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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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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06
추천수 :
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6.27 10:22
조회
473
추천
3
글자
11쪽

변화의 시작(2)

DUMMY

#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학교가 뒤집힌 게 아니라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제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거의 도배가 되다시피 바뀌고 있는 실시간 검색어를 확인했다. 그 내용인 즉,


‘마소 그룹 긴급 기자회견. 강하윤 대표의 자진 사퇴.’


짧고도 굵었다. 약 10분 전 무료하게 야간자율 학습 감독을 하고 있던 담당 선생님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 나간 이후로 하나 둘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로 나오고 있는 기사들을 확인하며 하나 둘 술렁이는 분위기가 이어졌지만 이 술렁임을 막을 선생님이라는 존재는 언제 나타날지 오리무중이었다.


“야야 대박 아니냐?”


“그 살모사 얼굴이 시퍼래져서 나간 게 설마 이거 때문인가?”


“에이 설마. 집에 뭔 일이라도 났나보지. 마소그룹이랑 지랑 뭔 상관이 있다고.”


맨 처음 수근 대던 술렁임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였고 이제는 실시간 검색어로 올라오는 마소그룹의 이야기 보다는 저마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들로 왁자지껄 떠드는 시장 통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이정도 큰 소리가 난다면 옆 반에서 감독하고 있는 선생님이 올 만도 했지만 다른 교실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인지 술렁임은 커져만 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들이 떠들던 것도 수그러들어 갈 때 쯤 회의가 있으니 교내의 선생님들은 교사 회의실로 모여 달라는 방송과 함께 얼마 안 지나 다른 반에서 야간자율 학습 감독을 하고 있어야 할 담임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왔다.


“음.... 너희들도 조금 전 큰 사건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 때문에... 현재 몇몇 선생님들이 수업이 불가능하신 상태다. 따라서, 방금 전 선생님들끼리 있었던 회의에서 지금 시간 이후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 할 수 없다고 결정이 났다. 그러니 모두 오늘은 단축수업 한다는 생각으로 집에 돌아가도록.”


평소에 달이 추락하거나 가정 내에 천재지변이 있지 않는 한 단축수업이란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담임의 말에 옆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긴급 기사들을 보고 있던 동수가 촐랑대며 강일에게 말을 걸었다.


“이야 이게 웬 떡 이냐. 수업이 빨리 끝날 때도 있다니? 제하야! 이건 저희들에게 밥을 사주시라고 하늘에서 계시가 내려 온 게 분명 하다고.”


지금 대한민국의 기둥이었던 마소 기업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와중에 이 녀석은 밥 얻어먹을 생각밖에 없는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제하에게도 대표가 자진사퇴를 했다는 건 별로 와 닿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래도 이렇게 태평하게 넘길만한 문제는 아니라고는 생각되어 동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자식아. 너는 마소그룹이 지금 해체될 지도 모르는데 밥이 더 중요하냐?”


“당연하지, 내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소그룹 보다 당장 앞에 있는 먹을 게 중요 한 거라고.”


“그래... 이 미친 녀석아.”


제하는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면서 짐을 싸기 시작했다. 용돈이 부족할 때에는 녀석들에게 얻어먹었던 것도 있었고 요즘 게임하느라 무리하는 자신의 몸을 위해 예전처럼 게임하다가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는 적당히 몸보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던 시점 이었다.


‘비록..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옆에서 자신을 챙겨주는 두 녀석에게 언제 한 번 제대로 밥이나 사주려고 하였기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게임으로 예상보다 돈을 많이 벌게 된 기념 및 겸사겸사 자신의 몸보신을 위하여 이번 기회에 조금 비싼 고기로 배에 기름칠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현재 제하의 앞에는 고기를 주억주억 들어가는 데로 쳐 넣고 있는 동수와 그런 동수를 견제하며 같이 한계치로 쳐 넣는 민기까지 두 식충이가 서로의 젓가락을 향해 불꽃 튀기게 경쟁하며 하나라도 더 입으로 넣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조금 작작 좀 쳐 먹으면 안 되냐. 너네 그런 식으로 먹다가는 여기서 니들이 먹은 만큼 알바하다 가게 되는 상황이 올 줄 알라고.”


“되,,죄섯흡ㄴ다..”


“킇킇ㅋ크허커...”


‘... 괜히 비싼데 왔나.. 그냥 가까운 데 있는 저렴한 고기뷔페나 갈걸...’


한계를 모르는 위장을 가진 듯 두 녀석이 먹어 치우는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들을 보며 제하는 돈 생각에 마음이 갈갈이 찢겨 나갔지만 기왕 자신이 사 준다고 한 것 어디한번 사람이 어디까지 먹을 수 있는지 끝까지 책임지기로 하였다.


“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걸 어쩌겠냐... 이모~! 여기 차돌박이 4인분 추가요.”


“오오!! 역시 형님이시다.”


“어짜피 쏘기로 한 거 대박 출혈 서비스 간다. 많이 먹어라 식충이들아.”


안그래도 감수성이 풍부한 민기 녀석이 내 통 큰 배포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 같아 보였지만 아마 너무 쑤셔 넣어서 목이 막혀 그런 것이겠지. 이윽고 민기 녀석이 재빠르게 사이다에 손을 가져가는 것을 보고 확인 할 수 있었다.


