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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님의 서재입니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Slow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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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금지
작품등록일 :
2023.03.11 07:32
최근연재일 :
2024.06.30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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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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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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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77. 검은 용 레이드Raid(1)

DUMMY

*


“크어어어어어어어어!”


긴 굉음. 긴 발버둥. 검은 용의 고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할만큼이었다. 인간과 조금도 닮은 것이 없는 미물이었고 괴물이었지만, 그 굉음에 섞여 들려오는 고통이 느껴진다. 제냐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MP를 다루었다. 검은 용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긴 몸이 무너진 돌 절벽의 잔해들을 뚫고 계속해서 바깥으로 빠져 나온다. 검은 용의 몸은 신기하다. 허공을 날고 있는 듯하다, 거진.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알 수 없었다. 근육이 어떻게 되어 있어야 저런 꼴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MP라는 신비한 에너지는 대부분의 기현상을 설명할 수 있게 해준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작은 몸뚱이였지만, 급속도로 전개되는 속도전에서 관성을 무시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일 수 있었다. 고도로 단련된 기력술사들이 보이는 재주였다.


제냐는 브라운의 등 뒤에 타고 있다. 호아킨이 앞쪽. 그가 뒤쪽이다. 제냐가 외쳤다. 호아킨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있었다. 그가 쏘아내는 투사체에 걸리적거리지 않을까 해서였다. 화살이 아니라 초상 스킬인 이상, 사실 투사체를 형성하는 지점은 다소 떨어져도 큰 문제가 없었다. 가능은 했지만, 육안의 시야가 훤히 보이게 수그려주면 좋기야 하다.


멀리 떨어뜨려서 MP체를 형성하는 게 더 의지력이 많이 쓰이고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고. 호아킨은 당장은 할 일이 없다. 원거리 딜러(데미지 딜러Damage Dealer, RPG 따위에서 몹에게 데미지를 주는 이들, 중에서도 원거리 공격을 하는 포지션)들이 제 역할을 모두 다 하고 나면 그가 투입되리라. 일단 검은 용에게 붙고 나서야 그가 할 일이 생긴다. 지금은 검은 용과 충분히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기다란 놈이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놈의 형체가 깊은 굴 근처로 들어간다면 정확하게 파악이 안된다. 굴의 내부를 보는 것도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시간이 걸리고. 검은 용은 공격을 하거나 상대의 공격을 피할 때 지면 속을 자주 이용한다. 땅 속을 유영하는 벌레인 것이다. 기다랗고, 아주 강력하다. 빠르며, 단단하다.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마수의 아가리를 상대하는 건 긴장감이 아주 넘치는 일이다. 적절히 어그로 관리를 해주면서 놈의 주의를 끌어야만 손쉽게 타격이 가능해진다. 호아킨이 할 것이 그것이다.


놈에게 붙고 다가가서 신나게 도끼를 휘두르는 일. 그리고 어그로Aggro 관리(공격성 높은 몬스터의 주의를 돌리는 일. 투우사가 황소를 상대하듯)를 통해서 시간을 끄는 게 주 업무가 되리라.


브라운이라는 이름의 갈색 매의 등 뒤는 푹신했다. 새의 깃털이 아주 풍성하고 촉감도 좋다. 따로 목욕을 시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 세계에서 캐릭터의 신체가 면역력이 떨어져서 쉽게 병에 걸리지는 않았다. 군인적으로 보아도 딱히 가릴 일은 아니었고. 호아킨은 편하게 엎드려서, 싸움을 관람했다. 그가 손 쓸 일은 달리 없으니까.


뒤에서는 제냐가 손을 뻗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라운과 호아킨에게 최대한 위해가 가지 않도록, 전방 상향으로 양팔을 뻗은 뒤 스킬을 구사하는 중이다. 파지지직, 하고 두려운 소리가 들린다. 번개의 줄기가 위에서 번쩍거리는 것 같았다. 브라운은 다행히 놀라지 않았다. 짐승이 번개나 불을 두려워해서 이상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전투가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지리라.


브라운과 썬더스 역시 순하게 따르고는 있지만 태생은 몬스터이기에 그런 건지, 혹은 라이엔이 적응시켜놨기에 담대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호아킨은 평온하게 날갯짓을 치며 같은 위치 즈음을 유지하고 있는 새의 등 위에서 휴식을 취했고,


제냐는 조금 정신이 없다.


