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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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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01
추천수 :
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6.26 09:20
조회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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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프롤로그(2)

DUMMY

하늘의 태양은 그 열기가 최정점에 다란 듯 자신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그 에너지는 안그래도 뜨거운 운동장 모래를 더욱 가열하여 마치 고기집의 불판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기온변화 따위는 잘 느껴지지 않는건지 아니면 전신의 신경이 마비되어 온도가 잘 느껴지지 않는 몸이 된 건지 공 하나만 던져주면 이 불볕더위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양이 꼭 비오는 날 밖에 나가면 사정없이 날뛰는 강아지들 같았다.


“이야.... 무슨 더위가 정도가 있어야지. 축구를 하는게 아니라 마치 고기가 된 느낌이야.”


“헤엑.. 헤엑.. 그러니까 말이야. 지구 온난화가 심하다더니 이거 매년 더 더워지는 거 같아.”


정신머리는 양심이 좀 없어도 몸뚱아리는 그래도 정직했는지 정확히 옷이 가리고 있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얼굴의 피부까지 전부 벌겋게 된 녀석들이 삼삼오오 불평을 늘어놓으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중 태양에 가장 많이 그을려 피부가 조금씩 벗겨져 있는 아이가 에어컨이 바로 내리 꽂는 가장 시원한 자리에서 추운지 체육복을 이불처럼 둘둘 두르고 책상에 누워 단잠에 빠져 세상모르게 자고 있는 제하를 발견하고는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이야... 제하 쟤는 오전부터 점심도 안 먹고 계속 자는 거야?”


“쟤 요 근래 계속 저러던데, 자식이 학교가 아니라 모텔이야.”


체육시간이 끝나고 아이들이 들어오며 내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버린 제하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비비며 자신을 불쌍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는 동수와 민기에게 고개를 돌렸다.


“여... 안..녕?”


힘겨운 듯한 제하의 인사에 안쓰러운 듯 두 녀석은 혀를 차며 걱정해 주는 척 하더니 무려 점심시간까지 걸러 가며 취침을 취하던 시간 동안 자기네들끼리 있었던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혼자 있을 때는 시원하던 교실의 온도가 미친 듯이 운동장에서 뒹굴다 온 사내자식들 덕분에 중탕을 넘어서 열기가 느껴지자 제하도 마냥 잠만 자기에는 불편해졌는지 살짝 일어나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쯧쯧... 아침에 학교 와서 이제야 일어났냐. 조금만 늦었으면 얼굴도 못 보고 집에 갈 뻔 했네.”


“으... 어제 밤을 샜더니 하하.. 그것보다, 너네도 엊그제 아우 확장팩 새로 나온 거 알잖아?”


“알지. 나도 그거 나오자마자 해 봤는데. 엄청 재밌더라.”


“그거 하느라 아주 죽을 거 같다. 요 근래 해 뜨는 거 보는 게 취미생활이 된 거 같아.”


제하가 죽을상을 지으며 힘겹게 이야기 하고 있는데 옆에 있던 동수가 이상한 듯 물었다.


“근데 그거 횟수 제한 있어서 그렇게 많이 못하지 않아?”


당연하다. 여가부에서 게임폐인을 줄인다는 명목 하에 모든 게임에 피로도나 던전의 입장 횟수 등으로 하루에 할 수 있는 시간을 줄여버리는 시스템을 걸어 하루 종일 폐인처럼 게임만 계속 하는 것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하는 오히려 그 시스템 덕분에 더 피곤하다는 듯한 얼굴로 얘기했다.


“물론 그렇지, 그런데 캐릭터를 여러 개 키우니까 시간이 부족해... 지금 전 직업 다 키우고 있는데 야자 끝나고 집에 가서 게임만 해도 하루종일 이거든.“


마치 게임을 해야만 한다는 일념 하나로 움직이고 있는 언데드와 같이 생기라고는 1퍼센트도 느껴지지 않는 제하의 말에 동수와 민기는 얼굴에 ‘미친’이라는 단어가 보이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에휴.. 기껏 만들어 놓은 좋은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다니...”


