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취력(取力)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캐릭터가 동기화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게임

취력(取力)
작품등록일 :
2024.08.14 14:11
최근연재일 :
2024.08.27 22:42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5,391
추천수 :
173
글자수 :
94,344

작성
24.08.14 22:00
조회
413
추천
10
글자
12쪽

03

DUMMY

#03.


“음?”


눈 깜짝할 세에 도축이 끝났다.

원래 내 몫으로 떨어진 양이 10마리인데, 10분은 족히 걸려야 할 일이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남들보다 배는 빠른 속도에 나조차도 혀를 두를 지경이었다.


“뭐여! 강 총각 벌써 끝난 겨?”

“응? 난 이제 두 마리째인데?”

“으잉? 오늘따라 유달리 가죽이 질긴데 혹시 뭐 몸에 좋은 거라도 먹었어?”

“어이쿠, 그런 거 있으면 좀 나눠 먹자.”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져서 작업하다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떠들었다.

다들 이제 막 작업이라도 시작했는지, 작업이 끝난 숫자보다 아직 해야 할 양이 훨씬 더 많았다.

여기 작업이 끝나야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한쪽에 쭈그려 자리 잡았다.


“그러게요. 이상하게 오늘따라 칼질이 잘 먹힌다고 해야 할까? 좀 잘 되네요.”


그리곤 헤비 렛의 사체를 눈앞에 두고 속으로 스킬을 발동했다.

헤비 렛 몸통에 붉은색 선이 그려지더니 도축용 칼을 들고 있는 손이 망설임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칼질 한 번이면 갈라지는 가죽이고, 결대로 죽죽 밀고 가니 그대로 벗겨지는 가죽이다.

남아 있는 몸뚱이에 칼을 쑤셔 넣고는 그대로 힘을 주어 반으로 갈라버리더니 그 속 안에 장기들이 후드득 밀려 나오더니 비어 있는 내부를 볼 수 있었다.


“뭠마? 왤캐 잘혀?”

“그냥 쓱쓱 나가는데?”

“방금 내가 본 게 맞아?”

“확실히 경력자는 다르네? 쭉쭉 나가는구먼.”


그러던 중 한 인부가 내게 도축용 칼을 달라 했다.

자신이 받은 것과 비교라도 해볼 심산인지 두 개를 들고 비교하기 시작했다.

유심히 살펴보고 있지만, 여기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쓰고 있는 도축용 칼은 내 개인 물건이 아닌 인력 사무소에서 나눠주는 물건으로 인부들 것과 차이가 없다.


‘굳이 있다면 관리 상태인데··· 사실상 의미가 없지.’


소장이 일처리와 돈 계산은 철저한데, 이런 비품 관련은 좀 약했기 때문이다.


“똑같네······.”


한참을 둘러보다가 다시 내게 도축용 칼을 내밀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은근슬쩍 원래 자신이 쓰던 칼과 내가 쓰던 칼을 바꿔치기하는 인부 아저씨다.

나는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그걸 받았다.

참고로 말하자면 도축용 칼을 배분받는 순서는 먼저 잡는 사람이 임자다. 사실상 겉으로 보기엔 내가 쓰던 칼보다 저 아저씨가 쓰던 칼이 좀 더 좋다는 소리, 나는 그냥 받았다.


“음? 아저씨들 빨리 안 해? 얼른 끝내야 움직인다는 거 몰라?”


팔뚝에 호랑이가 꿈틀거리는 조폭 헌터가 소리쳤다.

저들 중에서 가장 등급이 낮은데다가 막내이기도 하면서 우리를 관리하는 조폭 형님인데, 평소 같았으면 다들 놀란 자라 마냥 목을 움츠리고 묵묵히 일해야 할 인부들이나 오늘은 달랐다.


“아따, 성님. 이 총각 아주 기똥찬데?”

“어휴, 정말 장난 아닙니다. 무슨 가죽을 휙휙 벗기는지.”

“옆에서 저러고 있으면 작업하다가도 멈춘다니까요.”

“일단 한번 봐보세요.”


인무들이 호들갑을 떨며 말하자 조폭 형님이 내게 눈짓을 보낸다.

그리곤 팔뚝의 근육을 꿈틀거리기 시작하는데, 마치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면 저 근육으로 나를 때려죽일 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스킬은 위대하다.


‘도축.’


속으로 외친 스킬과 함께 순식간에 헤비 렛의 가죽이 벗겨졌다.

쓱쓱 몇 번 칼질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힘을 잔뜩 주고 억지로 벗겨 내느라 끙끙 되는 모습도 없었다.

마치 사시미로 생선회를 뜨는 듯한 모습이고, 그 깔끔하고 정확한 실력은 평소 도축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 벼렸다.

그래서일까? 놀란 얼굴의 조폭이 슬쩍 물어왔다.


“호, 혹시 저희 업계에 몸담으신 적이 있습니까?”


