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장귀리 님의 서재입니다.

오동통 내 너구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장경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52
최근연재일 :
2018.07.26 11:25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33,626
추천수 :
59
글자수 :
465,270

작성
18.06.04 10:49
조회
379
추천
0
글자
16쪽

24. 동물병원 찾아가기-1

DUMMY

24. 너구리, 동물병원에 가다


“야호! 집이다.”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활짝 열자, 너구리가 뛰쳐나와 데굴데굴 뒹굴었다.


“아루! 집이 그렇게나 좋으냐?”


“좋고말고! 보라 누나는 안 좋아?”


“나도 좋지. 내 집인데, 왜 안 좋겠어.”


우리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버스를 타고, 숲길을 걸었더니 몹시 피곤했다. 아무리 피곤해도 그것만은 꼭 해야 했다. 먼저 하얀 강아지와 너구리를 욕실에 데려가 깨끗이 씻겨야 했다. 하얀 강아지는 매일 씻으니까 나은데, 너구리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지독해 반드시 씻겨야 했다. 그래야 엄마가 보더라도 뭐라고 하지 않지, 이대로 있다가는 무슨 소릴 들을지 몰랐다.


“자자! 그만 떠들고 빨리 이쪽으로 와.”


내가 손뼉을 치며 부르자, 하얀 강아지와 너구리가 고개를 돌렸다.


“우리를 씻기려고?”


“아루 너는 꼭 씻어야 해. 냄새를 맡아봐. 네 몸에서 무슨 냄새가 풍기나.”


너구리가 긴 꼬리랑 가랑이 사이에 머리를 박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이게 거짓말하고 있어.”


“거짓말 아닌데. 정말로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


“아무 냄새도 안 나긴. 네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잖아.”


하얀 강아지가 너구리 엉덩이에 코를 가까이하려다, “아이고, 냄새야!” 하고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내 몸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고? 그런데 왜 내 코에는 아무 냄새도 안 나지?”


“그게 정상이야.”


“내 몸에서 나는 냄새를 못 맡는데, 그게 정상이란 말이야?”


“같은 냄새를 계속 맡으면 나중에는 코가 둔해져 냄새를 못 맡게 돼. 너만 그러지 않고, 코가 달린 짐승은 다 그러니까,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보라 누나도 같은 냄새를 계속 맡으면 못 맡아?”


“사람은 코가 안 달렸냐?”


“그만 떠들고 빨리 오라니까!”


“아루 네가 먼저 들어가.”


“보라 누나가 먼저 들어가면 안 돼?”


“아루! 더 지저분하고 냄새도 더 많이 나는 네가 먼저 들어가야겠니? 아니면 너보다 훨씬 덜 지저분하고 냄새도 덜 나는 내가 먼저 들어가야겠니?”


그러자 너구리가 “알았어! 내가 먼저 들어가면 되잖아.” 하고 욕실로 들어왔다. 아루는 하얀 강아지 몸에 들어있을 때 많이 씻어 봤기 때문에 물속에 풍덩 담갔다 꺼내도 가만히 있었다. 다른 너구리였으면 물속에 담그는 순간 깨갱! 하고는 펄떡펄떡 뛰었을 것이었다. 나는 하얀 강아지를 씻길 때랑 똑같이 물비누를 짜서 너구리 몸에 듬뿍 발랐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빡빡 문지르자, 하얀 거품이 일었다.


“자기 몸이라고 엄청 열심히 씻기네?”


“내 몸이라서 그러는 게 아니야.”


내 몸을 내가 씻긴다고 생각하니까 역시나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 무엇 때문에 열심히 씻기는데?”


“냄새! 이렇게 빡빡 문질러 닦아야 냄새가 빠질 거 아냐.”


머리부터 꼬리까지 빡빡 문지르자, 하얀 거품을 뒤집어쓴 꼴이 되었다.


“그만해도 되니까, 빨리 맑은 물에 담갔다 꺼내. 그러면 훨씬 깨끗해질 거야.”


