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1,096,540
추천수 :
26,687
글자수 :
965,048

작성
13.09.10 17:50
조회
10,560
추천
216
글자
12쪽

웅크린자의 시간 13

DUMMY

나는 새총을 만들기로 했다. 그것도 대형 새총을.

대형 새총을 만들어서 내 똥 덩어리들을 멀리 아주 저 멀리로 날려버리려고 계획을 세웠고 재료를 준비하는 중이다.

투석기를 만들어 똥 덩어리를 날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곳은 실내였고 또 난 만들 줄도 모른다. 하지만 새총이야 구조도 간단하니 금방 만들지 않겠나, 그리고 그 재료도 모두 미리 생각해 두었다.

우치방 장롱 옆에 설치되어 있던 튼튼해 보이는 행거를 분해해서, 앞 베란다 안쪽 창틀에 세로로 나란히 설치했다. 그리고 드라이버와 볼트를 가지고 앞 베란다 안쪽 창틀, 행거가 위치한 곳 양쪽에, 나란히 볼트를 여러 개 박곤, 신발장의 신발 끈을 풀어 단단히 고정이 되게 위아래 네 곳 모두 단단히 묶어두고, 행거가 쏠 때의 진동에 움직이지 않도록, 책등을 옮겨와 양쪽 바닥에 쌓았다.

다음은 새총의 고무줄이 될 물건을 찾아낼 차례, 나는 주변의 물건들 중 이용할 만한 게 없나 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금세 한 가지 물건을 찾아내었는데, 그 물건은 바로 앞 베란다 한쪽에 거치 되어있는 26인치 자전거였다.

나는 우치의 자전거를 거실 바닥에 고이 눕히곤 앞바퀴를 먼저 차체에서 빼내었다.

이 자전거는 26인치 21단 기어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하이브리드형 자전거였는데, Q/R 허브 즉 퀵 릴리즈 허브 방식이라서 몽키 없이 한 동작만으로도 손쉽게 바퀴의 분리가 가능하였다.

자전거 바퀴(자전거 바퀴는 타이어와 튜브 휠 셋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휠 셋은 바깥의 큰 원을 그리는 림과 바퀴살인 스포크 그리고 가운데 중심인 허브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를 들고 공기주입구를 열어 타이어에서 바람을 빼며 손으로 쭈물거려 타이어의 상태가 잘 빠져나올지 말지 손가락의 감촉으로 간을 보기 시작했다.

그 뒤 난 타이어와 림 사이에 플라스틱 주걱을 찔러 넣었고, 지렛대의 원리로 젖힌 뒤에, 주걱의 끝을 스포크(자전거바퀴살)에 끼웠다. 그리고 다시 10cm 정도 떨어진 부분에 또 다른 플라스틱 주걱을 찔러 넣으며 같은 방식으로 번갈아 틈을 벌려 타이어를 휠 셋에서 분리해 내었고 또 타이어 속의 튜브마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보통의 튜브는 타이어 속에서 서로 밀착돼 튜브를 빼내는데 상당한 힘을 써야 했을 것인데, 자전거 라이딩을 즐겨 하는 우치가 가끔 손을 대었었는지 생각보다 쉽게 튜브와 타이어는 분리되었다.

아까의 플라스틱 주걱도 휴대용 펑크패치(자전거 타이어가 펑크 났을 때를 대비한 휴대용 키트)가 들어있는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서 찾아냈다. 물론 이 케이스는 자전거 안장 뒤에 부착된 작은 가방에서 찾아냈지만 말이다.

난 이 튜브를 사용해 새총의 노란 고무줄 역할을 대신하게 할 참이었다.

이 검은색의 자전거 튜브는 노란 고무줄보다 훨씬 질기고 탄성 또한 뛰어나다.

굳이 비교한다면 체급 자체가 다르다고나 할까?

오죽하면 오래된 배관에 구멍이 나 물이 새면 그걸 잘라다가 배관을 묶어버릴까! 물론 임시방편이었지만 그렇게 처리한 배관에선 더 이상 물이 새지 않았다.

