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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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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10시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2.14 08:30
최근연재일 :
2024.05.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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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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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446

작성
24.04.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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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2쪽

사신의 방문

DUMMY

2층, 휴게실로 들어오며 백신주가 지쳤다는듯 외쳤다.


“오늘 끝이지? 한잔 빨아도 되지?”


“아닙니다. 아직.”


“아직 남았다고?”


“네. 하나 남았습니다.”


조동보가 예약 목록을 뒤적거리며 대답했다.


“몇신데?”


“아홉시요.”


“뭐?”


백신주가 잔뜩 짜증이 벤 얼굴로 조동보를 노려본다.


“동보야! 내가 VIP 아니면, 6시 이후로는 예약 잡지 말라고 잊었어?”


“거 말씀 조심하십시오. 애들이 듣습니다.”


“짜증나니까 그렇지. 그래서? 대기업 회장이냐? 장관이야? 아니면 아이돌이야?”


백신주의 질문에 조동보가 차례대로 고개를 흔든다.


“그럼 뭔데?”


“벤처 사업갑니다.”


“하아···”


기가 막히다는듯 백신주가 한숨을 뱉더니.


“벤처 사업가가 무슨 돈이 있니?”


“예약금 천만원 넣었던데요!”


“······”


지쳐있던 백신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나중에 감사하다고 몫돈을 보내오기도 하지만 VIP도 예약금은 백만원 이백만원이다.

그런데 예약금 천만원이면··· 돈이 꽤 있다는 소리다.


“그러면 와인이나 올려봐···”


“술드시게요?”


“비도 오고 기분도 그런데··· 시간도 좀 있으니 와인 정도야 한잔해도 좋잖아.”


“그러다가 또 술취해서 저번처럼 상담중에 주무실까봐···”


“새끼가···”


조동보가 사방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깔며 말한다.


“말씀 좀 조심 하시라고요. 좀!”


어쩔수 없다는듯 한숨을 뱉더니.


“저번에 드시다가 남은 반병 올릴게요.”


“김빠진걸 먹으라고?”


“샴페인도 아닌데··· 상관있나요?”


“내가 돈을 얼마나 버는데···”


더 말할것도 없다는듯 조동보가 후다닥 잰 걸음으로 사라진다.


“새끼···”


조동보를 보다가 백신주는 침실있는 4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 설치 하자니까”


4층 건물, 조동보가 운동겸 계단을 쓰라고 한 바람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았다.

작년까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무릎이 쑤셔서 올라가기 힘들다.


[콰르르릉 콰쾅.]


밖에선 천둥이 치고··· 건물 전기가 깜빡거린다.


“무슨 번개가···”


[후두두두둑 후두둑.]


갑자기 비가 거세게 온다.

헬스장이라도 하나 만들라고 하던지··· 아직 젊은 나이인데 만신법사 행세를 하려니까 나가서 운동할 수가 없다.

다음달 기도한다는 핑계로 일본이나 다녀올까?

재미보려면 태국이 최고지.


“휴우··· 힘들어.”


이제 4층 계단 오르는 것조차 힘들어 땀이 난다.


[띠띠띠 띠리리 띡!]


4층으로 올라오는 사람도 없지만 보안키를 눌러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시중드는 신도들 중 누군가 가발이라 가짜 수염을 보기라도 하는 날이면 십년공불드린게 다 날아가버리는 셈이니까.


백신주가 들어오자 마자.


[똑똑.]


누군가 노크를 한다.


“들어오너라.”


잠그지 않기를 잘했지.

백신주의 말에 쑥색 옷을 여자가 작은 쟁반을 들고 들어온다.

쟁반에는 반쯤 남은 와인병과 와인잔, 술안주용 카나페가 놓여 있다.

여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방 밖으로 나간다.


백신주는 재빨리 나가 방문을 잠그고서 가발과 수염을 벗었다.


“씨발 이것도 못할 짓이지···”


와인을 따라 한모금 들이키고서 소파에 등을 기댄다.


“이런건 강남 클럽가서 빨아줘야 폼이 나는데···”


이게 무슨 감옥생활이란 말인가?

조선시대 왕의 삶이 어땠는지 알것만 같다.

원래는 조동보와 한 이백억 모아서 동남아나 남미로 튀려고 했었다.

그냥 얌전히 돈만 벌었으면 모았지.

교세를 확장해야 한다고 홍보하고 마케팅하고 유명인들을 돈주고 끌어모으고.

물론 덕분에 그저 조금 남는 정도 민신교를 유지하고 있지만··· 나간 돈도 만만치 않았다.


마흔 여덟, 바깥에는 잃은 여덟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젊다.


‘만신교 제자가 되면 늙지 않는다고 삼십년 후까지 우려 먹는 겁니다. 그때 젊게 해준다는 회춘수도 판매하면 대박 날겁니다.’


조동보는 그때를 대비해 야무진 계획도 세워두고 있었다.

