... 이거 놔라! 이 불경한 놈."





에라드는 매춘부라는 말이 나오자 마자 참지 못하고 앙리 주교의 멱살을 잡고 끌고 나갔다.





"됐고, 체포는 안할테니 집에 가서 머리 좀 식히고 오쇼. 그리고 한번만 더 주둥이 가볍게 놀리며 나도 정말


가만히 안있을꺼요."





"이 놈 놔라! 주님이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그는 끌려가면서도 계속해서 현재의 시국을 비판하고 신앙의 가치를 주장했다. 좀 한숨이 나왔다. 분명 나의 존재가


성직자의 입장에서 곱게 보일리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까지 변치 않고 나의 반대편에 서는 저 초지일관이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는 어렸을적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어쩔수 없이 내몰린 여자 아이들의


현실이 그토록 마땅치 않은 걸까? 나의 표정을 살피던 필립 재상은 말했다.





"뭐... 요즘 시의 분위기가 좀 가벼워진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노인들이 간간히 보인것도 사실이기는 합니다.


외부인들의 유입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흘러들어오는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저렇게


까지 강경하게 주장해서야 되려 동조하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어려울텐데..."





"네에... 저도 동의해요. 순진하리 만큼 자기 주장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시는 분이죠. 어렸을때랑 전혀 변함이


없으시네요. 거리의 아이들에게 저 분은 치안 관리들보다 더 무서운 존재였었죠. 하아... 매춘부라... 뭐 부정할순


없지만 기분이 좀 그러네요. 에라드경에게 치안 강화랑 풍기 단속을 좀 더 강화해달라고 요청해주세요. 이자는


어쩔수 없지만 뭔가 하는 시늉이라도 내긴 해야죠. 그래도 일단은 참사회 각료의 제안이니 무시할순 없겠죠."





"알겠습니다. 명 받들겠습니다."





그렇게 명령했고, 에라드는 보란듯이 주정을 부리거나 여자들을 희롱하는 몇몇 경범죄자들을 제대로 때려잡아


주교관을 지나가게 했다. 하지만, 그건 그에게 그리 큰 감동을 주지 못한것 같다. 나는 최근 안정된 정세를


보이고 있는 앙주와는 달리 잉글랜드 본국과 프랑스 사이에 감도는 새로운 전쟁 조짐에 대한 보고서를 접으며


애써 잊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리고 몇일 후 마틸다가 생각치도 못했던 소식을 가지고 왔다.





"새로운 주교가 왔어!"





"뭐라고? 갑자기 왜? 앙리 주교님 아직 멀쩡히 살아 계시는데..."





"몰라, 주교관 주변에 난리가 났나봐. 얼른 가봐바..."





나는 옷을 차려입고 주교관으로 갔다. 주교관 주변에는 조금 소란스러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런데 모여있는 사람들의 면면이... 다들 여자? 나는 길을 비켜주는 마을의 부인들과 아가씨들을 지나 주교관으로


들어갔다. 그곳에 새로운 주교가 나와 나를 맞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보에몽 주교입니다. 이곳 앙주 교구에 새로 부임하였습니다."





뭐랄까나... 주교라기 보다는 멋진 귀족 청년이라고 하는 말이 맞을것 같은 잘생긴 청년이었다. 이렇게 젊은 사람이


주교라고? 기존에 백발이 성성한 앙리주교와 비교되어 더 젊어 보이는 것 같았다.





"앙주의 시장, 조안입니다. 오신걸 환영합니다. 근데... 새로 부임하시다뇨? 기존에 앙리 주교님은요? 원래 주교는


종신직 아니었나요?"





"아아... 이해가 잘 안되시겠군요. 사실 이번에 교황청에서는 각 지역에 부임한 주교들의 실사 조사가 있었습니다.


백성들에게 주님의 뜻을 전하고 바른 길로 인도하고 세속의 영주들과 협력해 이 땅에 안정을 기해야 하는 책임을


가진이가 주교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주교들은 개인적인 불만으로 영주와 협력을 거부하고 도당을 만들어서


영지에 분란을 가져오는 정치적 행보를 하는 주교들이 있다는 제보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사 결과 그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는 몇몇 주교에게 현직을 박탈하고 신임 주교를 파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는 어느새 내 뒤를 쫓아온 루이 첩보관을 돌아보았다. 그가 말했다.





