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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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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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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14
추천수 :
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7.1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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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최고의 기회 (6)

DUMMY

혼자서 사용하기엔 적막감이 감돌 정도로 쓸데없이 넓은 체육관에 홀로 검을 휘두르며 구슬땀을 흘리는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이국적인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전신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지쳐 보였지만 그 사파이어를 닮은 파란색 눈빛만은 매섭게 살아서 계속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런 소녀를 멀리서 지켜보던 한진령 사범은 검을 휘두르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갔고 소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이내 동작을 멈추었다.


도저히 스승을 바라보는 제자의 올바른 눈빛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다가오는 한진령 사범을 향해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소녀의 조그만 얼굴에는 마치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냐고 상대방을 추궁하는 표정이 여실이 드러났다.


한진령 사범이 소녀에게 검을 가르친 지도 이제 6개월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나오는 이런 소녀의 태도가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차며 말했다.


“쯧... 서린아 너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에게 그게 무슨 태도 인 게냐. 나와 수련을 시작한지도 이제 반년이 지나가는데 고칠 수는 없는 게냐.”


“쳇... 알겠습니다. 사.범.님.”


한진령 사범의 말에 이제는 지겹다는 듯이 대놓고 혀를 차며 말하는 서린의 모습에 포기할 만도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가르치는 한명의 제자로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에휴.. 그리고 강하윤 사장에게 직접 부탁 받은 것도 있으니 포기할 순 없지.’



서린이 어렸을 적. 서린의 부모님은 한때 꽤나 잘나가는 사업가였지만 어느 날 사기꾼에게 속아 전 재산을 날리고 빚을 지게 되었다. 그들은 평생을 일해서 갚더라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빚으로 인해 끝내 사채업자들에게 쫒기는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초기에 서린의 부모님은 어린 서린을 데리고 살아보고자 발버둥을 쳤다. 궂은일도 마다않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다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은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하던지 사채업자들은 부모님을 찾아내 일하는 곳이며 사는 곳에 진상을 부리기 시작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그들에 의해 서린의 부모님은 마지막 결심을 하였다. 그리고 차마 딸 서린이와 같이 죽지 못하고 자신들은 먼저 약을 먹은 뒤 아직 어렸던 서린에게도 약을 건네며 삶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서린아. 예쁜 우리 딸. 엄마랑 아빠는 도저히 너에게 같이 가자고 말하지 못하겠구나... 사실 엄마랑 아빠는 네가 꿋꿋이 살아주었으면 좋겠어. 우리 딸 이제 어른이니까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지? 엄마 아빠가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정말.. 미안해...”


자신에게 약을 주며 쓰러지는 부모님을 바라보던 서린은 부모님을 붙잡고 울며불며 급하게 구급차를 불렀지만 부모님은 그렇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당시 서린의 아버지와 친분이 있던 강하윤 박사가 이 사실을 알고 장례식장에 찾아 갔을 때는 사람 한명 오지 않아 텅 빈 방에 홀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옆을 지키고 있는 서린만이 있었다.


이미 막대한 빚을 지고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는지 그 많던 친척들은 행여나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단 한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소문이 무섭다고는 하지만 한 때 크게 사업을 했던 서린의 부모님이 상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상객이라고는 강하윤 자신을 제외하고는 한명도 보이지 않는 장례식장 이었다.


오목조목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하윤 박사는 그 어린 아이의 표정에서 세상을 잃은 슬픔과 무력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세상이 돈에 미쳐있다고 하지만 아무 잘못도 없는 이 어린아이가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도 가혹한 처사였다.


“이 할아버지와... 같이 가자.”


서린은 한동안 말없이 강하윤 박사가 내민 손을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상 위에 올려 져 있는 부모님의 영정사진을 챙겨 나왔다.


‘이 사람도 나쁜 사람인가? 나를 데려가서 어쩌려는 거지.. 그래도.. 이 장례식장에 유일하게 엄마 아빠를 보러온 사람이야.’


시간이 흘러 강하윤 박사가 서린을 데려 온 이후 그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서린은 부모님을 잃은 슬픔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서린에게는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상대방이 아무리 호의적으로 다가오고 행동한다고 해도 부정적인 쪽으로 확대해석하는 버릇이 생겼다. 때문에 이번 후계자 프로젝트가 결정되었을 때에도 서린은 자신의 친할아버지와도 같은 강하윤 사장의 후계자가 이렇게 불특정 다수의 사람 중에 한 사람이 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였지만 할아버지의 의견은 완고하였다.


