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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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빅매치네!”
“기대된다 아주!”
안재권과 부주찬이 흥분하고 있었다.
이번에 나갈 사람은 신가혁, 육체적 능력에선 한국 최강이라고 할만한 남자였다.
그런데 상대가 바로. 일리야 노박! 강태창과 룸메이트가 될뻔했던 2미터 거인이다.
평범한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극강의 맨손 싸움꾼 신가혁과 손가락만 닿으면 상대를 집어던진다는 유술의 달인. 굳히기와 조이기가 특기라고 했던가?
먼저 가벼운 옷차림의 신가혁이 결투장으로 오르자. 하얀 북극곰같은 일리야 노박이 결투장으로 오른다.
“내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네··· 후르릅!”
일리야 노박이 신가혁을 바라보며 혀를 내밀고 입맛을 다시면서 말한다.
그 의미를 알고 있는 강태창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샌드백으로 딱이군.”
신가혁도 거대한 덩치의 일리야를 보며 말했다.
때릴수만 있다면 최고의 샌드백이겠지. 2미터가 넘고 200킬로그램쯤 되는 근육덩이니까.
“어떨거 같나?”
“글쎄.”
“신가혁이야 신가혁! 난 신가혁한테 5만원 걸겠네.”
“일리야의 능력 몰라? 아무리 신가혁이라도 일리야한테 잡히면 끝이야! 저놈은 북극곰도 졸라죽이는 놈이야!”
“그렇게 자신있으면 돈을 걸어보던가?”
“좋아 걸지.”
부주찬과 안재권이 누가 이길지를 두고 내기를 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무슨 짓이야? 신성한 시합장에서···”
최창이 두사람을 나무랐지만.
“보세요! 부국장님! 다들 걸고 있잖아요.”
최창이 둘러보니 사람들이 죄다 웅성거리며 내기를 하고 있었다.
“이 인간들이 참··· 기가 막히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지갑에서 5만원을 안재권에게 쓱 내민다.
“신가혁으로···”
그 장면을 지켜본 강태창은 조소하고 만다.
어른들의 이중성이라니.
“자 시작!”
그 순간 대결이 시작되었다.
신가혁이 중심을 뒤에 두고 앞으로 조금씩 나선다.
일리야 노박도 유도 자세로 두 손을 펼치고 신가혁과 거리를 좁혀왔다.
일리야 노박이 너무나 커서 대결장이 좁아보일 정도였다.
둘 사이의 거리가 4미터쯤 되었을 때.
신가혁이 왼손 앞손을 뻗어 일리야의 얼굴에 쨉을 날린다.
왼손으로 시야를 가리고 오른손으로 카운터를 날리는 전형적인 수법.
그런데 그 순간.
[휘릭! 쿵!]
거대한 북극곰같던 일리야의 몸이 순식간에 회전을 했고 신가혁의 몸이 바닥에 팽개채졌다.
일리야가 넘어진 신가혁을 덥치려는 순간 바닥에 부딪친 탄력으로 신가혁이 튕겨나가 중심을 잡고 섰다. 분명 바닥을 등부터 떨어진것 같았는데 그 짧은 순간 바닥을 발로 짚고 일어선 것이다.
“저게 뭐야? 봤어?”
“무슨 일이 있었지?”
0.3초? 0.4초? 그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덩치는 곰만한 인간이 움직이는건 쪽제비 같이 빠르다.
얼굴을 향해 날아오는 신가혁의 왼손을 잡아채 그대로 패대기를 친 일리야나.
패대기를 치자마자 발로 딛고 일어나 깔아뭉게려는 일리야를 피해 몸을 튕겨낸 신가혁이나 괴물 같은 것들이었다.
“충격이 컸을 텐데··· 으음.”
최창이 신음성을 흘리며 집중해 바라보고 있다.
이제 일리야가 양팔을 벌리고 신가혁을 몰고 있다.
