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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6.26 21:20
연재수 :
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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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688
추천수 :
2,887
글자수 :
213,847

작성
24.06.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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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글자
17쪽

제14화. 대권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DUMMY

하동군 포판현.

약 4~5만에 달하는 대군이 집결하여 적대적으로 대치하고 있음에도, 이곳은 평화로웠다. 아니 평화를 가장한 숨 막히는 질식 상태였다.


우금군영.

우금은 목책루에 올라 가만히 조군군영을 조망했다. 유난히 평화로워 보이는 가운데, 번뜩하고 적막을 찢고 나오는 흉포한 기운은 그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하북놈들은 지긋지긋해.’


관도대전에 참여했었던 우금은 그 당시의 상황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북의 명장이라는 안량, 문추를 연달아 꺾었고, 여러 전투에서 승리했음에도, 원소군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고, 오히려 조조군을 압박했다.


그때 퇴각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조조를 비롯한 장수들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허유가 군량창고위치를 알려주고, 장합·고람이 지휘소를 급습해 원소의 지휘체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면 패배했을지도 몰랐다.


‘안전하게 퇴각하여 함곡관을 지키라는 명령이 내려왔다. 어찌한다?’


퇴각명령이 내려왔지만, 우금은 그 명령을 장병들에게 내리지 못했다. 퇴각하려면 무조건 황하를 도하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은 11월 말이었기에, 맨몸으로 황하를 도하했다가는 장병들의 피해가 클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은 황하의 폭이 넓고 깊어서 배를 이용해야 한다. 배 없이 도하할 수 있는 곳은 피씨현이 유일했다.


‘누가 희생할 것인가?’


그는 장수들을 하나씩 머릿속에 떠올렸다. 안전하게 도하하는 동안 누군가 죽음을 무릅쓰고, 조독군의 파상적인 공세를 막아줘야 한다. 이미 서량기병이 원희와 손잡은 만큼 여기에 더 머무르는 건 의미 없었다.


그렇다고 후퇴할 테니,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원희는 하후연기병을 발견하자마자 공격해서, 하후연을 죽인 전례가 있었다. 하여 원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가 뒤통수를 맞을 거란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한꺼번에 모든 장병이 도하할 만큼 배는 충분하지 않았다. 가치가 큰 기병을 먼저 도하시켜야 했는데, 그러면 보병 희생이 더욱 클 것이다. 결국 우금은 기병을 먼저 도하하기로 결심했다. 그러면서 그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냉혹하게 변했다.


우금치소.

우금은 사마급 이상 장수들을 모두 호출했다. 그는 냉혹한 표정으로 장수들을 돌아보고는, 철군을 알렸다. 철군이란 말에 장수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들도 철군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누가 희생하겠느냐?”


우금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파렴치하고 도도하게 물었다. 누군가는 죽어야 했고, 그런 자를 선발하는 과정이었기에, 좋은 말로 설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장수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적막감 속에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뤄졌다. 우금은 윽박도 지르고, 설득도 하며 한 명을 골라내는 데 주력했다.


강제로 명령하면 곤란했다. 그가 조기에 항복해버리면 도하 중인 우금군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게 뻔했으니까. 그러기에 남을 장수는 강한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꼭 필요했다.


“제가 남겠습니다.”

“고맙네.”


우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예상대로 가장 선임이며 책임감이 강한 사마 누이가 나섰다. 우금은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철군을 준비하라며 장수들을 내보내고는 누이를 가까이 불렀다.


“하루만 시간을 벌어주게. 그다음엔 항복하게. 굳이 목숨을 버릴 필요는 없어.”


우금은 희망을 언급해 누이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너무 경직되면 임무에 실패할 수도 있었다. 또 인간은 희망이 있으면 뭐든지 한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최선을 다해 시간을 벌겠습니다.”

“자네의 희생은 잊지 않겠네. 허도로 돌아가면 자네 가족이 처벌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보살펴 주겠네. 그리고 자네가 항복했다면 나중에 은밀히 연락해 주게. 그럼, 가족을 은밀하게 보내주겠네.”

“감사합니다.”


우금은 가만히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 당시 장수가 항복하면, 그 가족은 처벌되는 게 통례였다. 우금은 그 부분에 대한 누이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


조독군영.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원희의 명령이 있었기에, 조독과 유헌은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면밀하게 우금군을 살폈다.


“겨우 이걸로 충분합니까?”


유헌이 불안감을 드러냈다. 좀 더 확실하게 공훈을 세워 원희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조독은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자사께서 서량기병과 합세하여 황하 건너편으로 진군해 오면 우금군은 독 안에 갇힌 쥐요. 우린 그동안 저들을 이곳에 붙잡아 두면 되오. 우린 주력이 아니라 조력임을 명심하시오.”

“알겠습니다.”