"뭐어... 최근 이 근방의 몇몇 주교들이 면직되는 일들이 종종 보고되고 있기는 했습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교황청의 내부 감사에 의한것도 맞구요."





"그...런가요? 그래도 좀 당황스럽네요. 지난 몇십년간 이곳에서 주교셨던 분이 면직을 당하시다니..."





"그간의 앙리 주교의 행적은 잘 들었습니다. 도가 지나치더군요. 근심이 크셨으리라 생각됩니다. 현재 그는 주교관의


그의 방에 연금시켜 두고 심문관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가 함부로 시장님을 공교롭게 하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적극적으로 시장님의 일을 돕겠습니다. 저는 주교로서 이 땅의 백성들을


주님에게 인도해야 할 의무도 있지만 동시에 당신의 봉신으로서 시정에 협조할 의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잘부탁드리겠습니다. 내일부터 참사회에 참석하면 될까요?"





"아... 네에... 일단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그는 많은 여자들이 꺄악꺄악 거리는 환호성에 반례하듯 손을 들어주고 내게 인사를 한 뒤에 주교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음날 그는 참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소개를 하고 각료들에게 앞으로의 주교로서 할일들을 발표하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나는 되물어야 했다.





"그러니깐... 거리의 여자들에게도 미사를 허가하고, 앞으로 시장에도 순회 미사를 통해 일요일에 미사 불참을


대신하도록 배려한다는 거네요. 그리고 고해성사의 내용 중에 시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수 있는 내용은 각료회에


공유하겠다고요? 그래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다소 개혁적인 성향이지만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이미 베니스와 플랑드르에서는 어느 정도 통용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저는 적극적으로 시장님에게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저의


그런 뜻을 알아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안젤모 재무관을 보았다. 그는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뭐... 거짓말은 아닙니다. 일부 자유 도시들이 그런 주교의 개방적인 방침이 운영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하루아침에 된건 아닌데..."





"이미 검증된 좋은 방식을 주저할 이유가 없죠. 뭘 망설이십니까? 한동안 너무 강압적인 전임자의 방식에 익숙해져


버리셨나 보군요. 앞으로는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런 교황청에서도 면직시킨 자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앞으로 교권은 높은 곳에서 올라오길 요구하지 않고 시에 스스로 적극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


믿고 맡겨주시길 바랍니다."





그는 자신만 믿으라고 큰소리로 웃었고, 회의는 거기서 대충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그가 회의장을 떠나자 나는


알수 없는 미묘한 기분을 느끼며 창밖으로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마틸다가 들어와서 말했다.





"뭘 고민해? 사람 좋고 훤칠하구만. 거기다 우리같은 거리의 여자들도 미사를 받아준다잖아. 저런 사람 처음 봤어.


더 볼것도 없어. 하긴 따지고 보면 누가 와도 그 앙리 영감만 할라구. 꽉막힌 꼰대 영감 같으니... 걍 덥석 수용해.


아니, 수용할것도 없네. 걍 두면 얼마후에 심문관이 와서 알아서 앙리 영감 잡아가고 저 사람이 여기 주교 되겠네.


얘기는 여기서 끝! 이렇게 쉬운 고민이 또 있을까? 걍 맛난거랑 맛없는거 중에서 맛난거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녀의 조금 격떨어지는 말에 다른 각료들이 조금 쓴웃음을 지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너무 맛있어서 불안해..."





"엥? 그게 또 뭔소리야? 그게 뭐가 불안하다는 거야."





"옛날에 기억안나니? 거리에서 제일 다정하게 우리를 대해주는 사람이 누구였지?"





"그야... 그 빌어먹을 일수쟁이들이었지. 돈빌리기 전까지만..."





"그래, 딱 그 느낌이야. 너무 친절이 과해. 뭔가 지불해야 할 과도한 대가가 따라올것 같아. 좀 알아봐야 겠어.


