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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바인™
그림/삽화
아침10시50분 연재
작품등록일 :
2024.02.14 08:30
최근연재일 :
2024.06.0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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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5.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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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3쪽

뭔가 있다

DUMMY

‘이런 곳이 있다니.’


가평 근방 작은 산으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 몇개는 합쳐놓은 넓이의 땅에 철조망이 쳐져 있고 그 한가운데에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

펜션같은 2층 집들이 20여개씩 모여 있는 단지가 여러개였고 그 가운데에 골프장 클럽하우스처럼 거대한 건물이 슐레이만이 말한 저택이었던 것이다.


“와아··· 이런 곳이 있다니··· 이렇게 큰데 왜 몰랐지?”


“그러게··· 분양 안된 펜션 단지를 빌린건가? 아니면 실버타운인건가?”


최근에 서울 근교에 개발된 펜션 단지들이 분양이 안된다는 소문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중앙에 저택같은 큰 건물이 있는걸보면 실버타운이 맞는거 같기도 하고.

빌린건지 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넓은 지역의 외곽에는 만싱당도 저리가라 할 만큼 높은 철조망 울타리가 쳐져 있고 입구에서부터 여려명이 경비를 서고 있었다.


[우린 외곽에 있을게··· 미치겠네. 빵 씹으면서 기다려야 하다니. 왜 거길 가서··· 아! 그리고 안재권이 그러는데 그 이상한 느낌이 사라졌대. 또 다시 뭔가 감지되면 연락줄께. 재미나게 잘 놀아. 제길···]


최창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태창은 알았다는 신호로 이어폰을 가볍게 두번 두드렸다.

미 대사관 주변에는 마트나 음식을 사먹을 가게가 많을 텐데, 이곳은 첩첩 산중이었다. 아마도 비상식량이나 물 같은건 갖춰놓았겠지만 최창과 안재권, 부주찬은 밴 안에서 불편을 감수하고 대기해야 할 것이다.


작은 자갈을 깐 도로를 중심으로 한쪽편엔 숲이라고 해도 무방할 거대한 정원이 있고 저택가까운 곳 쪽으로 수영장과 분수대가 그 맞은편엔 골프장 클럽하우스 크기의 저택이 서 있었다. 저택 앞에 흰 옷을 입은 수행원들이 나란히 서서 대기하고 있는 곳에 차가 서자.


“제 집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모두 편안히 머무시기 바래요. 손님들 안내해 드리게.”


그렇게 말하곤 슐레이만은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남녀 수행원들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환영합니다. 손님용 공간은 이쪽입니다.”


아랍계와 극동아시아쪽 특징이 묘하게 섞인 외모의 중년 남자가 건물에서 나와 일행을 안내해 준다.

큰 홀을 중심으로 남자들 공간과 여자들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문이 열려 있긴 하지만 잠을 잘 때는 문을 잠글 수 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홀의 뒤편으로는 아마도 슐레이만이 거주하는 주인용 공간인듯 했다.

오선영과 에바, 라사가 여서용 공간으로 가고 태창은 버트, 브레드와 함께 남성용 공간으로 들어갔다.

살짝 들뜨게 만드는 묘한 향기가 퍼져 있고 네 개의 침대위엔 가운과 속옷, 그리고 티와 반바지가 놓여 있었다.


“정향이로군.”


버트가 향로의 향기를 맡으며 말한다.

원래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인테리어 였을 텐데 검은 계열의 가구들과 금실로 장식된 커튼과 카펫 덕에 아랍의 왕족 집에 온 기분이었다.

흑단나무나 원목으로 만든 오래되어 보이는 가구들··· 담백하면서도 격조높은 품격을 느낄수 있는 실내장식. 아랍 왕자의 품격이 뭔지 구태어 말을 안해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침대만 해도 베르사이유 궁에서나 볼법한 커다란 침대에 그 위엔 침대 크기에 맞춰 갓처럼 튀어나온 장식물이 있었고 묶인 매듭을 풀면 하늘하늘한 반투명 천이 모기장처럼 침대를 감싸는 구조였다.


