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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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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12
추천수 :
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6.28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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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변화의 시작(3)

DUMMY

#



시원한 강바람에 후덥지근한 한 여름의 기분 나쁜 끈적임을 잊게 만들어주는 서울의 한강. 그 중에서도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들로 자신의 고운 자태를 여감 없이 뽐내고 있는 한강다리 위에서 강하윤 박사는 서울의 야경을 지긋이 바라보며 방금 전 상황을 떠 올렸다.


수십 번에 걸쳐서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론. 자신의 의지를 관철 시키고 단상을 내려가는 발걸음에는 한 점의 미련도 남지 않았고 오히려 오랫동안 지고 있던 인생의 커다란 짐을 내려놓자 그의 마음은 근래 어느 때보다도 가볍고 편안했다.


“박사님! 이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박사님께서 어떻게 여기까지 일궈온 마소 그룹인데. 저희와 한마디 상의도 없이 갑자기 사퇴라뇨?”


강하윤 박사가 가히 핵폭탄 급의 기자회견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고급스러운 갈색 웨이브머리를 하고 깔끔한 정장을 입은 20대 정도로 보이는 아름다운 외모의 여성이 큰 눈을 치켜뜨며 강하윤 박사를 향해 원망스러운 소리가 섞인 목소리로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전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유독 자신을 아버지처럼 따랐기에 자신이 초자아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갑자기 연구소를 그만 두고 떠날 때에도 바득바득 우기며 강하윤 박사를 따라 같이 연구소를 나왔던 한설화 박사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박사님 어떻게 저한테 한마디 상의도 안하시고 이러실 수 있죠?”


강하윤 박사는 사무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생각했었는지 귀찮은 듯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아아... 언제까지 날 박사님이라고 부를텐가, 이미 사퇴를 했으니 나는 이제 박사도 아니고 사장도 아니네.”


“크으... 말 돌리지 마십시오 박사님! 박사님께서 국제적 기업들을 제거 할 때도 저는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러시겠지 하면서 박사님을 믿고 이해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세계여행을 다녀오신 다며 저에게 회사 전권을 맡기고 가실 때 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흥분한 것을 가라앉히기 위함인지 그간의 설움이 복받쳤던 것인지 잠시 뜸을 들이던 한설화 박사는 다시 말을 이었다.


“도대체 이번엔 무얼 하려고 그러시는 겁니까. 마소 그룹에 박사님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전 세계를 뒤진다고 해도 박사님을 대신할 사람은 찾을 수 없어요. 박사님이 곧 마소 그룹의 전부인데 그런 박사님께서 마소 그룹을 버리시다니요? 안됩니다. 이번에는 정말 진심으로 박사님을 막겠어요.”


자신을 바라보며 속사포처럼 얘기하고 있는 설화를 바라보며 강하윤 박사는 허탈하게 웃으며 이야기 했다.


“허허... 설화야 난 이제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한단다. 게다가 더 이상의 돈도 권력도 명예도 필요로 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네 녀석도 곧 있으면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가는 녀석이, 네 정도의 외모와 성격에 그 흔한 연예한번 못 해보고 젊은 녀석이 쉬는 날에는 연구한다고 연구실에 틀어박히질 않나. 휴가를 주면 오히려 반납하고는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 틀어박혀 버리니.. 그렇게 한 가지만 보며 무작정 달려가기 보다는 이제 조금 멈추고 주변을 좀 더 챙기면서 삶을 즐겨 보는 게 어떠냐.”


“하... 하지만 10년입니다. 박사님과 저희들이 갖은 노력으로 일궈 놓은 마소그룹 이라구요. 그리고 전 일이 좋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것 보다 남자를 만나는 것 보다 일 하는게 더 좋다 구요 박사님!”


강하윤 박사는 그런 설화의 모습이 자신의 젊었을 적 모습과 겹쳐보였기에 설화를 꾸짖으며 말했다.