루이 첩보관님, 뒷조사 좀 가능하실까요?"





"이미 마쳤습니다."





"그렇게 빨리요?"





"이미 부임하기 전부터 요주의 인물이었으니깐요. 결론만 말하자면... 프랑스 첩자입니다."





나를 포함한 다른 각료들이 모두 경악했다.





"그럴수가... 교황청에서 공식적으로 임명한 주교라고 했는데..."





"그 교황청이 문제입니다. 지금의 교황은 프랑스 왕에게 붙잡혀 로마가 아닌 프랑스 국왕령인 아비뇽에 끌려와


구금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교황을 구금한 프랑스 왕은 교황의 명령을 빌미로 각 주교들을 세속의 봉신으로


채우고 그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점입가경으로 교황을 빼앗긴 로마에서는


남은 추기경들이 모여 아비뇽에 구금된 교황을 무시하고 새로 대립 교황을 세운 상태입니다.





현재 많은 주교들이 선택을 강요 받고 있더군요. 아비뇽에 끌려온 기존 교황의 명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로마에


있는 대립교황을 따를 것인지... 그것에 대한 의견 대립과 분쟁 또한 교권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비뇽의 교황청은 기존 아비뇽에 대한 정통을 인정한 주교들에 대해 동향을 조사하여 프랑스


국왕의 측근들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선봉에 선 자가 바로 아까 보셨던 보에몽 주교, 아니


전에는 보에몽 이단심문관으로 유명했던 그자입니다.





실질적으로 성직자라기 보다는 프랑스 왕의 봉신이라고 보심이 맞을듯 합니다. 그런 그가 여기 왔다는 것은 진정


우리를 위하기 위함보다는 주교자리를 꿰어차고, 제대로된 교황청에서라면 용납하지 못할 개방적인 교리로 백성들의


민심을 사서 장차 이곳 앙주 전체를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보심이 좋을 듯 합니다. 실제로... 주변의


몇몇 영지들이 그렇게 프랑스왕의 직할령처럼 되버린 곳들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맙소사... 역시 대가가 따르는 호의였군요. 근데 왜 저 사람이 잉글랜드의 영지인 이곳까지 온거죠? 여기서 설령


시민들의 마음을 얻어 영지를 빼앗는다고 해도 영지를 들고 프랑스로 갈수도 없잖아요. 프랑스에 충성한다고


발표하면 전쟁이 날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잉글랜드에는 프랑스에 줄을 대고 있는 세력이 있습니다. 바로, 베드포드 공작입니다. 죽은 전 왕비의 모친인


베드포드 공작부인이 프랑스 왕실의 핏줄이었습니다. 이 땅을 프랑스로 주장할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땅을


탈취하고 베드포드 공작의 파벌에 들어가는 방식은 가능할것입니다. 아마도... 그쪽에서 그런 종류의 모략을


꾸며 달라고 프랑스에 요청한게 아닐까요?"





"하아... 기가 막히는 군요. 그렇다면 얼른 그를 추방해야 겠군요."





"근데 말입니다. 그건 또 그것대로 문제입니다. 교황청의 실상이 어찌되었건, 그는 분명 교황청이 임명한 공식적인


주교입니다. 그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심증만으로 추방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수를 발생시킬수 있습니다."





"하긴... 그것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꿔야 겠군요."





"생각해두신 방법이라도?"





"그가 비겁하게 접근했다면 우리도 비겁하게 대접해줘야 겠죠. 마틸다, 혹시 지금도 연락되는 거리의 동생들 중에


거짓말 좀 잘하는 애 없니?"





"응! 거짓말? 그거 후보가 너무 많아서 문제인데? 근데 왜? 너 설마..."





"그래 짐작하는 그거... 거리의 아이들도 미사에 참석을 허락했다고 했지? 그럼 고해성사도 받겠지? 이번 주말까지


할일 알려주고 돈 지불해줘. 얼른 마무리하자."





그리고 일요일 오후 주교관에서는 참으로 민망한 장면이 펼쳐졌다.





"아니야! 저 갈보가 거짓말하는 거야! 난 그런 말 한적이 없어!"





