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15
추천수 :
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7.08 23:40
조회
326
추천
2
글자
13쪽

최고의 기회 (5)

DUMMY

첫 검술 수업이 있던 당일.

그래도 자신의 몸이 노가다를 하며 꽤나 단련되었다고 생각되었기에 제하는 여기에 모여 있는 학생들 중 그 누구와 비교하여도 힘과 체력만큼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솔직히 싸움 또한 못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제하는 첫날의 검술 수업 당시 학생들의 실력을 알아본다며 무작위로 짝을 지어 대련을 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이 이 무리에서 어느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살짝 기대를 해 보았다.


그리고 제하와 대련이 잡힌 상대는 대충 보기에도 너무 평범해 보였다. 때문에 방심한 것이 있었을 지라도 자신이 별로 차이도 나 보이지 않은 또래의 상대방에게 그렇게 간단하게 질 것 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 하였다.


선수 필승이라 하였는가. 대련이 시작되자마자 상대방에게 빠르게 달려들며 휘두른 공격은 너무도 쉽게 흘려보내졌다. 게다가 이어진 상대의 반격에 어떻게 손쓸 방법 없이 두들겨 맞고 말았다. 이어지는 상대의 쉴 새 없는 공격에 그저 감각에 의존해서 막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는지 제하가 엉성한 자세로 막으며 생기는 틈을 상대방은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왔다.


때문에 제하는 상대방의 공격을 방어만 하는 것도 급급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다 결국 자멸하고 말았다. 그렇게 제하의 첫 대련은 검을 배운 사람과 배우지 않은 사람의 차이를 확연하게 보여 주듯이 대련하는 내내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며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로 처참하게 패배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첫 대련을 지고 난 이후. 이곳저곳 멍투성이가 된 몸으로 앉아서 다른 학생들과의 대련을 지켜보며 한층 더 자신의 현재 실력에 좌절 했다.


“..... 기껏해야 남들보다 체력이랑 힘만 좀 더 좋다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 했던 건가...”


자신이 대련하기 전까지는 잘 보이지 않던 학생들의 움직임이 집중해서 보기 시작하자 방금 전까지 자신이 했던 엉성한 몸짓과는 달리 발걸음 하나 손짓 하나의 움직임에도 날카로움이 존재했다.


물론 다른 이들은 아카데미에 오기 전 빠르면 최소 6개월 전부터 어스를 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격투술 이나 검술 등을 배우고 온 상태였기 때문에 아예 초심자인 제하와는 확연히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카데미에 오는 것도 바로 하루 전에 일방적 통보 식으로 듣게 된 제하가 이런 상황을 알 리가 없었다.


‘여기 애들은 밥 먹고 쌈박질만 했나....’


이 후 제하는 정말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모든 수업에 임했다. 하루에 잠자는 시간과 수업시간을 제외하면 매일같이 지쳐 쓰러질 때 까지 체육관에서 그날 배웠던 무술 수업을 반복했다. 하루에 땀에 절은 도복을 세벌정도 갈아입기 전까지 집에 돌아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론수업에 있어서도 집에 돌아오면 아무리 육체적으로 피곤해도 당일 배웠던 모든 내용들을 복습하며 노트에 써 내려갔다.


모든 수업을 신청했던 제하였기에 그 수업들을 전부 듣고 정리에 복습까지 하기에는 정말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 하지만 제하가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으며 생각했던 것이 모든 과목들 중에 단 하나의 과목이라도 어스를 하는 데에 있어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이 없었다. 어스에 대한 것들을 가르쳐 주는 것이기에 겹치는 내용들도 살짝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수업들은 독립적으로 논문을 써도 될 만큼 방대한 지식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따로 수업을 만들어 놓은 거겠지만...’


어스의 오픈까지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6개월의 아카데미 교육기간동안 무술 수업만 해도 초기의 기초단계를 지나 심화 과정에 들어가니 제하로서는 그날 배운 것을 하루 종일 연습한다고 해도 겨우 소화해 낼까 말까 한 정도였다.


하지만 주변에서 한 가지 무술 수업을 듣는 학생들조차 한주 내내 뼈 빠지게 노력해서 겨우 따라잡을까 말까하는 것을 무려 전 과목에 있어서 매번 기대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며 전 무술사범님들의 총애를 받는 제하를 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이미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쟤가 그 전 무술 수업을 다 듣고 다닌다는 미친놈이지?”


“말도마라. 그냥 무술수업만 다 듣는다면 그냥 운동에 미친놈이라고 생각하겠는데 내가 격투술 같이 듣는 애랑 말하다 들은 건데 저놈 이론 수업도 전부 다 듣고 있다더라.”


“뭐?... 난 지금 어스의 역사랑 몬스터의 이해만 듣는데도 정리하는데 머리 터지겠던데?”