신가혁이 다시 왼손으로 일리야의 얼굴에 쨉을 날린다.
그 왼손을 잡으려 일리아의 손이 뻗어져 나오자.
[콰콱 콰콰콰콱 콱!]
번개같이 신가혁이 외손을 거두고 위빙으로 파고들더니 일리야의 옆구리에 양훅을 치고 나온다.
“여섯대 때렸나?”
“아니 일곱대.”
믿어지지 않는 스피드였다.
저 신가혁의 펀치를 가드도 없이 맞고도 일리아가 버티고 있다.
130, 140킬로그램 되는 조폭덩치들도 한방맞고 갈비뼈가 나가고 기절하는 저 신가혁의 펀치를.
하지만 레슬링 팬티만 입은 일리야의 양 옆구리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기회를 잡은 신가혁이 이번에는 오른쪽 펀치를 날리는척 하다가 그대로 왼발로 로우킥을 찼다.
[쾅! 쾅! 쾅!]
강태창은 맞아봐서 잘 안다. 저 로우킥 한방에 각목이 부러져 나가고 알루미늄 배트가 휜다. 그 로우킥을 빠르게 좌우로 움직이며 양 다리에 찬 것이다.
키가 2미터, 200킬로나 되는 체중, 상대적으로 다리는 약할수 밖에 없다.
일리야가 로우킥을 맞고 피식 웃었다.
대머리, 붉은 수염에 하얀 피부의 일리야가 웃는 모습이 무슨 공포영화속 괴수처럼 느껴졌다.
다시 로우킥을 차는 순간.
일리야가 신가혁을 향해 몸을 던졌다.
[콰콰콱! 콰콰콱! 콰칵! 콰콰콲!]
짧은시간 일리야의 열구리와 얼굴이 신가혁의 양훅에 난사당했지만 일리야는 신가혁을 끌어안아 버렸다.
마주 보는 자세에서 일리야의 양팔이 신가혁의 겨드랑이를 파고 두 손으로 신가혁의 턱을 뒤로 밀고 있었다.
“으으으으···”
보통사람이라면 벌써 머리가 뒤로 제껴져 목이 부러졌을 것이다.
점점 더 신가혁의 고개가 젖혀지고 신가혁의 양팔은 묶여 버렸다.
놀기위해 삼촌 몸에 달라붙은 조카 같은 모습이었다.
신가혁의 양팔은 휘둘러도 타격을 줄수 없었고 신가혁의 턱은 점점 더 뒤로 꺾이고 있었다.
[뿌드드드드득!]
신가혁의 목에서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놔버리면 신가혁의 몸은 바닥에 나동그라져 이길텐데.
일리야는 신가혁에게 이기는 것으로 멈출 생각이 없는 것 처럼 새빨간 입술이 좌우로 찢어져 끝이 올라가 있다.
“말려야죠! 항복선언 해야죠!”
안재권이 최창에게 다듭하게 말한다.
“지금 말렸다간 내가 신가혁한테 죽어!”
“안 말리면 신가혁이 죽어요!”
“이, 이런···”
최창이 막 움직이려고 할 때였다.
[콰직! 콱! 콰직! 콱!]
신가혁의 무릎이 일리야의 그 중요한 곳을 연거퍼 찍었다.
그 소리가 너무나 커 지켜보는 모든 남자들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바뀌었다.
“흐으으윽.”
일리야가 신가혁을 놓치고 몸을 꼬며 신음을 흘린다.
‘저자식 저거! 나한테 당했던걸 써먹네.’
강태창이 그장면을 보고 희죽거린다.
예전 궁지로 몰렸을때 강태창이 신가혁에게 했었던 것처럼 신가혁도 일리야의 급소를 공격했던 거다.
“비겁한···”
[빠악!]
일리야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머리가 돌아갔다.