나는 너구리를 붙잡아 맑은 물에 잠갔다 꺼냈다. 하얀 거품이 빠지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너구리만 남았다. 이제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없애고, 더운 바람이 나오는 기계로 보슬보슬하게 말리면 끝이었다.


“씻으니까 멋지네!”


내가 보기에도 씻으니까 냄새도 안 나고 훨씬 좋아 보였다. 아루도 기분이 좋은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너구리 특유의 냄새는 사라지고, 향긋한 냄새만 풍겼다. 그 지독한 냄새를 한 방에 날려 버리는 걸 보면 물비누는 그야말로 마술이고 환상이었다.


“머리만 빗으로 빗으면 훨씬 멋있겠어.”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좀 가!”


하얀 강아지가 딱 달라붙어 귀찮게 하니까, 너구리가 머리로 밀었다.


“아루! 누나를 그렇게 밀면 어떻게 하니?”


“보라 누나가 귀찮게 안 하면 되잖아.”


“귀엽다고도 못 하니?”


“누가 누나 머리에 발바닥을 대면 기분이 좋겠어?”


“귀여워서 그런 거라고 이야기했잖아.”


“귀여워 안 해도 좋으니까, 제발 좀 떨어져 있으란 말이야.”


하얀 강아지가 다시 가까이 다가오자, 너구리가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하얀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시 너구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다음은 보라 아가씨 차례니까, 장난치지 말고 빨리 들어와.”


너구리가 부리나케 주방 쪽으로 달아나자, 하얀 강아지가 더 이상 뒤쫓지 않고 욕실로 들어왔다. 나는 하얀 강아지도 너구리와 똑같이 깨끗이 씻겼다. 하얀 강아지를 씻기고, 나까지 씻고 나니까 힘이 쑥 빠졌다.


“이제 뭘 해야 하지?”


소파에 몸을 던지며 말하자, 하얀 강아지가 쪼르르 달려왔다.


“좀 쉬었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야 해.”


“들어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나간다는 거야?”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다시 나가야 한다니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산길을 오르내리느라 고생했으니까, 오늘은 그만 쉬고 내일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너구리와 함께 살려면 예방주사를 맞아야 해.”


“예방주사를 맞는다고?”


“너 주사기가 뭔지 모르지?”


“그걸 말이라고 해?”


“하긴! 주사기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않은 네가 어떻게 알겠니.”


“주사기가 뭔데 그래?”


“주사기에 가느다란 바늘이 달려 있는데, 그것을 주삿바늘이라고 해. 그 주삿바늘을 팔뚝이나 엉덩이에 찌르고, 꾹 눌러 물로 된 약을 집어넣어.”


“가느다랗다면 솔잎 같은 것이겠네?”


“솔잎보다 가는 것도 있고 두꺼운 것도 있지. 쇠로 만들어 솔잎보다는 훨씬 단단하고.”


“그걸로 엉덩이를 찌르면 아프지 않아?”


“따끔하기만 할 뿐이지, 아프지는 않아. 그리고 주사는 아루가 맞지 네가 맞는 게 아니니까, 겁먹을 필요는 없어.”


아루가 맞더라도 내 몸이니까, 예방주사를 맞아도 되는지 걱정이 되었다.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예방주사를 맞아도 되는 거야?”


“맞아도 되니까 맞지, 그러지 않으면 뭐 하러 맞겠어. 그리고 아루는 자주 맞아 봐서 예방주사를 맞아도 괜찮다는 걸 잘 알아. 내 말이 맞지, 아루?”


하얀 강아지가 고개를 돌려 너구리를 보았다. 아루가 자기한테 말하는 줄 알고 고개를 끄덕했다.


“그렇긴 한데, 주사를 맞기 전에 약간 겁이 나.”


“주사를 맞기 전에 겁이 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간호사가 주자기만 들고 있어도 겁이 나니까.”


“보라 아가씨도 주사 맞은 적 있어?”


“나야 많지. 어렸을 때부터 엄청나게 맞았으니까.”


“그렇게 많이 맞았는데도 겁이 나?”


“이상하게도 주사는 맞을 때마다 겁이 나.”