"서린아. 내 너에게 이것에 참가할 자격은 줄 수 있지만 그 이상을 해 줄 수는 없구나.."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서린은 결심했다. 기필코 자신이 할아버지의 뒤를 잇는 그 후계자가 되고 말겠다고. 강하윤 박사는 서린이 교육에 참가하겠다고 하자 흥쾌히 참가시켜주었지만 수업이 있던 첫날 하루도 못가서 다른 학생들과 트러블이 생겨버린 서린의 성격에 자신의 재량으로 다른 학생들과는 따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주었다.


"휴... 서린이 저것도 이제 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이래서야 가면 갈수록 더 심해지니 원..."


강하윤 박사도 자신의 딸처럼 키워온 아린의 성격이 점점 삐뚤어 져 가는 것을 고쳐보려 정말 여러 가지 방법을 써 봤다. 연구소를 나와 초자아 컴퓨터 소아를 만들고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돈에도 여유가 생겼기에 유명 심리학자나 카운슬러등도 불러 서린의 대인기피를 넘어선 대인혐오증에 대해 고쳐 보려고 노력을 해 보았지만 아무래도 서린이 본인이 마음을 닫고 있었기에 자신이 모든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고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때 한진령 사범으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게 되었다.


“내 이번에 서린이와 또 한명 눈여겨보고 있는 아이가 생겨서 말인데... 둘에게 좋은 자극을 주기 위해서 대련을 한번 시켜 볼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강하윤 사장은 한진령 사범의 제안에 서린의 성격을 고치는 데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의견을 흥 쾌히 승낙했다. 그리고는 곧 이어 한진령 사범이 눈여겨보고 있다는 그 대상이 궁금해져 물어보았다.


“흠.... 좋습니다. 하하 그런데 그 대단한 한진령 사범님의 눈에 들은 아이가 우리 서린이 말고 또 있다니 혹시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하하 제하란 녀석입니다. 아주 독한 녀석인데... 이 노년에 제대로 한 번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할 만큼 대단한 녀석입니다. 그놈 눈빛을 보고 있으면 저의 젊었을 적이 떠오를 정도 이니. 어찌됐든, 그 녀석은 앞으로 크게 될 것 입니다.”


한진령 사범의 입에서 나오는 제하의 이름을 듣는 순간 강하윤 박사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큭큭. 갑자기 그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라니. 하지만 날 구했던 그 녀석 이라면.. 서린이가 변할 수 있을지도. 아니면 어쩔 수 없지만.’




#




기초훈련을 대신해서 대련 수업을 받게 된 첫날 제하는 사범님께서 전날 정시까지 오라고 지시하신 체육관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먼저 도복으로 갈아입고 대련을 준비하였다.


"후후.. 드디어 기초에서 벗어나는 건가? 애초에 모든 무기를 다루는 기본은 검이라고 했으니 도움이 좀 되었으면 좋겠네."


어스의 기초를 가르쳐 준다던 이 아카데미도 어느 덧 5개월이 지났다. 따라서 이미 어스의 오픈이 한 달도 안남은 시점에 아카데미에서 가르치는 격투 및 무기술 등에 관하여서는 검술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느 정도 성과를 달성한 제하였다.


현재 마지막으로 다른 아이들이 배우고 있는 상급 기술이라고 할지라도 매 수업마다 열과 성을 다하는 제하의 모습에 이미 각 과목의 스승님들은 제하에게 이전부터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르쳐 주었으니. 오로지 검술만이 예외적으로 기초적인 실력에만 머물러 있었다.


"흠.. 그런데 나와 대련을 하려면 사범님은 다른 학생들 수업을 못 하실 텐데... 하아.. 이거 또 애들이 날 싫어하겠는데"


제하도 애초에 이렇게까지 주변의 미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자신은 그저 열심히 한 죄 밖에 없었는데 어느새 주변 아이들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이제 시기와 질투를 받는 지경에 까지 이르자 제하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쳇. 다들 같은 동작만 반복하면 되는 그런 간단한 것도 못해서야..."


제하가 체육관에서 혼자 남아 훈련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부터 생긴 혼잣말을 하며 시간을 죽이자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되어 누군가 체육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제하는 예를 갖춰 인사를 하려 하였지만 새하얀 도복을 입고 들어오는 예상 밖의 얼굴에 그대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응?.... 아니.. 잠깐... 너가 여긴 어쩐 일로.."


제하를 보며 엄청난 경계의 눈빛을 보내고 있는 귀여운 금발의 미소녀를 보며 물었지만 그녀도 자신이외에 누군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되려 제하에게 물었다.


