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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웹소설 > 자유연재 > 게임, 판타지

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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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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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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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최고의 기회 (3)

DUMMY

아직 할아버지와 약속한 시간이 되려면 30분이나 남은 시각. 어머니께 걱정을 끼쳐 드리지 않기 위해서 학교 교복까지 그대로 입고 있는 제하로써는 조금 많이 일찍 나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듯 자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이미 집 앞에 서있는 한 고급 승용차와 그 옆에서 그림자처럼 정 자세로 대기하고 있는 험악한 인상의 형님을 보고는 멈칫 할 수밖에 없었다.


“하... 하하.. 안녕하세요. 이른 시간인데 고생이 많으시네요.”


바로 어제 자신을 납치하다 시피 마소그룹으로 끌고 갔던 이들 중에서 가장 험악하게 생겼던 형님께서는 제하를 보자 다시 한 번 억지로 쓰지 않는 근육을 애써 써 가며 상큼하고도 무섭게 웃는 표정을 지어 주었다.


“... 말 편하게 하시지요. 앞으로.. 제하님의 수업 이동과 아카데미의 전반적인 생활에 있어서 신변의 안전 및 도움을 드리게 된 경호원 김.태.경. 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예!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제하라고 합니다. 저.. 그리고... 저보다 나이도 많아 보이시는데 저한테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아니.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디 부탁드립니다.”


“그.. 그럴까?. 그럼, 바로 출발 할 테니 어서 타도록.”


제하는 맡은 바 임무라고는 하지만 자신보다 한참은 어려보이는 제하에게 존대를 할 때 파르르 떨리는 눈가의 주름으로 미루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가며 생활하다가는 어느 날 비명횡사 했다고 뉴스에 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바로 저자세로 나갔다.


역시나 제하에게 존대를 하던 것이 자신도 불편했는지 제하가 건넨 제안을 머쓱해 하면서도 선뜻 바로 수락한 김 기사는 바로 제하를 태우고 출발했다.


“그.. 어제는 미안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그때는 뭘 모르고.. 오해하는 바람에. 죄송했습니다.”


어제와 비교해 한결 누그러져 있는 말투에 집을 나서자마자 다시 보게 된 험악한 얼굴을 가진 형님에게 잔뜩 얼어 있던 제하도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저기.. 그 아카데미? 는 어디에 있는거죠?”

“경기도.”

“아... 저 혼자 배우나요?”

“아니.”

“수업은 몇 시까지인지?”

“모른다.”

“형님 저 마음에 안 들죠?”

“아니.”


제하는 차 안에서 이동하는 중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지만 극 단답형으로 돌아오는 김 기사의 차가운 반응에 서로 간에 별로 할 말이 없어졌다. 어색한 적막감이 감도는 차를 타고 한 시간여를 달려 진입하는 입구에서부터 마소그룹의 뱃지를 차고 있는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대학 캠퍼스 같은 곳에 도착했다.


‘마소 그룹에서 이런 곳도 있었나... 그것보다 정문을 지난 지가 한참인데 아직도 도착을 안 하다니... 도대체 얼마나 넓은 거야?’


입구를 지나 약 20분정도 더 차를 타고 들어가자 아카데미 본관이라고 큼직하게 씌여 있는 건물 앞에 도착하였다. 본관까지 이동하면서 보았던 건물들이나 캠퍼스 내부의 시설들은 모두 이번 교육을 위해 특별히 지어진 장소인 듯 길거리에 깔린 조그만 한 돌 부터 시작해서 캠퍼스의 어디를 봐도 전부 새로 만들어진 듯 깨끗하고 깔끔해 보였다.


제하는 이미 많은 이들이 도착해 있는지 본관 옆 주차장에 깔끔하게 정렬되어 있는 한 눈에 봐도 비싸 보이는 고급 승용차들을 보며 용기 내어 물어봤다.


“저기... 혹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전부 부자들 입니까? 그것도 아니면.. 저처럼 영감님한테 끌려 왔다거나?”


차 안에서는 제하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일관하며 단답형으로 밖에 대답해 주지 않던 김 기사는 운전대를 놓자마자 마음이 놓였는지 한결 편해진 얼굴로 제하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이 부유하신 분들이지.. 하지만 돈만 많다고 해서 이곳에 올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여기에 들어 올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회장님과 관계가 있는 분들이거나 그분들의 추천인 뿐 이니까... 그런 점에서 오히려 아무 특이사항이 없는 네 녀석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올 수 있었는지가 더 궁금하군.”