그정도 펀치면 140킬로짜리 덩치를 3미터쯤 뒤로 날릴 파괴력이었지만 일리야의 두꺼운 목근육이 버텨내고 있었다.
“이익!”
신가혁의 왼손이 일리야의 머리에 닿는 순간. 일리야의 커다란 손이 신가혁의 머리통을 움켜쥐었다. 손이 너무나 커서 일리야의 손이 신가혁의 머리를 핸드볼 공처럼 감싸쥐었다.
[콰앙! 콰앙! 콰앙! 콰앙!]
신가혁의 머리를 쥔채 들어 올리고선 망치같은 주먹으로 신가혁의 몸통을 후려쳤다.
폭탄터지는 소리와 함께 맞을때마다 신가혁의 몸이 허깨비처럼 풀썩거리며 흔들렸다.
극강의 남자, 신가혁에겐 어울리지 않는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끄, 끝났네.”
“저럴수가···”
안재권과 부주찬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듯 말을 뱉어낸다.
너무나 끔직한 모습이라 부주찬은 고갤 돌리고 있다.
[콰앙! 쾅! 콰앙!]
거대한 북을 때리는듯한 타격음이 거대한 공동안에 울려퍼졌고 모두 아무런 말도 없이 그 끔찍한 모습을 충격에 빠진듯 지켜보고만 있었다.
덩치 큰 어른이 유치원 다니는 꼬맹이를 한손에 들고서 때리는것 같았다.
“이, 이제 끝났어! 아무리 신가혁이라도···”
모두 고갤 흔들고 있었다.
“이제 끝내주지!”
마지막 한방은 제대로 때려서 묵사발을 만들어주겠다는듯 일리야가 자세를 낮추고서 주먹을 당기던 순간!
[퍼엉!]
아름다운 호선이 허공에 그려졌다.
신가혁의 다리가 일리야의 턱을 올려차버렸고 일리야의 몸이 붕 떠올랐다.
신가혁은 그대로 공중을 한바퀴 돌아 바닥에 한 무릎을 꿇고 착지했다.
“끄어어억!”
일리야가 거품을 물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 기절해버렸다.
신가혁이 일리야에게 다가가 발로 머리를 밟으려고 할 때였다.
“신가혁 승!”
심판이 재빨리 튀어나와 신가혁의 손을 번쩐 들었다.
“놔봐! 저 자식 죽여버리게.”
신가혁의 막아서는 이들을 물리치고 일리야에게 다가서려 한다.
무참하게 맞았기에 화가 아직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맞았는데도··· 저거 말짱하네.”
잔뜩 독이 오른 오소리처럼 일리야에게 달려드는 신가혁을 보며 최창이 혀를 찼다.
“원래 그렇게 맞았으면 갈비뼈 다 나가는게 정상 아닙니까?”
“척추도 부러졌겠지··· 저거 괴물이야 괴물.”
한국 NSSA 요원들은 신가혁이 이겼는데도 물구하고 창피해서 모른척 해야했다.
***
부주찬의 상대는 라사였다.
슐레이만 저택에서 라사는 제대로 활약해보지도 못하고 쓰러져버려서 실제 능력이 어떨지 강태창도 매우 궁금했었다.
“자 시작!”
대결 시작을 알렸지만 결투장 위의 두 사람은 싸우려는 모습이 아니었다.
늘씬한 글래머 몸매에 예쁜 라사와 동글동글 핑크색 살결에 귀엽게 생긴 부주찬의 모습은 이곳이 결투장이라는걸 잠시 잊게 할 정도였다.
“우리 인사나 하고 시작할까요?”
라사가 웃으면서 부주찬을 향해 손을 뻗으며 다가온다.
“매너가 있으신 분이군요. 대결에 앞서 인사를 나누는게 당연한 예의지요.”
부주찬도 라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저거 위험한데··· 라사의 능력이 쇼크웨이브 충격파던가? 부주찬 아저씨의 능력은 전기고.’
