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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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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5,048

작성
13.09.26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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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웅크린자의 시간 26

DUMMY

-. 12월 23일 오후 내 보금자리.


내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그리고 나는 외계인의 존재 여부를 믿는 것처럼 신의 존재는 믿지만, 종교는 없었다.

어린 시절 친구 따라 교회를 몇 번 다닌 적이 있긴 했지만, 그 시절엔 누구나 다 그랬던 터라 그렇게 조금 다니다 말았다.

크리스마스는 딱 이브 날만 설레다 곧바로 식어버리는 이상한 때이기도 하지만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고 성탄절 특유의 들썩임만은 물론 나도 좋아했다.

그 시절 세상에 울려 퍼지던 크리스마스 캐럴은 평소와는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키곤 했지만, 떼거리로 돌아다니는 연인들의 모습은 짜증이었다.


‘거리마다 오고가는 많은 좀비들이‥’

시덥지 않게 캐럴 가사를 개사해 보며 마음을 달래려 하지만 오늘 아침 있었던 일 덕분에 잘 되지 않았다.

며칠 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걸 핑계 삼아 기분전환 하려고 나무로 된 옷걸이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만들었었다.

철사 옷걸이를 펴서 가지를 만들고 이것저것 가져다 걸어서 알록달록 장식해놓았는데 어젯밤 새벽에 소변보려고 나서다가 좀비로 오인해 버렸다.

그때 어찌나 놀랬던지.

오늘 아침 뽀개서 장작으로 써버렸는데 새벽에 놀라서인지 기분이 별로였다.

예전 한 추운 겨울, 일이 없어 뒹굴거리던 때 따뜻한 아랫목에 누워서 만화책을 읽던 생각이 난다.

내가 그 만화책 속의 무림고수였다면 아마 저 아파트 단지 아래로 내려가 이런저런 초식 명을 외치며 모든 좀비들을 잘라버린 다음 ‘하하하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것들이!’를 호탕하게 외쳤을 것이다. 하지만 난 지금 침낭 속에 들어가 늘 하던 좀비 관찰을 하고 있다.


지금 하늘에서는 예전에는 악마의 똥가루라 불리던 물체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백수가란 노래 가사가 이럴 때 참 어울리는데!’

이럴 때 음악도 들으면 좋으련만 얼마 전 언급한 듯이 한겨울의 태양 빛은 내시의 그곳처럼 한없이 부실한지라 언제나 모자라 그곳에 쓰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게임도 못한다.

이게 다 저 캠코더 덕분이지만 봄이 되어 햇볕이 따사로워지는 계절이 오면 사정이 많이 나아지리라

좀비들도 똥개들처럼 눈을 좋아하는지 다들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환호하는 듯 정신이 없다.

개중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고 눈사람이 되어보는 놈, 쌓여진 눈을 헤치며 길을 만들며 제설작업을 하는 놈, 빙판길에 미끄러지며 춤을 추는 놈, 춥지도 않은지 기어 다니다 파묻히는 놈 등 별의 별놈들이 다 있었는데 유리창을 비누와 수건으로 닦아서 김서림을 방지하며 바라보는 좀비쇼는 나름 볼만했다.

좀비들의 이러한 행동을 보다가 만약 지금 도망친다면 안 들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도망간다면 빠져나갈 수 있으려나, 하지만 어디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갔다가 운 좋게 안 들키더라도 지금 그냥 나갔다간 얼어 죽기 딱 좋게 보였다.


탈출을 꿈꾸자마자 포기한 나는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 채 흐린 눈으로 창밖의 좀비 쇼를 보며 웃다가 눈 내리는 잿빛 겨울 하늘을 바라보곤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요즘 내 모습은 정신병원에 가서 상담받아 보라고 할 정도로 감정 기복이 심해지곤 했다.

‘조울증인가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을 다잡아 보려고 좋은 생각 재미있는 상상 등을 떠올리던 중 갑자기 내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일까?

나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상상하다 나만의 크리스마스 맞이 이벤트를 벌이기로 했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이브니 준비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때에 맞춰서 이벤트를 열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 듯싶었다.


크리스마스이브 FM 11시 59분 54초


‘5, 4, 3- 이런 젠장’

“때르르릉~~~~~~~~~~~~~~~~~~~~~~~~~~~~~~~.”

시간에 맞춰서 카운트다운을 세던 내가 마저 숫자를 세기도 전에 세 개 중 한 개의 알람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역시 맞을 리가 없지 그것도 하나 딱딱 못 맞추고.’

초롱초롱한 눈빛의 나는 간만에 재미있는 일이라도 저지르는 중인지 현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지금 며칠 전 계획했던 대로 크리스마스 이벤트를 벌이는 중이었다.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지만 아마도 성공하리라.


