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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력(取力)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캐릭터가 동기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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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력(取力)
작품등록일 :
2024.08.1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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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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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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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2

DUMMY

#12.


대우가 달라지긴 했다.

그걸 증명하는 것이 지금 내가 있는 곳, 그러니까 이 방은 VVIP만 이용할 수 있다는 특별한 객실이다.

잠시 기다려 달라며 내준 커피는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아메리카노를 모두 부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었고, 가볍게 먹으라고 내준 조각 케이크는 차마 포크를 들기 무서울 정도로 예뻐 보였다.


‘아린이 주고 싶네.’


가족이라곤 매형이랑 누나, 나, 그리고 조카만이 남아 있다.

네 명의 우선순위를 치자면 조카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되니 당연한 일이다. 가능하면 이대로 들고 가서 조카 주고 싶을 정도랄까? 음식이라기보단 예술품을 보고도 먼저 든 생각이다.


후릅.


커피 한 모금에 입안 가득 퍼지는 산미를 느끼며 기다리길 몇 분째, 보통 이런 식으로 어딘가에 내버려두고 기다리는 상황이 그리 달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나였기에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는 법이다.

커피는 반쯤 비웠을 무렵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이 찾아왔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었고, 그곳에 생각도 못 한 인물이 섞여 있었다.


“오랜만이야.”

“그러네.”


양복을 입은 남자 둘과 다르게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고 있는 여자.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사복이 아니라 헌터 장비를 착용하는 순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쁘며 실력이 넘치는 헌터로 변하는 최강의 실력자 진혜인이었다.

그런 옆으로 중년의 남자는 협회 부지부장이었고, 그 옆에는 정부에서 나온 인물이라 소개했다.

세 사람을 두고 마주 앉은 나는 이들이 왔음에 호기심을 가졌다.


“일단 재각성을 축하합니다. 덕분에 저희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생겼습니다.”


단 한 명의 제각성자가 없었던 대한민국.

그런 국가에서 재각성자가 나타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 되었다는 거다.

오죽하면 재각성자가 나오지 않는 것이 땅이 문제라며 이민을 신청하는 각성자도 더러 있었다고 하니 그 문제가 생각보다 큰 것을 알았다.


“강인한 각성자님의 경우, 직업을 쉽게 짐작할 수 없습니다. 지옥 CEO란 직업에 불을 사용하시기에 블러핑에 들어갈까 합니다.”


이는 부협회장의 말이었다.

블러핑에 들어가는 이유는 일단 과도한 관심과 이목을 줄어들게 하기 위함이다.

재각성을 했다는 하나만으로도 대한민국의 언론사는 물론이고 수많은 직업을 가지지 못한 각성자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어떻게 했는지부터 시작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샅샅이 지켜보며 그걸 따라 할 이들도 생긴다.

실제로 영국에 첫 번째 재각성자는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에 부담감을 느끼곤 차마 해서는 안 될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기도 했다. 당시에는 모두가 잘못했다며 반성하는 분위기였으나, 새로운 재각성자가 나타나자 결국 비슷한 상황이 일어났다.


“정부의 입장에선 단순히 첫 번째 재각성자가 생겼다는 것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으로 끝낼까 합니다.”

“협회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새로이 등장한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안전한 보호를 위해서는 평범한 직업과 스킬로 알리는 것이 좋다고 판단합니다.”


두 곳에서 나온 제안이 비슷했다.

정리하자면 재각성의 여유는 알리지만, 대신 축소시켜 알린 뒤 과도한 관심을 받지 않게 해준다는 의미였다. 단 한 번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내용만을 따졌을 때 내 입장을 생각해준다는 것이니 좋은 의미다.


‘하물며 집에서 계속해서 게임도 돌려야 하는 상황에 과한 관심은 좋지 않아.’


확실히 정부와 협회가 내미는 조건은 나로서도 나쁘지 않은 일이었기에 그렇게 수긍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나는 반대야. 오히려 이 기회를 이용해 대대적으로 알리고 싶은 심정이야.”


