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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의 서재입니다.

실직한 마왕성 문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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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이
작품등록일 :
2022.10.26 12:21
최근연재일 :
2024.07.01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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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8,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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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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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3

DUMMY

견습사제가 세례를 받는 성지인 성스러운 숲.

숲 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마차와 무기를 정비하였다.

그들은 성기사 40명과 견습사제 20명 그리고 이들을 통솔할 기사단장으로 이뤄진 원정대였다.

제 7성기사단장은 이번에 원정에 동행하게 될 용사 일행에게 고개를 숙였다.


“반갑습니다, 용사님. 저는 이번 작전에서 원정대를 통솔할, 제 7성기사단장 카마인이라고 합니다.”

“네, 카마인 님. 저는 이번 원정에 동행하게 된-”

“굳이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저 명령하시면 최대한 편의를 봐 드리겠습니다.”

“네. 그렇군요······.”


까칠한 목소리에 성직자는 조용히 시선을 내렸다.

그러다가 하늘색 머리카락에 시선을 두고 우물쭈물 손가락을 움직였다.


“저··· 어제 일은 감사······.”

“필요 없습니다. 저는 제가 본 대로 보고했을 뿐입니다.”


카마인이 성직자의 말을 끊었다.

그 칼 같은 태도에 성직자는 눈에 띄게 당황하였다.


“그래도 신경 써주셔서···.”


그녀는 선의를 베푼 은인이니만큼 확실히 감사를 전하려 했다. 하지만 무감정한 눈동자와 마주하게 되자 전하고 싶던 말을 전부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네요. 이번 작전 잘 부탁드려요.”


전날에 따스함을 찾아볼 수 없는, 하늘색 머리카락 아래의 붉은 눈동자가 굉장히 낯설었다,

카마인은 그런 그녀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성기사와 견습사제에게 원정 준비를 명했다.


“원정 준비를 알려라!”

“원정 준비를 알리란다!”

“원정 준비 완료했습니다!”

“전군 출발한다!”


성직자는 견습사제들이 타는 마차에 올라탔다. 천막에 가려진 바깥으로 말발굽 소리와 마차 바퀴 소리가 바쁘게 들려왔다.

같은 마차에 탄 열 명의 견습사제들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올렸다.

부디 무사히 도착하기를. 신의 은총을 받을 수 있기를.

마물 토벌이라는 환경이 만들어낸 분위기 때문인지. 다들 놀라울 만큼 성직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또 관심받지 못해서 서운해서 어쩌나?


서운한지 묻는다면 아니었다. 그녀 또한 이런 고요한 분위기를 원했으니까.


-쿵


그 순간, 마차가 흔들렸다.

항상 평화를 끊고 찾아오는 폭풍을 지긋지긋하게 경험해왔다.

성직자는 천막을 걷고 마차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단장님!”


원정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됐는데 일어난 습격.

어떻게든 전투에 참여하기 위해서 마차를 멈추려 하는데.

거대한 바위가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여지없이 마차를 끄는 말이 길게 울부짖었다.


“히이이이잉!”

“꺄아아악!”

“여신이시여!”


마차 차체가 요동치고 시야가 뒤집혔다.

마차에 타고 있던 견습사제들은 새된 비명을 지르며 죽음의 공포에서 떨었다.


“끝이야! 다 끝이라고! 애초에 숲의 주인이 화가 났는데 말도 안 되는 원정이었잖아!”


‘숲의 주인?’


견습사제의 말에 성직자는 당황했다.

분명 자신이 상대하는 건 하늘을 나는 마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째서 저 사제의 입에서 숲의 주인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


“끝도 없이 숲에 침입한 오만한 종족아! 오늘이야말로 네놈들의 피와 살을 화장나무 뿌리 아래에 묻어주겠다!”


엘프. 요정. 자이언트 우드.

흔히 숲의 종족이라고 불리는 이종족이 사방을 에워쌌다.

그들은 인간족과 우호적인 관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유 없이 적대하는 종족도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노골적인 적의를 드러내며 무장까지 갖춘 걸까.


“단장님! 무언가 이상해요! 무언가 저들과 오해가···!”


성직자가 외친 그때였다.

카마인이 또다시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분명 이번에도 목소리를 듣지 못한 건 아니었다.


“카마인 님···?”

“전군 전투 준비하라. 여신의 행렬을 막아서는 이교도 놈들을 처단하라.”


수많은 성기사가 검을 뽑고 신성력을 운용했다.

그에 맞서는 숲의 종족들은 더욱 이와 이빨을 드러냈다.


“안 돼요, 단장님! 숲에서 저들과 적대한다는 건···!”


성직자가 마차에서 벗어나서 팔을 붙잡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에 일어난 일에 할 말을 잃었다.


“아······.”


검의 폼멜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가격하였다.

예상치 못한 아픔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눈앞에서는 카마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 경고입니다. 이 이상 방해하지 마시고 마차로 돌아가십시오.”


방해물 취급.

이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다.

성직자는 아픈 것보다 슬픈 마음이 들었기에 입술을 짓씹었다.


