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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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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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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7.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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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최고의 기회 (4)

DUMMY

이미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 태양보다 더 밝게 빛나며 고요한 밤하늘을 채워주는 밤늦은 시각. 아카데미 학생들의 수업을 위해 만들어 놓은 제8 체육관 수련장에는 날카롭게 허공을 가르는 죽도소리와 제하가 내는 규칙적인 호흡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제하의 이마에는 꽤 오랜 시간동안 훈련을 계속했는지 땀이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턱 아래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입고 있는 흰색 도복은 빗속에서 한바탕 뛰고 온 듯 흠뻑 젖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많이 지친 듯한 모습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검을 휘둘렀는지 짐작도 할 수 없었지만 마치 오랜 시간 검을 단련해 온 사람처럼 제하가 휘두르는 검 끝은 조그만 떨림조차 느껴지지 않았고 자세 또한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런 제하를 어둠속에서 지긋이 바라보던 노인이 감탄한 듯 중얼거렸다.


“하아... 정말 대단하군. 검을 가르친 지 불과 3개월 밖에 안 되는 아이가 벌써 저 정도의 성취라니.”


노인의 이름은 한진령. 젊었을 적 모든 검도 대회를 휩쓸고 다닐 정도로 일반인들과는 검에 대해서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보여 주었고 전 세계에 더 이상 대적할 상대가 없자 이후 자신의 이름을 내 걸고 검도 도장을 차린 후 후진양성에 힘을 쏟아 한때 검도 후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검도실력을 현재 여타 다른 어떠한 나라에서도 검도에 있어서는 한국을 절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성장시킨 장본인이었다.


나이가 든 지금은 가끔 자신의 도장에 얼굴을 비추며 자신이 아끼는 제자들에게만 이따금씩 대련을 통한 조언을 통해 제자들에게 존경받는 스승으로서의 보람찬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중에 마소그룹으로부터 이번 아카데미의 검술 부분 강사가 되어 달라는 부탁들 받게 되었고 현재 자신의 제자들을 가르치기만 해도 시간이 부족했던 그는 마소그룹 측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 했었다.


하지만 한진령 사범이 마소그룹 측의 부탁을 거절 한 이후 자신이 운영하는 도장에는 갑작스러운 재정난이 찾아왔고 그와 동시에 마소그룹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 밀었다. 마소그룹에서는 현재 도장에서 겪고 있는 재정난을 도와준다며 반 강제적으로 이번 교육에 사범으로 들어와 달라는 부탁을 재차 요구하였지만 이렇게 뻔히 보이는 마소그룹의 술수에 더 기분이 나빠진 한진령 사범은 그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였다.


이후 심해져만 가는 도장의 재정난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해 한진령 사범은 갖은 방법을 동원하였지만 검도나 대련이라면 모를까 돈 문제에 있어서는 마소그룹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애초에 성립조차 되지 않은 싸움이었다.


자신이 사범으로 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포기할 것 같지 않은 그들의 태도를 눈치 챈 한진령 사범은 마소그룹의 더러운 방법에 치를 떨며 사범 제의에 동의 하였지만 마소그룹에서 자신에게 했던 비신사적인 행동으로 인해 애초에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생각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이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을 혹여나 눈치 챈 마소그룹 측에서 도장에 재차 보복이 들어올 것을 우려하여 가르치고 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확실하지만 가장 배우기 힘든 방법으로 가르쳤다.


검을 배우는 것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지만 하기 힘든 기본기 위주의 수업으로 가득 차 버린 재미없는 검술 수업에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서 반복되는 기초 훈련에 진저리를 치며 수업의욕이 나날이 꺾여만 갔다.


“저 사람이 정말 세계 최고의 검도 실력자 맞아?”


“무슨 근력운동이랑 하체단련만 벌써 한 달 째야 도대체 검은 언제 가르쳐 주는 거야?”


