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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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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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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85

작성
15.06.3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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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돈.돈.돈 (1)

DUMMY

돈. 돈. 돈.



하루 중 가장 춥다는 동틀 녘. 멀리서 부터 푸르스름하게 어둠이 걷히고 있지만 아직 하늘에 떠 있는 달로 인해 적막감이 감도는 새벽의 인력시장은 제법 춥다는 것을 넘어서 이곳이 러시아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살을 에는 추위가 감돌고 있었다.


2월에 들어서며 올 겨울 가장 추워진 날씨 탓에 이 시간에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도 없었다. 잠에서 깨 활동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서울 인근의 인력시장에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드럼통에 장작을 때우며 굳어진 몸을 녹이는 중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런 중년인들의 무리 사이에 아직 스무 살도 안 되어 보이는 옛 된 모습의 소년이 한 무리의 아저씨들과 너스레를 떨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다다..다.. 아으....아저씨.. 추우니까 뗄감 좀 더 넣으면 안되요? 거 돈도 많이 드는 거 아닌데 팍팍 좀 떼 웁시다. 얼어 디지 겠네."


이미 오랜 시간 아저씨들과 일을 하여 입이 제법 걸걸해진 제하는 입이 돌아갈 만 한 추위에 부들부들 떨면서 조그마한 자신보다 두 배는 부푼 팔뚝을 자랑하는 덩치 좋은 아저씨들에게 투덜대며 말했다.


"아니, 그런 일은 막내가 해야지 버르장머리 없이 형님들 시키는 거 보소. 자식은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니가 빨리 가서 땔감 될 만한 거나 주워와 이 녀석아."


윤 아저씨의 쌀쌀맞은 소리에 제하는 우는소리를 냈다.


"아우... 아저씨가 저보다 늦게 일 시작해놓고 무슨 소리에요.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르란 것처럼 현장에서는 엄연히 현장의 법을 따르라고, 엄연히 따지자면 저도 이제 막내는 아니라 구요."


하지만 제하의 말을 듣던 윤 아저씨가 성인남성 허벅지만한 두꺼운 팔뚝을 휘두르며 위협을 가했기에 빠른 속도로 자리를 피하며 근처에 널려있던 장작을 주워 휘발유 통에 넣었다.

인력시장에서 일한지도 벌써 두 달 째.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학교의 겨울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이 일을 시작하였다. 때문에 아직은 겨울방학기간이라 이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이른 새벽에 나와 차가운 공기를 맛보는 날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고생고생하면서 했던 노가다 일들, 중간 중간 때려 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제하는 자신이 가져온 장작에 휘발유를 부었다. 휘발유를 머금고는 금세 커지는 불길에 이제는 능숙하게 적당히 거리를 조절해가며 쬐면서 몸을 녹였다. 타닥타닥 경쾌한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니 세상을 다 가진 듯 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얼마 남지 않은 개학 날짜와 그동안 땀 흘려 일한 돈을 받는 날이 점점 다가온다고 생각을 하니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따스하게 불빛을 쬐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지켜보던 윤 아저씨는 뭐가 그리 웃긴지 킥킥대며 말을 꺼냈다.


“보통 너 나이 때에는 이런 노가다는 쳐 다도 안 보는데 말이야.”


윤 아저씨는 옛날생각이 났는지 가볍게 웃었다.


“크큭큭. 노가다로 용돈벌이 한다던 멀쩡하게 생긴 녀석들은 하루만 일해도 힘들다고 튀어 나가기 바쁜데 한 시간도 못 버틸 거 같이 비리비리 했던 니 녀석은 어째 용케 지금까지 하고 있는 건지. 신기하다니까.”


“됐어요. 뭐 낸들 하고 싶어서 이 걸 계속 했던 것도 아니었고...”


내가 노가다를 하기 전까지 알바를 찾던 일을 생각만 해도 어이가 없고 황당했기에 그 많고 많은 나라 중에 대한민국에서 아주 많은 시간 대 중 지금 이 시기에 태어난 나 자신의 능력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던 당시를 떠올렸다.



‘쳇, 이런 빌어먹을 대한민국. 도대체가 할 게 없단 말이지’



이곳에서 일 하기 전의 일이 떠오르자 기분이 나빠져 혀를 찼다.