“그걸 왜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보라 누나가 억지로 데려가니까 어쩔 수 없이 가긴 하는데, 병원에 갈 때마다 심장이 벌렁벌렁 뛰어 다시는 안 가고 싶단 말이야.”


“네가 자꾸 콧물을 흘리고 비실비실하니까 데려가지, 아프지 않으면 뭐 하러 데려가겠어.”


“아프지 않을 때도 데려가잖아.”


“그때는 아프지 말라고 미리 예방주사를 맞히는 거야. 그러지 않고 아무 이유도 없이 그냥 데려가 맞히지는 않아.”


“그랬던 거야?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아프지도 않은데 왜 데려가나 했어.”


“너 나쁘게 하려고 하는 건 하나도 없으니까, 너는 내가 하자는 대로 하면 돼.”


“아무튼, 병원은 싫어. 이제는 병원 냄새만 맡아도 토할 것 같단 말이야.”


너구리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만큼 주사 맞는 게 싫다는 뜻이었다. 그나마 내가 맞지 않고 아루가 맞아서 다행이었다.


“엄살 그만 부려. 싫어도 어쩔 수 없으니까.”


“내가 어쩌다 너구리 몸에 들어와 이 고생을 하나 모르겠어. 잠이야 너구리굴에서 자든 집에서 자든 상관이 없는데, 예방주사를 대신 맞는 건 도저히 못 참겠어.”


“못 참으면 어쩔 건데? 뛰쳐나가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누가 그렇데. 주사 맞는 게 그만큼 싫다는 뜻이지.”


“엄마 아빠랑 한집에서 살려면 예방주사는 반드시 맞아야 하니까, 싫어도 참아.”


“알았다고! 맞으면 될 아냐.”


예방주사를 나 대신 맞는 게 그렇게나 싫은지, 아루가 안 보이는 곳으로 가버렸다.


“나 때문에 기분이 많이 상했나 봐.”


“뭐가 너 때문인데?”


“내가 보라 아가씨 몸에 들어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잖아.”


“네가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것도 아니잖아. 아루가 네 몸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나도 마찬가지니까, 아루나 내가 있는 데서는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해도 돼. 내 말 알아들었어?”


“알았어. 다시는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게. 그런데 아루가 예방주사를 자주 맞았던 모양이지?”


“자주는 아니고, 해마다 두세 번은 맞았을 거야. 많으면 다섯 번 정도 맞았고.”


“주로 언제 데려가 맞히는데?”


“콧물을 질질 흘리고, 몸이 좀 이상하다 싶으면 데려가 맞히지. 꼭 이상이 없더라도 혹시 몰라 데려가 맞힐 때도 있고. 말 그대로 예방주사지.”


“예방주사를 맞아야 하는 이유가 뭔데?”


“너나 아루는 사람한테 안 좋은 나쁜 병균을 갖고 있어. 그 병균이 사람한테 옮으면 안 되니까, 그러기 전에 미리 예방주사를 맞혀 없애야 해.”


“예방주사를 맞으면 내 몸에 들어있는 나쁜 병균이 전부 없어지네?”


“전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는 없앨 수 있지. 사람한테만 옮지 않으면 되니까.”


“병균이 옮을까 봐 맞히는 거면, 결국 보라 아가씨나 엄마 아빠 때문에 맞히는 거지, 아루 때문에 맞히는 건 아니잖아? 내 말이 틀렸어?”


“네 말이 맞을 수도 있어. 엄밀히 말하면 우리 때문에 맞히는 거니까. 하지만, 조금 전에 내가 뭐라고 했어. 엄마 아빠와 한집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이 맞아야 한다고 했잖아. 아루도 그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군말 안 하고 바로 알았다고 했던 것이고. 엄마 아빠와 한집에서 살기 싫으면 바로 아니라고 했을 거야.”


“결국 아루한테 예방주사를 맞히는 건 가족 모두가 안 아프고 잘 살기 위함이지, 아루 때문도 아니고 엄마 아빠 때문도 아니라는 거네?”


“그래서 너구리도 예방주사를 맞아야 해. 너구리 때문에 식구 중 누구 한 사람이라도 아프면 안 되니까.”