나는 튜브의 공기주입구를 제외한 양쪽 부분을 가위로 잘라버리고, 새총의 가운데 부분을 만들기 위해, 우치의 가죽점퍼를 네모지게 잘라서 양쪽에 튜브를 묶을 구멍마저 뚫어준 뒤, 자전거 튜브와 서로 묶어서 이어주었고, 튜브의 길이를 적당히 조절하며 내 가슴 정도의 높이로 새총이 고정될 수 있도록, 행거의 높이를 조절하여 단단히 묶어 두었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내 대형 새총은 앞 베란다에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었고, 이제는 제 기능을 하는지 시험발사를 해볼 차례였다.


“퉁~”

나는 앞 베란다의 바깥쪽과 안쪽의 유리창문들을 조용히 양쪽으로 활짝 열어젖혔다. 그리고 나의 분신들 중 가장 단단하게 뭉쳐져 있는 것을 골라내, 빨간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대형 새총의 가죽 안에 똥 덩어리 하나를 집어넣은 뒤, 내 체중을 실어가며 뒤로 잡아당겨 저 앞에 보이는 아파트 외벽을 향해 힘껏 저 멀리 똥 봉투를 날려버렸다.

저 파란 하늘을 달려간 나의 자취를 품은 검은 비닐봉지는 저 멀리, 아주 저 멀리 잠시 허공을 날다가 앞 동 아파트 외벽에 터진 비닐과 함께 자신의 똥 자국을 흘리며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물론 “찰싹~” 이란 소리와 함께 말이다.

나는 주변의 좀비들이 이곳으로 몰리는 걸 방지하고자 나의 자취들을 주차장 바닥이 아닌 앞 동 아파트 외벽을 향해 날려대며 그쪽으로 녀석들이 몰리기를 내심 기대하였지만, 바닥이 아닌 허공에서 발생한 소리는 더욱더 멀리 바깥으로 퍼져 나가 종래에는 이 근처의 좀비 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되어버려 목적과 전혀 다른 결과만을 낳게 되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전혀 짐작하지도 못한 채, 내 대형 새총이 발사될 때 나는 소리를 듣고 녀석들이 몰려들까 봐 내심 긴장하며 녀석들의 동태를 살폈는데, 아파트 내부에서 쏘아대선지 생각보다 새총 소리는 크지 않았고, 또 내 분신들이 아파트 외벽에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생각보다 요란해서, 녀석들은 이곳을 향해 신경 쓸 겨를조차 내지 못하고, 똥이 묻은 아파트 단지를 향해 종종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 따로 작은 새총마저 만들어 두었건만 이것은 바로 쓸모없는 물건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뭐 쓸모없는 물건이란 게 있겠는가? 다 쓰기 나름일 것이다.

소형 새총은 전에 여자 좀비를 공격할 때 쓴 쇠로 된 초록색 꽃나무 쫄대로 만들었는데, 먼저 여자 좀비의 잔해가 묻었던 부분을 쇠톱으로 깨끗이 잘라내 버리고, 뺀찌와 플라이어를 가지고 구부려서 모양을 잡은 뒤, 자전거 튜브와 가죽 조각으로 새총을 완성했으며, 가죽점퍼의 가죽을 끈 형태로 잘라 둘러서 손잡이마저 만들어 마감을 하였다.

원래의 계획은 이 새총으로 앞 동의 유리창을 쏴서 우선 녀석들의 신경을 그쪽으로 분산시킨 뒤에 대형새총을 기동시켜 똥 탄환을 날려대는 것이었는데, 처음엔 이렇게 하다가 나중에는 내 대형새총에서 나는 소리가 그다지 크지가 않다는 걸 깨닫고는 앞 동 벽면을 표적지 삼아 마음껏 난사해대었다. 물론 탄착군(탄알 자국의 무리, 사격 시 정확도를 확인하는 척도로 사용된다.) 형성에는 실패했지만 말이다.

시험 사격은 아무튼 대성공이었다.

