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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7.03 21: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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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41
추천수 :
5,292
글자수 :
266,338

작성
24.07.0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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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
17쪽

제34화. 원소의 심계.

DUMMY

순심은 당혹감을 속으로 삭였다.


“영천에서 우약(순심)을 만났을 때가 떠오르는군. 젊고 영특한 인재를 많이 얻었지만, 난 그중에서 우약을 매우 높게 평가했네. 지금도 마찬가지고.”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소인이 그 정도는 아닙니다.”


순심은 급히 손사래를 치며 스스로를 낮췄다. 원소의 노골적인 칭찬에 둘 사이는 오히려 어색해졌다.


“장군. 편히 말씀하십시오. 소인은 들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순심은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이같이 말했다. 분명 큰 문제가 있다는 심증이었고, 이렇게 질질 끄느니, 빨리 터트려 그걸 해결하는 게 나았다.


그리고 원소에게선 어색함이 느껴졌다. 뭔가를 숨기고 추궁하여 원하는 걸 기막히게 잘 얻어냈던 원소였는데. 이제는 속내가 어느 정도 들여다보였다. 그만큼 심신이 약해졌다는 증거였다.


“우약이 그리 말하니, 더는 숨기지 않겠네.”

“경청하겠습니다.”

“휴약(순연)이 발해군 태수(원담)를 만났네.”


순심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순연은 순심의 형으로 두 살 터울이었다. 물론 둘은 순욱의 형이기도 했다. 그가 알기로 순연은 조조를 따르고 있었다.


순심은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조조를 따르는 순연이 원담을 왜 만났단 말인가? 그것도 전쟁을 앞둔 이 비상시국에.


“아직 죽이진 않았네. 다만 옥에 가둬놓았어.”


원소는 냉담하게 말하고는 서신을 건넸다. 순심은 떨리는 손으로 그걸 들어 읽었다. 원담이 조조에게 보내는 친서였다. 순심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원담이 이적행위를 했는데, 조조는 그걸 부추겼다. 그리고 순연이 중간에서 매개체 역할을 했다. 이 정도면 당장 목을 베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죽이실 생각입니까?”

“자네 의견을 듣고 싶군.”


순심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했다. 원소는 그의 말에 따라 순연을 살릴지 죽일지를 결정할 것이다. 원소의 구미를 당길 제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순연은 죽임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원소를 만족시킬 만한 제안이 떠오르지 않았기에 쉽게 입을 열 수 없었다.


“장군의 심중을 알고 싶습니다.”

“문약(순욱)이 허도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군. 일을 많이 하여 힘들다고 들었어.”

“제 말을 듣지 않을 겁니다.”

“순가팔룡이라 불리는 게 그저 영특함 때문인가? 형제간의 우애는 없는가?”


원소는 냉담한 표정으로 조소를 지었다. 순연이 빠져나올 방법이 사실상 없는 가운데, 원소가 슬그머니 활로를 열어주었다. 하지만 활로가 만만치 않았다.


“서신을 보내게. 딱 3년만 고향으로 돌아가서 쉬라고 하게. 더는 강요하지 않겠네.”


원소는 손가락 세 개를 폈다. 3년 안에 조조를 무너뜨리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은 거래야. 겨우 3년 쉬고 형을 살릴 수 있으니까. 대신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조조를 배신하고 내 신하가 되라는 것도 아니야. 그저 고향에서 3년 쉬라는 거야. 내가 무리한 부탁을 하는가?”

“아닙니다.”


순심은 공손히 대답했다. 분명 이건 원소의 호의였다. 다만 순욱은 상서령으로 조조가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부하였다. 관도대전 당시 순욱은 군수지원을 완벽하게 책임지며, 조조의 승리를 견인했었다.


순욱이 물러나면 순연은 살 테지만, 조조는 큰 위기에 봉착할 것이다. 그렇다고 순욱이 물러나지 않으면, 순연이 죽을 테니, 순욱은 난감한 처지에 몰릴 게 분명했다.


‘문약. 어쩌자고 이런 짓을 저질렀는가? 자네가 아니라 다른 이가 주도했을 테지만, 어쩌자고. 이 하북이 그리 우습게 보였단 말인가?’


순심은 순욱이 원망스러웠다. 어떡하든 형을 살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순욱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았다. 순심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고민하는 사이, 원소는 그저 차를 마시며 지켜보았다.


“휴약형님을 만나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래.”