“그래야 한다면 싫어도 맞아야 하겠지.”


너구리 때문에 아빠 엄마 그리고 할머니한테 피해가 가면 안 되었다. 보라 아가씨와 내가 숲에 들어가 너구리를 데려온 건 모두가 안 아프고 잘살기 위함이지, 누군가를 아프게 할 목적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 그러지 않고 누군가를 아프게 할 목적으로 데려오는 거라면 나부터 반대했을 것이었다.


“그러면 아루가 또 가방에 들어가야겠네?”


“그래야겠지. 사람들이 너구리를 보면 기겁할 테니까.”


“물어뜯지도 않을 건데, 왜 기겁하지?”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기겁하지.”


“너구리를 보면 막 물어뜯을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지?”


너구리는 다른 짐승이 먼저 싸움을 걸어왔을 때나 물어뜯지, 그러지 않으면 대개 모른 척하고 조용히 지나쳐 갔다. 숲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모르는 짐승과 마주치기 일쑤인데, 그럴 때마다 물어뜯고 싸우면 어떻게 되겠는가. 서로 피곤해서 살 수가 없었다.


“그런 건 아니고, 몰라서 그래. 너구리가 그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기겁하지 않겠지.”


너구리가 사람이 나타나면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도 잘 모르기 때문이었다. 해치지 않는다는 걸 알면 사람을 보고 도망칠 이유가 없었다. 그건 다른 짐승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짐승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발소리만 들려도 깜짝 놀라 달아났다.


“사람도 생각보다 겁쟁이군.”


“그래도 너구리보다는 덜 겁쟁이지. 너구리와 사람이 마주치면 누가 먼저 도망치는데?”


“너구리! 너구리가 먼저 알고 도망치지.”


“거봐! 그만큼 너구리가 사람보다 더 겁쟁이라는 뜻이야.”


“두려움은 모르는 데서 오는 것 같아. 잘 알면 처음 만나든 천 번을 만나든 두렵지 않으니까.”


“잘 안다고 마음을 놔서는 안 돼. 잘 아는 자가 더 무서울 때도 있으니까.”


모르면 몰라서 무섭고, 잘 알면 잘 알아서 무서웠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사람이든 너구리든 세상에 믿을 자는 나 자신밖에 없군.”


“그걸 이제야 알았어?”


“보다시피 나는 너구리잖아.”


“너구리라는 말 한마디로 모든 걸 덮으려고 하면 안 돼.”


“너구리도 알 건 알아야 한다는 거네?”


“그래.”


“조금 전 아루가 병원 근처도 가기 싫다고 했잖아?”


“그런데, 왜?”


“병원에 누가 있지? 누가 있기에 그렇게 싫어하지?”


“병원에는 수의사가 있지. 간호사 언니도 있고. 예방주사는 간호사 언니가 놓을 거야.”


“수의사?”


“동물을 진찰하고 치료하는 사람을 수의사라고 해. 이따가 병원에 가면 보게 되니까, 지금은 그런 줄만 알고 있어.”


사람과 사는 동물이 얼마나 많기에, 동물을 진료하고 치료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알았어. 그런데 있잖아.”


“또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


“아루가 많이 토라진 것 같은데, 우리가 가서 기분을 풀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하는 말이야.”


“내버려 둬. 저러다 금방 풀어지니까.”


“나 대신 주사 맞는 게 그렇게나 싫은 모양이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닐 거야.”


“그것 때문이 아니면 또 뭐가 있는데? 그것 말고는 토라질 이유가 없잖아?”


“아루가 시샘을 느끼지 않나 싶어.”


“시샘을 느낀다고?”


“내가 자기랑은 이야길 나누지 않고, 주로 너하고만 이야길 나누니까, 샘이 나서 그러는 것 같아.”


“그딴 일로 토라진단 말이야?”


“너 없을 때는 아빠도 그렇고 엄마도 그렇고 식구가 모두 아루만 좋아했거든. 너도 알다시피 식구들이 좋아할 만한 게 집에 아루 말고는 없잖아.”


