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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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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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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9.2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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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웅크린자의 시간 27

DUMMY

“따르르릉~~”

중국산 알람시계가 내지르는 알람 소리는 곧바로 비어있는 엘리베이터의 통로를 가득 채우다 증폭되었다.

이렇게 증폭된 알람 소리는 어느새 각 층의 비상계단을 따라 강물처럼 흐르다 아파트단지 전체를 소란스럽게 했는데 평소 이맘때 들리곤 하던 크리스마스캐럴처럼 느껴지는 나와는 달리 녀석들에게는 악마의 유혹이 될지도 모르겠다.

12시, 알람시계가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나만의 작전이 시작되었다.

나는 침낭으로 몸을 감싼 채 내 보금자리의 현관문 뒤에 쭈그리고 앉아, 알람소리 이외에 들려올 어떤 소음을 기대하며 현관문에 귀를 바싹댄 채 눈빛을 반짝거리곤 숨죽이고 있었는데 내 모습을 누가 본다면 흡사 변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혹시 도어렌즈 구멍을 통해 녀석들의 모습이라도 보일까 싶어 확인해 보았지만, 역시나 너무 어두워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깜깜했다.

아무래도 보는 재미는 내일 낮을 위해 남겨두고 오늘은 소리에 집중해야 할 듯싶었다.


알람시계 소리에 맨 처음 반응한 것은 비상계단 내에서 오락가락하던 녀석들로 곧 녀석들이 비상계단 내에서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어떤 녀석이 다른 녀석들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움직이다 발이라도 헛디뎠는지 계단 위에서 굴러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결승선(엘리베이터 문 앞)에 한 녀석이 도착했고 녀석은 1등을 한 게 기쁜 듯 결승선을 지나치며 승리의 환호성을 몸으로 표현해 내었다.

“퍽-”

그리고 그와 비슷한 소리가 연달아 몇 번 들리더니 그쳤다.

어두워 정확한 상황파악은 힘들었지만 아마도 슬슬 내 작전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약 3분간 울리던 알람 소리는 금세 끝이 났고, 감질나게 울린 탓인지 그 시간 동안 떨어져 내린 좀비는 몇 되지 않았다.

3분이었다.

녀석들의 이동속도가 떨어진 지금 그 짧은 시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얼마나 되겠나, 그냥 그 범위 내에 있던 몇 녀석들만이 도착 가능해 떨어져 죽었을 것이다.

녀석들은 아마도 한창 움직이다가 그친 소리에 내심 어리둥절해 있겠지만, 어느 정도는 함정에 가까워 졌을 테고 앞으로 녀석들을 함정으로 유혹할 내 이차 공격이 이제 곧 시작될 터였다.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내가 준비한 이차 공격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5, 4, 3, 2, 1, 응? 응? 응??’

“good morning~~~~~~~, 빠빠 빠빠빠~~~~~~~, 띠 링띵~~~~~~~~”

기대하는 마음 때문인지 숫자를 너무 빨리 세 숫자 몇 개를 지나치던 순간 이윽고 계획대로 세 대의 휴대폰에서 성공적으로 알람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자 나는 내심 기대하는 눈빛에 힘을 주었다.

내 작전의 핵심은 이 부분이었다.

처음에 알람시계 소리로 녀석들의 주의를 끈 뒤, 오 분과 십오 분, 이렇게 십분 간격으로 휴대폰이 울리게끔 알람을 설정해 놓았는데 배터리가 어느 정도까지 버텨줄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길게 지속될 수 있도록 나름 신경 써서 설치해둔 터라 더욱더 많은 좀비를 끌어들여 해치우게 될 것이었다.

내 예상이 맞았는지 처음 휴대폰 알람이 끝난 뒤엔 좀비가 함정에 빠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다음 알람이 울리는 시간 이후에서부터는 점점 더 녀석들이 함정으로 떨어지는 숫자가 증가하는지 ‘팍팍’소리가 잇달아 들리기 시작했다.


“와장창~”

작전명 테트리스가 시작된 지 삼십 분쯤 아파트 출입구의 유리문이 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을 기점으로 녀석들은 몸으로 내는 떡방아 소리를 선사하였는데 갑자기 인절미가 먹고 싶어질 정도로 찰진 소리가 났다.