“아니요. 저도 싸울 수 있어요. 비록 여러분과 합을 맞춘 적이 없어 못 믿으시겠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용사님.”


-까득


이를 가는 소리와 함께 붉은색 눈동자가 살기를 품었다.

그제야 성직자는 그를 보는 시각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마수 한 마리도 못 잡는 사제는 방해밖에 되지 않습니다. 용사라는 이름값을 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싸움이 끝나면 부를 테니, 그때 침을 바르든 신성력을 쓰든. 지금은 기사들을 방해하지 마십쇼.”


처음 보는 이에게 이토록 노골적인 적의를 받는 일 또한 흔하지 않았다.

카마인은 말을 이었다.


“반론은 듣지 않겠습니다. 대답할 필요 없습니다. 처음에 했던 말도 철회하도록 하죠.”


카마인은 말의 궁둥이를 쳐서 숲 밖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투구의 앞가리개를 내리고 전장을 향해 섰다.


“괜한 책임감으로 명령할 생각 하지 말고. 어디 안전한 마차 구석에라도 박혀있어라. 이 전장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지 않으면.”


쭈뼛, 카마인은 머리카락을 세우게 할 정도의 적의를 보였다.

성직자는 더 이상 실랑이를 벌이지 않고 망토의 모자를 꾹 눌렀다.

용사로 참여하였음에도. 조금의 도움도 바라지 않는 그 때문에 본래에 있던 마차로 뛰어갔다.


“덜떨어진 애까지 들려 보내고. 우리 교황님은 대체 무슨 생각이신지···.”


그동안 카마인은 실소하고 검을 들었다. 사나운 맹수 같은, 야생 날 것 그대로인 신성력을 방출하였다.

달려드는 엘프 한 명을 붙잡아 바닥에 내리꽂고, 은빛으로 빛나는 검을 덩달아 내리꽂았다.


“카아아악!”


죽음을 목전에 둔 엘프는 단말마를 질렀다. 목숨이 끊기기 직전까지 저주를 퍼부었다.


“너희는···! 너희 오만한 종족은 스스로가 종말의 길을 걷게 될지어다!


서걱.

순식간에 머리와 몸이 분해됐다.

카마인은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전장을 훑어봤다.

핏빛이 눈동자에 스며든 듯. 더욱 붉은 빛을 담기 시작했다.


“우습군. 칠십. 팔십? 이 정도로 신의 심판을 막을 수 있을 거 같았더냐? 다들 검을 들어라, 이십 분 안에 끝내도록 하지.”


짧은 명령이 하달되고, 명령은 이행되었다.

성기사들이 몰려오는 숲의 군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



한 번의 습격이 있고 난 이후, 원정대는 강가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야영을 준비했다.

이곳에서 며칠간 숲속에 적응하는 기간을 가지며, 정찰조가 확증을 가진 뒤에야 움직일 예정이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그런데 카마인은 견습사제가 모인 막사에 들어갔을 때, 성직자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


“시위하는 겁니까? 용사인 자가 싸움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끝내 그녀를 찾은 위치는, 야영지와 떨어진 숲 안에서였다.

그뿐이면 다행이겠지만 그녀가 하는 일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다.


“위선은 적당히 떨어야 할 겁니다. 여기서는 용사님의 동료처럼 관대하게 봐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던 상대를. 그녀는 땅을 파고 시신을 묻으며 진심 어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마치 자신들이 잘못됐다는 듯이 말하는 거 같아서, 카마인은 들끓는 분노를 잠재울 수 없었다.


“이런 짓을 벌여봤자 당신에게 득이 될 건 없다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푸훗.”


그런데 이야기를 듣던 성직자가 웃음을 흘렸다.

카마인은 꿈틀, 미간을 찌푸렸다.


“뭐가 웃깁니까.”


카마인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다.

평소라면 무시하고 넘겼을 짧은 웃음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거슬렸다.


“아니요, 기사단장님은 상냥한 분이구나 싶어서요.”


퍽.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고 나무 기둥으로 밀어붙였다.

당장이라도 힘을 주면 부러뜨릴 수 있는 가냘픈 목이 손아귀에 들어왔다.


“제가 참아주는 이유는 당신이 용사의 일행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상 제멋대로 행동하면, 저도 원정대의 안전을 위해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군요.”


카마인은 그녀에게 읊조렸다. 무사히 돌아가고 싶으면 괜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아, 죄송해요. 제가 웃은 건 단장님이 어떤 분이신지 파악이 끝나서예요.”


카마인은 또다시 얼굴을 구겼다.

아까부터 소녀는 고의로 성질을 긁고 있었다.


“그러면 어디 한 번 떠들어보시죠. 저도 모르는 저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렸는지를.”


경동맥이 닿은 손에 힘을 주었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떤 일을 겪게 될지를 암시했다.


“네, 말씀드릴게요.”


성직자는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목숨을 조이는 손이 없는 것처럼. 겁을 먹어야 할 일은 없는 것처럼.

바다같이 깊고 푸른 눈동자로 그를 바라봤다.


“단장님은 착한 분이에요. 아주 조금··· 겁이 조금 많긴 하지만요.”

“큭- 큭큭큭!”


