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신유(愼惟)님의 서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신유(愼惟)
작품등록일 :
2024.05.27 22:14
최근연재일 :
2024.07.01 21:2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90,821
추천수 :
4,555
글자수 :
251,762

작성
24.06.29 21:20
조회
3,659
추천
106
글자
16쪽

제32화. 나도 야망이 있다.

DUMMY

유비와 헤어진 후, 난 포판현에 그대로 머물렀다. 하루를 지나자, 관중을 지키는 장수 유헌, 엄경이 이곳을 찾았다. 원래 원담휘하였던 그들이었지만, 내 부하가 된 이후 지금은 누구보다 내게 충성을 다하고 있었다.


“저희도 조조정벌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아냐. 아직 관중엔 조조세력이 많이 남아있어. 자칫 그들이 난이라도 일으키면 골치 아파. 또 외부세력도 경계해야지.”


난 가만히 고개를 흔들었다. 이들이 이끄는 세력은 기병 2천, 보병 1만이었다. 이들이 돕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테지만, 관중이 소란스러워진다면 큰일이었다.


아직 한수가 어찌 나올지 알 수 없었고, 유장이나 장로도 경계해야 했다. 그들이 움직일 가능성은 작지만, 관중이 텅 비었다고 판단하면 전격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컸다. 내가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나를 돕겠다고 먼저 이렇게 말해주니, 그 마음이 고마웠다.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어려운 건 없는가?”

“도적 토벌하고, 작은 소요를 진압하는 게 전부입니다.”


엄경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난亂이라 표현하지 않고 소요騷擾라고 축소하여 대답하는 걸 보니, 관중이 확실하게 원씨 손아귀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조조를 따르는 자들이 많기에 방심하면 곤란하다.


이곳이 험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기에 불만이 있어도 잠자코 있으므로, 소요가 난으로 번지지 않았다. 만약 군대를 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한중태수(장로)는 어떤가?”

“그는 한중군 경영과 오두미교 이외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익주자사(유장)가 문제입니다. 그가 관중을 공격하면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될 겁니다.”

“그렇지. 그러니 자네들은 조조정벌에 관심 두지 말고 관중을 확실하게 지키란 거야.”


난 가만히 그들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문득 유비와 나눴던 대화내용이 떠올랐다. 지금부터라도 익주로 들어가는 길을 개척해 놓아야 한다.


‘익주는 천하에서 가장 험한 곳. 지키려는 자가 독하게 마음먹고 지킨다면 절대 외부에서 공격해 뚫지 못하는 곳이 바로 익주다. 그럼, 어찌해야 하는가? 역사처럼 스스로 빗장문을 열게 만들어야 하는가? 아무래도 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보시게.”

“예.”


유헌과 엄경이 동시에 대답했다.


“관중의 치안을 안정되게 유지하되, 외부세력이 보았을 때 위협으로 느끼지 않도록 주의하게.”


내 요구가 이해되지 않았을까? 유헌과 엄경의 얼굴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부연설명을 해야 했다.


“모든 힘을 쥐어짜서 조조와 결전을 벌이는데, 자칫 한중태수나 익주자사가 오해하여 관중을 공격하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지만.”

“염려 푹 놓으십시오.”


유헌이 가슴을 치며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제까지 관중의 치안을 유지했을 뿐, 그들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었다. 엄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같은 대답을 했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네. 아무튼 조조토벌하는 동안 관중을 잘 부탁하네.”


난 유헌과 엄경을 다독여 주고는 돌려보냈다. 그리고 곧장 말을 몰아 장안성으로 향했다.


장안성.

하동군에서 장안성까진 산이 없는 평지였고, 도로를 잘 정비해 놓았기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경조윤 저종은 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는 급히 달려 나왔다. 관도대전에서 죽은 저수를 본 적이 없지만, 저종을 보고 대충 그를 유추할 수 있었다.


아마 저종은 저수의 하위버전이 아닐까? 역사에 별다른 기록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저종은 경조윤을 잘 경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수의 죽음이 아쉽게 느껴졌다.


또 저씨들의 충성심은 기주 제일이었다. 저수의 아들 저곡도 조조군과 끝까지 싸우다가 전사했으니까.


“익주와 거래를 하고 있는가?”

“상인들은 계속 드나들고 있습니다. 장안이 제일 큰 시장이고, 익주의 물건은 일단 장안으로 들어온 후, 사방으로 퍼져나갑니다. 특히 촉금(비단)은 아주 유명하지요.”