원소는 ‘네놈이 나를 의심하는 것이냐?’고 화를 내지 않고, 선선히 일어섰다. 순심도 엉거주춤 따라 일어섰다. 그렇게 둘은 걸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옥이 아닌 한 저택이었다.


그곳을 지키고 있던 장병은 원소를 보자 군례를 올리며 문을 열어주었다. 원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안으로 걸어갔다.


방문이 열리자, 순연은 눈을 감은 채 정자세로 앉아 있었다. 원소는 순심에게 들어가라고 하고는 문을 밖에서 닫았다.


“네가 어쩐 일이냐?”


순연은 냉담하게 순심을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이오?”


밑도 끝도 없는 질문. 하지만 순연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서로 섬기는 주인이 다르다. 난 그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아 죽임을 당하겠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영천의 가족은 생각하지 않으시오? 그리고 우리 형제는? 어머니는?”


순심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순연을 바라보며 속사포처럼 쏴댔다. 순연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홱 돌렸다.


“네가 잘 보살펴다오.”

“살고 싶은 생각은 없소?”

“흥. 대장군(원소)이 살려주겠느냐?”

“방법이 있소.”


순연은 무심한 표정으로 순심을 바라보았다. 그리 기대하지 않는 듯한 눈빛이었다.


“문약이 3년만 고향에서 쉰다면 가능하오.”

“으음.”


순연은 신음을 토하며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괴로워했다. 그는 단번에 현재 상황을 깨달았다. 순욱이 얼마나 난감해질지.


“네가 대장군께 이런 제안을 했느냐?”

“아니오.”

“허어, 대장군의 심계가 참으로 무섭구나.”

“허도에서 그분의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소. 형님. 제안을 받아들이시오.”

“설마 나보고 서신을 작성하여 보내란 말이냐?”

“형님이 쓰지 않으면 내가 써야 하오. 서신이 허도에 도착하는 순간 문약은 매우 곤란한 위치에 처해질 것이오.”

“형이 되어 동생을 곤란하게 만들 셈이냐?”


순연이 냉정하게 따지자, 순심은 당연한 듯 말했다.


“동생이 되어 형이 죽는 걸 지켜보란 말이오?”


순심은 말을 마치고 빤히 순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형 순연을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했다. 이번 일로 순욱이 곤란해지겠지만, 그래도 형 순연을 살리고 싶은 순심이었다. 곤란을 겪는 게 죽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어쩌겠소? 형이 쓰겠소? 아니면 내가 쓸까?”


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렇게 일이 꼬일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 최악의 경우 그의 목이 날아갈 것으로 생각했었다. 새삼 원소가 두렵게 느껴졌다.


“대장군은 참으로 두려운 자로구나.”

“그걸 이제 아셨소? 관도전투에서 대패하고, 기주 곳곳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고 하북을 안정시킨 분이오. 도대체 허도의 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계책을 낸 것이오? 도대체 누구요?”


결국 순심은 참지 못하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누군가의 머리에서 나온 어설픈 계책으로 순씨만 곤욕을 치르게 생겼다는 생각이 들자,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났다.


순연은 입을 다물었다. 순심이 추궁했지만, 그는 도통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알아서 하겠소.”

“서신을 보내지 않으면 안 되겠느냐?”

“그럼, 형님이 죽는 걸 지켜보란 말이오?”


무슨 당치도 않은 말이냐며 순심은 화를 벌컥 냈다. 그는 순연을 남겨두고 쿵쿵거리며 방을 나섰다. 홀로 남은 순연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처지가 가을비를 맞은 쥐처럼 처량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란 게 슬펐다.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간에 순욱은 곤란해질 것이다.


순연은 답답함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 한 인물이 떠올랐다.


‘봉효(곽가). 자네가 원망스럽군. 처음으로 자네가 원망스러워.’


*


순심은 굳은 표정으로 서신을 원소에게 건넸다. 원소는 서신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호위대장에게 건넸다. 그 후 주위를 물리치고는 순심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이걸로 자넬 내치진 않겠네. 휴약도 명령을 받든 것뿐이니까. 그가 잘못 생각하여 극단적으로 선택하지 않도록 자네가 잘 보살펴주게.”

“감사합니다.”

“조조는 내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이 전투를 통해 깨달을 거야. 그리고 본인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아차리겠지. 그때는 늦어도 너무 늦었을 테지만. 나를 믿는다면, 영천 순씨가 어찌하는 게 옳을지 생각해 두시게.”