에라드는 한숨을 쉬며 아랫도리는 속옷바람인 보에몽 주교에게 말했다.





"설득력이 참 없는 차림이십니다. 다시 한번 증언해봐요. 그러니깐 고해실에 간 다음부터..."





그의 말에 훌쩍이고 있는 여자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주님의 뜻은 말씀이 아니라 몸으로 갚아야 한다며, 더럽혀진 육을 정화시켜준다고 옷을 벗으라고..."





"거짓말하지마! 네가 먼저 내게 봉사하고 싶다고 했잖아! 내가 막무가내로 싫다고 하는데 네가 와서 내 바지를


벗기고 매달리다... 으악! 내가 왜 이런 한심한 증언을 해야 하는거야!"





주교는 한동안 옥신각신하며 난리를 쳤고, 에라드는 정중하게 권고했다.





"일단 조사를 해봐야겠지만... 결과에 대해 어떻게 처우해 드릴까요? 세속의 방식을 따르시겠다면 앙주 시의


경비대에서 관련 사실에 대해 유죄가 인정될 경우 성범죄자로 확정하고 광장에 3일간 매달아 두게 될겁니다.


하지만 교권의 방식을 따르시겠다면 어서 교황청의 심문관을 찾아가셔서 관련 사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시고


해당 선고를 따르시길 바랍니다."





그는 에라드의 말에 한참동안 망설이다 간신히 대답했다.





"...교권의 방식을 따르겠소."





몇일후 앙주를 방문한 교황청의 심문관은 예상치도 못하게 직무방해의 혐의로 구금된 앙리 주교 대신 성추행으로


기소된 보에몽 주교를 연행해 가야 되었다. 처음에 와서 수많은 여인네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던 꽃미남 주교는


그렇게 이를 갈며 심문관을 따라 아비뇽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나는 일처리를 잘한 아이에게 잔금이 지불되었다는


보고를 마틸다에게 들었다.





"오호호호... 그 얼간이 주교놈도 거짓말 좀 할줄 알던데? 뭐? 그 갈보가 유혹해? 그냥 슬쩍 유혹의 말만 던졌는데


얼씨구나 좋다 하구 바지를 내리길래 엄청 당황했다더라."





"잘 처리되었으니 다행이네. 앞으로도 주의해야 할것 같아. 그런 종류의 우회적인 공세가 어떻게 들어올지 짐작도


할수 없으니 말이야..."





"하아... 그래도 좀 아쉽네. 성실한 사람이 그런 개혁적인 방침으로 와줬다면 좋았을 것을... 나름 미사를 허락받는


다고 기뻐한 동생들도 많았다는데... 이제 앙리 영감태기가 다시 미사 참석을 금지하겠지?"





"뭐어... 어쩔수 없지 뭐...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그때였다. 갑자기 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것 놔!"





"이러시면 안됩니다."





요란하게 사람들의 악다구니같은 소리가 들리고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집무실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


문이 활짝 열리고 나타난 것은 앙리 주교였다. 그는 뭔가 분노한듯 으르렁거리며 나를 노려보고 곧바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생각치도 못한 난입에 정신이 빠져 아무것도 할수 없었고, 그가 내 앞에 다가와서 다짜고짜...





'짜악!!!'





뺨을 후려 갈겼다. 마틸다가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이 노망난 노친네가! 에라드! 체포해! 저 영감, 시장님을 폭행했어!"





그리고 안그래도 말리다 넘어진듯 앙리 주교에 뒤따라 들어온 에라드는 칼집으로 앙리 주교의 등을 내려쳐 바닥에


쓰러뜨리고 그의 팔을 뒤로 묶어 포박했다. 그러나 앙리 주교는 자신을 체포하는 에라드에겐 시선도 두지 않고


그대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네 까짓게 감히 무엇이길래 교황청에서 임명한 적법한 주교를 욕보이고 추방하느냐! 이 요망하고 건방진것 같으니."





나는 여전히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받아친건 마틸다였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그는 프랑스 첩자라고! 그리고 그 인간 몰아내줘서 당신이 다시 주교 자리 차지하게 됐잖아!