“나도 이론 수업 3개정도 신청했다가 하나는 거의 포기상태잖아. 뭐 그렇게 알려 줄 내용이 많은지 겨우 수업 하나 정리하는데 하루가 다 부족할 정도더라.”


“의욕이 넘치는 건 알겠는데.. 쟤는 그럼 전 수업을 다 듣는다는 거야?”


“그러니까. 킥킥킥. 망했지 쉬는 날도 없는데. 배운 거 정리는 언제 하겠어?”


“쯧쯧.. 무식하기는. 저런다고 머리에 남는 게 있으려나.”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제하는 옆에서 학생들이 뭐라고 비아냥거리던 간에 제하는 그저 묵묵히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언제나 땀을 비오듯 흘려가며 검을 휘두르고 있는 제하의 모습에서는 초기의 엉성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이제는 검 끝에서 조금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강하고 부드러운 검의 움직임에서 보는 이로 하여금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있을 법한 약간의 호흡의 흐트러짐이나 자세에서 약간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사백팔십, 사백팔십일, 사백팔십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매분 매초 발전해 나가는 제하의 모습을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한진령 사범은 제하를 멈추게 하였다.


“그만.”


보통 자신이 훈련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잘못된 점을 지적해 주는 때 외에는 멈추게 한 적이 없는 것을 알았기에 근래에 들어 별다른 지적을 받은 적이 없었던 제하는 한진령 사범님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도 동작을 멈추고는 숨을 고르며 공손히 물었다.


“후우.... 후.. 혹시 잘못된 것이 있었습니까.”


“아니다. 흠... 하지만 더 이상 기초만 가르치는 것은 무리가 있겠구나.”


“그러면...”


아카데미가 시작한지도 이제 5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다른 수업들과는 다르게 항상 기초가 중요하다고 지금까지 검술에 있어 별 다른 것은 안 하고 겨우 내려치기 등의 기초 자세만 반복하고 있던 학생들은 한진령 사범의 말에 모두 줌 죽이며 귀를 기울였다.


“흠... 우선 내 방으로 자리를 옮긴 후 얘기 해 주마. 그리고... ”


한진령 사범은 검을 휘두르고 있던 학생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네 녀석들은 기초나 제대로 하고 그 다음을 배울 생각을 하거라! 아직 기초도 제대로 못하는 것들이 무슨 언감생심 이냐.”


한진령 사범이 소리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너무 제하만 편애 하는 것 아니냐며 우는 소리가 나왔지만 그들은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서로 사범님에게 들리지 않게 수근댔다.


“저런 독종자식이랑 비교하면 어떻게 하냐고...”


“분명 첫 대련 때는 나보다 약했던 것 같은데...”


“저 자식 분명 사범님께 뭔가 로비를 한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랑 별 다를 거 없어 보이는 저 녀석만 사범님이 편애한다니.”


다른 학생들의 시기와 불만을 뒤로한 채 둘은 자리를 이동했고 한진령 사범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며 제하에게 준비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제하야...”


“네 사범님.”


“흠... 아까도 말했듯이 솔직히 말해서 기초만 계속하는 것은 별로 너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구나...”


한진령 사범은 결심이 선 듯 신중하게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말이다.. 내 이번에 너를 제자로 받아 들여 제대로 검을 가르치려 하는데 네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구나.”


과거 세계 제일의 검도 실력을 가졌었고 지금도 막대기 하나만 주어지면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는 한진령 사범의 급작스러운 제안에 제하는 심각하게 고민에 빠졌다.


‘흠... 곤란한데.. 솔직히 기본기는 이제 충분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싶지만, 새로운 것을 배운다고 해도 이전처럼 도장에 남아가며 연습하기엔 어스의 오픈이 얼마 안 남았다. 괜히 제자가 된다고 했다가 앞으로 게임할 시간도 뺏겨가며 수련해야 되는 거 아니야? ... 절대 안돼. 남들보다 1래벨 이라도 앞서나가야 할 판에 그럴 시간이야 없지.’


‘무엇보다... 수련한다고 돈이 나오는 게 아니니까.’


잠시 현질적인 문제들을 고민하던 제하는 한진령 사범의 제안에 단호하게 말했다.


“싫습니다.”


“그래. 분명 너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응? .... 뭐라고?”


제하가 당연히 자신의 제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한진령 사범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되물었다.


“지금... 네 녀석이 어떤 제안을 거절했는지 알기나 아는 것 이냐?”


“예.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아니 세계에서 검도로 제일이 된 한진령 이었다. 그가 현재 제자를 받는다고 한다면 아마 그 즉시 전 세계에서 내 노라 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검을 배우기 위해 구름같이 모여들 것 이다. 한진령 사범은 상식적으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제하의 결정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 황금과도 같은 기회를 거절한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싫다는 그 이유가 무엇이냐.”