유헌은 순순히 수긍했다. 본래 둘은 위치는 동급이었는데, 원담을 버리고 원희를 섬기기로 한 유헌이 스스로 몸을 낮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저들은 어떻소?”

“조용합니다. 이미 대패했는데, 제깟 놈들이 어쩌겠습니까? 아마도 서량기병이 도와주러 온다고 믿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때 반격하겠다고 벼르고 있겠죠. 멍청한 놈들.”


유헌은 한껏 우금을 비웃었다. 조독 역시 같은 생각이었기에 따라서 웃었다.


“그래도 잘 살피시오. 저들이 몰래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또 혹시 아오? 꼬리를 말고 도망칠지.”

“알겠습니다. 둘 다 가능성이 있으니, 경계와 정찰을 강화하겠습니다.”


조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목책루를 내려갔다. 그는 곧바로 기병대로 향했다. 항복한 하후연기병과 유주기병이 섞여 있었는데, 그간 강하게 교육해서 어느 정도 체계를 다져놓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겠다 싶은 놈들은 과감하게 목을 쳤다. 이런 대범함 덕분에 드센 하후연기병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이놈들을 쓰는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조독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전투가 벌어지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기병들은 배신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북으로 데려가 좀 더 교육해야 한다.


‘자사께서 빨리 서량기병을 이끌고 내려오셔야 하는데. 그럼, 우금 따위는 간단하게 무너뜨릴 수 있어.’


조독은 원희가 있는 북동쪽을 바라보았다.


*


피씨현.

드디어 마등이 원소의 제안에 화답했다. 난 곧바로 기병 오천을 이끌고 황하를 건넜다. 절로 몸이 움츠러들 만큼, 차가운 물이었다.


난 도하한 기병들에게 물을 닦아내도록 지시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강행군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데, 자칫 감기에 걸리면 큰일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방덕과 마초는 나를 보자마자 절도있게 군례를 올렸다. 난 그들을 격려하고는 곧장 본론을 꺼냈다.


“한식구가 된 걸 축하하며 거나하게 취하고 싶지만, 그럴 때가 아니라 아쉽군. 당장 기병을 이끌고 남진하여 포판현에서 우금군 도하를 막고, 격멸하고 싶네. 자네들 생각은 어떤가?”

“당연히 적을 먼저 토벌해야 합니다. 유주자사의 말씀이 옳습니다.”


마초가 대표로 즉각 대답했다. 빨리 관중에서 조조군을 몰아내야 마씨가문이 확실하게 우부풍을 지배하게 된다. 자칫 이 전투가 장기화되면 원희도 손해지만, 마씨도 큰 손해였다.


전투가 길어졌을 때, 당사자는 이기든 지든 간에 큰 손해를 입는 게 현실이었다. 그렇기에 마초는 즉각 내 의견에 찬동하고 나선 것이다.


“엄경.”

“예. 장군.”


엄경이 내 부름에 즉각 다가와 군례를 올렸다.


“앞장서라. 일단 오백 기를 정찰병으로 보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우금이 우리가 연합한 걸 알겠습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또 산적이 있을 수도 있고.”

“알겠습니다.”


엄경은 조금 불만이었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찬 목소리로 복명하고는 물러났다.


“자네들은 나와 함께 이동하지.”

“영광입니다.”


방덕은 이곳에 기병 백여 기를 남겨두어 군영과 군수물자를 지키라고 명한 후, 나머지 기병들에게 진형을 구축하라고 명령했다.


얼마 후.

엄경이 기병 이천을 이끌고 진군했고, 일정한 시간을 두고 방덕, 나, 마초가 기병 칠천을 이끌고 뒤를 따랐다. 그간 이곳에 머무르면서 힘을 비축한 상태였기에, 매우 빠르게 기동할 수 있었다.


포판현.

강행군 끝에 포판현에 도착했을 때, 황량한 벌판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조독이 기병 일천오백 기를 이끌고 나타나 군례를 올렸다.


“어찌 된 일인가?”


내 질문에 조독은 그간의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동시에 우금군을 상대로 큰 전과를 올렸다는 부분도 상세하게 보고했다.


“추격하지 않은 건 잘했다. 아직 자네가 이끄는 기병은 온전히 우리 편이라 볼 수 없어. 자칫 반란이라도 일어나면 그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을 거야.”

“추격하시죠.”


마초가 급히 조언했다. 내가 마초와 방덕을 바라보자, 방덕도 같은 진언을 올렸다.


“조독.”

“예.”

“하동군 태수에게 항복을 권하도록. 우금이 도주했으니, 항복할 거야. 그리고 전령을 보내 하동군 각 현의 현령도 항복시키고.”

“거부하면 어떡합니까?”