“왜 여길 온 거지?”


브레드가 화장실에 가 있는 동안 태창이 버트에게 물었다.

수백만명의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아랍 왕자랑 수영장에서 샴페인 파티를 하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아서였다.


“나도 이유는 모르지··· 하지만 상부의 지시였어.”


버트가 옷을 벗고 수영복 반바지로 갈아입으며 대답한다.


“이해가 되지 않잖아. 난 지금 갑자기 불려와서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태창이 투덜거리면서 말하자 버트가 피식 웃었다.


“그럴때엔 그냥 즐겨···”


떡부러진 어깨, 가슴털과 울긋불긋 튀어나온 근육.

남자인 태창이 봐도 멋있는, 헬스클럽마다 한둘씩은 있는 우람한 근육의 단단한 몸매였다.


“술만 조심하고···”


[아이고 좋겠네. 누군 좁은 차에서 빵쪼가리 씹어먹고 누군 호텔같은 곳에서 미녀들과 수영장에서 놀면서 샴페인파티하고···]


이어폰을 통해 최창이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먼저 간다.”


버트가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밖으로 나간다.

강태창도 벗을까 하다가 그냥 나시에 반바지만 입고서 밖으로 나섰다.


“와아··· 와우···”


[뭔데? 뭔데? 왜 그래?]


“그런데 이 이어폰 방수는 되나요?”


[그럼 생활방수는 되지.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강태창이 감탄사를 뱉어낸 이유는 눈앞에 기가 막힌 미녀둘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사와 에바가 어느새 비키니로 갈아입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동양인 여자와 비교하면 몸은 더 길고 가는데다가 필요한 곳에선 방점이 확실한 그런 몸매였다.

라사와 에바는 수영하는 걸 보기만 해도 정신을 팔릴 것처럼 부드럽고 매끄럽게 물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사기네 사기야···”


마치 꿈에서 보는듯 천천히 유려하게 움직이는 라사와 에바를 보며 강태창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다.


“좋냐? 좋아? 너도 똑 같네.”


고갤 돌리니 옆자리에 오선영이 썬배드에 누워서 사이다를 홀짝거리며 말한다.


“너, 너는 수영 안해?”


혹시나 했는데···

오선영은 그저 반바지에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오선영도 수영복을 입었으면 라사나 에바 못지 않을 만큼 우월한 기럭지와 몸매를 드러냈을 텐데.


“누구 좋으라고 그런 옷을 입어?··· 어!”


[풍덩!]


강태창에게 인상을 쓰며 말하던 오선영의 입이 떡 벌어졌다.

버트가 마치 다이빙 선수처럼 스프링 보드에서 몸을 튀겨 물속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머, 멋있다.”


“침흘리겠다 입 닫고.”


“침은 내가 무슨···”


[쑤아··· 첨벙 첨벙···]


오선영의 눈길이 수영장으로 뛰어들어 돌고래처럼 수면위를 미끄러지고 있는 브레드에게로 향한다.

저자식, 몸도 저렇게 좋다니.

그저 삐쩍 마른 뼈다귀 인줄 알았지만 아이돌 답게 잘 다듬어진 몸매였다.


“넌 수영 안하냐?”


갑자기 오선영이 고개를 획 돌리며 물었다.

그 음흉한 눈빛은 뭔데?

왜 사람몸을 위아래로 살펴보는데?


‘원래 이렇게 밝히는 놈이었나?’


아닌데··· 공부만 하던 순딩이 아니었어?

강태창이 의혹이 가득한 눈빛으로 오선영을 바라본다.




***




“하하하···”


[탁!]


“크크큭···”


“아이··· 저쪽, 저쪽!”


“내가 갈게.”


조명이 듬성 듬성 켜진 수영장에 물 그림자가 우아하게 흔들거리고 있었고 그 안에서 에바와 브레드, 라사와 버트가 편을 갈라 공놀이를 하고 있다.


슐레이만은 반바지와 티를 입고서 비스듬히 누워 그 장면을 지켜본다.