“아루가 토라진 건 결국 나 때문이군.”


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다른 너구리 때문에 못 하면 화도 나고 샘이 났다. 아루도 지금 그것 때문에 토라진 게 분명했다. 그러고 보면 살아 있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살아 있는 건 다 시샘을 느낀다는 것 아닌가.


“정말 저대로 놔둬도 될까? 보라 아가씨라도 가서 우리는 그럴 뜻이 전혀 없으니까,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말해 주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그러면 더 기분이 나빠질 거야. 이럴 때는 모른 체하고 있는 게 상책이야.”


“보라 아가씨 생각이 그렇다면 두고 보는 수밖에 없겠지. 그런데 밖에는 언제 나갈 거야?”


“조금 있다가 나갈 거야. 아루 기분이 풀어지는 걸 봐서.”


“아루 기분이 안 풀어지면 어떻게 하지?”


“그러면 내일 가지 뭐. 예방주사 맞히는 게 그렇게 급한 건 아니니까.”


예방주사는 당장 맞히지 않아도 된다는 건 나도 잘 알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나는 박호연 그 사람과 오 개월 넘게 살았다. 그때 예방주사 같은 건 한 번도 맞지 않았다. 박호연 그 사람도 욕실에 몇 번 데려가 씻기기만 했을 뿐, 동물병원에 데려가 예방주사를 맞힐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 그러면 무슨 문제라도 생겨야 하는데, 박호연 그 사람도 그렇고 나한테도 아무 문제도 안 생겼다. 그것만 보더라도 예방주사를 맞히지 않는다고 당장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었다. 그러니 시간을 봐서 내일이든 모레든 한가할 때 데려가 예방주사를 맞히면 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오동통 내 너구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6 38. 지은이 작가를 만나다-2 18.07.26 328 0 15쪽
75 38. 지은이 작가를 만나다-1 18.07.24 325 0 15쪽
74 37. 세상에 공짜는 없다-2 18.07.22 308 0 13쪽
73 37. 세상에 공짜는 없다-1 18.07.20 319 0 14쪽
72 36. 그 여자를 만나러 가는 길-2 18.07.18 327 0 15쪽
71 36. 그 여자를 만나러 가는 길-1 18.07.16 344 0 15쪽
70 35. 머리로 하는 것과 몸으로 하는 것-2 18.07.15 326 0 14쪽
69 35. 머리로 하는 것과 몸으로 하는 것-1 18.07.13 334 0 15쪽
68 34. 너구리는 너구리답게, 사람은 사람답게-2 18.07.11 339 0 14쪽
67 34. 너구리는 너구리답게, 사람은 사람답게-1 18.07.09 329 0 14쪽
66 33. 메시지를 기다리는 시간-2 18.07.08 350 0 14쪽
65 33. 메시지를 기다리는 시간-1 18.07.06 333 0 14쪽
64 32. 시계를 보는 법-2 18.07.04 343 0 15쪽
63 32. 시계를 보는 법-1 18.07.02 338 0 15쪽
62 31. 숫자를 배우다-2 18.07.01 343 0 14쪽
61 31. 숫자를 배우다-1 18.06.29 331 0 13쪽
60 30. 드라마 여신-2 18.06.27 343 0 15쪽
59 30. 드라마 여신-1 18.06.25 356 0 14쪽
58 29. 너구리는 죽어도 싫어!-2 18.06.24 370 0 13쪽
57 29. 너구리는 죽어도 싫어!-1 18.06.22 336 0 13쪽
56 28. 아빠 같은 사람은 싫어요!-2 18.06.20 359 0 13쪽
55 28. 아빠 같은 사람은 싫어요!-1 18.06.18 367 0 13쪽
54 27. 너구리, 한 식구가 되다-2 18.06.17 357 0 13쪽
53 27. 너구리, 한 식구가 되다-1 18.06.15 371 0 14쪽