민증 깔일 없으니 30년 뒤엔 실제 일흔여덟이 될 거고 30년동안 늙지 않은걸 빌미로 돈 벌자는 거였다. 30년동안 가발과 가짜 수염 붙이고 다니라고?


하긴 처음 신 받았을땐 신빨만 좋았지 손님이 없었다.

그때 조동보를 만났고 조동보의 조언에 따라 흰머리 가발을 쓰고 수염붙인 뒤에야 손님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또 어떤 새끼가 올라나···”


백신주는 탁자 밑에서 타로 카드를 꺼냈다.

사전 정보가 없을 때엔 가끔 타로가 요긴하게 쓰이곤 한다.

신기한게 반정도는 맞는거 같기도 하고.


카드를 섞은 뒤에 부채꼴로 카드를 펼친다.

그리곤 눈을 감고··· 카드의 느낌을 감지한다.

그리고선 한장의 카드를 골라냈다.


“이런 씨발···”


로브를 뒤집어 쓴 해골이 거대한 낫을 들고 있다.

사신, Death.


잠시 인상을 쓴 백신주가 포도주를 홀짝거리며 찝찝한 기분을 털어낸다.

죽음, 사신 카드가 꼭 나쁘지만은 않다. 다른 카드와의 영향관계에 따라 좋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한장만 나올때엔 의미는 두가지다.


죽음, 불길한 예언, 또는 재생, 무욕의 상태로 돌아가라는 뜻이었다.

다시 한번 카드를 잘 섞고 부채꼴로 카드를 펼친다.

눈을 감고 모든 에너지와 정신을 집중한 다음 또 다시 한장을 골라낸다.


“컥!···”


또다시 사신, Death 카드가 뽑혔다.

56장의 메이저카드중 두 번 골라서 같은 카드를 집어낼 확률은 3136분의 1.

백신주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




[후두두두둑 후두두둑.]


비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저녁 검은 벤틀리 한대가 만신당 안으로 천천히 들어가고 들어가고 있었다.


[콰르르릉 콰르르릉.]


번개가 번쩍거릴 때마다 광택산 자락끝에 서 있는 만신당 4층 건물이 중세의 성처럼 음산한 분위기로 외양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은 벤틀리는 만신당 앞에 멈췄고 검은 양복을 입은 운전사가 먼저 내려 우산을 받치고선 뒷문을 열었다.


차에선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이 어두컴컴한 저녁, 비까지 오는 날씨에 검은 선그라스를 낀 남자가 내렸다.


[저벅 저벅··· 저벅···]


만신당 입구에는 조동보가 다가오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어서오십시오. 아홉시 예약하신···”


“네, 그렇습니다.”


훤칠한 키에 핏이 떨어지는 양복, 무슨 아이돌이라도 되는 건지.

남자가 고갯짓을 하자 우산을 든 운전기사는 고개를 꾸벅 숙이곤 차로 돌아간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조동보가 건물 우측의 접견실로 남자를 안내한다.

기분이 좀 묘했다.

이 비오는 밤에 선글라스라니.

얼굴을 알면 안되는 유명인일까? 벤처사업가라며?


“여기 앉아서 기다리십시오.”


의자로 남자를 안내했다.

교묘한 자리배치였다.

의자가 있는 곳에 조금 떨어져 60센티 정도 높은 단이 있고 단 위에는 탁자와 방석이 있다. 그 뒤로는 젯상이 차려져 있고 또 그 뒤에는 여러 종교의 상징물이 걸려 있다.


예배당과 무당의 기도실을 합친 느낌.

점보러 온 사람과 만신법사와의 자리 거리는 5미터 정도, 조용히 중얼거려도 들릴 거리고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달려들더라도 거리가 있으니 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만신법사는 높은 단 위에 앉아 있기에 자연스럽게 그를 우러러 보게 된다.


매쾌한 향이 접견실에 가득차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머리가 어지러웠겠지만 남자는 편안한 자세로 의자에 등을 기대고 만신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험.”


기침소리와 함께 만신법사가 안으로 들어왔다.

백신주가 남자를 힐끔 본다. 보통 자신이 들어오면 의자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 숙일텐데 남자는 가만히 앉아 있다. 게다가 이런 비오는 날 밤에 시커먼 썬글라스라니.


“올해 스물 다섯이로군··· 그래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남자의 사주가 적힌 종이를 만지작 거리며 백신주가 물었다.


“고민이 있어서 왔습니다.”


“어떤 고민인지 말씀하시지요.”


보통 이렇게 물어보면서 어느쪽으로 풀어야 할지 방향을 잡는다.

그 감각이 신빨이 다 떨어진 무당들에겐 필수적이지.


“한 사람을··· 죽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죽여?’ 조폭인가? 백신주가 고갤 숙인채 눈을 치켜뜨며 남자를 노려봤다.


“그걸 물으러 왔을리는 없고 자세히 말씀해 보시지요.”


골치아픈 놈이 온 것 같았다. 어쩐지 예약금을 많이 주더라니.


“예전에··· 말 잘듣는 놈이 하나 있었습니다.”