"그쪽은 누군데 여기에 오신 거죠? 이곳은 저 이외의 사람은 들어올 수 없는 곳인데요. 당장 나가지 않으시면 죽이겠습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발랄한 금발과 귀여운 외모에 작은 얼굴. 하지만 아름다운 사파이어 빛 눈이 매섭게 제하를 바라보며 들고 있는 목도를 움켜쥐는 것을 보자 제하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 이 싸이코가 왜 여기 있는 거지?'


이 귀여운 아가씨는 제하를 모르는 것 같았지만 적어도 제하는 그녀를 알고 있었다. 아니, 알 수밖에 없었다. 교육 첫 날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이국적인 몸매와 발랄한 금발의 머리, 귀여운 얼굴로 남학생들은 물론이거니와 여학생들마저 설레게 했었던 그녀의 외모만으로도 한번 보면 잊으려고 해봐야 잊혀 질 수 없겠지만 제하가 기억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첫날 검술 수업에서 학생들의 수준을 보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루어졌던 대련 당시.]


검술 실력을 보는 데에 있어서 체급 따위는 발톱에 낀 때만큼도 신경을 쓰지 않는 한진령 사범이었기에 학생들의 실력을 보는 그 중요한 대련의 상대를 마치 제비뽑기를 하듯 랜덤으로 뽑아버렸다. 그런 생각을 가진 그의 오픈된 마인드에 따라 남녀에 대한 차별도 두지 않았기에 한진령 사범의 이 방식에 의해 엄청난 체격과 근력차이로 인하여 의도치 않게 피해자가 나오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서린의 대련 상대가 정해졌다. 짧은 시간 이었지만 이미 체육관 내에 여신이 되어버린 서린의 상대는 이미 대련이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 누가 되더라도 제대로 된 실력을 보여주기에는 글러먹게 되었고 그나마 여학생 정도는 되어야 제정신으로 검을 주고받는 게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하늘도 무심했던지 서린의 상대는 남자 학생 중에 선택되어 버렸다. 그녀와 심지어 체격 차이도 두 체급 이상은 되어 머리 두 개 정도는 키 차이가 나는 남학생이 선정되자 대련 상대로 지목된 그 학생은 도저히 표정관리가 되지 않았다.


대련을 위해 학생들 앞으로 나와 마주보며 서자 안 그래도 작아서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서린의 모습이 옆의 남학생과 비교되어 더욱 여리고 가냘퍼 보였다.


“목검 세우지마라!”


“서린님이 들고 있는 목검도 서린님의 일부라고 생각해”


“하악! 저 작은 손으로 검 들고 있는 거 좀 봐.”


다른 연습 대련과는 다르게 거의 편파적인 응원과 일방적인 야유였지만 서린과 대련하는 상대 남학생의 얼굴은 이미 표정관리는 포기한 지 오래였다.


그리고 대련을 위해 서로가 인사를 하기 위해 거리를 좁히자 이때를 노리고 남학생은 살면서 거울을 보고 연습했던 자신이 최대한 잘생겨 보이는 표정과 믿음직한 굵은 목소리로 윙크하며 서린에게 속삭였다.


“서린님. 힘껏. 공격하세요. 제가 다칠 거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이래 뵈도 저 튼튼하거든요. 하하.”


그리고 그 말을 듣고 꿈틀거리는 서린의 표정을 모두가 채 확인하기도 전에 대련은 시작했다.


시작을 알리는 휘슬과 동시에 작은 체구로 쏜살같이 내질러 가는 서린은 과연 젓가락 하나 제대로 들 수 있을까 하는 가녀린 팔과 조그만 손으로 들고 있던 묵직한 무게의 목검을 번개와 같이 휘둘렀다. 대련이 시작한 지 몇 초나 되었을까 서린은 그 찰나의 시간에 무려 상대방에게 전치 5주의 상해를 입혔고 상대를 더 공격 하려는 것을 지켜보던 사범님이 급하게 말려 상대는 겨우 죽지 않을 수 있었다.


이후 무슨 일인지 그 일이 있고나서는 그녀를 볼 수 없었고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음에 안타까워하던 학생들도 있었지만 하지만 고작 대련 상대를 거의 죽이려 했던 그 잔인한 모습 때문에 그녀가 안 오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더 많았다.


“일단... 검은 놓고 대화로 해결합시다.”


하지만 서서히 검을 들고 다가오는 서린의 모습에 생명에 위협을 느낀 제하는 옆에 두었던 목검을 살짝 들어 방어 자세를 잡았다.


“뭐야? 한번 해보자 이거야?”