#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난 후. 어머니는 아버지의 재산상속을 포기를 하였고 이로 인해 어머니의 명의로 되어 있던 집은 다행히 빚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지 않게 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는 제하에게 자신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는지 아버지를 잃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는 지인의 소개로 바로 근처의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런 가정 상황을 뻔히 하는데 여름방학이 끝났다고 해서 학교에 간다는 것은 내 자신이 용납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 가지 않고 뭐라도 일을 하며 돈을 벌겠다고 당당하게 선언했다. 이 소리를 들은 어머니께서는 제하를 앞에 앉혀두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요즘 세상에 고등학교조차 제대로 못나온다면 어디 가서 제대로 된 일자리도 구할 수 없다 제하야. 엄마를 생각해 주는 건 알겠는데 진정 엄마를 생각 해 준다면 엄마는 네가 공부를 계속 해서 대학교 까지 만이라도 나왔으면 좋겠어."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어느 정도 집안사정이 기운 것을 알고 있는 판에 대학교 까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몇 번을 다시 말해 봐도 완고하신 어머니의 고집에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다시 다닐 수밖에 없었다.


마지못해 학교를 다니면서도 솔직히 어떻게 버는 돈인지 알고 있기에 어머니께 용돈을 받는 것에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을 시간이 나는 겨울방학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겨울 방학이 시작 하자마자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이 잡듯 뒤지며 일자리를 찾았다.


"엥? 뭐야. 어째서 최저시급이 7000원 인데 죄다 시급이 거기에 미치는게 없냐.. 게다가 이건 또 뭐야? 처음 몇 개월은 그나마 거기서 좀 더 깍고 하는 거 봐서 정규 알바로 채용 한다고?"


여태껏 아르바이트를 해 본적이 없던 제하로서는 당황스러운 조건과 내용에 혀를 찼지만 이 현상은 몇 년 전 부터 지속되어 온 것이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에 대한 스펙이 나날이 높아져 감에 따라 좋은 학교를 나오더라도 취직할 수 있는 문턱은 상당히 높았고 대부분이 졸업을 하면 아르바르트를 해가며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였다.


하지만 높은 취직의 문턱에 사회 초년생의 대부분이 구직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만 근근히 먹고 사는 아르바이트 족 들이 늘어났다. 때문에 굳이 높은 시급을 책정하지 않더라도 일하겠다는 사람은 널렸으니. 최저시급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준다 하여도 면접 보러 오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다고 한다.


제하는 아르바이트 정보를 보던 중 집 근처 편의점에서 평범한 조건에 아르바이트생을 뽑는다는 구인광고를 확인하였다. 일사천리로 전화를 한 뒤 바로 간단한 이력서와 필요 서류를 지참한 뒤 면접을 보러 갔고 바로 매장에서 점장과 일대일 대면 면접을 시작하였다.


제하가 가져 온 이력서를 유심히 보던 점장이 말을 꺼냈다.


"학생... 집은 가까운데 아직 고등학생이네... 뭐 자신만의 특기라던가 자신을 어필할 만한 건 없나요?"


"네. 딱히 특기라고 하기 뭐하지만 젊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모든 일이든 빨리 배우고 사교성이 좋아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주변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이정도 질문쯤이야 예상범주 내에 있었기에 집에서 나오기 전 연습해 두었던 예상답변을 거침없이 말 하고는 의기양양하게 점장을 쳐다봤지만 이내 들려온 점장의 말에 어이가 없어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아니.... 그런 추상적인 게 아니라. 뭔가 자신의 능력을 증명 할 수 있는 거 없냐구요. 학생 전에 면접 본 사람은 연일대학교 졸업에 토익 800점. 영어랑 일본어 회화 가능, 외에 자격증도 다수 있었는데... 흠...학생은 그런 조건이면 누구를 뽑겠습니까."


미쳤다....

겨우 편의점 알바생 하나 뽑는데 스펙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니 이거 세상이 미친 거 아니야? 그 정도 스펙인데 왜 취직은 안하고 편의점 알바 구하는데 지원을 하냐고..."


