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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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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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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웅크린자의 시간 28

DUMMY

고인 물이 썩는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보통은 비리와 관련된 기사에서나 언급되던 말이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고여 있는 물만을 가지고 요 몇 달간을 버티는 중인 내게는 큰 문젯거리 중 하나였다. 그렇다고 연료가 충분해서 끓여 마실 수도 없는 노릇이라 흡사 먼 옛날 대륙을 항해하던 뱃사람의 모양새가 돼 버렸다.

그 시절의 선상에서도 장기간의 항해로 인해 물이 상하곤 해서 물 대신 맥주나 포도주 등을 마셨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다행히도 요즘의 시절엔 정수기라는 귀물이 보통의 가정마다 구비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그 덕을 보던 중이었다.


음용수는 늘 정수기를 통해서 사용했고, 또 정수기 내의 물통에 장기 보관된 물이 아닌 필요시마다 필터를 바로 거친 물만을 사용해서 그간 물 걱정은 덜하며 지냈었는데 얼마 전 물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마도 정수기 필터를 갈아줄 때가 된 듯하였다.

요즘은 보통 리스의 형식으로 렌탈해서 관리비용까지 지불하며 사용하는 가정들이 대부분이지만 렌탈하지 않고 따로 정수기를 구매해 사용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러려면 제반 지식이 필요하기도 하고 초기 설치 시 공구 좀 만져본 사람이 아니라면 사람을 불러야 하는 경우도 있어 선호하지 않는 편이긴 하다.

정수기는 필터가 생명이라 때맞춰서 필터를 교환해주어야 하는데 아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도매상이나 인터넷 등에서는 정수기 기종에 따라 각 기기에 맞는 필터들을 따로 팔기에 필터만 구매해서 사용하면 된다.

필터 마다는 교체주기가 있고 또 각기 다 달라서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냥 달력 등에 표시해 두고 해당 기간이 되면 형광등 갈 듯 갈아 끼워 주기만 하면 되므로 어렵지 않다. 물론 가끔 내부 청소도 해주어야 하지만 말이다.

보통 이렇게 이용하시는 분들은 1년 치 이상 분량을 한꺼번에 구매하여 비치해두고 쓰시는데 비싼 렌탈 비용과 관리비용을 물지 않아도 돼서 이게 훨씬 싸게 먹힌다고 우치가 말하던 기억이 났다.


우치는 정수기를 렌탈해서 사용하지 않았고 그동안 직접 정수기를 사서 쓰다 필터만 갈아 끼우며 살았다는 얘기를 들어 알고 있던 나는 우치의 집 주방에서 필터가 담긴 비닐봉지를 찾아내었다.

‘알뜰한 녀석 같으니라고! 그렇게 아끼며 살더니 내 돈도 알뜰하게 챙겨서 달아난 거냐?’

엉뚱한 잡생각을 하며 필터가 소 포장된 비닐을 뜯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왜냐고?

옆집들에도 정수기가 설치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5대나,

이에 내가 찾은 필터들은 이곳을 탈출할 때 이동식 간이 정수기로 사용하기로 하고 따로 한곳에 챙겨두었다.


일단 나는 501호로 건너가 정수기의 수도쪽 급수라인을 잠그고 정수기 내의 물을 통에서 다 빼낸 뒤 내부청소를 실시하였는데 오랫동안 방치된 정수기 내부는 물통 등 여기저기에 물이끼와 먼지 등이 끼어있어 지저분한 상태였다.

키친타올로 깨끗하게 청소를 한 뒤 수도 쪽 급수라인을 열어 제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해보고는 필요시마다 필터를 바로 거친 물을 사용하기 위해 수도 쪽 급수라인을 다시 잠갔다.

마지막으로 정수기의 드레인 라인 호스를 따로 빼내어 물을 받으려 대야에 대어 놓았는데 정수기를 쓰면 드레인 라인인 호스 쪽으로 필터로 걸러진 이물질과 함께 물이 폐수라는 이름으로 배수구 쪽으로 배출되게 되는데 그동안 나는 이물까지 아껴서 재사용을 했었던 터라 이곳의 정수기를 내가 전에 사용하던 정수기처럼 만들곤 작업을 끝마쳤다.


그렇게 물을 소중히 쓰던 어느 날, 겨울답지 않게 따뜻한 날씨가 며칠간 이어진 날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물이 나오지 않은 대신에 물난리가 났다.

그동안 나는 가끔 수돗물을 틀어 수압을 체크해보곤 했는데 정수기에서 물이 나오지 않자 수도꼭지를 틀어 확인해본바 물이 끊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에는 동파라도 일어났나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수도꼭지도 수건과 비닐 등으로 꽁꽁 싸매어 놓은 상태고 지금 날씨도 그다지 춥지 않아서 설마 동파가 일어났을까 생각하며 물탱크 내의 물을 다 썼나 보다 생각하는데 창밖으로 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무슨 일인지 창문을 열고 창밖을 내다보는데 아파트 내부 곳곳에서 물이 흐르며 떨어져 내리는 모습들이 보였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동파가 난 것이었다. 이곳이 아닌 다른 많은 곳에서...


‘민우가 고립되어 있는 이 아파트 동은 9월 중순 이후 즉 가을부터 지금 겨울까지 관리해주는 이가 없어 창문이 열린 집들도 많았다.