술잔과 과일을 담은 탁자가 있고 그 옆에 오선영과 강태창이 선배드에 기대 수영장에 있는 이들을 지켜보았다.


“슐레이만은 수영 안해?”


“난 별로··· 선영씨가 같이 한다면 몰라도···”


이 새끼가··· 열여섯밖에 안된 놈이 말하는 스킬 보소.


“티씨라 그랬죠? 수영 안해요?”


어쭈 이제 방해자는 치우겠다고 하네.


“하고는 싶은데 여친 옆을 떠날수가 있나.”


태창의 말에 슐레이만과 오선영이 강태창을 바라본다.


“여, 여친? 내가?”


“아니야?”


“니 여친은 저기서 놀고 있지 않아? 아주 잘 빠지고 금발에 파란 눈에 어마어마한 미인이시던데.”


오선영이 공놀이를 하고 있는 라사를 턱으로 가리킨다.


“뭐 사정이 있어서··· 같이 있는거 뿐이야.”


“호오··· 사정? 무슨 사정? 나보고 여친이라는 놈이 가슴 큰 금발미녀랑 팔짱끼고 돌아다녔어요?”


오선영이 눈에 촛점을 모으며 본격적으로 해보자는듯 고개를 들이민다.


“선영씨! 티씨가 선영씨 남친이에요? 정말로?”


슐레이만이 정적을 깨고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속에 끼어들었다.


[꼴깍!]


태창도 침을 삼켰다.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내 남친··· 맞지.”


‘아아···’


강태창의 세상이 순식간에 아늑한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남자 사람 친구.”


“뭐?”


“아니야?”


“······”


“내 남친이면 금발미녀랑 팔짱끼고 다닐리 없지··· 그러다가 나한테 걸리면 죽을테니까 아니야?”


오선영과 강태창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애매한 사이인건 분명했다.

강태창이 오선영을 좋아한다는 사실은 오선영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볼키스를 해 줬을리가 없지.

뭐 굳이 말하자면 썸을 타는 단계? 아직까진 남자 사람 친구에 더 가까운 사이인데··· 그렇다고 그냥 남자 사람 친구는 아니지.


“그저 하는 말입니다만 저와 함께 지내시면 원하는 건 뭐든지 얻으실수 있습니다. 뭐든지요. 넓은 집과 값비싼 차! 한달에 몇억씩 돈을 쓸수도 있고 전 세계의 유명한 대학에도 다닐수 있지요.”


그 틈새를 노리고 슐레이만이 파고 들었지만.


“그쪽은 입 좀 닫아!”


강태창이 슐레이만을 향해 경고를 날린다.


“아니 오선영씨를 경매로 낙찰 받은건 접니다만···”


“조용히 해!”


오선영이 슐레이만을 돌아보지도 않고 말한다.


“그리고 여긴 제 지, 집입니다만.”


“그래서? 뭘 어쩌라고?”


이걸 그냥 콱! 마취제를 정수리에 박아줘?

강태창은 아주 잠시동안 갈등을 느꼈다.


“한가지만 분명히 하자. 난 지금 뭔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중이고 라사는 나랑 그렇게 친한 사이 아니야.”


“아이고 그러세요? 안 친한데 팔짱꼈는데 친했으면 아주 침대에서 같이 굴렀겠다.”


“뭐? 뭐?”


잔뜩 인상을 쓰던 강태창의 얼굴이 갑자기 탁 풀리더니.


“지금 질투하는 거지? 질투구나? 오선영이 질투하네. 푸하하하.”


“아니라고!”


“그럼 뭔데?”


“그건 그냥···”


오선영의 얼굴이 시뻘개졌다.

강태창은 그런 오선영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웃고 있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슐레이만이 고개를 흔들더니 자리에 벌러덩 누웠다.


‘이것들··· 그냥 지금이라도 나가라고 할까?’


강렬한 유혹을 느끼고 있었다.




***




“하! 누군 쭉쭉빵빵 미녀들이랑 놀면서 진수성찬을 먹고··· 누군 음식인지 뭔지 구별도 안되는 걸 입에 넣고.”