뭐가 불만이라고 여기서 행패야!"





"그가 첩자든, 아니든 그건 중요치 않다. 그는 적법한 교황청의 절차를 밟아 임명된 앙주의 신임 주교고, 나는 주님의


목자로서 교황청의 명을 따라 그를 후임 주교로 인정하고 따를뿐이다. 그것이 교권의 룰이다. 누가 나를 위해서


주교 자리를 챙겨달라고 했느냐? 누가 감히 주님의 종에게 누명을 씌워 모욕할 것을 허락했느냐? 다 너희들이


세운 모략이 아니더냐! 이 사악한 매춘부 같으니..."





그의 예상치도 못한 항의에 잠시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말한 매춘부라는 말에 마틸다는 다시 분개해서


기죽지 않고 소리쳤다.





"매춘부라고 매도하지 마! 이 망할 영감태기야! 당신이 언제 우리한테 동전 한닢 적선한적 있어? 3일을 굶어봐!


빵 한조각에 수치심 따위는 없어져. 맨날 길거리에서 우리를 오물보듯이 하면서, 영업 방해나 한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에 대해서 뭘 안다고 망발이야!"





그가 처음으로 마틸다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무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최소한... 너희들은 부모라도 있었지, 나는 태어나면서 부터 의지할곳 없는 수도원에 버려진 고아였다. 나에겐


그런 시련이 없었다고 생각하느냐? 수도원의 머슴으로 일하며 보름이 넘게 굶고 더러운 시냇물로 배를 채운적도


있었고, 훔치지도 않은 달걀을 훔쳤다고 인두로 다리가 지져지는 벌도 받아봤다. 그래도 그런 고통스러운 순간마다


나는 죄를 범하는 대신 주님의 은혜가 임하고 나를 괴롭히는 죄인을 용서하기를 기도했다.





내가 왜 너희 매춘부들을 싫어하는지 아느냐! 너희들은 질서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너희는 당장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몸을 더럽힐 뿐이라 위안하지만, 너희들로 인해 어떤 집의 정숙한 아내가 눈물짓게 되고 어떤 집의 성실한


아들이 염세적으로 변한다. 그리고 어떤 영주는 자기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었지... 너희들과 즐긴 쾌락과 맞바꾼


동전 몇닢에 사람들의 마음에 절망이 가득차고 영혼이 병든다. 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지!"





그의 무시무시한 기세와 옛 이야기에 마틸다는 움츠러 들었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말했다.





"이 모든 잘못된것을 더 이상은 방치하지 않겠다. 나는 지금 당장 교황청에 편지를 써서 이번에 발생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경과를 설명하고, 보에몽 주교가 무죄임을 밝히겠다. 그리고 기존에 명령대로 이곳에 다시 부임을 하게


하고 안된다면 대신할 사람을 보내달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일에 대한 죄를 내가 책임지고 벌을 받을


것을 청할것이다. 그 과정에 다시 한번 이런 더러운 술수를 개입시킨다면, 주님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을 것이다!


놔라, 이 요망한 것의 수하야!"





그는 포박하다 의외의 기세에 질려버린 에라드를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가 나가고 난뒤 한참동안


나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부축하며 마틸다가 말했다.





"망할... 뭐 저런 노인네가 다 있어? 결국 뭐야? 자기 처벌해달라고 청원하겠다고? 맘대로 하라 그래! 빌어먹을...


수도원에서 멍청하게 머슴살이 곧이 곧대로 한게 무슨 자랑이라고..."





"그날..."





"응? 뭐라고?"





"그날 내가 그를 뿌리치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수 있었을까?"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알아먹을수 있게 얘기해봐."





"아니야, 그냥 옛날 생각이 나서... 아파... 뺨이 부었나봐. 얼음 좀 가져다 줘."





"어? 그래... 알았어..."





나는 얼음을 가지러 간 마틸다를 뒤로 하고 창밖으로 저멀리 걸어가는 앙리 주교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뺨의


고통과 함께 옛 기억을 떠올렸다. 잘못된 선택을 했던 날의 기억... 나는 정말 그것 밖에 선택할수 없었던 걸까?