진혜인은 그 둘과 다르게 반대의 입장을 취했다.

그 이유는 생각도 못 한 것이었다.


“아카데미 1기생 중 너만큼 뛰어난 헌터는 없었어. 그것도 직업과 스킬을 빼고 순수하게 본인 능력과 판단, 행동력 그 무엇도 너를 뛰어넘은 생도는 없었지.”


한때의 일이다.

아주 옛날 각성자가 되어 부푼 가슴으로 아카데미에서 누구보다 착실하게 훈련 받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건 과거의 일일 뿐이다.


“다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어. 그리고 그걸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지원이라면 해줄 거고.”


그녀에겐 그러고도 남을 충분한 힘이 있다.

대한민국 넘버원 길드인 미르 길드의 마스터이자 대한민국 랭킹 1위의 헌터가 바로 진혜인이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선택한 건 진혜인 쪽이 아니었다.


“블러핑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직은 내 성장보다는 게임 속 캐릭터를 더 성장시켜야 하는 상황, 그리고 내 직업이 과연 현실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합쳐져서 내린 결론이다.

아직은 좀 더 지켜보고 싶었고, 다른 이들의 관심을 받고 싶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정보를 은닉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습니다.”

“새로운 각성자 신분증입니다. 무난하게 화염마법사, 그리고 D등급으로 만들어 드렸습니다. 실적을 쌓으시면 바로 등급 상승이 가능하게 처리해 드리겠습니다.”


신분증이라 해도 아주 작은 SD카드다.

그걸 지금 손에 차고 있는 워치에 넣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등록이 바뀌는데, 협회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고서는 절대 바꿀 수 없다.

그렇게 정부와 협회가 나가고 이제 남은 것은 진혜인이다.


“우리 길드로 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를 향한 미안함과 그리고 고마움이 공존하는 얼굴이다. 이런 얼굴을 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충분한 대답을 했다.


“혜인아······.”


괜찮다고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그러니 이렇게까지 해주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그걸 느낀 것인지 더욱 미안해지는 얼굴이었다.


“필요하거나 부탁할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아직 그 번호는 너랑 몇 명만 알고 있으니까.”

“그럴게.”


그렇게 혜인이 마저 나갔을 때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건물 밖으로 향하자 먼저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내게 미안해하면서도 고마워하는 이유는 하나다.

직업을 얻지 못한 각성자를 짐꾼으로 구분하는 일에 그녀가 함께했고, 그 탓에 나와 함께 포탈 너머로 함께 다니지 못하게 되면서 헤어진 옛 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그때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등 떠밀어주었고 말이다.


과거의 일일 뿐이다.


*


진혜인은 조용히 뒷좌석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곤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강인한과 헤어지게 되었던 그날을 말이다.

이미 지난 일이고, 당시에 그녀 또한 자신의 성장과 대한민국의 안전, 그리고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었다.


강인한과 함께하는 것이 아닌 진짜 실력자들과 함께하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가치는 날이 갈수록 상승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검사이자, 아주 특별한 직업인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가장 위대한 일이라면 S급 포탈이 열리면서 세상에 드래곤이라는 몬스터가 강림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사동에 나타난 드래곤은 순식간에 그 주변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때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직업이자 용족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진혜인이 드래곤을 쓰러뜨리고 대한민국의 영웅이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대한민국 넘버원 헌터이자, 미르 길드를 창설해 지금은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는 길드를 꾸려가고 있었다.


‘인한아······.’


진혜인의 성장을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보내준 남자.

그리고 유일하게 지금까지도 그녀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남자가 강인한이다. 그런 그가 재각성했다는 소리에 당장에라도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컸다.

하지만 강인한은 거절했다.

그와 동시에 진혜인은 알았다. 지금 강인한이 단순한 거절이 아니라 무언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있음에 한 거절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카데미시절 누구보다 빛났던 그때의 얼굴로 말이다.