제하는 거짓으로 둘러대기도 뭐했기에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흠... 제가 앞으로 어스를 시작 하게 되면 지금처럼 체육관에 남아서 연습 한다거나 따로 검술훈련을 할 만큼 시간이 많지가 않을 것 같아서요. 사범님의 제자가 되면 좋겠지만 앞으로 수련한답시고 이리저리 시간을 뺏기게 될 텐데 그건 좀...”


‘허허... 고작 게임이나 한다고 이런 천금과도 같은 기회를 놓쳐버리다니!’


한진령 사범은 고작 게임이나 한다며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제하에 대해 어이가 없었지만 자신이 지금까지 여러 제자들을 가르쳐 봤어도 제하만한 아이를 본 적이 없었다.


초기 자신은 별 기대를 하지 않고 가르쳤던 것들이었지만 제하는 자신이 알려주는 것들을 따라하면서 지금껏 자신이 가르쳤던 그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였다. 게다가 지금까지 어떤 것을 시켜도 우직하게 아무 불평불만 없이 하나하나 따라오는 것을 보고 재능도 재능이거니와 심성 또한 문제가 없음을 느꼈다.


이에 별 기대도 없이 아카데미에 왔던 그는 노년에 자신의 뒤를 이을 인재를 발견했다는 것에 기뻐하며 내심 표현은 안했지만 제하에게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한진령 사범의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하가 수련에 임할 때의 눈빛이었다. 매번 어떠한 과제를 내 주어도 훈련에 임할 때 마다 양 눈 가득 독기를 품고 아무리 힘들고 무리한 것을 시키더라도 일말의 의심 없이 버텨내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젊었을 적 자신이 떠올랐기에 한진령 사범은 다른 이들보다 제하에게 더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하아.... 분명히 제대로 가르친다면 어쩌면 예전의 나를 뛰어 넘을 정도로 엄청난 물건이 될 녀석 같은데... 이대로 포기하기엔 녀석이 너무 아깝고.. 이를 어쩐다...’


검을 배우는 것에 있어서 물론 재능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노력과 수련에 임하는 독기라고 보는 그였기에 제하가 그동안 보여준 능력을 눈여겨보던 한사람으로서 제하의 선택은 너무도 안타까웠다.


제하를 앞에 두고 이리저리 한참을 생각하던 한진령 사범은 제하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였다.


“흠... 네가 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제자가 되는 건 일단 보류해 두는 것으로 하고... 그러면 앞으로 기초수련 시간에 대련을 통한 수련을 하는 것이 어떠냐.”


한진령 사범의 뜬금없는 제안에 제하는 곰곰이 생각해보고 대답하였다.


‘어짜피 어스의 오픈 전까지 하는 건데 별 상관없으려나... 게다가 애초에 검술 수업시간에 하는 거니 별로 다른 수업에 영향이 있지는 않을 것 같고.’


“뭐.. 좋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강제적으로 시간 외에 수련을 강요하시면 안 됩니다.”


“크하하하. 알겠다. 내 네 녀석에게 강제로 수련을 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그럼 다음 수업부터 너는 따로 대련을 시작 할 테니 그렇게 알아 두거라.”


한진령 사범은 제하의 제안에 호쾌하게 웃으며 대답했고 제하는 예를 갖추고 다시 수련장으로 내려갔다.


"크크크. 네 녀석 성격에 대련을 하게 되면 앞으로 싫어도 수련을 열심히 하게 될 것이다. 네가 원하지 않더라도 말이지."


말년에 발견한 원석을 그렇게 간단히 포기할 수 없었던 한진령 사범은 뒤돌아가는 미래의 제자를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작가의말

아이고 애 게임해야되는디 꼬시지 마이소.

현대판타지 될 기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올리는 시간 오후 11시 30분 ~ 12시 30분 고정 15.07.07 239 0 -
공지 감사하게도 제 글을 봐주시는 분들께. +2 15.06.29 337 0 -
15 최고의 기회 (6) 15.07.13 282 1 22쪽
» 최고의 기회 (5) 15.07.08 327 2 13쪽
13 최고의 기회 (4) 15.07.06 313 3 12쪽
12 최고의 기회 (3) 15.07.05 412 1 25쪽
11 최고의 기회 (2) 15.07.04 338 2 7쪽
10 최고의 기회 (1) 15.07.03 362 3 18쪽
9 돈.돈.돈 (2) 15.07.02 353 4 13쪽
8 돈.돈.돈 (1) 15.06.30 379 3 12쪽
7 어스 (2) 15.06.29 386 2 14쪽
6 어스 (1) 15.06.29 412 2 16쪽
5 변화의 시작(3) 15.06.28 440 2 19쪽
4 변화의 시작(2) 15.06.27 474 3 11쪽
3 변화의 시작(1) 15.06.27 415 4 11쪽
2 프롤로그(2) 15.06.26 619 4 11쪽
1 프롤로그(1) 15.06.26 1,002 6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