“명심하겠습니다.”

“문약이 옳은 결정을 내리길 빌게. 그가 끝내 내게 대적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어.”

“옳은 결단을 내릴 겁니다.”


순심은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부디 순욱이 원소의 제안을 받아들이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야 순연이 살 수 있으니까. 살아남는다면 나중에 어떡하든 수를 낼 수 있다.


*


칠일 후.

출병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원소의 명령을 받은 원담이 업성에 도착했다.


원소치소.

원담은 업성의 싸늘한 기운에 오싹해졌다. 그를 바라보는 관리나 장수의 시선이 차갑기 그지없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아버지가 그걸 알 리가 없어.’


원담은 세차가 고개를 흔들었다. 설령 원소가 원담의 이적행위를 알고 있더라도 도망칠 순 없었다. 그가 힘이 있는 건, 원소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원소의 명을 어기고 도주하는 순간 그는 잡범이 되고 만다. 죽더라도 여기서 죽어야 했고, 만약 잘못이 알려졌다면 여기서 싸워 이겨야 했다.


원담은 주먹을 꽉 말아쥐고 치소로 들어섰다.


“어서 오너라.”


원소의 냉막한 표정과 목소리를 들은 원담은 모든 게 틀어졌음을 깨달았다. 그는 일부러 어깨를 당당하게 펴고 군례를 올렸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오냐. 그리 앉거라.”


원소는 짧게 대답하며 의자를 가리켰다. 원담은 원소 가까이 앉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 눈살을 찌푸렸다. 한순이 이 자리에 배석하고 있는 게 거슬렸다.


“긴요한 보고사안이 있습니다.”

“말하거라.”

“한 교위를···.”

“내가 지시했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거라. 그는 너와 내가 나눈 대화를 듣지 못한다.”


원담은 고개를 돌려 한순을 바라보았다. 기주에서 가장 폭급한 성격을 지닌 한순이었다. 그의 용맹은 안량, 문추 못지않았다. 그럼에도 중용되지 못한 건, 워낙 폭급한 성격 때문이었다.


그런 한순을 이 자리에 배치했다는 건 원소가 원담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는 방증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만, 만약 원담이 난동을 부린다면 한순이 나서서 제압할 것이다.


“말하거라. 왜? 할 말이 없느냐? 그래, 그렇다면 내가 말하마.”


원소는 한순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한순은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와 원담에게 서신을 건넸다. 그걸 본 원담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이, 이것은···.”

“네가 조조에게 보내려고 순연에게 건넨 서신이다. 설마 네 짓이 아니라고 항변하진 않겠지?”

“···.”

“이런 답답한 놈. 뭐가 부족해서 이런 이적행위를 저질렀단 말이냐?”

“답답했습니다.”

“뭐라?”

“답답하고 화가 났습니다. 아버지는 현혁(원희) 그 개자식에게 속고 계십니다. 그가 한 건 고작 운으로 관중을 얻은 것뿐입니다. 전 아버지를 위해 뭐든지 했습니다. 청주를 점령했고, 명령하면 군대를 이끌고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제가 왜? 뭐가 부족해서 이런 대우를 받는 겁니까?”


처음에 작았던 원담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고, 나중에 악에 받쳐 고함을 질렀다.


“쯧쯧. 한심한 놈.”

“뭐라고요?”

“내가 답답한 건 네놈 야망의 크기다. 겨우 하북을 지키기 바쁜 네놈을 어찌 믿고 후계자로 지명한단 말이냐? 내 아들이라면 천하를 노렸어야지.”


원소는 끝까지 냉정했다.


“아버지. 제게 이러시면 안 됩니다!”


원담은 악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어느새 다가온 한순이 강력한 힘으로 그의 두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대장군께 경거망동하면 용서치 않겠소.”

“아, 아버지.”

“데려가라. 별도의 명이 있을 때까지 연금하라!”

“예.”


한순은 호위병을 데려와 원담을 끌어냈다. 원담이 악을 쓰며 버텼지만, 그들을 상대로 역부족이었다. 원담은 치소 밖에서도 고함을 질러댔다.


“이런 못난 놈!”


원소는 답답함에 가슴을 쳤다. 그러더니 심하게 기침했고, 피를 쏟았다. 겨우 심신의 안정을 찾았었는데, 원담을 상대하면서 그게 깨졌다.