이후 물어보는 점장의 뻔한 질문에 어색하게 웃으며 형식적으로 이어지는 몇 가지 질문들에 간단하게 답변해 주었다. 허탈하게 집으로 돌아온 제하는 돌아오자마자 다시 구인정보 사이트를 뒤지며 방금 전 면접을 떠올렸다.


합격되면 연락이 갈 테고 연락이 안 가면 미안하지만 떨어진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면접을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도 연락이 올 리가 만무했기에 이후 눈을 조금 낮춰서 평범한 조건이던 안 좋은 조건이던 따지지 않고 전화를 하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그러길 며칠 째, 상황은 앞서 면접 본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무려 20번째에 다다른 면접에서도 별로 내세울 특징이 없는 자신의 스펙에 제하와 면접 담장자는 면접 내내 서로 어색한 웃음만 지었다. 그리고 20번째 면접에서는 면접이 다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력서를 돌려주며 불합격이라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 가게를 나왔다.


"하아... 힘들구나..."


평소 알바를 우습 게 보고 있었는데 막상 구하다 보니 이렇게 힘든 게 없었다. 좋은 조건의 알바는 필수로 여러 자격증이 필요해서 면접을 볼 기회조차 별로 없었고 평범 이하의 알바도 이런 식이니 도대체가 의욕을 내려 해야 낼 수가 없었다.


"하지만... 후.. 포기할 수 없지."


흐려져 가는 초기의 다짐을 상기하며 다시 한 번 의지를 다잡아 열심히 구직사이트를 뒤졌고 꽤 높은 일당을 주는 건설업체 알바를 발견 해 바로 전화해서 면접을 잡았다.


비록 아르바이트 면접이었지만 스무 번에 다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곤란한 질문들은 미리 준비한 멘트 들로 적당히 넘겼고 면접 담당자의 질문에 눈을 맞추며 최대한 성심성의껏 대답하자 드디어 면접 담당자에게서 좋은 쪽으로 대답이 나왔다.


"저기... 학생. 건설 일 이라는 게. 단순해 보이지만 요령도 많이 필요하고 다치기도 많이 다칠 뿐더러 학생처럼 처음 하는 사람에게는 많이 힘들 텐데 괜찮겠어?"


"괜찮습니다. 이래보여도 정신력과 체력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뽑아만 주십시오!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면접 내내 필요 이상으로 기합이 들어간 제하의 목소리에 면접 담당자는 마음에 들었는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역시 젊은 사람이라 패기가 넘치는군. 흠... 그럼 바로 내일부터 가능한가?"


"지금부터라도 가능합니다."


당장이라도 가능하다는 제하의 말에 면접 담당자는 근래에 보기 드문 밝은 인재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바로 일하는 날과 급여를 정하였다. 기간에 있어서 방학동안에 밖에 못한다는 얘기를 들은 담당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웃으며 말하였다.


"하하.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고. 그럼 내일 보도록 하지"


면접 담당자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고 제하는 그것을 힘차게 잡으며 재차 뽑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나이스. 합격이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알바가 구해지지 않을 때에는 정말 어떤 짓을 해도 안 구해 질 것 같았는데 막상 이렇게 구해지고 나니 자신감도 생기고 몸에 활기가 샘솟았다.


"그리고... 일당도 쎈 편이지. 후후후..."


과연 면접 볼 때 했던 말처럼 바로 다음날부터 새벽같이 일어나 노가다를 시작하였고 사람들이 왜 노가다라고 하는지 직접 온몸으로 뼈저리게 체험하며 죽을 것 같이 힘들었지만 정말 돈을 벌겠다는 정신력 하나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주변에서는 젊은 것들은 끈기가 없어서 금방 그만둔다며 처음에는 제하에게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지만 하루 이틀 이를 악물고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버티며 일하는 모습에 어느 새 인부 아저씨들에게 인정받아 금방 아저씨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잠시 회상에 빠져 있던 제하는 다음 공사현장으로 가는 봉고차가 앞에 서자 이내 상념을 떨쳐버리고 탑승했다. 그리고 앞으로 일주일 정도 남은 일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하도록 다짐했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 놓아야 이번 여름방학 때 다시 할 수 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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