저종은 잘 알고 있는 듯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의 말을 듣고 나니, 익주와 거래는 매우 활발한 듯 보였다.


“익주 관리 중에 아는 자가 있소?”

“없습니다. 하지만 상인을 통하면 웬만한 관리와 인연을 맺을 수 있습니다.”


그제야 저종은 내 마음을 조금 알아차린 것 같다. 그는 주변을 물리치고는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까?”


역시 저종이 유헌, 엄경보다는 눈치가 있다. 내가 괜히 경조윤을 맡긴 게 아니다.


“어차피 천하는 원씨가 통일해야 하오.”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익주는 사방이 험한 곳이라, 공격하기 어려우니 미리 준비해 두란 말씀이군요.”

“그저 안면을 트고, 지형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시오. 은밀하게. 익주정벌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10년은 필요하니까.”


저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장군. 관중에서 익주로 들어가는 길은 매우 험합니다. 아무리 지형을 잘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익주내부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진입할 수 없습니다.”

“검각을 말하는 것이오?”

“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가히 천하제일의 요새이지요. 한 명이 창을 들고 지키면, 만 명으로 뚫기 어려운 곳이 검각입니다. 좀 과장된 말이긴 한데, 그만큼 험하고 또 험한 곳입니다. 우회로도 없고요.”

“내부를 흔드는 건 차차 고민해 볼 테니, 경조윤은 최대한 넓게 인맥을 만들어 놓으시오.”

“명을 받들겠습니다.”


저종이 말을 잘 알아들으니, 참으로 다행이었다. 익주정벌은 길게 보고 추진해야 할 사안이었다. 누군가는 익주를 흔들 불쏘시개 역할을 맡아주어야 한다.


‘유장이 아둔하니 해볼 만하다. 유언이 살아있었다면 택도 없는 짓이겠지만.’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그만두었다. 적어도 10년 후의 일인데, 벌써 그걸 고민하는 건 낭비였다.


‘그러고 보니 요충지인 형주, 익주의 주인이 뭔가 부족하군. 천하통일을 쉽게 하라는 하늘의 배려인가?’


“오래 머무실 생각입니까?”

“아니오. 맹기(마초)가 오면 함께 업으로 돌아갈 생각이오.”

“제가 어리석은 질문을 했군요. 곧 조조정벌이 있을 터인데. 장군께서 조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가 홍농태수(엄경)·하동도위(유헌)와 함께 관중을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고맙소.”

“잠시 안으로 들어가 쉬시지요.”


난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따라 처소로 향했다.


며칠 후.

마초는 내가 장안성에 입성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장 장안성으로 달려왔다.


“어찌 되었는가?”

“죄송합니다.”


이런. 일이 잘 풀리지 않았나 보다. 어쩔 수 있는가? 모든 일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난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질문했다.


“자세히 말해보게.”

“우부풍태수(마등)께서 기병지원은 어렵다고 하시며, 기존에 지원한 2천 이상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이유가 있겠지? 마 태수께서 우리 원씨에게 그리 각박한 분은 아닌데 말이야.”

“안항장군(한수)의 동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그간 우부풍태수께서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는데, 모두 불발되었습니다. 아마 조조에게 매수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끄응.”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역시 조조는 만만치 않다. 이리되면 마등이 기병지원을 못 해주는 게 이해된다. 그저 한수가 관중을 약탈하는 상황을 막기도 벅찰 것이다.


생각 같아서는 한수를 직접 만나 설득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어서 업성으로 돌아가서 조조토벌에 나서야 한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


“실망하셨습니까?”

“실망스럽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관중은 매우 중요한 곳이야. 이곳이 흔들리면 안 돼. 우부풍태수께서 올바른 결정을 하셨네.”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마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마초의 마음을 달래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름 열심히 노력했는데 실패했으니, 마음이 무거울 것이다. 그는 조조정벌에서 매우 중요하게 써야 할 자원이었다.


“술이나 한잔하겠는가?”

“술이요?”


그의 반응을 보니 전혀 기대치 않았었나 보다. 하지만 눈빛을 보니, 꽤 술이 고팠던 듯싶다. 싱긋 웃고는 술상을 봐오라고 지시했다. 오늘 실컷 마시고, 내일 출발해야겠다.


*


기주 발해군 원담치소.

원담은 조조의 사신 순연을 은밀하게 맞이했다. 아직도 후계자 선정에 불만을 품고 있던 그였기에, 이런 짓을 감행했다. 순연 역시 은밀하게 이곳에 왔고, 때를 기다리다가 접근했다.