“죽여라. 감히 내게 저항하면 어찌 되는지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조독은 즉각 복명한 후, 물러났다. 조독과 유헌이라면 하동군을 충분히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우금군을 완전히 관중에서 몰아내면 홍농군·좌풍익·경조윤을 조속히 항복시켜야 한다.


“엄경. 추격한다. 신중히 정찰하며 추격하도록!”

“예.”


엄경은 굳은 표정으로 복명한 후, 급히 말을 몰았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린 이제까지 진군대형 그대로 유지하며 홍농군으로 도주한 우금군 추격에 나섰다.


난 수시로 엄경에게 전령을 보내어 신중하라고 당부했다. 괜히 적의 매복에 걸려 큰 타격을 입으면,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우금군을 확실하게 관중에서 몰아내는 게 주목표였고, 그 과정에서 우금군에게 타격을 입히든가 아니면 몰살시키는 건 개의치 않았다. 그런 성과를 내면 좋고, 아니어도 괜찮았다. 내 기병전력을 온전히 유지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내 목표였다.


홍농군 섬현.

기어코 우린 우금군을 따라잡았다. 행군 중에 따라잡힌 우금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졌다. 얼핏 봐도 원희기병은 육천이 넘어 보였다. 서량기병까지 합세했을 테니, 그보다 많을 것이다.


‘며칠만 더 행군하면 함곡관인데.’


우금은 속으로 탄식했다. 빨리 판단을 내려야 했다. 벌써 후미에서는 장병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주하고 난리가 아니었다.


결국 우금은 보병을 버리고, 기병 일천여 기를 이끌고 도주를 선택했다. 방어 준비가 되어 있어도 육천이 넘는 기병을 상대로 싸우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우금이 도주하자, 보병들은 그야말로 공황상태에 빠졌다. 일부는 도주하고, 일부는 저항하고, 일부는 그저 무기를 버리고 엎드려 목숨을 구걸했다.


이 중에서 저항하는 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철군하는 중이었고, 총대장인 우금이 도주한 마당에 싸울 병사가 얼마나 있겠는가?


“항복시켜라!”


난 우금이 버리고 간 보병을 항복시키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 후, 엄경에게 전령을 보내어 우금군을 추격하라고 명령했다. 신중히 추격하여 우금이 함곡관으로 들어서면 멈추라는 명령도 추가했다.


난 호위기병 수십 기만 이끌고 인근을 조망할 수 있는 낮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말에서 내린 후, 바위에 앉아 상황을 지켜보았다.


내가 명령을 내렸지만, 적을 항복시키는 방법은 서툴렀다. 그렇기에 일부러 빠져준 것이다. 그런데 항복시키는 과정을 보니, 이건 전투나 다름없었다.


‘정말 야만의 시대로군.’


사람 목숨이 개만도 못했다.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낌새가 보이는 곧바로 목이 달아났다. 서량기병과 유주기병은 적들을 다루는데 인정사정없었다. 그렇기에 정말 빠르게 우금군을 제압할 수 있었다.


해가 서산으로 질 무렵, 마초가 내게 달려와 군례를 올렸다.


“자사.”

“말씀하시게.”

“우금군을 모조리 처리했습니다. 항병은 약 일만오천입니다. 도주한 자들은···.”

“내버려 둬.”

“알겠습니다.”

“이곳을 정리한 후에, 경조윤과 좌풍익 두 군을 항복시켜야 하는데, 어떡하면 좋겠는가?”

“방 교위를 보내시면 충분할 겁니다. 이 근방에서 그의 무명은 크게 알려져 있고, 조조군이 모두 도망쳤으니, 모두 항복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홍농군 태수는 제가 항복시켜 보겠습니다.”

“부탁하지.”


마초는 군례를 올리고 물러났다. 난 앉은 자세 그대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 대면 쩡하고 깨질 듯한 파란 하늘이 인상적이었다.


‘이때는 미세먼지가 없었구나.’


정말 깨끗한 공기와 맑은 하늘이었다. 그렇기에 오랫동안 하늘을 보는데도 질리지 않았다. 동시에 혈향이 코끝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살짝 인상이 찡그러지긴 했지만, 난 그대로 자세를 유지했다.


삼일 후.

홍농군 태수 번흠이 태수인을 들고나와 내게 바쳤다. 그는 고향인 영천군으로 돌아가길 원했다.


“그리하시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홍농군은 중원에서 관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 있는 요충지였다. 이곳에는 충성심 강한 인물을 태수로 심어둬야 안심할 수 있다.


하여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홍농태수에서 쫓아내거나 좌천시키려고 했었는데, 먼저 이리 말하니 오히려 고마웠다. 내가 해야 할 수고를 덜어줬으니까.


“그대의 재산도 가져가시오. 말과 마차, 종들도 데려가고.”

“감사합니다.”


관대한 조치에 번흠은 고개를 숙여 고마움을 표하고 물러났다. 몇 걸음 옮기던 그는 다시 내게로 왔다.