“이그... 이 멍청한 녀석아.. 여행을 가보고 일이 좋다고 하고 연애를 해보고 일이 좋다고 하여야지. 아무것도 경험해 보지도 않고 무작정 일이 더 좋다는 게 어디 말이 되느냐.”


강하윤 박사는 자신과 함께 다닌 이후로 연구와 일 두 가지 밖에 모르며 일생을 보내고 있는 설화를 바라보며 젊었을 적 자신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자신의 말을 인정하지 못한다는 듯 설화가 무엇인가 대꾸하려 하자 귀찮다는 손을 내 저으며 말을 끊었다.


“됐다. 안 그래도 오늘 많이 피곤하니 먼저 들어가 보마. 설화야.. 내가 한 말 꼭 새겨들어야 한다.”


오늘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뻔히 알고 있었기에 현재 누구보다 가장 피곤한 사람은 강하윤 박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설화였다. 그렇기 때문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돌아 나가는 강하윤 박사를 차마 붙잡지 못했다.


다만 마지막 말을 하고 나가는 강하윤 박사의 분위기가 어쩐지 평소와는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불안한 마음은 커져만 갔지만 워낙 큰 일을 겪으셔서 많이 피곤해 지셨나 보다. 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사무실에서 나온 강하윤 박사는 설화를 생각하니 어쩐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나직이 말했다.


“하아... 평소에 그렇게 냉철하던 설화 녀석이 저러는 것을 보니 조금 미안해 지는구만...”


강하윤 박사는 이후 자신이 할 행동에 대해 생각 해 보았다.


“설화 녀석 내가 죽는다고 하면 많이 슬퍼하겠어....”


강하윤 박사는 자신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에 허탈하게 웃음이 났다.


“하아... 이제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 나도 감성적으로 변하는 건가... 신기하군 평소에는 이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강하윤 박사는 홀로 차를 몰아 애초에 목표로 하고 있던 한강 다리로 향하였고 이내 강 근처에 도착한 강하윤 박사는 차에서 내려 천천히 다리의 중간부분으로 향하였다.


강하윤 박사는 강 옆으로 형형색색의 불빛이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야경을 홀로 외로이 바라보았다. 한밤의 한강다리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야경은 그야말로 일품 이었지만 그 화려한 야경을 바라보는 강하윤 박사의 마음은 쓸쓸해져만 갔다.


‘로이드... 보고 있는가... 내 자네의 바램은 아니었지만 자네를 죽음으로 내 몰았던 그 악마같은 녀석들을 찾아 죗값을 단단히 받아 내 주었다네... 끝끝내 자네가 원했던 것이 복수가 아니라 나의 행복이었지만...


미안하네...


솔직히 말해 내 나이가 어언 일흔일세. 비록 몸은 젊었지만 여행을 가도 흥이 나지 않고 예쁜 여자를 보아도 대쉬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네... 어쩌면 자네 말처럼 이미 깨닫고 난 뒤에는 너무 늦어 버렸던 게지... 하지만 이제 자네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니 오랜만에 설레이는 마음이 드는구만. 내 비록 인생의 반려자는 찾지 못하였지만 자네라는 멋진 친구가 있었으니 어찌 보면 인생을 헛산 것만도 아니라고 생각하네...’


강하윤 박사는 이내 결심을 다진 듯 눈을 빛냈다. 자신의 발아래를 바라보니 멀리 보이는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이 아닌 어두컴컴하고 금방이라도 자신을 집어 삼킬 것처럼 넘실대는 물살로 인해 꽤나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고독과 어둠이 자신의 마지막에 어울린다고 생각되었는지 잠시간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들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그 순간.


강하윤 박사는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잡는 느낌에 깜짝 놀라 눈을 떠 자신을 힘겹게 붙잡고 있는 한 소년을 발견하였다. 어찌나 힘을 주는지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이 낑낑대며 자신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본 강하윤 박사는 순간 화가 나서 소년에게 윽박지르기 시작했다.