“으음, 조 공께서 아직 이 사람을 잊지 않으셨군.”

“그렇습니다. 사공(조조)께서는 하북의 혼란한 상황을 답답해하십니다. 장자가 대를 잇지 않으면 가문이 흔들리는 법입니다. 가문이 그럴진대, 어찌 하북이란 거대한 곳을 차남에게 맡긴단 말입니까?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말도 안 되지. 내가 전력을 다해 청주를 개척했고, 대장군(원소)께서 군사를 일으킬 때마다 청주군을 동원해 뜻을 받들었소. 현혁(원희)는 그 사이에 뭘 했단 말인가?”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관중은 마등이 배신했고, 사공께서 군대를 철수했기에 유주자사(원희)가 어부지리로 얻은 거뿐입니다.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운이 좋은 자입니다.”


순연은 거칠게 원희를 비난하며 그의 업적을 폄훼했고, 원담을 추켜세웠다. 원담은 폐출되었기에 장자가 아니었지만, 그런 기초적인 사실관계마저 부인했다.


순연은 순욱의 형으로 순가팔룡이라 불릴 만큼 영특한 자였다. 그럼에도 이렇게 유치하게 원담을 추켜세우는 건, 이 방법이 가장 잘 통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조 공께서 내게 뭘 바라시오? 설마 반란이라도 일으키라고 사주하는 건 아닐 테고.”

“반란이라니요? 말도 안 됩니다. 그럼, 태수께서는 불효자가 될 텐데, 이는 사공이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순연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 그러자 원담의 얼굴에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뒤에서 흔들어주길 바라오?”

“아닙니다. 저는 태수께 조 공의 안부인사를 전해드리려고 왔을 뿐입니다. 태수께서는 그저 발해군을 잘 다스리고, 부모님께 효를 다하시면 됩니다.”


순연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가슴속에 꼭꼭 숨겨두고 꺼내지 않았다. 원담 역시 눈치가 있기에 그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둘의 대화는 겉돌았다. 그리고 결국 원담이 참지 못하고 속내를 드러냈다.


“우리 솔직해져 봅시다. 내게 무엇을 원하시오? 그리고 뭘 해줄 수 있소?”


원담이 속내를 드러내자, 순했던 순연의 표정도 진지하고 근엄하게 바뀌었다.


“청주에는 아직도 태수를 따르는 자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자칫 난을 일으켰다가 잘못되면 내 목이 달아날 터인데, 조 공께선 무엇을 해줄 수 있소? 설마 하북이 흔들리면 그대로 밀어붙여 모조리 얻겠다는 심산 아니오?”

“아닙니다. 사공께서는 현재 상황이 지속되길 원합니다. 절대 하북을 욕심내지 않습니다. 태수께서 대장군의 뒤를 이어 하북을 다스리고, 사공은 그 남쪽을 다스리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 원하는 건 오직 그것뿐입니다.”


원담은 순연의 말이 거짓이란 걸 간파했다. 동시에 조조가 쉽게 하북을 도모하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다. 잘하면 원희를 몰아내고, 그가 하북의 주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묻겠소. 내게 무엇을 해주실 수 있소?”

“여기 사공 겸 거기장군의 친서입니다.”


순연은 조조의 정식 관직명을 대며 서신을 바쳤다. 원담은 서신을 받아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혼인을 통해 동맹을 구축하자?”

“그렇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관계는 끈끈해질 것입니다. 어찌 피로 맺어졌는데, 세상의 비난을 감수하고 하북을 공격하겠습니까? 안심하십시오.”


원담은 조조의 제안이 마음에 들었지만,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서신은 조조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다. 이걸 보면 조조가 얼마나 필사적으로 원담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또 있소?”


순연은 빤히 원담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그릇이 작고, 욕심이 많은 자다. 원희보다는 이 자가 하북의 주인이어야, 우리가 하북을 도모할 수 있다.’


“왜 그리 보시오?”

“이런 말씀 드리기에 죄송하지만, 대장군(원소)의 안목이 낮아진 거 같습니다. 원희를 후계자에 지명하다니요.”


추켜세우자, 원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하지만 원담은 욕심을 버리지 않았다. 순연은 가져온 황금과 은을 바쳤다.


“서신에 화평조약을 언급했습니다. 이제 하북과 중원은 절대 싸우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원희를 토벌하고, 태수께서 하북의 주인이 되면 축하 의미로 군량 5만 섬을 바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입으로?”

“아닙니다.”


순연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품속에서 서신을 꺼내 바쳤다.


“요런 너구리 같은.”