나는 조용히 커텐을 닫고 조금 일직 집무실에서 퇴근했다.





몇일 후 마틸다가 내 눈치를 보며 말했다.





"보낸 편지의 답변이 왔나봐. 루이 첩보관이 알려줬어. 지금 배달부가 주교관에 막 전달한 모양이야."





"그래? 그럼... 가봐야 겠다."





"에... 하지만 그건 좀..."





"가봐야지... 어찌되었건 그도 우리 앙주의 각료인데, 그 결과를 확인해야 시장으로서의 도리겠지. 너무 걱정하지마.


그날 처럼 난폭하게 행동하진 않을꺼야."





마틸다는 왠지 말리고 싶은 표정을 지었고,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아무런 동행없이 주교관으로 향했다.


노을이 질 무렵의 하늘이 붉었다. 나는 왠지 텅빈 것 처럼 느껴지는 주교관에 들어갔다. 예배좌석의 한쪽에 앙리


주교가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지는 모습으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내가 말을 걸었다.





"교황청의 답변이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는 말없이 손을 뻗어 내게 편지를 내밀었다. 편지에는 다소 복잡한 수사들을 제외하고 읽자 간단한 결론으로


정리해주었다. 보에몽 주교의 복직은 본인 거절로 인해 불가. 신임 주교를 지명하기에는 적임자를 물색하기 어려워


당분간 앙리 주교가 임시로 주교직 수행. 그리고 맨 밑에는 교황의 직접 서명을 증명하는 어부의 반지의 인장이


찍혀있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 대답하였다.





"유임되신것 같네요..."





"......"





"실망이신가요? 아니면 다른 문제라도..."





잠시 침묵이 오간 뒤 그가 대답했다.





"그 편지... 네가 읽을수 있었다는 것에서 뭔가 이상하지 않느냐?"





"이상한 점이요? 아, 그러고 보니 라틴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적혀서 왔네요."





"교황께서 라틴어가 아니라 프랑스어로 공식 서한을 적으실리가 없지 않느냐... 아마도 내가 쓴 나에 대한 탄핵


요청서는 아마도 교황 성하께서는 읽지도 못하신듯 하다. 그건 분명 프랑스왕의 봉신인 궁무처장이 작성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 교황 성하의 인장이..."





"그... 극악무도한 놈들이... 교황 성하의 인장마저도 제 멋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나는 그분을 안다. 수도원에서 겨울에 물을 뜨다 손이 얼어 울먹이는 더러운 고아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온기를 나눠주셨던 분이다. 그리고 성경을 읽어주시고 머슴으로서의 삶 대신 수도사로서의 삶을 인도해주신


분이셨다. 정치와 전쟁은 모르시는 분이다. 그저 교인은 가난한 이웃을 사랑하고 주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 여기셨던 분이었지.





그래서... 프랑스왕의 음모가 도사린 초대에 아무런 의심도 없이 방문하셨다 저런 봉변을 당하게 되신거다.


그리고 그분을 추종하던 추기경들과 주교들도 다 그분과 같은 분들이었지. 그래서... 지금 하나둘 자신의 자리를


세속의 군주에게 빼앗기고 수도원의 밑바닥으로 유배되어 가고 있다. 내가 한것은 마지막 희망을 건 도박이었다.


옛 제자의 편지를 읽으신다면 혹시나 교황께서 용기를 가지시고 이땅에서 주님의 대행자로서 세속의 군주의


협박을 이겨내시고, 그간의 일들을 꾸짖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결국 나는 또 절망에 빠져들뿐이다. 나의 간절한 마음은 그분에게 닿지도 않아 버렸다. 그분은 이미


내 손이 닿지 않는 세속 군주의 창검에 둘러싸여 갇혀버리신 것이다. 이제 이 땅에 더이상의 희망은 없다.


교회는 세속군주의 손에 아무런 수련도 없는 귀족 자제들에게 직책을 남발하겠지... 세속의 군주들은 주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영토를 늘릴 생각만 가득차 있다. 백성들은 구원의 기도보다는 당장 내일 먹을 식량과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는 돈에 더 열광하지... 이제 더이상의 희망은 없다.