MP를 적절히 분배해서 사용해야 한다. 릿샤가 싸우고 있으니, 그 뒤를 도와서 최대한 데미지를 주어야 했다. 릿샤의 스킬은 강력하다. 제대로 된 마스터 마기아의 위력이라는 게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보스 몹은 고수급이 되어가면서 점차 말도 안되는 HP를 갖게 된다. 저 검은 용만 하더라도 100,000은 우습게 넘는 HP를 가졌으리라. 거기에 막대한 재생력과 방어력을 더하니, 토벌자의 입장에서 체감하는 포인트는 훨씬 높다.


그것들을 다 깎아먹어야 했고, 거세게 반항하고 요동치는 검은 용을 상대하면서 최대한 안전하게 치러야 하는 일이었다. 릿샤의 계산은 놀랍고, 늘 정확하다. 지금 먹이고 있는 데미지에 합해서 최대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마 이것으로 검은 용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뒤이어 근접전이 일어날텐데, 그 때를 위해서 MP의 여력이 있어야 했다. 괴물을 인간이 상대하는 건 지독한 일이었다. 초인이기에, 가능은 하다. 그러나 MP가 많이 필요하다. 기력술사는 초상술사에 비해서는 MP를 소모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소비량의 단위가 다르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훨씬 격상의 육체 능력을 가진 마물의 앞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을 치기 시작한다면 가릴 것이 없어진다.


한 발 한 발을 떼고, 검을 휘두를 때마다 최대의 위력으로 쏟아내야만 겨우 전투가 유지되는 법이었다. 그런 페이스로 근접전이 이루어진다면 기력술사들 역시 MP의 감소세가 만만치 않다. 지금 빠르게 입혀둬야 하는 데미지와, 이후에 풀어내야 할 전투의 비율을 따져보면서 그는 번개의 구를 형성했다.


아까와 마찬가지였다. 썬더 스피어, 를 모체로 그 위에 체인 라이트닝이나 낙뢰같은 2차 스킬들을 섞는다. 앞에 썬더~ 무엇무엇 하는 접두사가 붙는 종들은 뇌전 계열의 원소술 스킬에서 1차 스킬이라고 분류된다. 1차가 무조건 약하고 2차가 무조건 고위의 스킬이다, 라는 건 아니지만 평균적으로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는 2차 이상의 스킬들이 기본 위력은 높았다.

1차 스킬은 말 그대로 기본적인 스킬들이었고, 다루는 이들의 역량에 따라서 위력이 천차만별로 변할 수 있었다.


응용력이 높고, 스킬의 구성식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 초상술사로서 수준을 높여가고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다양한 변형 술식들을 점차 다루게 된다. 그럴 때 가장 먼저 손을 대고 바꿔보는 것은 그런 1차 스킬들이다. 화염 계열의 원소술사라면 파이어 볼, 스피어, 볼트, 등의 여러 이름들을 가진 것들이 있겠고.


제냐는 지금은 뇌전 계열만 쓴다. 여러 종류의 원소를 섞는 것도 쓸만은 한 방법이지만 당장은 시너지를 그리 크게 만들어낼 수 없었다. 중첩 스킬을 복잡하게 짠다면 사용할 때 시전 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테였고 말이다.

단위 시간당 데미지를 계산해서 최대한 많은 타격을 입혀야 하는 상황이라면. 단순한 공격이 최선이다. 그래서 선택한 뇌전 계열이었고, 썬더 스피어다.


둥그스름하게 만들어졌다. 아까의 타원형과는 조금 달랐다. 어느새 사람의 머리통만한 크기가 되었고, 곧이어서 제냐 자신의 상반신만한 크기가 된다. 위쪽으로 뻗은 팔이라서 브라운의 대가리보다 한참 위쪽이다. 한 2, 3미터 정도는 더 떨어진 곳이었다. 파지직, 하면서 푸른 번개가 여기저기로 그 줄기를 흘려댄다.


멋, 이라고 볼 수도 있었지만 그 번갯줄기에 지나치게 많은 MP가 들어가 있고 또 공격적인 위력이 포함되어 있다면 제냐가 아직 조정을 잘 못하는 것뿐이다. 쓸데없이 MP를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고, 초상술사는 본디 자신이 다루는 스킬을 완벽하게 다루어내야 한다. 정확한 지점에 위력 투사를 하는 것이 원거리 딜러로서의 기본 소양이었다.


원거리 공격을 하고자 한다면, 자신이 있는 최초 지점에서 타격점까지 얼마나 에너지를 손실하지 않고, 최대량을 전달하느냐가 고민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궁술가들이 활대를 쥐고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숨을 멈추는 것 역시 그런 이유였다.