며칠전 계획한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는 좀비를 유인하여 소탕하는 것이다.

작전명은 “테트리스!”다


단순하게 설명한다면 엘리베이터 문을 개방해서 좀비를 유인한 뒤 엘리베이터 카가 지나다니는 통로 안에다 채워 테트리스 게임처럼 만드는 것인데, 그 안에 좀비를 넣어봐야 얼마나 넣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곳은 생각보다 넓고 깊다.

지금 엘리베이터가 몇 층에 멈추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만약 내가 위치한 5층보다 높게 올라가 있어 멈춰 있다면 층간의 높이를 대략 3미터로 잡고 지하 1층에 지상 5층 높이로 채운다고 가정해도 대략 최소 100 이상은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최고층에서 문을 열어둔다면 엄청나겠지만 그건 불가능 하니 넘어가자.

‘엘리베이터가 3대니 한 삼백은 가둘 수 있으려나?’ 그리고 아래쪽에 깔린 놈들은 압사할 테고 또 지들끼리 먹어치우면 또 공간이 생길 테니 꽤 많은 수를 가둘 수 있을듯싶었다.

이게 이벤트에 해당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놈들을 어떻게 안으로 집어넣을 것이냐 ?


일단 내 앞에는 이곳에서 찾아낸 중국산 알람시계 3개와 휴대폰이 8대가 있었다.

그중 6대가 스마트폰이었는데 필요한 물건은 휴대폰 3대와 알람시계 3개, 그리고 배터리들이다.

나는 지금 휴대용 보조배터리로 휴대폰 3대를 충전시키며 AAA 건전지들의 잔량들을 테스트 하였다.

난 주특기가 전기라 휴대용 테스터기는 언제나 가지고 다닌다.

이 테스터기를 가지고 남은 전류량을 측정하여 건전지가 비슷한 양이 되게 맞추려다가 두 개는 같게 나머지 하나만은 길게 유지되게끔 건전지를 넣어 알람이 잘 울리나 확인해보았다.

실험은 내 관속 깊숙한 곳에서 이루어졌는데, 알람시계는 대략 3분 정도 울리다가 멈췄고 중국산이라 믿음직스럽지는 못했지만 어쩌랴 너희들 뿐인걸.


그다음은 엘리베이터의 문을 개방시키는 것이다.

요즘은 화재경보가 울리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멈추거나 1층으로 이동되게 설정하기도 한다는데 이곳은 오래된 건물이니 아마 정전이 됐을 때 그대로 멈춰 있을 가능성이 컸었다.

만약 6층 이상에 위치해 있다면 최상이고 5층에서 멈춰져 있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물론 엘리베이터 안에 좀비가 갇혀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조심해야겠지.


엘리베이터 문은 잠겨 있어 수동으로 개방시키려면 열쇠가 필요했다.

엘리베이터 문은 각 제조사별 기종별로 구조가 다르며 대부분은 내부에 갇힌 인명의 구조를 위해 간단하게 되어 있어서 동그랗거나 ㄱ 자 모양. 육각형 모양 등으로 찌르거나 돌리는 동작으로도 열리게 되어 있었다.

물론 열쇠가 특이하여 일자 모양이지만 찌르면 끝 부분 마디가 구부러지며 좌우로 돌리면 걸려 열리는 형태도 있었다.

일단 나는 현관문 밖으로 나가 확인해 봐야 한다. 그래서 열쇠 구멍의 모양도 확인하고 젓가락이라도 찔러서 열쇠의 구조를 파악해야 했다.


나는 시야 확보를 위해 방독면을 제외한 옛날의 전투복을 모조리 갖춰 입고 예전에 도움받았던 철 구조물과 단창 및 장창을 현관 한켠에 세워놓은 채 마지막 한숨을 내쉰 뒤 작업을 개시했다.

나는 이미 빼내어 버린 현관의 도어렌즈 구멍으로 바깥을 정찰하다 이번에 새로 만든 반사경(철제 옷걸이를 구부려 끝에 거울을 붙인 물건)을 도어렌즈 구멍에 집어넣어 현관 밖의 상황을 살폈다.

다행히도 밖은 내가 죽인 엄마 좀비뿐 또 다른 좀비도 소리 또한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나는 문이 열릴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보조키와 현관정 그리고 현관문의 경첩 등의 빈틈에 WD-40을 충분히 뿌린 뒤 최대한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좀비 세상이 된 이후 처음으로 나와본 외부 아파트 현관 밖은 조용했지만, 긴장이 되기도 했다. 왜냐하면, 내가 맨 처음으로 죽인 엄마 좀비가 현관 밖에 쓰러져 있었는데 한 절반쯤이 사라져 있는 것이 비상계단에서 움직이던 좀비 녀석이 식사를 한 듯한 싶었다.