“뭐... 뭐야! 네놈은 누구냐! 당장 그 손 놓거라!”


“하... 할하버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슬퍼할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여... 여기서 이러시면 안되죠!!”


“그딴 가족 없으니 어서 그 손 놓지 못해!”


강하윤 박사가 윽박지르는데도 불구하고 소년은 잡은 손을 놓지 않더니 이내 젖먹던 힘까지 힘껏 끌어올려 자신을 다리 위에 내 팽개쳐 버렸다.


강하윤 박사는 자신의 자살시도가 이렇게 허무하게 실패해 버리자 그 허탈함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자신을 있는 힘껏 끌어올려 탈진해 누워 있던 녀석이 숨 넘어 가기 직전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 하아... 이. 이놈의 영감탱이야! 다.. 당신 조금만 더 무거웠어도 내 못.. 끌어당길 뻔 했잖아요. 허억.. 허억.”


“하.. 네놈... 쓸데없는 참견일랑 말고 그냥. 가던 길 가거라.”


강하윤 박사는 도로 위로 내 팽개쳐진 충격이 어느 정도 가셨는지 다시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에 소년은 멈추지 않고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잡더니 자신에게 설교를 해대기 시작했다.


“아...나.. 할아버지 이대로 두고 가면 또 안전장비도 없이 번지점프 하러 가실거 아니에요. 못가요 못가. 내가 이대로 할아버지를 보내면 이건 살인 방조 죄 라구요. 이태까지 얼마나 선량하게 살아왔는데 할아버지는 내가 할아버지 때문에 이 나이에 콩밥 먹으면서 파릇파릇한 청춘을 보내길 바라시는 거 에요?”


“하아... 이젠 별 미친놈이 다 끼어서 방해를 하는구나...”


강하윤 박사 딴 애에는 낮게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그 와중에 그 소리를 기가 막히게 들은 녀석이 안 되겠다 생각했는지 더 열성적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인생에 얼마나 재밌는 일이 많은데요. 할아버지 같은 분도 충분히 즐기고 놀 거리가 있는데 왜 이렇게 즐거운 인생 놔두고 한강 다이브 한번으로 인생을 끝내려 하세요.”


강하윤 박사는 녀석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어쩐지 계속 로이드가 마지막에 편지에 썼던 말과 겹쳐지며 점점 마음이 불편해졌다.


‘분명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해 보았다. 하지만 별로 행복하지 않았지... 모두 다 때가 있는 것일 지언데 그 때를 놓쳐버린 지금에서야 도대체 어떻게 인생을 즐기란 말이냐..’


절대로 자신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듯 더욱더 힘을 주어가며 자신의 바짓단이 찢어져라 쥐고 있는 녀석은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고 녀석을 가만히 두면 끝이 없어 질 것 같은 짜증에 강하윤 박사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의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며 말했다.


“쪼끄만 한 녀석이 말을 안 하고 있으니까 나를 우습게 보는 게냐. 이미 인생에서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그딴 소리나 해대다니 네 녀석은 내가 누군지는 알기나 하고 그딴 소리를 짓거리는 게냐.”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소년은 아프고 억울한 지 한손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대답했고 그 와중에도 나머지 한 손으로는 자신을 붙잡고 있는 것에 강하윤 박사는 좀 어이가 없었다.


“아우... 그렇게 다 가지고 있으면서 자살 하는 거 말려주러 오는 사람도 한명도 없고.. 다 거짓말 아니에요?”


“그... 그건... 내가 아무도 모르게 와서 그런 것이지...”


“에이.. 요즘에 집안에 할아버지가 혼자 양복 쫙 빼입고 이런 저녁 늦은 시간까지 나가서 안 돌아오는 데 걱정 되서 찾는 사람도 없고... 아까 가족도 없다고 하셨으니 슬퍼해 줄 사람도 없을 거 같은데, 그렇게 쓸쓸하게 죽는다면 할아버지가 여지껏 살아온 인생이 너무 아깝지 않아요?”