초상술사는 숨을 멈출 필요는 없지만, 의지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을 다루면서 MP를 조물거리고, 모양을 만들 때 그와 같은 집중력이 요구는 된다. 물리적이고 딱 맞닿아 있는 이유로써 무호흡 상태를 유지할 건 없었지만,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숨소리가 잦아들게 되기도 한다.


썬더 스피어의 위에 낙뢰를 실었다. 낙뢰라는 건 원래 핀포인트에 내려 꽂히는 형식의 공격이었는데. 지금은 구형의 전기체 위에 그 에너지가 전달되어 있었다. 둥그런 구형이 만들어진다. 형성된 것 위에 전기로 만들어진 가시 사슬을 얹어 놓은 모양이다. 옷을 입은 것처럼 장식되어 있었고, 거기에서 가시가 바깥으로 뻗어 나가면서 호아킨이나 브라운도 느낄만치 줄기를 만들었다.


파즈즈즈, 또 파즈즈즈즈.


현실에서 들었다면 식겁할만한 소리가 우습게 전해지고 있었다. 제냐는 최대한 구체를 위로 떠올렸다. 멀어질수록 컨트롤이 힘들다. 방향을 조금 달리하는 수 밖에. 브라운도 호아킨도 전류에 맞는 걸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새파란 하늘. 청명한 날씨. 기분 좋은 오후.


저 멀리에는 괴물이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얼었다가, 이내 불의 구를 처맞고 굉음을 내지르면서 몸부림치고 있다.


“크워어어어어어!”


현실감이 저 멀리로 사라져버리는 광경이었다. 실제로 현실이 아니라는 점도 있었다. 이곳은 가상현실이다. 누군가의 꿈을 해석해서 재조립해둔 것과 같은 판타지 세계. 검은 용, 벌레. 데슈칸의 암석과 흙을 파먹고 살아가는 오래된 네임드 몹.


아무리 오래되어봤자, 실제로 그것이 존재했던 시간은 게임이 만들어진 시간보다 길 수는 없었다. 그저 그런 데이터를 부여받은 것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실재하는 생명은 아니다. 데이터 학습을 통해서 저렇게 움직이도록 패턴을 부여받은 고도의 인공지능 NPC에 불과하다.


이지가 없는 벌레는 괴성을 내질렀고, 그것의 몸이 동굴 절벽에서 뽑혀 나오듯이 계속해서 나왔다. MP를 사용하고 있는 검은 용은 그대로 하늘도 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점차적으로 길어지던 그것의 몸은, 그 기세 그대로라면 여기에 닿는 게 아닌가, 싶다.


제냐는 번개의 구를 빠르게 완성시켰다. 태양과 같은 것이 들이박고, 정신이 없을 때 최대한 MP를 먹여야 했다.


피유우우우우.


하고 고성을 내면서 바람을 가르는 투사체가 있었다. 제냐가 있는 곳에서 왼쪽 방향. 썬더스의 위에 타고 있는 최태현은 행동이 빨랐다. 그는 탁월한 원거리 딜러였다. 어느새 다시 화살을 메겼고,


쏘아내기까지 십 여 초 안쪽으로 걸린다.


자철시는 불그스름한 궤적을 남겼다. 선명한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았다. 그것이 더욱 더 큰, 검은 선에 가 닿는다. 쾅! 때리는 소리가 자철시가 검은 용의 아래턱을 맞추면서 났다. 그 근처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대야만 들을 수 있는 소리였다.


충분히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은, 전혀 듣지 못했다.


“크어어어어어어!”


굉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어마어마한 소리가 검은 용의 아가리로부터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몸부림을 칠수록 돌 절벽의 일각 역시 계속해서 무너졌다. 이미 폭풍의 구를 맞았을 때 무너지고 있었지만, 검은 용의 움직임이 더욱 다이나믹한 산사태를 일으켰다. 낙석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경사면에 간신히 자리를 잡고 있던 나무들을 쓸어버렸다.

나무들을 집 삼아서 살고 있던 소형 동물들의 입장에서는 종말이나, 재앙 뭐 그런 일이리라.


검은 용은 종말을 알리러 온 사자처럼 흉흉한 기세와 외견으로 요동친다. 불타오르고 있었다. 태양의 구는 검은 용의 얼어붙은 몸을 화끈하게 깨워주었다. 거기에서 멈췄다면 아주 좋았겠지만, 검은 용이 가만히 있을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강철보다 더욱 단단한 외피를 뚫고 열량과 파괴력이 침투했다. 폭발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소형 폭탄을, 마치 가루와 같은 형태로 만들어 그 몸에 잔뜩 뿌리고 일제히 기폭시킨 것과 비슷한 효과를 일으킨다.