제하는 이미 자신의 뒷조사까지 마친 듯 말 하면서도 자신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는 김 기사를 무시한 채 자신이 엄청난 곳에 와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한 눈에 봐도 이 곳에 세워져 있는 고급 승용차들과는 차원이 다른 흰색 고급 리무진 한 대가 그 특유의 긴 자태를 뽐내며 들어왔다.


“연예인인가? 그것도 아니면 석유부자? 누가됐건... 돈이 짱짱 많을 건 분명하네.”


애초에 리무진이라고는 실제로 장례식을 제외하고는 본 적이 없었던 제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 저런 차를 다고 다니는지 호기심에 눈을 떼지 못하였다. 이윽고 흰색의 리무진은 부드럽게 코너를 돌아 멈춰 섰고 제하는 고개를 내밀고 사람이 내리는 것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는 것도, 자신이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도 잊은 채 홀린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흰색 리무진의 문이 열리자 햇빛에 눈이 부신 듯 약간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귀여운 얼굴의 미소녀가 내렸다. 어깨를 살짝 덮는 금발의 웨이브머리와 작은 동양 형 얼굴에는 오목조목 파란색 사파이어 빛의 눈과 동글동글 귀여운 코, 아담한 입술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인형 같은 소녀는 제하의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는지 살짝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제하와 눈빛이 마주치자 이내 싫증난다는 표정을 만면에 내 비치며 고개를 돌려 건물 안으로 들어 가 버렸다.


“...혼혈... 인가...?.....”


혼혈이 이쁘다는 소리를 듣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실제로 혼혈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잠깐이지만 마주쳤던 얼굴은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급정지를 할 만큼의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큼 이쁘다는 연예인들도 방금 전 소녀와는 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였다.


아담한 키 때문에 옆의 수행원들을 방풍삼아 삼엄한 호위를 받으며 또각또각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혼이 빠진 듯 바라보던 제하는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하아.. 미쳤지.. 살기도 바빠 죽겠는 상황에 연애 감정이라니.. 남들보다 열심히 해도 모자를 판에 어휴...제하야. 집중 하자. 쟤네랑은 다르게 나는 여기에 놀러 온 게 아니니까.’


제하는 방금 전 흔들렸던 자신을 자책하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기 시작했다. 자신은 저들처럼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돈이 아니더라도 가지고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조금 전 김 기사의 친절했던 설명을 토대로 생각해 본다면 이곳에 있는 이들은 평생을 살더라도 자신과 연관 될 일 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래...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일거야.’


제하는 다시 한 번 본인의 상황을 상기하며 마음을 다잡고는 아카데미 본관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다짐도 얼마 안 가 마치 티비나 영화에서 보았던 청와대의 보안을 방불케 하는 아카데미의 삼엄한 경비에 넋을 잃고 쳐다보던 제하는 안 그래도 집을 나올 때 입고 있던 학교 교복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조금 없어 보이는 행동들로 인해 도착하자마자 이 곳에 모인 이들 전부에게 의심의 눈초리와 함께 경계대상 일 순위가 되어 버렸다.


“저기... 거기 학생분.”


“예? 저요?”


“잠시 협조 부탁드립니다.”


“어? 왜요?”


“잠시면 됩니다. 거기 도망치지 못하게 붙잡...아니 일단 긴급 상황에 대비하고 있도록.”


아무래도 수상하다고 여겼는지 제하는 몇 걸음 안 가 붙잡히고 말았고 건물 안으로는 개인 경호원들이 들어 올 수 없었기에 제하는 홀로 자신이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하여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튀겨가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곳에 오는 다른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제하의 신분에 이를 믿지 못하는 경호원들은 지문인식과 홍채인식 등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제하의 신분 확인을 하였다. 하지만 아카데미 학생 명단을 뒤적거리던 이들은 제하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고 서로의 얼굴만을 어색하게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말도 되지 않는 상황에 담당자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제하에게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였다.


서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보안팀에 급하게 무전연락이 도착하였다.