[콰르르릉 콰과광!]


“흐어억!”


창밖 세상이 번쩍거리더니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번개가 떨어진 것인지 너무 소리가 커 백신주는 저도 모르게 괴성을 흘리고 말았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간다.


“그 놈은 내 뜻을 헤아려··· 일을 했었지요. 그런데 그놈이 날 배반하고선···”


[드르르르륵 드르르륵.]


백신주가 놀라 뒤를 돌아 봤다.

벽에 걸어놓은 십자가가 진동하며 떨리고 있었다.


“사람들을 속이면서 사기를 치고 다닌다고 하더군.”


“흐음··· 그런다고 사람을 죽이면 되나··· 어디 봅시다.”


백신주가 눈앞의 남자의 사주를 넣어 풀이 해 본다.


“이건···”


다시 한번 꼼꼼히 점검해 본다.

다시 확인하고 다시 확인한다.

사주란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거니까.

호랑이 한테 물려죽는 사주, 재관으로 죽는 사주, 거기다 횡액까지.

백신주는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바라본다.

이건 죽어도 세번은 죽었어야 할 사주.


[콰콰콰쾅··· 쾅쾅!]


“헉!”


갑자기 불이 꺼지며··· 번갯불이 번쩍이며 남자의 옆모습을 비췄다.

그 순간 천장에서 늘어진 종이 끝에 매달린 나비가 날아갔다.

아마도 번개로 혼선이 온 모양인데.


[파악!]


활에 맞은 것처럼 나비는 벽에 꽂혀 버렸다.


“왜 그러지? 뭐가 이상한가?”


남자가 송곳니가 드러나도록 웃고 있다.


[깜박 깜박! 깜박!]


형광등도 아닌 LED 전등 불이 켜졌다가 꺼진다.


“이, 이거 날씨 참 고약하네···”


[콰과과 쾅!]


[쿠앙! 서걱!]


“헉!”


백신주가 돌아보니 관우상이 쥐고 있던 언월도가 뚝 떨어져 돼지머리를 반이나 가르고 박혀 있다.


“으아아아···”


등에서 한기가 느껴지고 소름이 돋았다. 백신주의 양 뺨으로 식은 땀이 흘러내린다.


[드드드득··· 드드득. 콰직! 콰직.]


벽에 걸어놓은 십자가와 불교의 만자 상징물이 바닥에 떨어져 박살이 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자.

탁자위의 붓이 꼿꼿이 서 있다.


‘자, 자석을 켜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붓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기절할 것만 같았지만 백신주는 덜덜 떨면서 붓이 움직이는걸 바라보고만 있었다.


[너는 곧 죽는다.]


“커헉!”


놀라서 뒤로 뒤로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여지지 않는다.


[콰콰콰 쾅! 콰콰쾅!]


또다시 번개가 쳤고 백신주는 남자를 바라보며 외친다.


“다, 당신 도대체 누구야? 뭐야?”


[타닥 타닥 팟!]


깜박거리던 조명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내가 누구냐고?”


남자가 웃으면 선글라스에 손을 가져다 댔다.


[팟!]


불이 잠깐 깜빡인 순간.

5미터 밖의 남자가 순식간에 백신주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다.

그것도 타는 듯한 샛노란 눈동자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입을 쩍벌리고서 바로 코앞에 나타났다.


“으아아악!”


[팟!]


백신주는 바닥에 머리를 쳐박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것 같았다.


“사, 살려주십시오. 사, 사, 살려주세요.”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턱마저 떨려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니··· 눈앞의 남자가 없다.

불이 꺼져 있지만 감히 불을 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사, 사무장! 사무장!”


백신주가 고함을 치자 조동보가 허겁지겁 들어다가 안을 보고선 우뚝 걸음을 멈췄다.

반쯤 잘린 관우의 언월도, 비틀린채 걸려 있는 상징물, 바닥에 깨져 있는 십자가와 만자.


“왜요? 불은 왜 꺼두고 있어?”


조동보가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켠다.


[팟!]


“세상에 이게 다 뭐야? 허헉! 저, 저, 저!”


조동보가 말을 잇지 못하고 벽을 가리킨다.


“왜? 왜 그래? 헉 끄으윽···”


조동보의 손짓을 따라 벽을 본 백신주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제단의 벽에 피같은 붉은 글씨로.


[너는 곧 죽는다.]


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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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서울대요? 24.04.30 844 25 13쪽
79 살려는 드려라 24.04.29 857 23 13쪽
78 늑대 무리와 두 마리 범 +4 24.04.28 876 25 13쪽
77 혈투 24.04.27 912 25 12쪽
76 친선전이 아니네 +1 24.04.26 909 29 13쪽
75 뼝아리 잡는 여우 24.04.25 936 21 13쪽
74 중 2병은 불치병 24.04.24 967 25 12쪽
73 대가 없는 도움 24.04.23 1,003 23 12쪽
72 기다리던 사람들 24.04.22 1,037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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