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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1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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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6,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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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65,048

작성
13.09.1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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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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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웅크린자의 시간 15

DUMMY

마그네슘 보드로 만들어진 벽에 넓이 약 50cm의 구멍을 뚫는데 한 시간가량이 소요되었다.

그냥 과감하게 뚫어 버릴까 하다가 조용하고 은밀하게를 속으로 외치며 묵묵히 구멍을 뚫어내었고, 마침내 내가 기어들어갈 만한 구멍이 생기자, 붙박이장 내부의 물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내 쪽 베란다로 옮겨, 내 몸이 지나갈 수 있을만한 공간을 우선 만들었다. 그리고 한쪽만 열려있던 붙박이장의 문을 나머지 한쪽마저 열어젖히자, 앞 베란다 전체가 한눈에 바라보이며 그곳의 전경을 나에게 선보였다.

그곳에는 내 예측대로 아무도 없었다.

나는 한참을 더 기다린 뒤, 내가 뚫어놓은 터널을 통과하여 옆집의 앞 베란다로 첫발을 내디뎠다.

옆집의 앞 베란다 내에선 뭔가가 썩은 내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풍기곤 했던 인분 냄새는 아니었고 음식 같은 게 썩어서 나는 냄새로 보였다.

‘방독면을 쓰면 뭐하나 냄새가 고스란히 들어오는데!’

난 시야만 가리며 가스는 그대로 통과시키는 방독면을 왜 썼을까라며 거추장스럽다는 몸짓을 지어보았지만, 내가 방독면을 쓴 이유는 따로 있으니 냄새를 막지 못함에 대한 아쉬움의 표현일성싶다.

아까 처음 공격을 개시하기 전, 내 무장 상태를 확인하려 거울 앞에 섰는데, 그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모습은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을 정도로 어이가 없었으며 때론 불쌍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곳에서는 전쟁영화에서나 보던 어리버리한 신병 하나가 겁에 질린 모습으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었는데, 이래선 죽도 밥도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이라도 다잡고자 방독면을 뒤집어썼다. 그런데 막상 쓰고 보니 자신감도 생기며 은근히 의지가 되는 게 거울 앞의 내 모습은 180도 돌변해 있었다.

뭐랄까 공포영화 속의 가해자 같다랄까? 아무튼, 옆집 앞 베란다에 무사히 안착한 나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예의 그 거울을 이용해 거실 내부의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거실 내부에는 쓰러진 시체 하나뿐, 그 외에 존재하는 이는 아무도 안 보였다.

난 주머니에서 꺼낸 조그마한 돌(화분에서 채취)을 미리 준비해 간 새총의 가죽 위에 올리고는 손가락으로 말아주고 뒤로 잡아당겨 새총을 조준한 뒤 그 시체를 목표로 쏘았다.

“틱-. 딱, 다라락-”

내 돌 총알은 그대로 날아가 쓰러져 있던 시체의 엉덩이에 맞고 튀어 오르더니, 이내 시체 옆 주방의 아일랜드식 조리대 하단부에 부딪히곤, 거실바닥을 구르며 딱딱한 소리를 마저 내었다.

“둑 툭- 달그락. 틍틍~”

그 소리에 반응한 듯 건넛방(우치네 집 구조로 미루어 보면 딸래미 방 쪽으로 앞으로는 실내의 방들을 안방과 건넛방으로 통칭하도록 하겠다.) 안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으며 그 이외에 다른 곳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일단 조용히 거실 안으로 들어가, 맨 먼저 저기 누워있는 것이 시첸지 뭔지, 또 죽었는지 살았는지에 대해, 은밀히 다가가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목에 칼이 꽂힌 채 널브러져 있는 이것은, 일반적인 사람의 사체가 아닌, 바로 좀비의 죽어있는 시체였다.

좀비가 죽어 있는 걸, 시체라고 표현하는 게 옳은지 어떨지, 또 어떻게 해서 저 상태로 죽어 있는지에 관해 내가 알 수도 알 방법도 없었지만, 안 움직이기만 한다면 그야말로 땡큐가 아닌가.

나는 이내 저 좀비 시체에서 관심을 접으며 소리가 나는 방을 우선 제외하고, 비어있는 뒷 베란다와 열려있는 화장실을 먼저 확인해 이곳 실내가 안전한지 다시금 확인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안전이 확인되면 영화에서 본 장면처럼 ‘클리어.’를 속으로 외쳐대기 시작했는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심 긴장하며 한 발 한 발 내딛고 있는 나에게는 긴장을 풀어줄 소중한 이벤트였다.


이제는 안방 차례다.

나는 닫혀있는 안방 문 앞에서 공격과 방어를 위한 자세를 취한 뒤, 천천히 심호흡을 한번 내쉬며 문 손잡이를 돌려 안방 문을 개방시켰다.

활짝 펼쳐진 안방 안의 모습, 다행히도 이 안엔 좀비도 인간도 없었다.

일단 안방 문을 닫고 방안 구석구석, 침대 밑과 장롱, 붙박이 장안까지 수색한 다음 다시 한번 나직이 ‘클리어.’를 외쳤다.

조용히 거실로 나와, 힐끔 앞 베란다와 화장실을 훑고는, 뒷 베란다까지 다시 확인. 이제 한 곳만 남았다.

남은 곳은 이제 하나.