퍼퍼퍼펑, 하는 소리. 또 태양을 닮은 릿샤의 스킬이 지글거리면서 검은 용의 몸체를 녹이고, 외피를 뚫어대는 소리. 수백 여 미터의 체장을 가진 괴물 벌레가 꿈틀 거리고 산사태를 일으키는 소리. 온갖 것들이 섞여서 데슈칸의 일부가 시끄러워졌다. 저 멀리 로키 산에서 이런 소리가 들릴까? 제냐는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잠깐 생각했다. 여기에서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았다. 로키 산은 말이다.


이왕 이곳까지 온 김에 그리턴 가의 인물들과 잠깐 눈인사라도 하면 좋을까, 싶지만 그다지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이 괴물을 아주 빨리 잡아낸다면 돌아가는 길에 들를 수 있을 지도. 로그아웃 시간이 그만큼 멀어진다. 비련의 시나리오를 아주 오래 접속하는 사람들은 여덞, 열 시간도 끊김 없이 플레이한다고 한다. 중간중간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이 말이다.


열 시간이 넘어가면 일반적인 패턴은 아니다. 아무리 근육 작용이 일어나면서, 주욱 누워있다가 일어났을 때 경련이나 경직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생리 현상이라는 게 여러가지 있지 않은가. 밥도 먹어야 하고. 잠을 자듯 누워서, 안락한 상태로 있다지만 실제로 잠은 또 자야만 한다.


자는 듯한 상태와 잠을 자는 것은 엄연히 달랐다. 밥을 먹었으면 배출을 해야 하기도 하고. 이 비련의 시나리오는 프로라고 할만한 이들은 딱히 없었다. RPG게임에서 프로를 어떻게 가릴 수 있겠는가. 거기다 아무도 최종 컨텐츠에 닿지도 못했는데. 공략도 하지 못했고, 그저 유저들에게 펼쳐진 험한 세상을 달려나가는 것만 하더라도 힘에 버거운 상황이었다. 유저 간의 여유로운 경쟁이나 경기는 적어도 대부분이 비슷한 조건을 가지게 된 다음에 가능할 테였다.


스포츠와 같이 PVP 시스템만을 따로 제공하고 있는 게임은 아니었다. 비련의 시나리오를 이루고 있는 여러가지 장르적 요소들이 있지만,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요소는 서바이벌이었다. 살아남기에 급급한 게임이었다. 초보나, 중수나, 고수나 혹은 랭커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NPC들 역시 그건 마찬가지였다. 플레이어들도 한 번의 목숨을 가지듯, NPC들은 원래 그러하다. 아무리 강대한 NPC라고 하더라도 아직까지 콘란드 대륙의 비밀을 다 밝히지는 못했고, 인류의 영토는 아직도 전토에 비하면 일부이다.


강력한 몬스터나 재해들은 언제든 인간의 도시를 휩쓸 수 있다. 고작해야 레벨 100대의 파티원들이 사냥하고 있는 검은 용만 하더라도, 작은 도시 하나 두 개 정도는 우습게 궤멸적인 타격을 입힐 놈이었다. 데슈칸의 심부, 사람이 없는 이곳에서 처리를 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어느 정도 일정 개체수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이따금씩 특이한 일이 벌어져 지나치게 많은 수가 자연계에 존재하게 되면 검은 용이 살아가는 근처는 거진 불모지가 될 테였다. 땅을 개간하고 도시를 지어봤자 그것이 지나가면서 초토화를 시킬 테였으니.


“크워어어어.”


멀리서 울부짖는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그만큼 묵직한 소리였다. 제냐는 귀가 따갑다고 느꼈다. 집중이 풀리지는 않는다. 위로 들어 올린 팔에서 전기의 힘이 모여대고 있었다. 전기라는 것이 원래 이렇게 눈에 보이게, 어떤 담음새도 없이 허공에 모일 수 있는 것인가, 묻는다면 불가능하다고 답을 하겠지만은.

뭐 어떠한가. 이곳은 콘란드였고, 저건 MP를 사용해 만들어낸 전기이다.


낙뢰의 기운을 담았다. 마스터 마기아들의 그것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고, 제대로 된 중첩 스킬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면이 많다. 그러나 제냐 역시 MP가 떨어지는 편은 아니었다. 파티원들 중, 라이엔을 제외하면 가장 레벨이 높기도 했고. 기력술사와 초상술사 투 트랙으로 진행하면서 동레벨 대에 비해 언제나 높은 스펙을 자랑한다.