“기다릴게······.”


조용히 그날을 기다리는 진혜인이다.

그리고 다시 강인한과 함께할 그날을 위해 그때까지 참고 기다리며 대한민국을 지킬 생각인 그녀였다.


*


그 시각.

정부와 협회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여러분! 드디어 저희 대한민국에도 첫 번째 재각성자가 생겼습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기자가 눈앞에 노트북을 들고 열심히 좌판을 두드렸다.


[드디어 첫 번째 재각성자! 대한민국에도 희망이!]

[단 한 명도 탄생하지 않던 재각성자? 그 주인공은 누구?]

[대한민국 최초의 재각성자에 관심 집중! 그는 과연 어떤 삶을 살았는가?]


너나할 것 없이 서둘러 기자를 작성하는 기자들이다.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을 허락하지 않은 자리기에 다들 입을 열고 싶었지만 쉽게 열지 못하고 들려오는 말을 노트북에 두드릴 뿐이었다.


“첫 각성은 초기 각성자로 짐꾼으로 십여 년을 보낸 분입니다. 이번에 재각성하면서 D등급인 화염 마법사로 직업을 얻었으며, 화염계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첫 번째 각성자를 구분해주는 구슬의 영상이 흘러나왔다.

확실하게 푸른색의 빛이 붉은색으로 변하는 과정이 흘러나왔고, 자연스럽게 스킬인 불덩어리가 나무를 불태우는 장면으로 끝이 났다.


“재각성자의 경우 등급도 낮으며 특별한 직업도 아니기에 언론 노출을 하지 않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국민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하며 저희 대한민국도 재각성자가 나올 수 있으니 희망을 가지셔도 됩니다.”


그렇게 공식 기자회견이 끝나자 그 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의 반응이 흘러나왔다.


- 소리쳐! 드디어 우리 대한민국에도 첫 번째 재각성자!

└ 각성자 여부 체크기는 미국 최고의 엔지니어인 브레인이 만든 것이니 주작은 불가!

└ 확실하다! 재각성자가 나왔다!

└ 이걸로 우리나라도 희망이 생겼어!

└ 주모! 샤따 닫어!


당연히 재각성자의 등장을 반기는 이들의 찬양 글이 올라왔다.

헬조선이니 희망은 없으니 탈주는 지능 순이라며 떠들던 이들이 가장 먼저 태도를 바꿔 대한민국을 찬양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이 남아 있었다.


- 근데 D등급 역시 헬 조선답다.

└ 다른 국가에선 재각성하면 A급 B급 막나오더만.

└ 희망이 하필 저딴 등급이라니 뒤에 재각성하면 불안하게 말이야

└ 뭔가 존버하다가 터트린 느낌인데 너무 낮네.

└ 차라리 이번에 말고 좀 더 존버했음 더 높은 등급 나왔을지도?

└ ㅉㅉ 첫 끗발이 개끗발이라던데 이미 망했쥬?

└ 내말이 그 말임.


너무 낮은 등급에 실망한 이들도 많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기다려왔던 재각성자인데 다른 나라의 재각성자와 비교하자면 한참이나 부족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이 아니라 다음이었으면 더 높은 등급, 혹은 특별한 직업을 가진 자가 나왔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어쨌든.

정부와 협회의 도움 덕분에 강인한의 신분은 노출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몇몇 길드나 고위 관계자의 경우 은평구 각성자 협회의 소식을 들었기에 누군 진 알고 있다. 다만 정말로 등급과 직업이 특별하지 않기에 관심대상으로 등록만 해두었을 뿐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D등급의 화염마법사.

놀랍게도 그 정도 인물은 수백이 넘어갔기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


대한민국이 잠깐 떠들썩한 그 시각.

그것도 모르고 게임을 켜는 나였는데 시작부터 메시지 받았다.


- 정식 헌터로 등록됨에 따라 사용자 능력이 업그레이드됩니다.


뭔가 업그레이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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