나는 정체불명의 소리가 났던 건넛방으로 다가가 안방에서 시도했던 것처럼 바로 진입을 시도하려 했는데, 혹시나 싶어 앞 베란다로 이동 그곳의 유리창문을 열어보려고 하였다. 하지만 안에서 잠긴 듯 미동도 없이 열리지가 않아 다시금 문 앞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나는 다시금 자세(총검술 기본자세)를 취하곤 깊이 심호흡을 한 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생각으로 건넛방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공격과 방어의 자세를 취하려는데….

“어?”

내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접근해오는 느낌, 나는 엉겁결에 자세를 낮추게 되었는데,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나를 덮쳤다.

나는 본능적으로 왼팔을 내밀어 덮쳐오는 무언가를 막는 시늉을 보였는데, 자세 때문이었는지 무언가가 왼팔에 부딪혀오자 그대로 뒤로 드러눕게 되었고, 곧 “턱-”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가 내 왼팔 보호대 겸 방패에 걸쳐지는 느낌이 났는데, 난 그 물체를 바라보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좀비였다. 하지만 어린이 좀비라고 해야 하나? 나중에 보니 키가 한 1m 10cm 정도 되어 보였는데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그 어린 녀석은 나에게 적의를 내비치며 좀비는 시력이 안 좋은 편이 아니었던 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나를 쳐다보며 노려보는 듯했는데, 목 부분이 내 왼팔 보호대로 가로막혀 있어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그저 입만을 벌린 체 이빨을 딱딱거리며, 입가로 침 비슷한 것을 흘려대고 있었다.

‘어린놈이 뭔 힘이 이리 세?’

왼팔의 보호대는 대충 청테이프와 청바지를 자른 천을 가지고 묶고 감아서 고정시켜 놓았던 터라, 고정된 부분에 힘이 걸리는지 이내 헐거워지며 뜯어지고 있었고 이대로 가다간 얼마 못 버틸 것 같았다.

이내 나는 결심을 하곤 오른손에 쥔 단창을 거꾸로 쥔 채로 넌 사람이 아니다. 넌 사람이 아니다를 주문처럼 읊조리며, 녀석의 눈을 목표로 과감하게 단창을 찔렀다.

“푹-”

곧 작은 소리가 나며 단창은 녀석의 눈구멍을 관통했고 녀석은 나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을 거두었다.


나는 내 단창이 꽂혀져 있는 상태 그대로, 단창을 잡고 조심스럽게 일어나선, 발로 툭툭 건드리며 어린 좀비의 상태를 살폈는데, 이내 죽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되었다.

인간의 두개골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그래서 주로 내가 눈을 목표로 공격하는 것이었다.

내 단창은 녀석의 눈구멍을 조금 파고들다가 멈추었는데, 단창의 끝 부분에 해당하는 식칼의 날 폭이 어린 좀비의 눈구멍에 비해 상대적으로 컸던 탓으로, 내 단창은 그 정도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하여 어린 좀비의 공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좀비와의 첫 전투, 예전에 치렀던 여자 좀비와의 사투는 전투라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었고 물론 이번에 치른 전투도 나의 승리로 돌아가긴 했지만, 과정도 결과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 다행히 어린 녀석이라 이겨낼 수 있었지 만약에 건장한 놈이었다면 어땠을지도 모르겠다.

‘어린 녀석도 제법 힘을 써대던데, 성인이라면 내가 이겨낼 수 있을까?’

첫 전투를 복기하며 살아 있음에 안도하는 나였지만, 이번 전투를 계기로 다음에는 조금 더 차분하게 녀석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역시 경험은 소중한 것이었다.


실내에서 치른 첫 전투를 무사히 끝마치고 긴장의 무게에 짓눌려 이내 곧바로 퍼져버린 나는, 이 집안에 들어온 목적조차도 잊어버린 채 거실 바닥에 우두커니 주저앉아 있었는데, 밖은 어느새 어두워져 밤 그늘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였다.

나는 마무리를 짓기 위해 이 집안의 잠금장치들을 모조리 살펴 잠그곤 다시금 내 아지트로 이동을 서둘렀다.

내가 뚫어놓은 통로는 혹시 모를 외부의 침입에 대비해 옆집의 붙박이장 문을 닫아놓고, 만약 떨어진다면 시끄러운 소리를 온몸으로 외칠만걸(작은 냄비 안에 여러 가지 쇳조각을 넣어둔 것.) 구멍이 뚫린 부분의 선반 정중앙 위에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올려놓았다.

모든 작업을 마치고 보금자리인 거실로 되돌아온 나, 해놓은 밥마저도 챙겨 먹지 못하고 장비들만을 거실 바닥에 풀어헤쳐 놓은 채 그대로 관 안으로 들어가 밤새 모습을 내보이지 않았다.

오늘 밤은 좀 더 깊고 오래 잠들어야 할 듯싶다.


작가의말

오늘은 좀 늦게 올렸네요 그리고 내용이 좀 짧지요?

좀 더 내용을 이어 올릴까 했는데 그러자니 분량이 너무 큰 듯 해서요

요즘 피드백이 없어 글이 잘 진행되는지 모르겠네요.

가끔 한마디씩 던져주세요.

관심은 사람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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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웅크린자의 시간 16 +10 13.09.13 9,384 2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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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웅크린자의 시간 14 +9 13.09.11 10,583 2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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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웅크린자의 시간 7 +12 13.09.05 11,838 2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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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웅크린자의 시간 5 +11 13.09.04 13,543 235 10쪽
5 웅크린자의 시간 4 +9 13.09.03 15,908 231 14쪽
4 웅크린자의 시간 3 +6 13.09.02 16,175 242 8쪽
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5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2 4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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