“저 정신으로 공부를 했으면 전교 1등도 무리는 아니었을 텐데...”


제하는 기껏 졸린 것을 참아가며 말해주었건만 마지 자신을 안쓰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하고 있는 두 녀석을 적당히 무시했다. 에어컨을 얼마나 틀어댔는지 이내 안정을 찾은 실내 온도 덕분에 다시 쏟아지려는 잠의 기운을 느끼며 앞에서 조잘거리고 있는 녀석들에게 고개를 돌려 잠을 청하려 하였다.


“그래서, 수익은 좀 있어?”


하지만 예전부터 내가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바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동수가 돈 얘기를 꺼내자 이번에 현금화를 한 아이템들을 생각하니 잠이 달아나는 것을 느꼈다.


제하는 게임을 시작하고 난 이후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통장잔고가 떠오르자 기운이 조금 돌아왔는지 자세를 고쳐 잡고는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 아직 현금화는 안했지만 한 70만원 정도? 모은 것 같아.”


“뭐? 너 그 게임 다시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됐잖아? 역시... 게임폐인...”


“게임페인?”


다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제하는 게임폐인이란 소리에 조금 민감했다. 애초에 주변에 게임을 많이 하는 것처럼 이미지가 잡히는 것이 싫기도 했거니와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을 폐인처럼 오래 하는 것도 게임이 나오고 보름정도 밖에 안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한 번 시작하게 되면 그 누가 뭐라 해도 모든 시간을 게임에 집중한다.


누구에게나 가끔 자신을 미치도록 몰입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누군가에겐 스포츠 이거나 또 누군가에게는 드라마 일 수도 있다. 제하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게임일 뿐이었다. 게다가 질리게 되면 다시 하고 싶어지는 게임이 나오기 전까지는 컴퓨터도 잘 키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 게임폐인이란 소리를 듣는 것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제하가 게임폐인이라는 소리에 기분이 나빠져서 되묻자 동수는 바로 꼬리를 내리며 순종적으로 바꿔 말했다.


“아뇨 우리 형님을 누가 게임폐인 이랍니까. 사업가죠 1인 기업 사장님.”


“어휴.. 그렇게 아부한다고 나한테 뭐가 나오냐?... ”


말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제하는 이번에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쌓여가고 있는 돈 생각을 하자 본인은 그러려고 하지 않는데도 입 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현재 제하가 하고 있는 게임은 제작 당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던 게임이었다. 뭐 현재의 게임을 뛰어넘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겠다나 뭐라나 하는 야심찬 기획으로 오픈베타가 시작 되자마자 엄청나게 사람이 몰렸고 게임을 좋아하던 제하였기에 순수하게 게임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 시작하는 것이기도 하였지만 제하가 노리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것 외에도 이 게임이 오픈을 하고 얼마 안되는 기간 동안 남들보다 열심히 모은 게임 아이템이나 골드 등을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현금화 하는 것 이었다.


대부분의 게임은 대규모 업데이트라던 지 새롭게 오픈을 할 경우 오픈 후 일정 기간 동안은 아이템이나 게임머니의 현금 전환률이 높다. 게다가 새롭게 시작하는 신규 유저 또한 어마어마 하기 때문에 저 래벨대의 장비라도 쓸 사람은 넘쳐났고 나중 가서는 너무 많이 드롭되어 헐값에 거래되거나 인벤토리칸만 차지한다고 줍지도 않는 잡템들도 초기에는 꽤나 필요로 하는 유저들이 많기 때문에 그러한 수요를 바탕으로 일정 이상 시세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고로, 초기에는 줍는게 전부 돈이다. 제하와 같이 마음잡고 무리를 해서라도 엄청나게 게임을 한다면 단기간에 의외의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 이다.