앞으로는 늘 발생하게 될 똥 봉지뿐만이 아니라 아주 가끔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마저도 이런 식으로 배출시킨다면 아마 두 번 다시는 악취로 고생할 일이 없을 것이었고, 또 환기만 잘한다면 이제 곧 신선한 공기를 접하게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새총을 제작하면서 엄청난 물건을 두 개 발견하게 되었는데, 난 그것으로 인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치는 자전거 여행을 좋아했다. 그래선지 자전거가 거치 되어 있던 장소 부근에는 자전거를 비롯하여 침낭이나 1인용 텐트, 코펠 등 여행용품들이 차곡차곡 놓여 비치되고 있었다.

나는 대형 새총을 제작하기 위해 이런저런 물품을 찾아대던 중 자전거 헬멧 옆에서 엄청난 물건 두 개를 발견하게 되었었는데, 그중 하나는 어깨걸이형의 허리쌕에서 찾아낸 휴대용 보조배터리였고, 또 하나는 태양전지판이었다.

태양전지판이란 놈은 햇빛을 받으면 전기를 생산하는 물건이다.

‘solar’라고 쓰인 이 태양전지판은 크기가 접으면 150X140mm, 펼치면 340x150mm의 크기로, 전지판 두 개가 한 쌍으로 3.6W 5.5V X 650mA 다이오드(전류를 한쪽으로만 흐르게 하여주는 반도체소자)내장이라고 한쪽에 조그마한 표딱지에 쓰여 있었으며 끝에는 usb 단자를 하나 가지고 있었다.

휴대용 보조배터리는 ‘solar power’라고 쓰여 있었고 2000mAh, 5V, 1A, 보호회로내장이라고 기기 표면에 쓰여 있었다.

참고로 말하면 태양전지는 휴대용 보조배터리에를 충전시키는 게 가능하나, 일반 스마트폰 등에는 태양 전지의 일조량에 따라 전압과 전류량이 변동하기 때문에 바로 연결하면 충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태양전지판은 햇빛을 받는 일조량에 따라 전압과 전류가 변동하며 생산되기 때문에, 스마트폰 등에 바로 연결해서 충전시키면 스마트폰 등에 충전이 바로 안 되고, 대신 태양전지판에 연결된 usb 단자에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연결하여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먼저 충전시킨 다음, 휴대용 보조배터리와 스마트폰을 연결하여 기기의 충전을 시도하여야만,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일정한 전압과 전류를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하여,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조금 복잡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제 구조신호를 보낼 수가 있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 시각은 해가 쨍쨍 내리 쬐이는 한낮의 오후 시간.

나는 앞 베란다 내에서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을 찾아 태양전지판을 세워놓았고,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연결해 놓은 뒤에 태양전지판이 햇볕을 잘 받을 수 있게 각도를 조절하며 창문까지 활짝 열어두었다.

창문을 열어놓은 이유는 베란다 창에 설치된 유리에는 프라이버시 보호나 자외선 차단을 위한 코팅 등의 처리가 되어있어서 이렇게 열어 놓아야 받는 햇볕의 양이 많아지므로 열어놓은 것인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텃밭을 가꾸는 데 실패하는 주된 이유가 보통 이것 때문이었다. 일조량이 부족해서….

아무튼 이렇게 태양전지판에 연결된 휴대용 보조배터리의 빨간색 충전표시등에 충전되기 시작한다는 표시가 드러나자 내 마음속 희망에도 함께 불이 켜지며, 오후 내내 태양전지판을 태양에 맞게 조절하며 보냈다.

계산상으로는 대략 4시간 정도면 만충이 될 듯하나 그건 태양전지판이 제대로 열 받았을 때나 가능한 얘기였고 얼마나 충전될지는 몰라도 남는 건 시간뿐이니 내일 오후까지는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다.

자 이제 기다리는 일만이 남았다.


다음날 오후 늦게야 보조배터리의 만충을 나타내는 파란색 표시등이 켜졌다.

나는 냉큼 달려가 내 스마트폰을 가지고 와서 보조배터리와 바로 연결했다.

내 스마트폰에는 전원이 꺼졌을 때 충전되고 있다는 충전 표시가 없어, 초조한 마음으로 삼십 분 이상 기다린 뒤에야 전원버튼을 누를 수 있었고 전원이 들어왔다.