“아우 못해먹겠다. 저 사범이란 사람 사실 소문이랑 다르게 영 실력 꽝 인거 아니야?”


“그러게... 첫날 빼고는 목검을 잡아 본 기억이 없으니.”


마소그룹의 후계자가 걸린 중대한 사항에 이 아카데미에 오기 전부터 검술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 대부분은 이미 여러 도장들을 다니며 검술에 대한 기본을 배워 온 상태였다. 그나마 그의 지시를 따르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그들의 집안에서 강하윤 사장의 눈치를 보는 것을 생각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한진령 사범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기초 훈련만 주구장창 해대는 한진령 사범의 교육방법 탓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마음은 이미 불만과 다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고 한진령 사범의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뭣 하러 이런 어스를 하는데 실직 적으로 하나 도움도 안 될 것 같은 무의미한 기초 훈련만 계속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 짜증이 나기만 했다.


“에휴.. 차라리 검술 수업은 신청하지 말걸 그랬나봐...”


“그러니까. 주변 눈치 때문에 빠질 수도 없고 에휴...”


모두 집안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빠지지 않고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누구이겠는가.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나이가 든 지금에도 전 세계에서 검도에 있어서는 상대할 자가 없는 자였다. 훈련한다고 도복 입고 서 있는 자세만 봐도 학생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곳에 서 있는지 단번에 알아 챌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이런 학생들의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한진령 사범은 기초 훈련만을 반복하는 것에 질려버린 학생들이 수업에 비협조적이고 집중하지 못하는 태도를 내비치는 것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것들만 골라서 가르치기 시작했다.


“자. 자. 하체 훈련 다음으로는 지구력 훈련이다. 우선 간단하게 운동장 열 바퀴만 뛰도록 할까”


“저기.. 한진령 사범님. 기초훈련은 이제 되었으니 검을 가르쳐 주시면 안될까요?”


“맞아요. 벌써 한달 째 검이라고는 1초도 잡아 본 적이 없잖아요.”


“검을 배울 자세부터가 안 되어 있는데 검은 배워 무엇 하냐. 시키는 거나 똑바로 할 수 있을 때가 오면 그때 가서 어련히 가르쳐 주마.”


단박에 거절하는 한진령 사범의 단호한 말로 인해 학생들은 한숨과 원망어린 눈빛을 얼굴이 뚫어져라 보내고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이제 막 하체 훈련이 끝난 학생들을 한명도 빠짐없이 체육관 밖 운동장으로 내쫒아 버렸다.


한진령 사범도 애초에 이정도 까지 대충 가르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첫 수업 당시 한진령 사범은 떠밀리듯 맡게 된 수업이었지만 그래도 마소그룹에서 자신을 이렇게 까지 몰아가면서 가르쳐 달라는 아이들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첫날 아이들의 실력을 알아보겠다는 명목하에 한명도 빠짐 없이 서로 대련을 붙여 보았다.


대체적으로 이곳에 오기 전 검술을 어느 정도 배워 온 아이들이었기에 어느 정도 자세는 나왔지만 그가 보기에는 기초조차 제대로 잡혀 있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대충 아이들의 수준도 아카데미에 오기 전 급하게 배운 티가 많이 났기 때문에 학생들의 대련을 보는 한진령 사범의 눈에는 하나 둘 아이들의 안 좋은 버릇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쯧. 애초에 검술을 배우지나 말았으면 다행이지. 어디서 저런 거지같은 자세를 배워온 거지?’


애초에 한번 자세가 안 좋은 쪽으로 잡혀 버리면 새로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를 가르치는 편이 훨씬 나았다. 어디서 검에 대해 겉멋만 잔뜩 들어버린 채로 자신에게 검을 배운다고 앞에 서 있는 학생들의 태도가 그의 눈에 그렇게 고와보일 리가 없었다.


그가 보기에 대충 아이들의 재능도 그저 그랬고 그 중에서도 정말 처음 검을 잡는 것이 눈에 보일정도로 튀는 움직임을 보였던 제하는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일 정도였다.