의원이 달려와 원소의 입 주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탕재를 바쳤다. 원소는 마다하지 않고 탕재를 들이켰다. 살아야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화를 내시면 안 됩니다.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그러지.”


원소는 변명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떡하든 화를 내지 않고 버텼지만, 마지막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악하는 원담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원소는 눈을 감고 의자에 등을 기대어 편하게 자세를 잡고 여러 번 심호흡하며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감은 그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내 아들이 아니었다면 벌써 죽었을 것이다.’


원소는 안타까웠다. 이 정도 기회를 줬으면 눈치를 채야 하는데, 어째 갈수록 눈치가 없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득 출병할 때, 원담을 업성에 두면 뭔 일이 터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이곳에 최염을 남겨둘 예정인데, 그는 강직하다 못해 융통성이 없는 자였다. 원담의 압력이 그에겐 절대 통하지 않을 것이다.


‘조조 이놈. 날 이렇게 궁지로 몰다니. 절대 용서치 않겠다.’


원소는 이를 바드득 갈았다.


*


형주 남양군 무관.

난 기병 2만을 이끌고 이곳에 도착했다. 견초와 초촉이 이끄는 보병 4만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최소 5일은 소요될 것이다.


여기서 허도까지 진군하려면 최소 보름은 걸릴 것이다. 물론 기병만 이끌고 간다면 더 빠르겠지만.


“어서 오시오.”


유비는 관우, 장비를 거느리고 나와 나를 맞이했다. 난 말에서 내려 그의 손을 덥석 잡았다.


“고맙소.”

“대단하군요. 기병 2만이라니.”


유비의 눈엔 부러움이 가득했다. 웬만해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그였지만, 숨기지 못할 만큼 마음이 흔들렸다.


‘정말이지. 하북은 지긋지긋한 곳이로구나. 어찌 그리 물자가 풍부하단 말인가?’


“그만큼 이번 기회에 조조를 무너뜨리겠다는 대장군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뜻이지요.”


난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고는 주변을 물렸다. 그리고 유비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좌장군께서 형주를 점거하는 걸 대장군께서 돕겠다고 하셨소.”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오.”

“그리고 익주는 꿈도 꾸지 말라고 하셨소.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원씨 최대의 숙적은 좌장군이 될 거라고 하셨소. 난 우리 동맹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라오.”


유비는 일순 표정이 굳었지만, 금세 풀렸다. 그는 환하게 웃었다.


“형주를 도모하는 것도 아주 어려운 일인데, 어찌 익주를 넘보겠소? 내가 바보가 아니외다.”

“역시. 말이 통하는구려. 우린 오랫동안 좋은 동맹으로 남을 것이오.”

“그럼, 허도는 언제 공략할 것이오?”

“한 달 후에. 보병이 도착하면 며칠 휴식을 취한 후, 곧장 진군하겠소. 좌장군부에선 얼마나 준비했소?”

“보병 2만, 기병 4천이오.”


예상보다 많은 숫자에 놀랐다. 아마 급히 신병을 징발했을 것이다. 그 역시 허도점령에 모든 걸 걸었다는 걸 깨달았다.


징발하는 숫자만큼 민심은 흉흉해진다. 그렇다고 신병이 잘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1만이 넘는 병사를 징발한 건, 유비가 몹시 절박하다는 방증이었다.


하긴 내가 유비라도 그럴 것이다. 일단 형주를 점령한 다음에, 그다음을 생각해야 하니까. 익주가 아쉽지만, 그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장수들이 듬직하구려.”

“그렇소. 내가 믿는 장수들이며, 형제들이오. 우린 피를 나누진 않았지만, 형제보다 우애가 깊소.”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형제라는 말이 상당히 거슬렸다. 그저 상명하복으로 얽힌 관계는 조직이 무너질 때 관계도 단절되지만, 끈끈한 정으로 뭉친 집단은 조직이 무너져도 쉽게 관계가 끊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직접 유비를 통해 형제란 말을 들으니 긴장되는 건 단순히 기분 탓은 아닐 것이다.


“노양현에 군량과 건초를 쌓아두었소.”


노양현은 남양군 가장 동쪽에 있는 현으로 허도에 가까웠다. 노양현은 한때 원술의 치소가 있던 곳이었다. 난 노양현을 거점으로 삼아 유비와 함께 허도를 점령하겠다고 다짐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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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13화. 각자의 처지. +9 24.06.10 6,529 15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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