“왜? 먹을만 하던데···”


“그래··· 너야 뭐, 소화만 시킬수 있으면 뭐든 잘 먹으니까.”


“칭찬이냐? 욕이냐?”


“당연히 칭찬이지···”


“그렇게 입이 비틀어진거 보니··· 전기찜찔 마사지가 필요한거 같은데?”


“할 수나 있고?”


안재권과 부주찬이 티격태격거리며 싸운다.


“아주 징글징글 하다··· 니네는 왜 그렇게 싸워? 사이 좋은거 같아 보이기도 하고 원수 같아 보이기도 하고. 그렇게 안 맞으면서 잘 지내는거 보면 신기하다니까.”


최창이 계산을 끝내고 어슬렁거리며 나오며 한 말이다.


“부국장님! 안 그래도 할 말이 있는데··· 해룡이 그대로 두실 겁니까?”


“데려와야지.”


“저번에도 만났는데··· 온 몸을 칼에 찔려 붕대를 감고 있더라고요. 쇼 하다가 죽을 뻔 했다면서 소주를 마시는데··· 울더라고요.”


“엄살은··· 그 자식이 죽긴 왜 죽어? 내가 조만간 한번 만나볼게··· 이제 제대로 인정도 받았으니··· 데려와야지.”


“네 이왕이면 빨리 데려와 주세요.”


세 사람이 천천히 타고 왔던 밴에 올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대기 장소로 이동한다.

차가 인적이 없는 숲길로 접어들었을때.


“잠시만요. 차를 멈추죠.”


안재권이 표정을 굳히며 말한다.


“왜? 왜 그래?”


길가에 차를 세우고 최창이 묻자.


“뭔가 느낌이 안 좋아요. 이상해···”


말과 함게 안재권이 차문을 열고 내린다.


“쟤 또 왜 저러는 건데?”


“저야 모르죠.”


최창과 부주찬도 안재권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시동끄고 라이트 꺼요.”


안재권의 말에 최창이 다시 차에 올라 시동과 라이트를 모두 껐다.

가평 숲속에 있는 작은 2차선 도로, 인적도 없고 사람도 없는 밤이라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하늘에서 별 무리가 나타났다.


‘왜? 왜 그러는데?’


최창이 조심스럽게 안재권에게 물었다.

사이키스트이자 사이코매트리스인 안재권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초지각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안재권이 긴장하고 있다는 건 뭔가가 있다는 뜻이었다.


안재권이 눈을 감고서 양손을 펼치고 사방을 꼼꼼히 살펴본다.


“부, 분명··· 뭔가가 있어요. 그런데··· 잡히지 않아.”


안재권이 어둠속에서 최창을 돌아보며 조용히 중얼거린다.


“숫자가··· 많아요··· 게다가 저, 저쪽에도 사이키스트가 있는 거 같아요. 놈이 내가 보지 못하게 막고 있습니다.”


“이런 제기랄··· 빨리 태창이 한테 알려야지!”


“태창이! 태창이 들려!”


최창이 강태창에게 연락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질 않는다.


“이거 연락도 안되는데···”


“모두 바짝 긴장해··· 뭔가 큰게 온다.”


안재권이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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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지상 최강의 플레이어의 탄생 24.05.24 655 24 12쪽
103 너무나 평온한 일상 24.05.23 643 25 12쪽
102 한국 NSSA의 정체 +1 24.05.22 659 28 12쪽
101 신가혁을 데려오다 +1 24.05.21 675 28 13쪽
100 재생인간 이해룡 +1 24.05.20 737 27 13쪽
99 열명을 살리자 +1 24.05.19 756 30 12쪽
98 감히 형님한테 +1 24.05.18 809 33 12쪽
97 그가 돌아왔다 24.05.17 859 31 12쪽
96 공부는 언제 해요? 24.05.16 849 29 12쪽
95 멀티 플레이어 +1 24.05.15 870 31 12쪽
94 오덕규 이사되다 +1 24.05.14 878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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