제하가 검을 들고 자세를 잡는 것을 싸우자는 것으로 오해한 그녀는 이제 살기까지 피우며 서서히 거리를 좁혀왔다.


'후우... 빌어먹을 어떻게 방어자세를 잡는 게 싸우자고 해석 되는 건데... 이거 전에는 말려줄 사범님이 옆에 있어서 그나마 그녀석이 안 죽을 수 있었지... 지금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으니...'


어느새 서로의 검이 닿을 사정거리를 두 걸음 정도 놔둔 지척까지 서서히 다가온 서린이 거리를 유지한 채 더 이상 다가오지 않자 제하는 살짝 안심하며 자세가 조금 풀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서린은 몸을 숙이며 제하의 목 부근을 노리며 검을 빠르게 찔러 들어왔고 제하는 급작스러운 상대의 공격에 최대한 빠른 속도로 몸을 뒤쪽으로 날렸다.


‘허억... 허억.. 저..정말 날 죽일 생각인가.’


어찌나 급하게 뒤로 몸을 날렸는지 꼴사납게 널 부러져 있는 제하의 눈에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혀를 차는 귀여운 소악마의 모습이 보였다.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


이내 재차 넘어져 있는 자신에게 다가오려는 그녀의 움직임에 제하는 재빠르게 뒤로 구르며 일어나 자세를 다잡았다.


‘이런 곳에서 죽을 수 없다.’


단 한 번의 일격과 그녀의 눈빛을 통해 제하는 혹시 그녀가 장난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은 싹 갈아엎고 전력을 다해 눈앞의 소악마를 상대했다. 그녀가 머리를 노리고 들어오면 살짝 고개를 젖히며 피하면서 몸을 틀어 허리를 공격했고 제하도 상대의 급소를 노리며 공격하면 그녀도 위험을 느끼고는 재빠르게 검을 뒤로 빠지며 대응했다.


서로의 실력 차는 얼마 나지 않았는지 첫 일격 이후에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공방은 꽤 오래 지속되었고 그렇게 30분 정도를 대치하자 서린은 날렵하던 초기와는 다르게 꽤 지쳐 보였다.


“후후... 이제 많이 지쳐 보이는데 그만 하지? 난 앞으로 몇 시간은 더 할 수 있다고”


제하는 지쳐서 금방이라도 잡고 있는 목검을 떨어트릴 것 같았지만 그녀에게 위협을 가해보았다.


“흥. 사기 치지 마. 그리고, 네 떨고 있는 다리나 멈추고 얘기하지?”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다 보니 제하보다 몇 배는 더 많이 움직여야 했던 서린의 다리는 이미 제하보다 심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이내 심호흡을 하며 떨림을 가라앉히더니 최후의 일격을 가하기 위해 자리를 박차며 다가왔다.


'젠장.. 저것도 체력이 바닥인 것 같은데... 어떻게 이번 한번만 버티자.'


제하가 이를 악물고 상대방의 검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자 거짓말같이 통증이 없어지고 천근만근 같이 느껴지던 검이 가볍게 느껴졌다.


'죽을 때가 된 건가.. 촛불도 꺼지기 직전이 제일 밝게 타오른다고 했지... 그럼 지금이 죽기 직전이라는 건데... 이런 곳에서 죽을 순 없어!'


제하가 죽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자 자신에게로 오는 검이 느껴졌다. 아직 상대는 검도 휘두르지 않은 채 그저 다가오고 있는 상태였지만. 어떻게 어디를 공격할지가 분명히 느껴졌다. 제하는 상대방이 아직 검을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어디를 공격할지 안다는 느낌도 이상했지만 주변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고 포근한 느낌에 그저 기분 좋은 웃음이 나왔다.


‘아... 분명 날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데 왜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지.. 내가 정말 변태였나...’


제하가 웃는 것이 비웃음으로 느껴졌는지 그녀는 더욱 살기를 띄우며 제하의 정수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제하는 이미 어디를 어떻게 공격할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가볍게 한 발짝 발을 빼며 코앞을 지나가는 검을 바라보았다.


‘동작이 너무 크잖아... 여지껏 저렇게 막 휘두르는 검에 당황하며 대응조차 제대로 못했던 건가.’


자신의 일격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너무도 간단히 피하는 제하를 당황해서 쳐다보던 서린은 이내 실실 웃고 있는 제하의 얼굴을 보자 정말 화가 났는지 호흡을 가다듬는 것도 잊은 채 재차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서린이 어디로 휘두르는지 제하의 눈에는 너무도 훤히 들어왔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하면서 제하는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느낌이 좋기는 하지만.... 그만 끝내자’


제하는 모든 신경이 활발하게 살아있는 듯한 이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녀와 조금 더 겨루고 싶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체력도 얼마 안남은 것도 느껴졌기에 마무리를 짓기 위해 그저 몸이 움직이는 데로 상대방의 움직임에 검을 놓았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검을 휘두르는 것에 있어서 거의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지금껏 휘둘렀던 검과는 달랐다.