‘부족하긴 해도 근력이나 체력은 여기 모인 아이들 중 가장 좋은 것 같은데.. 검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나보군.’


첫 날의 테스트 이후 한진령 사범이 학생들의 근본적인 태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했던 무리한 기초훈련 당시. 투덜대며 대충 겉모양만 따라하고 있는 학생들 중에서 단 한명 제하만은 한진령 사범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한 점의 의심 없이 따라했다.


기초훈련이라는 게 대부분 힘들고 지루한 것들 투성 이었지만 제하는 단 한마디 불평불만 없이 자신이 말한 것들을 해내 갔다. 첫 수업 이후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한진령 사범이었지만 제하는 한 가지를 가르치면 그 하나를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우직하게 홀로 체육관에 남아가면서 노력했고 다음 수업 전까지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세달이 지난 지금까지 구슬땀을 흘리며 늦게까지 홀로 수련장에 남아 거의 이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자신이 내 준 숙제를 완벽하게 완수해 가는 제하를 보며 한진령 사범은 눈을 빛냈다.


“허허... 저 정도면 이제 검을 배우는 기초적인 몸의 근육은 잡힌 것 같고... 애초에 검을 제대로 가르칠 생각 따윈 하지 않았는데... 저 녀석이라면 내 마지막으로 제대로 한번 키워 볼 가치가 있는 녀석일지도...”


한진령 사범이 제하를 자신의 제자로 들여서 제대로 가르칠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데 그런 그의 옆으로 성인 남자보다 머리하나는 더 큰 건장한 체격의 중년인이 다가오며 말을 걸었다.


“하... 영감님 나이를 생각 하셔야지요. 그 나이에 제자를 들이신다니.. 그리고 저 녀석은 이미 제가 먼저 침 발라놨습니다. 상도덕이라는 게 있는데 이렇게 눈독 들이면 안 되시죠.”


“헹, 기껏해야 고작 격투기나 조금 할 줄 아는 녀석이 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친다는 것이냐. 그리고 네 놈의 수업은 오늘이 아니었을 텐데.”


격투기에 있어서는 이미 전 세계에 있어서 모든 대회를 석권하며 이제 세계에 주먹으로는 견줄 사람이 없었던 권호현은 한진령 사범의 말에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고작 격투기라니요... 그리고 영감님은 굳이 저 녀석이 아니더락도 서린이 녀석이 있지 않습니까. 나이도 많으신 분이 말년에 제작욕심은 왜 이렇게 많으셔서 그러십니까.”


“녀석아 내가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그 정도의 안목도 없어진 줄 아는 게냐. 물론 서린이도 재능이 있지만. 어디 저 녀석만 하겠느냐.”


두 사범이 대화를 주고받는 와중에도 푸르스름한 달빛을 받으며 흔들림 없이 허공에 일정하게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제하를 보며 한진령 사범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하아... 그런데 참 아쉽단 말이지. 지금도 분명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만. 현재 주변에 저 실력에 견줄만한 아이가 없으니..”


한진령 사범이 고민에 빠져 있자 권호현은 고민에 빠져 있는 그에게 말했다.


“서린이라면 지금 저 녀석에게 조금 자극이 되지 않겠습니까?”


“애초에 강하윤 사장에게 언질을 받았을 때 서린이가 상당히 낯을 가리니 특별히 주의해 달라고 따로 당부까지 받았는데. 그건... 흠.. 그래도 생각해 볼 만 하겠구나...”


한진령 사범은 제하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지켜보며 깊이 생각해 보더니 이내 결심한 듯 말을 이었다.


“애초에 제대로 가르칠 생각은 없었다만. 이렇게 된 것. 일단한번 제안해 봐야겠지.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될 테니까.”


작가의말

어휴 ㄷ_ㄷ 오늘 아침에 확인하는데 추천이 확 늘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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