평소라면 생각지도 못할 정중한 말투로 물어왔다.

저 업계가 어디 쪽인지 굳이 설명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 나는 고등학생 때 각성자가 되면서 반쪽짜리 인생을 살아오기 급급했지 나쁜 쪽으로 빠진 적은 없다.


“아닙니다. 그냥 오늘따라 잘 되네요.”

“그, 그러시군요.”


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믿지 못하는 얼굴로 한발 살짝 멀어진 조폭 형님이시다.

그 뒤로 도축 작업은 내가 중심으로 순식간에 해결되었다.

평소 걸리던 시간의 절반만 필요한 나였고, 순식간에 앞장서서 하자 예정 작업 시간이 15분이었던 것이 13분 만에 끝났다.


“음? 벌써 다 끝났어?”

“아직 시간 여유 있는데?”

“제대로 한 것 맞아?”


각성자 조폭 형님들이 다들 인상을 팍팍 쓰신다.

안 그래도 더러운 인상에 문신으로 가득한 근육이 꿈틀거리니 더더욱 위협적이었고, 나를 비롯한 인부들이 슬쩍 몸을 움츠렸다.

대답 대신 우리 작업을 지켜보던 막내 조폭형님이 윗선에 슬쩍 다가가 조용히 귓속말하더니 모두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으흠··· 얼굴이 익숙한데?”


누군가의 익숙하다는 말이 들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여기서 머리를 담당하시는 형님이 인부 중에서 가장 성실하고 일 잘하는 짐꾼이라며 임소장을 통해 부를 땐 나를 불러서 얼굴이 익은 거라 설명해줬다.

덕분에 나를 향한 불편한 시선이 싹 사라졌다.


‘감사합니다. 형님. 복 받으십쇼.’


머리형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네고 있음에도 여전히 내게 시선이 떠나지 않았다.

아까와 다르게 이번에는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다.


“뭐, 보면 알겠지.”


그 말과 함께 조폭 형님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형님들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각종 무기를 들고 각자 직업에 맞는 스킬을 사용하며 순식간에 헤비 렛을 쓸어버렸는데, 저 형님들 무서운 만큼 실력도 무시무시했다.

뭐라 할까. 그 영화에서나 볼법한 ‘자 드가자’의 장면을 떠올리게 할 정도다.


순식간에 끝난 사냥과 함께 수북하게 쌓여 있는 헤비 렛의 사체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 잡고 도축을 시작하려는 내 등 뒤로 조폭 형님들이 줄지어 서서 바라보았다.


“해봐.”

“네.”


도축 스킬을 사용해 작업을 이어갔다.

순식간에 가죽을 벗겨 내는 것은 물론이고 피 한 방울 몸에 튀지 않고 몸을 갈라 내부를 확인하는 작업까지 이어지자 조폭 형님들이 놀라 했다.


“진짜네. 실력이 좋아.”


그러자 뒤에 있던 다른 형님들도 한 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살과 가죽을 정확하게 분리하네. 저 정도면 사람 가죽 벗기는 것도 잘할 텐데.”

“망설임 없이 칼을 쑤시는 거 보면 우리 과인데, 또 급소를 피해 피가 안 튀는 섬세함을 보면 저쪽 애들 급 실력이야.”

“아그들아 잘 봐라. 저렇게 얇게 썰어야디야.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저렇게 칼날과 피부 결을 이용해 썰어야 하는 거야.”

“네! 형님!”


조폭 형님 중에서도 간부 형님들이 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다른 조폭형님들을 가르치는 모습과 나를 바라보는 조폭 형님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뭔가 칭찬을 받는데, 묘하게 기분이 그렇다.


아무튼.

그렇게 한창 작업이 이어졌고, 간부 형님들은 휴식을 취하러 가셨고, 여전히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열심히 지켜보는 조폭 형님들이었다.

작업도 거의 끝마무리 되어가는 시점이었다.


찌직-!


어디선가 들려오는 헤비 렛의 소리.

남아 있던 사체들 사이에서 아직 살아 있는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 위험해!”

“강 총각!”


저 멀리 있는 조폭 형님은 물론이고 인부들까지 화들짝 놀라 나를 향해 소리쳤다.

조폭 형님 중에서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분들도 있지만, 헤비 렛과 내가 일직선 상에 놓여 있기에 공격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하지만 나는 침착하게 정면을 바라보았다.


‘불 뿜기!’


스킬이 발동되는 순간 내 입에서 미약한 불길이 치솟았다.

가스 토치에서 뿜어지는 불길 마냥 앞으로 뻗어 가는 불길, 하지만 그 불길이 강하지 않아 앞으로 뻗어 가면서 순식간에 사라질 정도로 미약한 불길이다.


“찌직!!!”


하지만 그 작은 불길이면 충분했다.