곧 스마트폰의 부팅화면이 액정에 떠올랐고 그러자 내 귓가에도 기쁨의 할렐루야 소리가 환청처럼 아련히 들리는 듯했다. 그런데 그런데 스마트폰이 이상했다.

스마트폰은 정상적으로 부팅되어 전화를 걸 준비를 마쳤지만, 기지국을 못 찾았는지 안테나가 뜨지 않았다.

나는 우선 112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그 뒤 100 등 내가 아는 모든 3자리 수의 번호로 전화를 걸어대기 시작하였으며 내 가족을 포함하여 주소록에 등재되어있는 모든 번호에 통화를 시도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어느 곳 하나 연결이 되는 곳은 없었고 그동안 요금 폭탄 맞을까 봐 쓰지도 않았던 데이터 연결까지 시도해 보았지만 데이터 네트워크상에 접속되지 않는다는 표시만이 액정 한구석에 표시되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구조신호를 보내는 데 실패하였다.


작가의말

제 글에는 물건에 대한 묘사가 좀 많고 자세한 편입니다.

이건 분량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전의 미드 맥가이버에서처럼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되었다’ 라는 개연성을 실제 상황에 접목해서 묘사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입니다. 그리고 글 내부에서 적어놓은 내용들은 다 맞는 얘기는 아니지만 최대한 실제와 같은 환경이 되도록 생각하며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술적으로 설명한 부분들이 자세할수밖에 없습니다.

나중에 저의 역량 부족을 느낄 수 도 있겠지만 최대한 노력해 보겠으니 호흡이 너무 느리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웅크린자의 시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 웅크린자의 시간 27 +5 13.09.29 9,333 195 10쪽
27 웅크린자의 시간 26 +5 13.09.26 8,570 204 12쪽
26 웅크린자의 시간 25 +8 13.09.25 9,097 204 8쪽
25 웅크린자의 시간 24 +10 13.09.24 9,424 214 13쪽
24 웅크린자의 시간 23 +6 13.09.23 9,451 199 11쪽
23 웅크린자의 시간 22 +15 13.09.22 9,819 158 11쪽
22 웅크린자의 시간 21 +16 13.09.21 12,170 185 13쪽
21 웅크린자의 시간 20 +5 13.09.17 10,239 189 12쪽
20 웅크린자의 시간 19 +6 13.09.16 9,750 216 12쪽
19 웅크린자의 시간 18 +3 13.09.15 10,146 233 13쪽
18 웅크린자의 시간 17 +8 13.09.14 10,285 221 12쪽
17 웅크린자의 시간 16 +10 13.09.13 9,384 216 11쪽
16 웅크린자의 시간 15 +7 13.09.12 9,800 194 9쪽
15 웅크린자의 시간 14 +9 13.09.11 10,583 210 11쪽
» 웅크린자의 시간 13 +4 13.09.10 10,561 216 12쪽
13 웅크린자의 시간 12 +9 13.09.09 10,439 202 13쪽
12 웅크린자의 시간 11 +11 13.09.08 11,193 257 9쪽
11 웅크린자의 시간 10 +4 13.09.07 11,158 343 12쪽
10 웅크린자의 시간 9 +9 13.09.06 12,204 202 14쪽
9 웅크린자의 시간 8 +10 13.09.05 11,054 220 9쪽
8 웅크린자의 시간 7 +12 13.09.05 11,838 224 11쪽
7 웅크린자의 시간 6 +9 13.09.05 13,638 302 14쪽
6 웅크린자의 시간 5 +11 13.09.04 13,543 235 10쪽
5 웅크린자의 시간 4 +9 13.09.03 15,908 231 14쪽
4 웅크린자의 시간 3 +6 13.09.02 16,175 242 8쪽
3 웅크린자의 시간 2 +6 13.09.02 18,675 252 12쪽
2 웅크린자의 시간 1 +12 13.09.02 24,662 414 10쪽
1 웅크린자의 시간 - 프롤로그 +8 13.09.02 30,604 31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