그런 스펙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지금, 이와 같이 고난이도의 사냥만으로 플레이 타임을 채웠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양질의 고생에 그만한 보상을 주는 식으로 지어져 있으니까.


이 게임에 프로는 달리 없었지만, 플레이어들 중에서 자신이 어떤 사업 구조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 이들은 깨나 많았다. 남다른 플레이를 하는 사람들, 피지컬, 컨트롤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 혹은 이 게임을 영화 제작의 툴로 사용하면서 맛깔나는 이야기를 연출하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플레이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판다. 영상 자료는 송출 기기에 따라서 단순한 평면 스크린에서 볼 수도 있었고, VR 시각 기기를 이용하면 360도의 전경과 소리, 생생한 입체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그 외에 공략 자료집 따위를 파는 전문가들도 있었고. 워낙 방대한 세계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다보니 별 거 아닌 것 같은 자료들도 잘만 가다듬으면 돈이 되고 쓸모가 있었다. 수 억 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게임이다. 이것으로 인해서 경제적, 사회적 가치와 현상이 도출되지 않는다는 게 더 이상할 정도였다.


초AI와 그것을 지탱하는 거대한 서버 기계, 머신이 있었다. 시나리오 온라인의 개발사와 운영사는 같은 공간에 있었고, 거의 인원들이 겹친다. 만물박사라는 AI를 개발해낸 인원들이 핵심 인원들이었고, 거기에 다시 추가적으로 외부 인물들을 모집해 만든 것이 현재 시나리오 온라인의 운영팀들이다.


최고의 AI라는 걸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곧 최고의 하드웨어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태Tae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저 불가사의한 작용이 일어나서 그렇게 되었다고 알 뿐이었다. 대기업의 후원과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으니 조금 더 분석하고, 제어 가능한 결과물로 바꾸려 애를 쓰는 중이었다.


창조자가 완벽하게 다 파악하지 못한 기이한 물건인 만물박사는 오늘도 열심히 돌아가고 일을 한다. 비련의 시나리오 온라인은 평화롭게 돌아갔고,


게임의 시스템이 평화롭다고 내부에서 즐기는 플레이어들의 플레이 내용이 평화롭지는 당연히 않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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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178. 검은 용 레이드Raid(2) 23.12.02 21 2 24쪽
» 177. 검은 용 레이드Raid(1) 23.12.02 15 2 18쪽
177 176. 그것의 입장 23.12.01 17 2 14쪽
176 175. 태양은 모조품을 용서한다 23.12.01 21 2 28쪽
175 174. 태양의 숨결에 대해서 23.11.30 25 2 16쪽
174 173. 방류의 직후 23.11.29 22 2 20쪽
173 172. 방류 23.11.29 20 2 12쪽
172 171. 괴물의 앞 23.11.25 22 2 22쪽
171 170. 용트림 23.11.25 19 2 11쪽
170 169. 번개와 폭풍, 형성중 23.11.24 23 2 22쪽
169 168. 캐스팅 23.11.24 17 2 19쪽
168 167. 사색 23.11.23 21 2 12쪽
167 166. 동굴 앞(3) 23.11.23 19 2 15쪽
166 165. 동굴 앞(2) 23.11.23 17 2 15쪽
165 164. 동굴 앞 23.11.22 20 2 14쪽
164 163. 데슈칸 심부 23.11.21 23 2 23쪽
163 162. 갈색 매 23.11.20 23 2 22쪽
162 161. 바구니 23.11.19 22 2 10쪽
161 160. 그와 그녀 23.11.19 20 2 18쪽
160 159. 의뢰(re)Quest 23.11.18 22 2 15쪽
159 158. 그녀, 라이엔 23.11.17 20 2 23쪽
158 157. 스킬러Skiller 23.11.16 26 3 15쪽
157 156. "음." 23.11.16 21 3 12쪽
156 155. 원탁 23.11.14 24 3 17쪽
155 154. 남중국 23.11.12 24 3 16쪽
154 153. 야욕 23.11.11 24 3 14쪽
153 152. 제국 특기特機 23.11.11 22 3 17쪽
152 151. 다시 만나, 담화 23.11.10 22 3 19쪽
151 150. 세르게이 알사드; 또라이 23.11.09 23 3 15쪽
150 149. 흑색장도 23.11.08 25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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