“팀장님. 저기... 이 분. 오늘 아침 추가로 참석하게 되신 것 같습니다.”


“죄.. 죄송합니다. 저희도 방금 전에 연락을 받아서.”


“저기 팀장님... 지금 본사에 연락해 봤는데.. 이 분 사장님 추천이라고....”


쾌속한 보고체계를 통해 이 어이없는 상황은 윗선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원치 않게 제하의 신분확인과 함께 그 뒤에 있는 추천인 까지 알게 되었다.


비록 상대의 모습이 살짝 없어 보일지 몰랐지만 확실히 초대 명단에 있는 아카데미의 학생인 데다가 강하윤 사장님께서 특별히 추천해서 입학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하를 수상하다고 여겨 둘러싸고 있던 경호원들은 신속하게 들어오는 정보에 의해 자신들이 했던 무례한 행동이 떠오르자 전원 얼굴이 새파래지며 고개가 땅에 박혀라 사죄하였다.


이에 팀장이라는 사람은 다른 이들보다 얼굴이 한층 더 사색이 되며 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안절부절 하였다. 거의 땅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허리를 숙이며 사죄를 하던 경호 팀장은 이제 됐다며 발걸음을 옮기는 제하를 졸래졸래 따라가며 친히 교육 설명회가 있다는 대강당 입구까지 안내해주었다.


“에휴.. 시작부터 느낌이 안 좋네...”


제하가 대강당 안으로 들어가자 계단 형식으로 되어 있는 넓은 내부에는 20대 전후로 보이는 국적이 다양한 학생들이 100명가량 모여 있었다. 개 중에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 듯 같이 앉아 잡담을 나누고 있는 학생들도 보였지만 대부분이 서로 약간의 거리를 두고 띄엄띄엄 앉아 있었다.


별로 다른 사람을 신경 쓰지 않는 듯 교복을 입고 강당에 들어온 제하는 유독 이 곳에 모인 학생들 사이에서 튀어 보였지만 제하를 신경 쓰는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도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무리 봐도 대강당의 제일 뒤쪽에 앉아 뭐가 불만스러운지 뾰루퉁 하게 부풀어 오른 볼과 함께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의 존재감이 너무 컸다.


대강당에 모인 학생들이 하는 대화 내용은 대부분 어스에 관련된 것들이었지만 그와 버금 갈 정도로 많이 수근 대고 있는 내용이 뒤에서 한껏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혼혈 소녀에 대한 내용이었다.


“인형인가? 야? 나 꿈꾸고 있나봐. 내가 이쁘다는 연예인은 전부 봤지만 저렇게 예쁜애는 처음이다.”


“누구지? 말이라도 걸어볼까?”


“어이구 니 같은 놈이 저 여신님께 가당키나 하냐.”


“안좋은 일 있으셨나? 이쁜 얼굴을.. 얼굴을 찡그리고 있 크흑. 그래도 예쁜건 변하지 않는구나.”


그런 남자들의 반응에 탐탁치않게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을 법도 했지만 여자가 봐도 너무나 예쁘고 귀여운 그녀의 모습은 그녀들조차 불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야. 쟤 너무 이쁘게 생긴 것 같지 않아?”


“얼굴 좀 봐. 아유~ 조그만 해.”


“피부는 또 얼마나 하얀데 인형 같아~”


“방금 봤어? 눈 찌푸리는 거 봐 귀여워 죽겠어. 확 납치해 버릴까봐.”


몰래 수군거리던 소리가 이제는 당사자가 들으라는 듯 정신 줄을 놓고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그녀 주위에는 결계라도 쳐 있는 마냥 반경 10미터 이내에 앉아 있는 학생은 없었고 그저 멀리서 그녀를 바라보는 학생들만 많았다. 게다가 대부분이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마치 전신이 굳어버린 듯 고개를 돌리지 못하고 바라보는 경우가 일수였다. 그 때마다 만면에 짜증이 난다는 감정을 여감 없이 비춰주는 그녀의 모습에 안 좋은 소리가 나올 법도 했지만 오목조목 작은 얼굴을 아무리 구겨 봐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너무 귀엽게 투정하는 걸로 밖에 해석되어 지지 않았다.