카마인은 낮은 목소리로 웃었다.

생각을 잘못했다고 후회하며. 다른 한 손도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네가 내 무엇을 안다고!”

“버려질까 무서운 거죠?”


우뚝.

손아귀에 들어간 힘이 말 한마디에 멈췄다. 그의 머릿속이 차갑게 식고 서서히 악력을 줄였다.

그동안에도 눈앞의 소녀는 하고 싶은 말을 전부 쏟아냈다.


“단장님은 어셔야 해요.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버려지는 게 아니라 버린 존재들이라는 것을요.”


진심으로 충고하는 거 같은 태도였다. 우스운 말이라고, 카마인은 생각했다.

그런데도 그 말에 어떠한 반박도 할 수 없었으며, 불편한 침묵만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당신은-”


카마인이 입을 연 그때, 성직자의 머리덮개가 머리 뒤로 넘어갔다.

처음으로 성직자의 얼굴을 그가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웃으시는 걸 보니. 제 말에 동의해 주시는 건가요?”

“하···!”


카마인은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입꼬리를 올리긴 했지만 그건 그녀가 생각하는 의미가 아니었다.

푸른 눈동자와 잘 어울리는 노란 금발이 눈앞에 나부끼고 있었다. 거기에 아직 앳된 턱선은, 그 자신이 한순간이라도 동요했다는 사실을 우습게 하였다.


“저도 충고 하나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대륙의 역사에서 멋대로 입을 놀리다 죽은 생명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카마인은 흉터로 가득한 갈색 팔에 힘을 주었다,

나무껍질을 우그러뜨리며 그녀의 하얀 피부를 역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성직자는 잠시 망설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충고 받아들일게요.”


그제야 카마인이 손을 떼고 막사로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에도 빠득 이를 갈며 분을 잠재우지 못했다.


‘역겹다.’


카마인은 착한 척. 깨끗한 척. 순진한 모습으로. 제 오물을 건드리는 부류의 인간이 싫었다.

그런 의미에서 저 용사는 자신과 최악의 궁합이 분명했다.

멈칫. 야영지 앞에 멈춰 선 그는 떨리는 손바닥을 바라봤다.

저 사제도 아주 작은 한풀만 벗겨보면 추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 속을 가득 채우고 있을 터였다.


‘그래, 신경 쓸 일 아니야.’


그는 떨리는 주먹을 애써 쥐고는 경비를 서던 성기사에게 다가섰다.


“후아···. 다른 분과 움직이는 건 정말 쉽지 않네요.”


홀로 남은 성지자는 조금 전까지 졸린 목을 어루만졌다.

삽을 들어서 땅을 파던 일을 계속했다.


“그래도 이 상냥함을 다른 분께도 향했으면 좋겠지만요.”


혼자서 말하던 성직자는 아무도 없는 숲의 어둠을 바라봤다.


“그래도 감사해요.”


성직자는 마지막 무덤 위에 꽃을 올리며 말하였다.


“이 며칠만이라도 지금처럼만 있어 주세요.”


누군가에게 부탁하는 것처럼 말하고는. 모자를 뒤집어쓰고 야영지로 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등 뒤로 반딧불이와 닮은 불빛이 숲을 떠다녔다.




제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면 추천과 좋아요 잊지마세요-!


작가의말

기말고사가 곧입니다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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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5 22.11.29 66 0 13쪽
35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4 22.11.29 73 0 10쪽
»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3 22.11.28 75 0 12쪽
33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2 22.11.28 74 0 13쪽
32 외전 용사 그리고 기사1 22.11.28 86 0 14쪽
31 30화 뒤풀이 +1 22.11.27 88 0 13쪽
30 29화 뒤풀이 22.11.26 77 0 14쪽
29 28화 뒤풀이 22.11.25 78 0 11쪽
28 27화 뒤풀이 22.11.24 79 0 9쪽
27 26화 뒤풀이 22.11.23 80 0 10쪽
26 25화 뒤풀이 22.11.22 86 0 12쪽
25 24화 뒤풀이 22.11.21 93 0 10쪽
24 23화 전야제 22.11.20 92 0 21쪽
23 22화 전야제 22.11.19 99 0 18쪽
22 21화 전야제 22.11.18 95 0 18쪽
21 20화 전야제 22.11.17 98 0 16쪽
20 19화 전야제 22.11.16 100 0 14쪽
19 18화 전야제 22.11.15 100 0 22쪽
18 17화 전야제 22.11.14 96 0 15쪽
17 16화 전야제 22.11.13 97 0 14쪽
16 15화 전야제 22.11.12 121 0 12쪽
15 14화 전야제 22.11.11 128 2 14쪽
14 13화 모험가의 활동 22.11.10 127 2 16쪽
13 12화 모험가의 활동 22.11.09 144 2 11쪽
12 11화 모험가의 활동 22.11.08 164 3 11쪽
11 10화 모험가의 활동 22.11.07 187 2 11쪽
10 9화 모험가 길드 + 외전 22.11.06 204 2 13쪽
9 8화. 모험가 길드 22.11.05 216 3 12쪽
8 7화. 모험가 길드. 22.11.04 234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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