실로 모욕적인 발언이었지만, 순연은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도 제가 너구리보단 똑똑합니다.”

“더 있소?”


숨겨둔 조조의 친서가 있냐는 말에 순연은 겉옷을 펼쳐 보였다. 더 없다는 뜻이었다.


“좀 손해보는 느낌인데, 조 공의 뜻은 알겠소.”

“친서를 써주십시오.”


원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붓을 들어 서신을 작성했다. 웅혼한 글씨체로 작성한 서신을 건네자, 순연은 그걸 꼼꼼하게 확인하고는 몇 가지 추가사항을 요구했다.


그렇게 완성한 서신에 원담은 발해태수인을 꾹 눌러 찍었다.


“이제 우린 한배를 탔군.”

“이제 제가 묻겠습니다. 무엇을 해주실 수 있습니까?”

“당장 움직이는 건 어렵소. 원희의 힘이 강하게 남아있을 때, 움직였다가는 되려 역으로 당해 내 목이 달아날 테니까.”

“전선이 고착화되고, 원희의 힘도 떨어지면 그때 움직이겠다는 뜻입니까?”

“그렇소. 늦지만, 확실하게 도와주겠소. 그리고 내가 하북의 주인이 되면 곧 전쟁을 중단하겠소.”

“알겠습니다.”


순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는 원담의 반란이 성공하길 바랐다. 원희보다는 원담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수월할 테니까.


‘군재만 본다면 원담은 절대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는 창업은 할 수 있어도 수성은 불가능한 위인. 그가 하북의 주인이 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하북은 피폐해질 것이다. 그때 사공께서 하북을 얻으면 된다.’


순연은 장기적으로 하북을 도모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는 순연뿐만아니라, 조조군영 책사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혼례는 태수께서 하북의 주인이 되면 그때 정식으로 치르시지요.”

“그래야지. 지금 그걸 치르는 건 바보짓이니까.”


원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순연을 돌려보내고 홀로 남은 원담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한참 정적이 흘렀고, 그의 입에서 악다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버지. 내 잘못이 아닙니다. 이건 아버지 잘못입니다. 감히 현혁 따위를 후계자로 지명하다니요? 그 멍청이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원담은 분이 풀리지 않는지 주먹으로 서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지금도 지명 당시를 생각하면 분노가 끓어오르는 원담이었다.


“반드시 내가 하북의 주인이 될 것이다. 반드시.”


원담은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그리고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강인했던 원담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병든 원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제가 편안히 모시겠습니다. 아버지는 현혁 그놈에게 속고 계시는 겁니다.”


원담은 자기 행동을 합리화했다. 문득 하북의 주인이 되면 ‘원희를 어찌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여야 한다. 하지만 원담은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형이니 목숨은 살려주마. 대신 아무것도 못 하도록 평생 연금당할 것이다. 평생.’


“우흐흐흐흐.”


원담의 입에서 괴상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는 더욱 커져 갔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ㅎㅎ

댓글, 추천, 선호작은 글을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 작성자
    Lv.50 my******
    작성일
    24.06.29 21:58
    No. 1

    촉금이 유명해진건 제갈량 때문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신유(愼惟)
    작성일
    24.06.29 22:08
    No. 2

    촉금은 한초기부터 익주에서 생산되었습니다. 이 지역 비단이 인기가 좋아, 익주에 뽕나무, 누에가 많았다고 하네요. 유비가 익주를 점령한 후에, 관우, 장비 등 공신들에게 일인당 촉금 1,000필을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만큼 촉금생산이 활성화되었고, 인기가 좋은 상품이었다는 방증입니다.

    제갈량이 이걸 장려하여, 촉금을 팔아 전쟁자금의 상당부분을 충당했다는 말도 있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85 트리플럭
    작성일
    24.06.29 22:44
    No. 3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4 신유(愼惟)
    작성일
    24.06.29 22:45
    No. 4

    감사합니다.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화염천
    작성일
    24.06.29 23:11
    No. 5

    원소나 원희는 천하를 가지려고 하는건데 원담은 그저 하북에 만족해버리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24.06.29 23:18
    No. 6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한박자
    작성일
    24.06.29 23:59
    No. 7

    원담이 있다면 조조에게는 장수와 가후가 있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코파는노마
    작성일
    24.06.30 02:21
    No. 8

    원희가 더 꼼꼼했다면 분명 원담에게 감시를 붙여놨을텐데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24 엘멜로이
    작성일
    24.06.30 15:37
    No. 9