때문에 별로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었던 제하는 건물 입구에서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무리에 녹아들어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었다. 아는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기에 제하는 적당히 학생들과 떨어져 있는 자리를 찾아 가방을 내려놓고는 어스에 관한 정보들을 보았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시간이 되었는지 앞의 단상을 제외한 대강당 전체에 불이 꺼지더니 단상으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어깨까지 내려오는 고급스러운 갈색 웨이브를 휘날리며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는 강하윤 박사님의 조수이자 현재 마소그룹의 부사장직을 맡고 있는 이설화 라고 합니다.”


이미 메스컴에 많이 노출이 되었던 터에 대강당에 모인 모든 이들은 현재 마소 그룹의 대표격인 인물인 이설화 박사의 등장으로 한층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 곳은 이번에 여러분들에게 최고의 교육 환경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 사장님께서 어스의 개발과 함께 6개월 전부터 추진하여 설립된 교육 아카데미 입니다. 저희들이 준비한 이 시설에서 여러분은 최고의 교육 환경과 최고의 강사진에게 앞으로 출시 될 어스를 하는 데에 있어 필요한 사전 지식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애초에 알고 있던 사실인 듯 얼굴에는 호기심 이라던 지 흥분 된 기색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 아카데미에 오면서 무엇 하나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제하로서는 한설화 박사의 이야기에 호기심이 동했다.


“어스에 중점을 두고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필수 수업을 제외하고 모두는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습니다. 마법사를 선택할 사람이 굳이 검술을 배울 필요는 없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필요하신 학생 분들을 위해 모든 수업은 일주일에 걸쳐 각자 다른 시간대에 편성되어 있으므로 혹시나 듣고 싶은 수업이 겹쳐서 못 듣게 되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가상현실 게임이다 보니 확실히 현실의 감각이나 센스가 크게 작용할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마소그룹에서 홈페이지에 어스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를 올려놓은 것 중 하나로 격투 선수가 좀 더 전투에 있어서 유리하거나 현실에서 수학자 등 두뇌를 많이 쓰는 직업의 사람들은 마법사로서 유리할 수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 발표가 나간 이후로 동네의 검도 학원이나 태권도 학원 등 무술에 관련 있는 학원에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성인들의 입부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뭐 지금 열심히 한다고 해서 어스를 시작할 때 래벨이 남들보다 높다거나 검술 스킬이 중급부터 시작한다거나 스텟이 좀 더 상향되어 시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몸을 사용하는 어스에서 기본적인 검술이나 격투술을 배워 놓는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이곳에서 주로 배우게 될 내용은 크게 네 가지로 검술과 격투술, 기초 마법, 어스의 역사, 몬스터 정보 등이 있습니다. 이 수업 중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선택하셔야 합니다. 그 외에도 어스를 하는 데에 있어 알아두면 좋은 내용들에 대한 과목들이 있습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만약 자신이 선택한 직업과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본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되신다면 구태여 그 수업을 듣지 않으셔도 상관없습니다. 앞으로 이곳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실제 어스를 플레이 하는 데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설화 박사는 이어서 앞으로의 수업에 대한 설명에 이어 아카데미의 생활 및 부대시설의 이용방법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고는 마지막으로 이곳에 모인 이백여 명의 학생들을 바라보며 한껏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 아카데미는 회장님께서 지금껏 살면서 이 자리에 오시기까지 신세를 졌던 분들에게 뭔가 보답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 고민한 끝에 만들어진 곳입니다. 여러분들께 이 이상의 도움은 드릴 수 없겠지만, ”


한설화 박사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목소리에 부푼 기대감을 여감 없이 드러냈다.


“다른 데서가 아닌 부디 이 곳에 있는 여러분들 중에서 회장님의 뜻을 잇는 후계자가 나오기를 바랍니다.”


후계자라는 말에 제하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주변에서는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인 듯 학생들의 표정에는 놀라거나 당황하는 등의 표정변화가 없었다. 그저 한설화 박사의 말을 들으며 저마다 묘하게 흥분되어 있는 얼굴이었다.


오늘 아침 어스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단 하나의 이벤트.


-어스의 유저 중 단 한명의 최고의 플레이어를 선정하여 저희 마소 그룹에서는 그에 걸 맞는 최고의 보상을 할 것입니다. [이벤트 시기 및 플레이어 선정방법 추후 공개]


제하는 아침에 나오기 전 어스의 홈페이지에서 이 글을 확인하였지만 기껏해야 처음 시작하는 게임의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해서 만든 이벤트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다.