돌아가라... 더이상 나는 널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 듣지 않는 소리를 읊는 것도 더이상 무리다. 지쳐버렸어...


이 땅에 종말이 다가오는 그 날까지 나는 여기서 그저 엎드려 주님께 회개하며 죽은듯이 지낼것이다. 이제 내가


더 할수 있는 일은 그것 밖에 없는 듯 하다. 돌아가라."





그는 힘겹게 일어서 주교관의 방으로 걸어들어갔다. 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저는 아버지가 어렸을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병든 어머니를 대신해서 거리로 나섰습니다. 처음 거리로 나가


손님과 흥정을 할때 저를 꾸짖으며 타락한 행위를 그만두라고 소리친 사람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나도


배가 고파 그냥 방해꾼이라고 생각해서, 제 팔을 붙들고 설교하는 그 손을 뿌리치고 계면쩍게 자리를 피하는


손님에게 필사적으로 달려갔었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늘 고민하였습니다. 그날 만약 저를 붙든 손길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마음을 고쳐먹고 몸을


파는 대신 다른 일을 찾아보았다면 제 삶을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무도 저를 말리지 않았던 그 상황에서 저를 말린 그 사람의 모습이... 어쩌면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아버지의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가 멈춰섰다. 하지만 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몇일전 맞은 뺨... 아팠습니다. 그래서 기억났습니다.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리의 아이를 필사적으로


말리려고 했던 어떤 우직한 수도사의 모습을... 그래서 죄송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로지 당면한


일만 몰두하여 놓치고 있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앙주의 시장으로서 부탁드립니다. 늘 하셨던 것처럼 당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말고 똑같이 행동하며 이곳에 머물러 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너의 적이다. 내게 본적도 없는 아버지 같은 모습을 보려하지 마라. 넌 매춘부였고, 난 수도사였다. 그리고


지금은 넌 시장이고 난 주교다. 어느쪽이든 용납되기 어려운 사이일 뿐이다."





"인정합니다. 늘 제가 하는 모든 일에 반기를 드시죠. 당신은 저의 적입니다. 하지만... 저의 소중한 적입니다.


아무런 사욕도 없이 쓰디쓴 바른 말을 고하는 저를 깨우치게 하는 고마운 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당신이 이곳에


오랫동안 남아 저에게 대항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한... 이 땅에 모든 바른 신앙의 기둥들이 쓰러지고 있다면... 당신은 이겨내야 합니다. 버티고 버텨서 언젠가


올 구원의 세상에 기둥이 될수 있도록 지금의 시련을 이겨내어야 합니다. 아마도, 그것이 당신을 사랑하셨던 교황


성하께서도 바라시는 일이라 감히 짐작해 봅니다."





나는 그 말을 마치고 주교관을 돌아나왔다. 그리고 그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어느새 노을이 졌던 붉은 하늘은 어둑어둑한


밤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나는 주교관을 나오며 조그만한 소리로 들릴듯 말듯...





"가는 길 주님께서 보호하시길..."





...이라고 들은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나는 내 착각일지도 모르는 그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발걸음도 가볍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일후 마틸다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찻잔을 차려주며 말했다.





"그 심술쟁이가 뭔 바람이 불었는지, 거리의 아이들도 미사 참석은 허락한다더라. 그리고 일 그만두고 회개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에게는 주례도 서주겠다고 했데."





"그래? 나름 고민 많이 하셨겠는데?"





"고민은 개뿔이... 딱 고만큼만 바뀌었어. 여전히 거리에서 바쁜 장사꾼들 붙들고 회개하라고 난동질이다. 그리고


거리의 동생들한테도 정신차리라고 훈계질이고... 짜증나는 영감태기 같으니..."





나는 마틸다의 말에 살며시 미소지으며 찻잔을 들었다. 그 정도로도 많은 변화라 할것이다. 조금씩 더 나아질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문제로 고민할 틈이 없었다. 잉글랜드와 프랑스 양국 관계가 외교로 수습이 되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 개전이 코앞에 다가왔다. 나는 마음속으로 한건 해결되었다는 것에 안도하며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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