    원역사에서 원담이 무슨 짓 한지 안다면 원희가 감시 붙여놨을거 같고, 원소도 후계 구도 안정을 생각했다면 사람 붙여놨을거 같달까요. 그 고간도 병주자사직 회수하고 업성에 짱박아 놨는데, 원담을 발해태수라는 외관직으로 임명해 업성 밖으로 내보냈다는거 자체가 불만세력을 결집시킬 구심점용 미끼라고 볼 수 밖에 없으니까요. 원담 딴엔 은밀히 만났다고 해도 문제는 이 장소가 원담이 수년간 다스렸던 청주도 아닌 연고가 한참 떨어지는 아버지 원소의 이전 부임지였던 발해군이고, 위군 업성으로 옮겨간지는 한참이라곤 하지만 원소의 영향력은 유지되는 곳인 만큼 감시 둘러놔도 안이상하긴 하죠. 저렇게 친서 들고 돌아가려는 순연 붙잡으면...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독자777
    작성일
    24.06.30 15:42
    No. 10

    감시자가 없을 리가 없지. 뭘 믿고 그냥 방치하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내소원칼퇴
    작성일
    24.06.30 20:16
    No. 11

    잘보고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n1******..
    작성일
    24.06.30 21:26
    No. 12

    조조는 원담을 충동질?해서 한번에 불순분자들 처리할수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어 고마우니까 원희도 보답해야죠 가후와 장수...가후는 몰라도 장수는 점점 코너로 몰릴테니 곽가 머리 잘라오게하면 좋은 선물이 될듯 아니면 조비라도...이에는 이 눈에는 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박방
    작성일
    24.07.01 12:33
    No. 13

    건필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단D.a.n.n
    작성일
    24.07.01 19:16
    No. 14

    참 병신같은 전개로세 감시도 안 하고 풀어놓은건가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국지, 천하제일미인을 마누라로 둔 남자 (원희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추천글 감사합니다. 24.06.19 159 0 -
공지 매일 오후 9시 20분에 업로드됩니다. 24.05.31 750 0 -
공지 세력분포도/ 6.21.up. +1 24.05.31 6,605 0 -
34 제34화. 원소의 심계. NEW +11 3시간 전 964 47 17쪽
33 제33화.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다. +14 24.06.30 2,888 111 16쪽
» 제32화. 나도 야망이 있다. +14 24.06.29 3,660 106 16쪽
31 제31화. 조조정벌위해 힘을 모으다. +15 24.06.28 4,010 125 18쪽
30 제30화.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7 24.06.27 4,242 130 16쪽
29 제29화. 소하蕭何. +16 24.06.26 4,414 135 16쪽
28 제28화. 원희, 업성으로 돌아오다. +19 24.06.25 4,516 131 16쪽
27 제27화. 제갈량과 주변인. +26 24.06.24 4,524 133 16쪽
26 제26화. 유비. +13 24.06.23 4,594 130 16쪽
25 제25화. 오환왕 답돈. +8 24.06.22 4,659 130 16쪽
24 제24화. 비장의 무기[지도포함]. +15 24.06.21 5,046 121 15쪽
23 제23화. 차분하게 대비하다. +9 24.06.20 5,132 148 16쪽
22 제22화. 조조와 동급으로 올라서다. +10 24.06.19 5,277 144 16쪽
21 제21화. 사전정지작업. +12 24.06.18 5,345 147 16쪽
20 제20화. 냉정한 원소. +20 24.06.17 5,402 154 17쪽
19 제19화. 원담의 힘을 빼앗다. +7 24.06.16 5,363 141 16쪽
18 제18화. 차도살인(借刀殺人)[지도포함]. +8 24.06.15 5,594 117 17쪽
17 제17화. 오래 오래 사십시오. +5 24.06.14 5,454 131 17쪽
16 제16화. 위험을 대비하다. +3 24.06.13 5,668 137 15쪽
15 제15화. 협상, 맹장을 얻다. +10 24.06.12 5,958 133 16쪽
14 제14화. 대권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4 24.06.11 5,786 139 17쪽
13 제13화. 각자의 처지. +7 24.06.10 5,914 135 16쪽
12 제12화. 정치질. +10 24.06.09 5,967 136 16쪽
11 제11화. 주고받는 협상의 묘미. +6 24.06.08 6,088 156 17쪽
10 제10화. 다음을 대비하다. +7 24.06.07 6,218 135 16쪽
9 제9화. 첫 전투, 첫 전과. +10 24.06.06 6,313 150 16쪽
8 제8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4 24.06.05 6,316 137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