“그만!!!!”




체육관을 뒤흔드는 사자후 같은 고함소리에 제하는 정신을 차리고 상대방에게 휘두르던 검을 멈추었다.


"응?"


고함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 확인하자 제하의 검은 그녀의 정수리 부근에서 멈추어 있었다.


만약 조금만 멈추는 게 늦었더라면 그녀를 죽일 수 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죽기 직전의 순간에서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파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죽이는 사람을 영혼에 각인 시키려는 듯이. 자신의 나약함에 자신이 졌다는 것에 분하고 억울한 듯한 그 맑고 푸른 눈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제정신을 차린 제하는 그녀의 모습에 움찔하며 검을 거두고는 말했다.


"음... 애초에 네가 먼저 날 죽이려 했다고.. 난... 억울해."


하지만 제하의 말에도 그녀는 아무 대꾸 없이 제하를 쳐다보았고 이내 둘의 대련을 멈추어준 한진령 사범은 다가와서 머쓱하게 검을 내리고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제하와 그런 제하를 그렁그렁한 눈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서린을 번갈아 쳐다보다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에휴... 만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부터 싸움질이냐. 뭐 애초에 너희 둘을 서로 대련하게 하려고 하였으니 별 문제는 없긴 하지만.. 그래도 서로에게 살수를 펼치면서까지 검을 휘두르다니 어떻게 된 일이냐.”


사범님께서 추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울먹울먹한 눈빛으로 아직도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에 제하는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싸움이 일어나기까지의 정황을 사범님께 설명해 주었다.


"그게... 이야기를 하자면.. 굉장히 짧죠. 그냥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아이가 들어오더니 대뜸 저를 죽인다며 싸움을 걸었습니다."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정확한 사실에 제하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서린은 그게 아니라는 듯 변명을 했다.


“아닙니다. 저는 분명 이곳에서 나가라고 말 했는데 저 녀석이 먼저 검을 들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제하는 당황해서 서린을 쳐다보았다.


‘이게 뭔 개소리야... 애초에 검을 들고 살기를 풍기면서 다가온 건 너잖아’


제하의 당황스러운 표정에 한진령 사범은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제하를 바라보더니 둘에게 말했다.


“후.. 알겠다. 여하튼 살수를 쓴 것은 이번 한번만 용서하마. 다음 대련부터는 꼭 내가 참관한 상태에서 대련을 하도록 할 테니 그리 알아 두고 오늘은 둘 다 들어가 보거라.”


한진령 사범의 말에도 서린은 제하에게 시선을 똑바로 고정 시킨 채 말했다.


“... 기필코... 다음에 만나면 널 꼭 죽이고 말겠어.”


짧고 강하게 한마디를 남기고 가는 서린에게 한진령 사범은 잔소리를 하였지만 서린은 이를 무시하고 나가버렸다. 제하는 서린으로 부터 면전에서 살인예고를 듣고는 한진령 사범에게 호소했다.


"다음 대련에서는 절 죽이겠다는데요? 대련은 사범님하고만 하면 안 될까요. 그게 아니더라도 저 사이코랑은..."


"됐다. 네 녀석도 이제 가 보거라."


“그런 게 어딧...”


“씁! 녀석아 썩 안가냐!”


한진령 사범은 자신에게 불만을 궁시렁 거리는 제하를 쫒아내 버리고는 방금 전의 대련을 떠올렸다.


‘허허.. 마지막에 녀석이 보여준 움직임은... 게다가 검을 배운지 1개월밖에 안되는 아이가 벌써 살기를 느끼고 거기에 대응하다니. 역시, 그냥 포기해 버리기엔 재능이 아깝구나. 그래도 녀석. 그 느낌을 느꼈으니 앞으로 더욱 검을 놓기가 힘들어 질게야. 후후후. 제 발로 나의 제자가 되겠다고 들어올 날이 얼마 멀지 않았군. 크하하하---’


막상 제자로 들어올 생각도 하고 있지 않은 제하를 뒤로한 채 한진령 사범은 미래의 제자의 성취에 크게 웃으며 다음 대련을 기대했다.


작가의말

음... 최근 메이플 2  하느라


글을 못썼습니다.... ㅈㅅ


다음편 정도에 게임 들어가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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