“그 말이... 이런 의미였다니...”


세간에서는 강하윤 회장이 후계자를 선정하고 있다는 얘기는 예전부터 나오던 이야기 였지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기에 이제는 아무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마소그룹의 내부에서는 애초에 어스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공공연하게 나돌던 이야기였다.


비록 최고 임원진들밖에 모르는 사실이기는 했지만 그들이 누구겠는가. 한평생을 과학에 미쳐 강하윤 박사와 함께 연구만 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아니던가. 물론 초기에는 몇몇이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어스의 개발을 하면서 그들에게는 후계자 얘기는 거의 달나라 토끼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만큼이나 머나먼 일 이었다.


“후계자가 뭐 중요해? 박사님만 건강하시면 우린 장땡이다.”


“굳이 아카데미인가 뭔가 하는 걸 만들어야 되나.. 뭐 박사님이 원하시니까 진행 하는 거지.”


그만큼 보안상에 있어서는 별로 중요하게 염두 해 두지 않던 그들이었다. 때문에 강하윤 사장이 후계자를 어스를 통해 선정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 대기업들의 정보망에 퍼지게 되었다.


최고의 플레이어 한명에게 세계 1위 그룹인 마소그룹을 넘긴다는 얘기였기에 이 아카데미에 초대 되었던 당사자들은 애초에 마소그룹의 후계자 자리를 노리며 머리가 굳어 잘 돌아가지 않는 다 큰 어른들 보다 게임을 가장 잘한다고 알려진 18세~22세 사이의 자녀들이나 자신의 식구들 중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을 선발하여 이 아카데미에 보낸 것 이다.


제하도 한설화 박사가 말한 후계자 얘기에 약간 설레긴 하였지만 현실을 직시하기로 하였다.


“어짜피... 돈 많은 녀석들 중 한명이 되겠지 뭐.”


어떤 게임이던 간에 현금이 많은 사람이 유리했다. 현금으로 비싼 아이템을 맞추고 더 높은 래벨의 몬스터를 잡고 심지어는 돈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키워주는 사람까지 고용하면 약해질 래야 약해 질 수가 없다. 애초에 시작점부터가 다른 것 이다. 제하는 이와 같은 게임 시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후계자가 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였다.


“오늘은 첫 날이니 각 수업을 맡으신 강사님들께서 간단하게 수업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실 것입니다. 잘 들어보시고 자신에게 필요한 수업을 잘 선택하셔서 듣기를 바랍니다. 모두 각 분야에 있어 최고의 분들이니 잘 배우도록 하세요.”


한설화 박사의 말을 끝으로 강사들은 한명 한명 강단에 서서 자신의 수업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였고 모든 설명이 끝난 후 개인별로 나눠주는 종이에 학생들은 주 수업 중에 필수로 선택해야 하는 것을 체크하고는 자신이 듣고 싶은 수업만을 골라서 체크 하였다.


어스에서 숨겨진 직업을 제외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직업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은 올해 초 영상과 함께 홈페이지에 올라왔지만 바로 어제 저녁부터 어스에 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 제하로서는 아직 결정 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법사? 전사? 하아... 내가 직접 싸우는 것보다는 어느 게임에서나 뒤에서 꿀 빨면서 돈도 많이 챙기는 성직자도 괜찮은 거 같기도...’


제하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어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수업진행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숙지하고 왔는지 거침없이 신청서를 작성해서 내기 시작했고 이후 수업은 날짜에 맞춰 수업을 선택한 사람에 한 해서 이동수업을 하였기에 선택한 과목 중에 오늘 수업이 없는 이들은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이 흐르지 않았지만 모두 사전정보를 통해 미리 생각해 두었던 듯 어찌나 빠르게 신청서를 작성하고 자리를 뜨는지 넓은 강의실에는 이미 제하를 제외하고 남아있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흠.......”


제하는 커리큘럼이 적힌 신청서를 지긋이 쳐다보다가 이내 결심이 섰는지 펜을 들어 자신감 있게 체크해 나가기 시작했다. 홀로 자리에 남아있던 제하를 기다리던 아카데미 관계자는 드디어 마지막으로 자리를 일어나는 제하에게 신청서를 받고는 신청 내용을 확인했다.