전에 한가족을 함께 모아주겠다던 일이 떠올라 그 집 현관문 앞쪽으로 끌어다 놓으며 이 일이 끝난 뒤 함께 있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요긴하게 써먹었던 철제 구조물을 벽처럼 세워 놓은 뒤 현관문의 노루발을 내려 현관문을 열어놓고선 작업 중에 좀비의 접근 여부를 파악하고자 비상계단 반 계층 위와 아래에 유리컵을 깨서 가루로 만든 것을 조심스레 바닥에 뿌려 놓았다.

이후 엘리베이터 앞으로가 문 우측 상단의 열쇠 구멍에 젓가락을 찔러 넣었다.

그곳은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었는데 찔러보니 허공이었다.

‘찔러서 돌리는 구조인가?’

나는 일단 후퇴하여 구조에 맞는 열쇠를 제작한 뒤 재차 시도해 보았다.

열쇠는 라디오용 안테나를 뽑아서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고 열리는지 확인해보는 순간 엘리베이터 문의 락이 풀리는 듯한 감촉이 손안에서 느껴졌다.

‘됐다. 이제 작전개시다!’


나는 먼저 일자드라이버를 엘리베이터 문 사이에 찌르고 살짝 벌리다가 단창을 함께 찌르며 문틈을 벌린 뒤 완전히 개방시켰다.

엘리베이터 안이 아닌 시컴한 엘리베이터 통로의 어두운 공간이 나타나자 스마트폰 후레쉬를 이용해 엘리베이터 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대략 1층쯤으로 보이는 상황

나는 12시로 알람시계를 맞추고는 내 앞 엘리베이터 통로 바로 아래 안쪽의 좌측 부분에 부착시켜 두었는데, 그 옆에 휴대폰도 함께 붙여 두었다.

이 휴대폰은 알람시계를 보조할 목적으로 붙여놓은 것으로 먼저 알람시계가 울리고 난 뒤 지속적으로 소음을 일으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좀비들을 유인시킬 목적으로 장착했는데, 보조배터리로 충전시킨 양이 얼마 되지 않아서 얼마나 동작할지는 모르지만, 스마트폰보다 배터리가 덜 다는 일반폰 위주로 장착할 것이니 그나마 오래갈 것이다.


나머지 두 곳도 같은 방식을 통하여 작업을 이어갔는데 다행히도 좀비와의 전투는 없었다.

두 곳 중 한 곳은 카가 7층 즈음에 있어 제일 긴 배터리를 가진 알람시계를 붙여 놓았고 마지막 곳은 3층쯤으로 보였지만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그곳에도 부착시켜 놓았다.

이제 하루 두 번 매일 12시마다 녀석들을 유혹할 덫이 발동될 것이다.

알람시계의 시간은 신데렐라 이야기에 감명 받아서 정한 건 아니었고 하루에 두 번 울리니 밤엔 작업하기 힘들어 작업을 시작했던 1시 이전인 12시로 맞춰 놓은 것이었다.

앞으로 비상계단에 좀비들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니 이를 대비해 실내에서 발생되는 소음을 줄이고자 현관문 앞 천장에 이불을 드라이버로 박아서 커튼처럼 소음차단막을 만들어 설치했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최소 밖의 좀비들 중 절반만이라도 줄일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품어봤다.


작가의말

매일 한편씩 많지는 않지만 연재한다는게 쉽지만은 않네요

검토하면 할수록 문맥이 매끄러워지는게 느긋이 검토하는 시간이 필수라 여겨지는 요즘입니다.

앞으론 매일 연재가 가능할지 텀이 조금 생길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올릴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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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웅크린자의 시간 20 +5 13.09.17 10,239 189 12쪽
20 웅크린자의 시간 19 +6 13.09.16 9,750 2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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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웅크린자의 시간 14 +9 13.09.11 10,583 2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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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웅크린자의 시간 11 +11 13.09.08 11,193 25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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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웅크린자의 시간 8 +10 13.09.05 11,054 220 9쪽
8 웅크린자의 시간 7 +12 13.09.05 11,838 224 11쪽
7 웅크린자의 시간 6 +9 13.09.05 13,638 302 14쪽
6 웅크린자의 시간 5 +11 13.09.04 13,543 235 10쪽
5 웅크린자의 시간 4 +9 13.09.03 15,908 231 14쪽
4 웅크린자의 시간 3 +6 13.09.02 16,175 242 8쪽
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5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2 4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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