“아직 할 말이 남았소?”

“경조윤도 허도로 돌아가길 원할 겁니다.”


장안이 포함된 군 이름이 경조윤이었고, 그곳을 통치하는 태수가 경조윤이었다.


“그가 누구요?”


질문하고 나니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중에 군이 다섯 개인데, 태수 이름도 모르다니. 조조군만 격파하면 자연스럽게 관중이 내 손안에 들어오기에 그것만 생각했었다. 생각해 보니 보고를 받았던 거 같은데, 지금은 기억나지 않았다.


“두기, 자는 백후입니다. 경조윤 두릉현 출신입니다.”


순간 느긋하게 앉아있던 나는 허리를 바싹 폈다.


‘천재 소년 두기. 오를 멸망시킨 두예의 할아버지. 호오, 이런 횡재가.’


난 반드시 두기를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그러니 어서 돌아가시오. 내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알겠습니다.”


번흠은 흠칫한 표정을 짓더니, 곧장 물러났다. 아마 내가 부드럽게 나오자, 두기마저 구출하려고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림없는 일이었다.


두기라면 무조건 얻어야 한다. 난 곧장 서신을 작성한 후, 전령을 호출했다.


“당장 경조윤으로 달려가거라. 그리고 이걸 마초에게 전하라. 두기를 절대 죽이면 안 된다. 필요하면 내가 달려갈 테니, 그렇게 전하라.”

“예.”


전령은 즉각 복명하고는 물러났다. 유주별가 한형 말고는 믿고 일을 맡길 만한 측근이 없었는데,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두기가 나를 돕는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그만한 인재를 얻는 건 실로 하늘의 안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물론 두기가 나를 따를지는 의문이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다음날.

엄경이 돌아왔다.


“우금은 함곡관을 넘어 도주했습니다.”

“수고했다.”


난 엄경의 노고를 치하하고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업성에 가기 불편하지?”

“네? 네.”


엄경은 업성에서 원담을 만날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살기 위해서지만, 그를 배신했으니 당연했다.


“홍농군 태수에 추천할 테니, 다스려 보겠는가? 어려울 거 없어. 행정은 관리들에게 맡기고, 자네는 홍농군을 지키면서 조조군의 동태를 감시하면 돼. 그리고 섬현의 토성을 크게 증축하게. 그래야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몰려와도 버틸 게 아닌가? 버티면 내가 구원하러 오겠네. 어떤가?”

“명을 받들겠습니다.”


엄경은 즉각 대답했다.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처럼 그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동군은 유헌에게 맡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둘은 원담을 배신했으니, 내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또 열심히 관중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항병을 주고, 정예병을 데리고 업성으로 갈 것이다.


‘가만 하동군태수는 위고에게 맡긴다고 약속했었지. 위고는 하동군의 대호족이니, 말 바꾸기도 그렇고. 뭐, 위고는 하동군태수로 행정을 맡고, 유헌에게 하동군도위를 내려 치안을 맡으면 되겠지.’


어찌 되었든 유헌도 관중에 남기기로 결심했다. 둘을 데리고 업성으로 가봐야 싸움밖에 더 나겠는가? 업성에서 원담이 따지면 그땐 그때 가서 대처하기로 마음먹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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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제20화. 냉정한 원소. +19 24.06.17 3,634 118 17쪽
19 제19화. 원담의 힘을 빼앗다. +6 24.06.16 3,597 106 16쪽
18 제18화. 차도살인(借刀殺人)[지도포함]. +7 24.06.15 3,768 85 17쪽
17 제17화. 오래 오래 사십시오. +4 24.06.14 3,666 95 17쪽
16 제16화. 위험을 대비하다. +2 24.06.13 3,849 98 15쪽
15 제15화. 협상, 맹장을 얻다. +8 24.06.12 4,067 99 16쪽
» 제14화. 대권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3 24.06.11 3,947 102 17쪽
13 제13화. 각자의 처지. +6 24.06.10 4,052 98 16쪽
12 제12화. 정치질. +9 24.06.09 4,087 97 16쪽
11 제11화. 주고받는 협상의 묘미. +4 24.06.08 4,186 113 17쪽
10 제10화. 다음을 대비하다. +5 24.06.07 4,254 94 16쪽
9 제9화. 첫 전투, 첫 전과. +7 24.06.06 4,327 107 16쪽
8 제8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2 24.06.05 4,292 94 16쪽
7 제7화. 원희, 진군하다. +8 24.06.04 4,588 96 18쪽
6 제6화. 두 영웅 원담과 원상. +1 24.06.03 4,737 97 17쪽
5 제5화. 후계자가 되기 위한 조건. +7 24.06.02 4,991 105 16쪽
4 제4화. 원희, 존재감을 발휘하다. +4 24.06.01 5,100 10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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