달려들던 헤비 렛의 두 눈을 지져버리는 불길이었고, 순식간에 시야를 잃어버린 놈이 공격이 아니라 발버둥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곤 도축용 칼을 양손에 쥐고는 그대로 헤비 렛의 심장이 있는 위치를 향해 정면으로 내질렀다.


슈욱-!


고등학교 시절.

갑자기 각성자가 되면서 각성 아카데미로 전학, 그리고 그곳에서 배운 각종 무기 술 중에서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검술, 그리고 가장 기본적인 동작인 찌르기 동작을 양손으로 펼쳤다.


푸욱-! 콰득!!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두 다리를 지변에 붙이고 체중을 실은 찌르기.

질긴 가죽을 뚫고서 뼈를 가슴의 뼈를 박살 내곤 그대로 심장을 찔러 헤비 렛의 숨을 끊어냈다.


허공에서 허물어지는 헤비 렛과 내가 찌른 칼 때문에 뿜어지는 피가 내 전신을 적셨다.

바닥에 쿵 하고 떨어지는 녀석과 함께 나 또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후욱, 후욱.”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순간 과도한 집중력은 물론이고 억지로 힘을 썼더니 전신에 무리가 온 듯하다. 거기에 오랜만에 몬스터를 상대했다는 것이 꽤나 벅찼다.


“강 총각 괜찮어?!”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아이고! 왜 하필 살아 있는 놈이 있어서!”

“피! 어디 피난 거야?”


호들갑을 떨며 내 주변을 맴도는 인부 아저씨들이다.

그 사이 조폭 형님들도 내 곁에 다가왔는데, 인부들과 다르게 각성자라 그런지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악한 듯하다.


“괜찮으십니까?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머리형님이 나를 향해 피를 닦을 수건을 건네주었다.

귀한 형님들 물건을 쓸 수 없었기에 내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았다.


“네, 괜찮습니다.”


피로 물든 얼굴을 닦아내자 저 멀리서 간부형님들이 아래 형님들을 교육하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정확하게는 구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제대로 죽였는지 확인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탓에 인부들이 죽을 뻔했다고 화를 내는 모습이다.


‘의외네.’


보통 각성자들은 짐꾼이 죽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처할 짐꾼은 넘쳤으며, 오히려 몸값을 낮춰서 각성자들 파티에 들어가려는 짐꾼도 수두룩하니 말이다.

하물며 눈앞에 각성자들은 조폭 출신이 아닌가? 그걸 생각하면 더욱더 의문이었다.

그런 내 시선을 읽어서일까? 머리형님이 웃으며 말했다.


“저희도 이제 양지로 나가려고요.”

“아······.”

“어찌 되었든 이번 일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닙니다.”


머리형님이 고개 숙여 사과했고, 조금 있으니 다른 조폭 형님들도 사과하셨다.

그리곤 다시 도축 작업에 들어갔다.

스킬을 사용하며 팍팍 도축 스킬을 사용했고, 순식간에 도축을 마치곤 포탈 밖으로 향했다.


“오늘 도축 작업이 빠른 덕분에 빨리 나갈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위험한 일도 있었고 해서 추가 수당을 조금 챙겨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다른 인부들의 눈치를 슬쩍 봤다.

그러자 그곳에 있던 인부들이 하나같이 대답했다.


“암유. 오늘 강총각은 받을만허지.”

“아, 당연하지! 오늘 강 총각이면 추가 수당 받아도 인정이지.”

“암, 덕분에 우리도 일찍 퇴근하는데.”

“오히려 고마워 강총각!”


다행이 다른 인부들도 인정하는 분위기라 나는 머리형님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두툼한 봉투를 들고 즐거운 기분으로 집으로 향했다.


치익! 딱-!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는 어제 하던 게임을 실행했다.

그러자 시스템창이 반응했다.


띠링-!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게임 속 캐릭터가 동기화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입니다. 24.09.04 7 0 -
공지 늦은 공지 죄송합니다 24.08.28 57 0 -
18 17 +1 24.08.27 149 8 11쪽
17 16 +2 24.08.26 146 9 13쪽
16 15 +2 24.08.25 165 8 12쪽
15 14 +2 24.08.24 180 9 12쪽
14 13 +2 24.08.23 191 8 12쪽
13 12 +2 24.08.22 207 9 12쪽
12 11 +2 24.08.21 231 11 13쪽
11 10 +2 24.08.20 252 10 12쪽
10 09 +1 24.08.19 272 9 13쪽
9 08 +1 24.08.18 285 10 12쪽
8 07 +1 24.08.17 317 11 12쪽
7 06 +1 24.08.16 337 11 13쪽
6 05 +1 24.08.16 375 10 13쪽
5 04 24.08.16 385 11 12쪽
» 03 24.08.14 414 10 12쪽
3 02 24.08.14 448 10 13쪽
2 01 24.08.14 522 10 12쪽
1 00 24.08.14 516 9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