평소 어머니께서 주시는 용돈이 조금 약소했던지라 제하 나름대로의 편법으로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으며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열심히 70만원을 게임 시세로 환산하던 민기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있는 제하에게 물었다.


“제하야 근데 이번 게임은 언제까지 할 거냐?”


제하는 현재 하고 있는 게임을 잠시 생각해 보고는 말했다.


“2주... 정도 가려나?”


“이야 그래도 이번엔 조금 길게하네.”


“뭐... 이번엔 조금 재미있거든”


“크크 넌 그게 좀 문제야. 엄청 열 내서 하는 만큼 엄청 빨리 질린 다는 거?”


제하도 얼추 그 말에는 동의를 하는 듯 혀를 차면서 말했다.


“쯧... 게임이 재미있어야 계속하지. 마우스 클릭만 하고 키보드만 두드리고 있으면 파릇파릇한 18세 팔에 벌써부터 오십견 오겠어.”


“하하하. 그러니까 운동을 하라고 매일 게임만 한다고 학교 와서 그렇게 누워 있지만 말고.”


“충고는 고맙지만, 학교는 나의 충전소야. 안자면 죽을 거 같다고.. 아.. 너네랑 말했더니 또 졸리네. 에너지를 너무 소모했어...”


운동 하라는 친절한 충고를 해주는 민기의 말에 안 그래도 피곤한 몸이 더 피곤해 지는 것을 느낀 제하는 몸소 손사래를 치며 거절해 주었다.


“어휴.. 자식 그렇게 싫어하지 말고, 몸도 비리비리한 게 그렇게 살다가는 쓰러질 거 같아 걱정돼서 한 말이야.”


“내가 어딜 봐서. 이래 뵈도 대한민국 열여덟살 고등학생의 표준 체형이라고.”


같은 또래에 있어서 적당한 키에 솔직히 운동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근육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게임을 한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도 평소 밥먹는 거 외에는 잘 먹지 않는 검소한 습관 때문에 오히려 자신이 보기에는 조금 말라 보이는 균형 잡힌 몸매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기에 여기에 얼굴만 좀 받쳐주었다면 여자 꽤나 만나고 다녔을 거라며 스스로의 몸에는 은근히 자신감이 있던 터였다.


하지만 어딜 봐도 딱 좋은 180 정도의 키에 적당한 운동으로 균형 잡힌 탄탄한 몸을 가진 민기의 충고는 나의 자신감을 깍아 먹었다.


“쳇, 내가 니 정도 체력이었으면 겨우 게임하느라 날 좀 샜다고 해서 이렇게 눕지는 않았을 텐데...”


다른 건 별로 부러울 게 없었지만 가끔 운동을 할 때도 그렇고 체력이 좋은 사람들을 보면 조금 부러웠다. 새롭게 게임을 시작할 때만 되면 이렇게 뻗어버리는 자신의 저질 같은 체력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 있어 지장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저번에 다른 신작 게임이 발매 되었을 때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주말 내내 게임만 하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병원 응급실 신세 까지 지는 진기한 경험을 했었다. 부모님에게는 엄청 깨지고 한동안 컴퓨터 금지령이 떨어져 결국에는 열심히 벌어두었던 게임 아이템들도 제 시기에 팔지 못해 손해를 봤던 것을 생각하면 아주 가끔은 운동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는 우선 내 눈앞의 잠이 더 중요하고 집에 가서 해야 할 신작 게임이 중요했기에 일찌감치 운동하는 것은 포기하였다.


“... 너무 오랫동안 깨어 있었나봐. 졸려 죽겠네..”


“어 그래 열심히 주무세요. 그래야 저녁에 또 열심히 게임해서 돈벌지.”


동수 녀석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대꾸하기도 귀찮아진 제하는 다시 처음 자던 자세로 돌아가서 다시 잠드는데 불과 10초도 걸리지 않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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