손이 맞닿는 순간 모든게 결정나게 될 것이다.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해요 예쁜 아가씨!”
그런데 순순히 악수를 하며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게 아닌가.
“그리고 미안해요 아저씨!”
인사를 마치자마자.
[스파파팟 파스스스 팟파파파!]
둘이 맞 잡은 손에 스파크가 튀었다.
라사가 먼저 부주찬의 몸에 쇼크웨이브 충격파를 날리고 있었다.
라사의 커다란 눈이 두배쯤 더 커졌고 동공이 하얗게 변한것처럼 보였다.
[스스스스.]
부주찬의 몸에서 연기가 나고 대머리 위에선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응?”
뭔가 이상하다는듯 라사가 다시 쇼크웨이브를 날렸다.
[스파파팟 파팟 팟!]
“이거군요? 쇼크웨이브. 아주 짜릿하네요.”
“에잇!”
라사가 쇼크웨이브의 강도를 높이는 순간에도 부주찬은 할 말을 멈추지 않았다.
“음 이거 아주 톡 쏘는 맛인데요?”
“이이이익!”
라사의 머리칼이 곤두서고 라사의 몸이 결투장에서 10센티쯤 떠오른것 같았다.
라사가 전력을 다하고 있음에도 부주찬은 신기하다는듯 눈을 휘둥거린다.
“그런데 말이죠. 쇼크웨이브도 전기의 일종이라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내겐 별 타격이 없네요.”
“하아··· 하아···”
“자 좋은 선물을 받았으니 저도 좋은걸 드려야겠죠?”
“아니 그게··· 제가 졌”
[파지지직 파지지직 파팝 스파파파파박!]
강태창은 분명 라사가 졌다고 말하려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라사가 말을 잇기도 전에.
부주찬이 악수한 손으로 전류를 넣었다.
라사의 몸이 부르르 떨더니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쭈뼛 선 머리에선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방으로 뇌전이 퍼져나갔다.
“야이 미친 놈아!”
최창이 버럭 소리를 질렀을때에서야 부주찬이 잡고 있던 라사의 손을 놓았다.
[풀썩!]
옷이 꺼멓게 그을려버린 라사가 쓰러져 버렸다.
들 것을 든 진행요원들이 재빨리 달려와 라사를 들컷으로 옮겼다.
[파직 파직!]
아직도 라사의 몸에선 전류가 뿜어져 나오는 상태였다.
“내, 내가 져, 졌다고 말하려고 해, 했는데··· 크어억!”
라사가 기절해버리고 그제서야 남은 뇌전이 바스라지며 사라져버렸다.
“미, 미안해요. 몰랐어요. 난 쇼크웨이브를 쓰길래 만볼트 정도는 견딜줄 알고···”
부주찬이 라사를 흔들었지만 진행요원들이 부주찬을 밀어내고선 라사를 들것에 싣고 간다.
“일부러 그런건 아닌데··· 정말로 일부러···”
부주찬이 울상이 되어 내려왔다.
“야이 미친 놈아! 사람한테 만볼트를 쏴? 니가 미쳤지?”
“주찬이 니가 그렇게 잔인한 놈인지 몰랐다. 어떻게 저렇게 예쁜 여자한테 그런 잔인한 짓을 할 수가.”
“주찬이형 실망했어요. 저 아가씨! 옷 다 탄거 알아요?”
최창에 안재권에 이해룡까지 마치 부주찬이 인정사정 없는 잔인한 악당이라도 되는듯 몰라세웠다.
“아 아니 난··· 만볼트 정도는 받을줄 알았지.”
“미친놈··· 뭐 만볼트? 보통 사람은 220볼트만 되어도 죽어! 잔인한 새끼.”
“비정한 놈.”
“인간이냐?”
부주찬을 구박하는 최창과 안재권, 이해룡이 마치 부주찬을 구박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춰온 것처럼 일사분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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