52 26. 엄마가 뭐라고 할지 궁금해!-2 18.06.13 360 0 14쪽
51 26. 엄마가 뭐라고 할지 궁금해!-1 18.06.11 373 0 14쪽
50 25. 모르면 무조건 물어봐!-2 18.06.10 367 0 15쪽
49 25. 모르면 무조건 물어봐!-1 18.06.08 377 0 16쪽
48 24. 동물병원 찾아가기-2 18.06.06 373 0 15쪽
» 24. 동물병원 찾아가기-1 18.06.04 380 0 16쪽
46 23. 가방 속에 들어간 너구리-2 18.06.03 393 0 14쪽
45 23. 가방 속에 들어간 너구리-1 18.06.01 387 0 15쪽
44 22. 숲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2 18.05.30 394 0 13쪽
43 22. 숲에서 만난 언니 오빠들-1 18.05.28 411 0 14쪽
42 21. 엄마의 자궁-2 18.05.26 403 0 14쪽
41 21. 엄마의 자궁-1 18.05.24 404 1 14쪽
40 20. 할머니의 망가진 뇌-2 18.05.22 416 0 14쪽
39 20. 할머니의 망가진 뇌-1 18.05.20 420 0 14쪽
38 19. 집으로 가는 길-2 18.05.18 471 0 14쪽
37 19. 집으로 가는 길-1 18.05.17 422 0 13쪽
36 18. 숲에서 길을 잃다-2 18.05.16 408 1 14쪽
35 18. 숲에서 길을 잃다-1 18.05.15 442 0 14쪽
34 17.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2 18.05.14 439 0 14쪽
33 17.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1 18.05.12 451 0 14쪽
32 16. 아루를 만나다-2 18.05.11 409 0 13쪽
31 16. 아루를 만나다-1 18.05.10 466 0 15쪽
30 15. 시속 160킬로미터-2 18.05.09 441 0 13쪽
29 15. 시속 160킬로미터-1 18.05.08 446 0 14쪽
28 14. 숲에서 만난 사람-2 18.05.05 441 0 12쪽
27 14. 숲에서 만난 사람-1 18.05.04 450 0 13쪽
26 13. 숲을 걷다-2 18.05.03 488 0 13쪽
25 13. 숲을 걷다-1 18.05.02 508 1 12쪽
24 12. 너구리의 시간-2 18.05.01 459 1 13쪽
23 12. 너구리의 시간-1 18.04.30 460 1 13쪽
22 11. 왕은 왜 없나요-2 18.04.29 474 1 13쪽
21 11. 왕은 왜 없나요-1 18.04.28 477 1 13쪽
20 10. 너구리의 꿈-2 18.04.27 485 1 14쪽
19 10. 너구리의 꿈-1 18.04.26 486 1 14쪽
18 9. 버스 안에서 잡소리를 듣다-2 18.04.25 525 2 14쪽
17 9. 버스 안에서 잡소리를 듣다-1 +2 18.04.24 557 1 14쪽
16 8. 거울에 비친 너-2 18.04.23 528 1 12쪽
15 8. 거울에 비친 너-1 18.04.22 511 1 13쪽
14 7. 내가 알아야 하는 것들-2 18.04.21 502 1 12쪽
13 7. 내가 알아야 하는 것들-1 18.04.20 520 1 14쪽
12 6. 말이 통하다-2 18.04.19 510 2 12쪽
11 6. 말이 통하다-1 18.04.18 526 2 12쪽
10 5. 적과의 동거-2 18.04.17 537 2 12쪽
9 5. 적과의 동거-1 18.04.16 557 3 11쪽
8 4. 간밤에 들은 요상한 소리-2 18.04.15 578 2 12쪽
7 4. 간밤에 들은 요상한 소리-1 18.04.14 594 3 13쪽
6 3. 사람이 사는 집-2 18.04.13 594 4 13쪽
5 3. 사람이 사는 집-1 18.04.12 620 4 13쪽
4 2. 사람이 사는 세상-2 18.04.11 625 6 12쪽
3 2. 사람이 사는 세상-1 18.04.10 731 5 13쪽
2 1. 사람을 만나다-2 18.04.09 785 4 12쪽
1 1. 사람을 만나다-1 18.04.09 1,070 6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