-수업 신청서-


월 . 오전 : 기초 체력단련 (o) 오후 : 어스의 역사 (o) 무기별 특징 (o)

화 . 오전 : 격투술 (o) 오후 : 어스의 지형 (o) 아이템의 종류 (o)

수 . 오전 : 검술 (o) 오후 : 퀘스트의 이해 (o) 아이템의 제작 (o)

목 . 오전 : 마법의 이해 (o) 오후 : 각 국가의 관계 및 특성 (o)

금 . 오전 : 검투술 (o) 오후 : 몬스터의 종류 및 습성 (o)

토 . 오전 : 전략과 전술 (o) 오후 : 보조 직업 (o) 정령술 (o)

일 . 오전 : 궁술 (o) 오후 : 각 종족의 이해관계 (o)


이 름 : 유 제 하


역시나 가상 현실게임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수업은 몸을 쓰는 것들이었다. 전 수업을 빼곡히 신청한 제하를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관계자는 제하에게 정확한 확인을 위해 다시 한 번 물었다.


“저기... 유제하..씨... 다시 한 번 확인하지만.. 전 수업을 신청 하신 거 맞으시죠?”


수업 관계자의 물음에 제하는 또박또박 말했다.


“네. 맞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우선 오늘 수업은 검술로 제 1체육관에서 오전 10시 부터 수업이 있습니다. 10시까지 그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제하는 강의실을 빠져나오면서 마음을 굳혔다.


‘어짜피.. 아직 뭘 하겠다고 직업을 정한 건 아니니까... 게다가.. 직접 몸을 움직여야 하는 가상 현실게임이니 현재 내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실제로 해본 다음에 그때 가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리스크가 적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모으고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으며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처럼 검술이나 격투 하나에 집중해서 노력하는 것이 분명 어스를 하는데 있어서 직업을 선택한다고 하면 더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기껏 아카데미에서 궁술을 배워도 어스를 하면서 활을 사용하지 않는 마법사나 검사 같은 직업을 선택한다면 말짱 헛수고 한 것일 테니까.


또한 래벨을 올리고 강해지는 게 목적인 사람들에게 어스의 역사나 각 국가 간의 관계 등의 수업은 정말 쓸데없는 내용일 것이다. 머리 싸 메고 어스의 역사에 대해 공부한다고 해서 검술 실력이나 격투술이 느는 것이 아닐 테니까.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들.. 게임을 하다보면 꼭 필요한 것들이다. 게임이 오픈하고 어느 정도 정보가 풀렸다면 모를까 아직 오픈도 안한 어스를 남들보다 빠르게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보들이다.’


게임의 초기에는 정보가 곧 돈이었다. 남들보다 앞서 가는 사람들은 항상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그걸 활용하였기에 같은 시간 게임을 해도 차이가 점점 벌어지는 것이다. 제하는 이 전에 했던 모 게임에서 클로즈 베타 때 자신만의 돈 버는 노가다 방법을 찾은 후 게임이 오픈하자마자 자신이 찾은 그 반복 노가다만을 계속하여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소득을 올렸던 경험을 떠올리며 어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론적인 수업은 하나도 빠짐없이 신청한 것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수업하는 어스에 대한 정보들은... 게임이 오픈할 때 까지 다른 사람들이 알 턱이 없지.’


강하윤 박사의 말 그대로 이건 기회였다. 비록 이곳에서 같은 정보를 얻는 이백 여 명의 학생들이 있기는 했지만 제하가 경쟁하는 대상은 이들이 아니었다.


‘꼭 하다보면 감이 좋은 녀석들이 있다니까. 요는 그 냄새를 잘 맡는 녀석들이 눈치 채기 전에 나 혼자서 꿀을 빠는 게 중요해.’


마지막으로 건물을 나서는 제하의 가벼운 발걸음에서는 이 곳을 들어오기 전에 느껴졌던 불안감이 사라져 있었다.


작가의말

아.. 아쉽게도 어제 말했던 것 처럼 분량이 오버되고 말았습니다.


많아진거에 익숙해지면 이전에 올리던 분량 그대로 올려도 적게 느껴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어서 작가로서는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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