제하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식당의 한 가운데 틀어져 있는 tv를 보는데 역시나 마소그룹에 관한 뉴스밖에 나오질 않았다. 마치 국가의 중대사가 걸린 문제가 일어난 마냥 식당 내의 손님들을 포함한 종업원 아주머니들 까지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 시간대에 하고 있어야 할 정규 프로그램은 이미 모두 취소되었는지 실시간으로 발생하고 있는 금융 위기에 대한 것과 마소그룹의 대표였던 강하윤 사장의 앞으로의 행보에 대하여 많은 추측성 발언들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현재 공석이 되어버린 대표직의 후임자 문제에 있어서는 마소 그룹 측에서도 아직까지 결정사항이 없다는 답변만을 반복해 오고 있었기에 이렇게 가다가는 굴지의 마소그룹이 뿔뿔이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감이 이곳저곳 퍼져 버렸는지 전 세계의 주식시장이 폭락하여 한 순간 돈을 잃고 곳곳에서 자살을 기도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흉흉한 기사들도 하나 둘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식당 안에서 그런 소식들에 관심이 있을 턱이 없는 한 식충이 무리는 제하가 뉴스에 잠시 정신이 팔려있던 도중 눈 깜짝할 사이 눈앞에 빈 접시와 다 꺼져가는 숯만 덩그러니 남겨 두었다. 두 녀석을 향해 사라진 고기의 행방에 대해 꾸짖고자 친히 눈을 부릅뜨며 쳐다보았거늘, 녀석들은 만족스러운지 평소보다 몇 배는 불어오른 배를 두드리며 만면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하는 이번에 돈을 좀 많이 쓴 것 같아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다 뿌듯해 졌다.


“자. 그럼 이제 일어날까?”


“여... 좀만 쉬다가자. 고..고기가 목까지 찼어. 진짜 내 입 열면 보일 거 같다니까.”


제하는 먹던 자세 그대로 한심하게 뻗어버리는 동수 녀석을 보고 한숨을 내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추가주문들로 인해 수북히 꽃혀있는 빌지를 들고 카운터에 계산을 하러 갔다.


“여기. 계산할게요. 얼마 나왔어요?”


“학생들이 참 복스럽게 잘 먹네. 어디보자... 차돌박이 12인분에.. 등심이 8인분 그리고.. 냉면이랑 사이다는 학생들이 너무 맛있게 먹어줘서 서비스로 줄게. 그럼 다 합쳐서.. 45만원 이네.”


제하는 순간 금액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어떻게 세명이서 20인분을 먹을 수가 있는 거지? 그것보다 45만원이라니... 아직 현금화는 40만원 밖에 하지 못했는데...’


상상이상으로 많이 먹어버린 녀석들 덕분에 자신이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오버해 버린 가격 때문에 순간 울상이 되며 동수와 민기를 바라보았다. 세상모르게 편한 자세로 소화를 시키고 있던 녀석들은 제하가 돈이 모자른다고 하자 서로의 주머니와 지갑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아...”


어찌나 가난한 녀석들인지 지갑을 탈탈 털어도 둘이 합쳐 2만원도 나오지 않았다. 카드라고는 교통카드밖에 들고 다니지 않는 녀석들에게 더 이상의 돈을 바랄 수 없게 된 제하는 탈탈 턴 돈을 가지고 카운터에서 울상을 지었다.


“저기... 저희가 돈이 ... 진짜 그러려 그런 건 아닌데요. 조금 부족해서...”


돈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하자마자 마치 시골 할머니 같던 이모님의 태도가 급변하더니 부모님을 불러오라는 둥 경찰에 신고한다며 노발대발 댔다. 하지만 정말 가진 돈이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수단으로 나머지 금액 대신에 세 명이 가지고 있던 교통카드를 모아서 건네 드렸다. 이모님은 거의 떠넘겨 주다 시피 제하가 건넨 교통카드를 받으며 우리들의 곤란한 표정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한숨을 내쉬더니 이번 한번만 봐주겠다며 우리를 보내주었다.


“쳇... 그 아줌마 우리가 시켜 먹을 땐 아주 아들같이 대하더니만 겨우 몇 만원 부족하다고 우리를 이렇게 까지 죄인 취급 하냐.”


“.... 미안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제대로 확인 안하고 시켜서...”


“아니다. 나 같아도 니가 가져온 돈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했을거야. 오히려 우리가 좀 많이 먹긴 했잖아? 킥킥킥... 뭐 소화도 시킬 겸 집까지는 걸어가면 되지. 그래도 제하 네 덕에 오랜만에 맛있는 거 배 터지게 잘 먹었다.”


제하가 자신을 자책하자 두 녀석은 오히려 그런 제하를 감싸주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제하가 몸보신을 시켜 주겠다고 먹었던 고기 집에서 각자 집까지는 걸어서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모두 집에 가는 방향이 달랐기에 제하는 친구들과 다음날 무사히 학교에서 보자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하아.... 이 의리라고는 쥐어짜도 안 나올 자식들...”


제하가 친구들과 헤어진 뒤 가로등을 위안 삼아가며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걷고 있던 중 두 녀석들에게 한통씩 문자를 받았다.


-띠링-


‘미안... 내가 탈 버스비 밖에 없어서. 니가 오늘 맛있는 것도 사줬는데 혼자 차타고 가려니 찔려서 그냥은 못 가겠다. 그래도 너한테 말했으니까 이번만 봐주라. 그럼 내일 살아서 보자. 파이팅.


-띠링-


‘지금 나 버스타고 가는 중인데... 민기한테 연락 해 보니까 동수도 버스타고 간다던데? 너도 지금 버스나 지하철 타고 가고 있지? 넌 독하니까 무임승차라도 해서 편하게 가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럼. 내일보자~ 오늘 진짜 잘 먹었어.’


제하는 문자를 확인하고는 두 녀석들에게 이런저런 쌍욕들을 해대면서 웬지 모르게 더욱 무거워진 발걸음을 떼며 힘겹게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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