이에 내 눈앞에 떠오르는 단어 한 구절이 있었으니

‘메밀묵 사려~, 찹쌀떡-’

갑자기 출출해져 버리는 한밤중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여 가량을 꿋꿋이 버텨주던 휴대폰들은 배터리가 다된 듯 휴대폰이 종료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생을 마감하였다.

‘아싸!’

대박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첨부터 배터리를 만땅 충전해놓고 이벤트를 벌일 걸 하는 후회가 들 만큼 작전은 성공적이었지만 함정의 용량에도 한계가 있던 터라 이왕 이렇게 된 거 느긋하게 즐기기로 생각했다.

그렇게 올 겨울이 지나면 밖의 좀비들의 숫자는 많이 줄어 있을 것이고 이곳에서 탈출에 큰 도움이 되리라 내심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한참 좀비 떡 빚는 소리를 들으며 나만의 크리스마스를 즐긴 나는 기쁨 마음에 잠을 설쳐선지 늦잠을 자게 되었다.

눈곱을 떼며 베란다 앞에서 기지개를 켜는 내 눈에 좀비들이 보였는데 그 숫자가 많이 줄어 보였다.

앞 베란다에서 바라본 빙판 진 아파트단지 내의 좀비들 숫자는 평상시의 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혹시나 하여 뒷 베란다로 가보니 어젯밤 이벤트의 여파인지 그쪽에 녀석들이 많이 몰려들어 있어 그 양이 평소의 배는 될 정도로 보였다.

‘오늘 낮에도 어김없이 알람시계가 울려대겠지? 아! 혹시 추운 날씨에 얼면 동작이 멈추는 거 아니야?’

혹시나 알람시계가 추운 날씨에 얼어서 동작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 미리 보온에 신경 쓰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다시 가서 천으로 싸 놓을 수도 없는 일이고 어차피 깨진 물병이다.

‘그래 인생 뭐 있어? 가는 거야, 고! 고!’


나는 늦은 아침을 해결한 뒤 만화캐릭터가 그려진 손목시계(501호에서 찾아냄)를 바라보며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5, 4, 3,- 이건 뭐’

“때르르릉~~~~~~~~~~~~~~~~~~~~~~~~~~~~~~~.”

오차를 보정하며 숫자를 세어보았지만, 이번에도 알람시계는 지맘대로 작동해 버렸다. 하지만 나는 도어렌즈 구멍으로 녀석들이 이동하는 모습과 소리를 잡으려는 듯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다 사라지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고 예의 그 “퍽-”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대략의 숫자를 세어보던 나는 하룻밤 만에 알람시계의 3분이 어찌나 아쉽게 느껴지는지, 이제 비상계단은 좀비들의 소굴이 되어 있을 터라 휴대폰들을 배터리를 다시 충전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3분간의 쇼타임은 많은 좀비들을 끌어들이지는 못했지만 비상계단 내에 모여있던 좀비 몇을 해치우는 듯 보였다.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다면 놀이공원처럼 좀비들이 줄을 맞춰 기다리다가 매일 울리는 알람 소리에 알아서 숫자가 줄어갈 것이라 예상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 어느 정도의 좀비가 줄어들었는지 알 수 있도록 수를 세어 보기로 하였다.

‘어제저녁과 지금, 이쪽 엘리베이터 통로에서만 약 서른 정도의 숫자가 떨어졌으니 대략 하루 동안 90인가?’

이제부터는 차차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고 올 겨울 동안 한 삼백만 해치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내심 기대해 보았다.

해가 바뀌어 1월 중순.

좀비 세상이 된 게 9월 중순쯤이니 넉 달가량 살아남은 셈이었다.

그동안 내게 크게 위협적인 일은 없었는데 알람시계 소리가 멈췄다.

아마도 알람시계가 파손된 모양이었다.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왜냐하면, 현관문의 도어렌즈 너머로 보이는 엘리베이터 통로 안의 모습에 녀석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녀석들은 손과 얼굴들을 밖으로 내밀며 살려달라는 듯 손짓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통로가 좀비들로 꽉 차 얼굴이 보일정도의 높이까지 녀석들로 쌓여있다면 보나 마나 진즉 녀석들의 손에 부서졌을 거라는 생각에서 하는 말이다.


나는 벌써 저곳이 저 높이에까지 차오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알람시계가 울리는 시간이 짧아, 빨라도 봄은 지나야 다차지 않을까 예상하였는데 중간에 뜻밖의 변수가 생겨버렸다.