좀비들이 춥다고 창문을 닫을 리도 만무하고 그 정도의 지능이 있었다면 내가 진즉 항복을 선택했으리라. 아무튼, 창문이나 현관문 등이 열려있던 그곳들은 그동안의 추운 날씨에 수도뿐만이 아니라 각 방바닥에 묻혀있는 보일러 배관까지 얼어 있었는데 며칠간 풀린 날씨에 얼어있던 곳들이 녹으면서 얼면서 크랙(얼음이 얼면 부피가 커지는데 그 힘으로 인해 이음매가 벌어지거나 금이 가는 현상이 발생하고는 한다.)이 생긴 부위로 누수가 생기기 시작하자 얼마 남지 않았던 물탱크 내의 물이 단번에 빠져버리며 물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보통은 이렇게 동파가 나면 비상계단으로 물이 흐르기도 하고 실내의 보일러 배관에서 새어나온 물이 바로 아래층으로 떨어져 심하면 실내에서 우산을 써야 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하게 되기도 하는데 지금 이곳이 딱 그러는 중이었다.

수도의 경우는 물탱크 내에 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 동파가 일어나자 물탱크의 물이 금세 바닥을 드러내며 멈추었지만, 문제는 보일러 쪽이었다.

보일러의 경우는 배관 내에 그리고 보일러 내부에 존재하는 물들이 꽤 있어서 아래층으로 물이 떨어지기 시작하자 난리가 났는데 한두 군데서 터진 게 아니라 한 동의 1/3 이상이 터져나가자 문제가 커진 것이었다.

위에서 터진 물이 아래층을 거치며 양이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전 층이 물난리가 난 듯 내가 있는 곳에도 물난리가 났다.

‘한겨울에 물난리라니.’


창밖을 통해 내부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해 내 영지의 모든 창문을 닫고 내부로의 누수가 시작되기 전에 방수작업을 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단 나는 미리 챙겨둔 하얀 김장비닐과 타프천, 텐트의 바닥에 까는 방수포 등 방수기능이 있는 모든 물건을 가지고 거실 내부에 비스듬히 가림막을 친 뒤 바닥에도 깔았다.

이것은 실내로 떨어져 내릴 물을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나는 젖어서는 안 되는 물건들을 챙겨 차양 밑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내가 이토록 부자였나 싶게 챙겨야 할 물건들이 많았는데 휴대용 보조배터리 등의 전자기기나 쌀 등 중요한 것들은 내 관이 들어있는 비닐하우스 쪽으로 옮겨놓고는 거실 쪽에는 미리 마련해둔 장작을 필두로 방수가 필요한 내 모든 물품을 옮겨놓았다.

얼마나 움직였을까?

“툭-, 투둑-”

한참을 작업에 열중하던 내 귀에 가림막 위로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자 부산하게 움직이던 내 몸은 더욱 바빠졌고 어느 정도의 이동이 마무리될 때쯤 내 거실의 실내는 흡사 비가 오는 날의 캠핑장을 연상 캐 하는 모양새가 되고 말았지만 비는 소나기였는지 곧 한두 방울 떨어지다 말다를 반복하다 그쳤다.


아파트 거실에서 떨어지는 비를 바라보며 닥쳐올 추위가 걱정되었다. 또 물 부족도 걱정이 되었고 이번에 발생한 누수로 인해 아파트가 붕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도 들었다.

누수가 워낙 대규모로 이루어 진 터라 아파트 건물에 물이 스며들고 있을 텐데 추운 날씨에 이 물이 얼다 녹다를 반복하게 되면 건물도 금이 갈 수 있기에 하는 생각으로 보통이면 몇 년 뒤에나 고민해볼 문제일 테지만 이 아파트가 오래된 아파트라 내심 고민해보는 부분이기도 했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거지만 가장 큰 걱정은 주변이 얼어붙어서 생기는 추위와 물 부족이지만 말이다.

물이 부족하니 아까 흘러내리던 물이라도 받아놓을 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때는 내 물건들에 물이 젖지 않게 하려는 생각뿐이어서 그럴 경황도 없었다.


“툭- 찌익, 북-”

방음을 위해 방음벽 삼아 천장에 박아놓은 이불이 물을 먹어 무거워진 탓에 무게를 견디지 못한 듯 천이 뜯어지며 바닥에 떨어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도어렌즈 구멍을 통하여 바깥과 엘리베이터 통로 안 녀석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는데 녀석들도 물벼락을 맞았는지 흠뻑 젖어 있었지만, 그 외 별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 저녁 추위가 찾아온다면 아마도 녀석들은 동태가 될 것이다. 아니 이 아파트 내부에 존재하는 녀석들 또한 칸칸이 냉동실 안의 생선들처럼 얼려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놈들은 죽으려나 살려나?’

궁금증이 인다.


‘아 땔감이 늘었네!’

볼트만 덜렁 박혀있는 천장을 바라보며 앞으로는 불을 좀 더 많이 때야 할 필요성을 느끼던 나는 천장도 나무이니 뜯어서 사용하면 될 거란 생각에까지 다다르자 의외로 아파트 내부가 나무로 된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다는 걸 깨달았다.

추위는 아까 대피시킨 장작들과 앞으로 말려서 땔 장작들이면 어느 정도 방비는 할 수 있을 테고 이제는 물을 구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이번 물난리로 인해 발생한 습기에 따른 곰팡이들의 습격에도 대비해야 할 테고 말이다.


‘정말 살기 힘들다, 에효.’


작가의말

주인공이 고생이 많네요

원래 시작부터 좀비물겸 생존물로 컨셉을 잡고 시작한 글인데 요즘은 거의 생존물에 가깝게 글이 흘러가고 있네요.

이정도면 분량이 한권정도 써졌으려나요

한권을 거의 한곳에서 다 써버렸군요.

고생하는 주인공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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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웅크린자의 시간 7 +12 13.09.05 11,843 224 11쪽
7 웅크린자의 시간 6 +9 13.09.05 13,642 302 14쪽
6 웅크린자의 시간 5 +11 13.09.04 13,548 235 10쪽
5 웅크린자의 시간 4 +9 13.09.03 15,912 23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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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9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6 4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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