어떤 일이 발생했었느냐면 처음엔 “퍽-” 소리만을 남기며 차곡차곡 쌓이며 죽어가던 녀석들이 점점 쌓여가다보니 떨어지는 높이가 낮아지기 시작했고 또 자신들이 쿠션이 되며 떨어질 때의 충격을 분산시키게 되자 떨어지더라도 안 죽는 녀석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살아남은 놈들이 우글대던 중 알람시계가 울리자 엘리베이터 통로 안에서 지랄발광을 떠는지 서로 난장을 벌이다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히는 놈들로 인해 다시 그 소리에 다른 놈들이 반응하며 몰려들기 시작하자 소란이 더 커지며 비상계단 내부는 놈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게 되었다.

그렇게 밀집상태가 된 그곳에 다음 알람시계가 울어대는 소리가 기폭제가 되어 흡사 낙화암의 삼천궁녀가 떨어지는 모습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리며 금세 한계까지 차버리고 말았다.


그동안 계속되는 유혹으로 함정 안에 가둔 녀석들이 약 사백오십 정도로 나는 추정하였는데 지금 아파트 밖을 서성이는 좀비들은 백여 마리(?) 정도이고 아마도 비상계단 내에 아직 남아있는 녀석들도 있을 테니 한 이백 정도가 이 근처에 남아있으리라 예상되는 양이다.

밖의 좀비들이 줄어들며 인근 주위의 좀비들도 이쪽으로 이동해 전체적인 수는 늘었지만 난 생각보다 많은 수를 줄일 수 있었다.

예상보다 큰 성과에 고무된 나는 앞으로도 이놈들의 숫자를 더 줄여 이후 탈출 방법까지 모색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곤 이런저런 계획 세우기 모드에 들어갔지만, 곧 나는 더 이상 좀비들과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게 돼버렸다.

무슨 일이 생겼냐면 언젠가 도시가스가 떨어진 그 날처럼 물이 떨어졌다.


작가의말

며칠간 제사가 있어 바뻐서 며칠간 글을 못썼고 또 못올렸네요

글은 미리 써놓은 분량이 있기는 하지만 내용을 다듬는데 시간이 걸리는 저라서 글을 쓰는 시간보다 검토하며 고치는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는게  요즘 제 머리를 의심하곤 한답니다.;;

오늘도 늦었지만 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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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웅크린자의 시간 26 +5 13.09.26 8,569 204 12쪽
26 웅크린자의 시간 25 +8 13.09.25 9,097 204 8쪽
25 웅크린자의 시간 24 +10 13.09.24 9,423 214 13쪽
24 웅크린자의 시간 23 +6 13.09.23 9,451 199 11쪽
23 웅크린자의 시간 22 +15 13.09.22 9,819 158 11쪽
22 웅크린자의 시간 21 +16 13.09.21 12,170 185 13쪽
21 웅크린자의 시간 20 +5 13.09.17 10,239 189 12쪽
20 웅크린자의 시간 19 +6 13.09.16 9,750 216 12쪽
19 웅크린자의 시간 18 +3 13.09.15 10,145 233 13쪽
18 웅크린자의 시간 17 +8 13.09.14 10,285 221 12쪽
17 웅크린자의 시간 16 +10 13.09.13 9,384 216 11쪽
16 웅크린자의 시간 15 +7 13.09.12 9,799 194 9쪽
15 웅크린자의 시간 14 +9 13.09.11 10,583 210 11쪽
14 웅크린자의 시간 13 +4 13.09.10 10,560 216 12쪽
13 웅크린자의 시간 12 +9 13.09.09 10,438 202 13쪽
12 웅크린자의 시간 11 +11 13.09.08 11,192 257 9쪽
11 웅크린자의 시간 10 +4 13.09.07 11,158 343 12쪽
10 웅크린자의 시간 9 +9 13.09.06 12,204 202 14쪽
9 웅크린자의 시간 8 +10 13.09.05 11,054 220 9쪽
8 웅크린자의 시간 7 +12 13.09.05 11,838 224 11쪽
7 웅크린자의 시간 6 +9 13.09.05 13,638 302 14쪽
6 웅크린자의 시간 5 +11 13.09.04 13,543 235 10쪽
5 웅크린자의 시간 4 +9 13.09.03 15,908 231 14쪽
4 웅크린자의 시간 3 +6 13.09.02 16,175 242 8쪽
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5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2 414 10쪽
1 웅크린자의 시간 - 프롤로그 +8 13.09.02 30,604 319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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