“.....”


“그러니까 최소한 죽으면 슬퍼해주고 기억해 줄 사람 한명은 만들어야죠. 할아버지 방금 돈도 많고 명예도 있다면서요. 그럼 후계자 같은 거 한명 만들면 좋잖아요. 내 뒤를 이어 나의 삶을 이어서 살아줄 내 2세? 크흠.. 흠.. 비록 할아버지가 조금 나이도 있어 보이니까... 아이를 낳는 건 좀 무리다 싶으면 후계자 같은 거 한명 들여서 비록 내가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재산도 주고 명예도 물려주다 보면 그놈이 싫다고 해도 할아버지 기억 해 준다구요.”


강하윤 박사는 어느 순간부터 앞에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건방지게 주절주절 떠드는 녀석의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로이드를 대신하여 그의 행복까지 자신이 누리며 살기를 바랬지만 그것은 애초에 강하윤 박사에게 있어서는 들어주지 못할 부탁이었다. 억울하게 죽어버린 친구를 놔두고 어찌 자신 혼자 행복해 질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로이드의 복수를 하면서는 그나마 살아갈 수 있었다. 자신의 행동으로 로이드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마음의 행복이었고 위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복수가 마무리 되자 그는 삶의 의미와 목표를 잃어버렸다. 예전처럼 실험실에 쳐 박혀도 봤지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도무지 행복할 수 없었다.


이미 닳고 닳을 때까지 보아서 눈을 감아 생각을 하면 사진처럼 그의 앞에 떠오르는 로이드의 편지 내용. 그와 알게 되어서 과학자로서 순수하게 행복할 수 있었고 지금에서도 소아의 능력들을 보면 로이드의 대단함이 가장 먼저 떠오르며 순수하게 존경심이 일었다.


그런 그의 마지막 부탁.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며 만들었던 것을 전부 넘기면서도 로이드 녀석이 바랬던 것은 그저 강하윤 자신의 행복이었다.


그런 로이드의 마지막 바램을 비록 자신이 이루지 못한다며 이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강하윤 박사는 한 가지 방법을 떠 올렸다. 로이드가 자신에게 자신이 누릴 행복까지 넘겼던 것처럼 자신 또한 다른 사람에게 그 업을 넘겨서라도 로이드의 바람을 이루어 주고 싶었다. 그 말인 즉 그 업을 넘겨받는 사람은 곧 자신의 후계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후계자를 찾는 일에 로이드가 일생에 걸쳐 발명한 초자아 컴퓨터인 소아를 이용하여 찾게 된다면 자신과 로이드의 바람을 이어 자신들의 몫 까지 행복해 질 녀석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흠.. 하지만 그저 후계자를 정해서 행복하게 살아다오. 라고 한다면 과연 행복해 질 수 있을까...?’


강하윤 박사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부와 명예를 물려준다면 당사자는 분명 행복하긴 하겠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로이드의 복수를 하며 그가 보았던 것은 행복이라는 것이 그리 간단하게 해결될 만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고 그 지위까지 물려받은 이의 생활은 오히려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상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을 두려워했고 심지어 가족조차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를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삶 이었다. 항상 자신이 가진 것을 잃을까봐 두려움에 떠는 삶. 인간이란 때로는 가지고 있는 것에 행복하기 보다는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행한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강하윤 박사는 고민이 되었다. 초자아 컴퓨터를 이용하여 자신의 후계자가 되어 전 세계에서 최고로 행복하게 될 사람을 찾는 방법. 강하윤 박사는 문득 자신이 평생동안 연구실에서 얻은 진리가 떠올랐다.


‘흠... 갑자기 후계자는 너다, 라고 해 봐야 별로 감흥도 오지 않을 테니까... 맞아... 노력한 만큼 얻는 행복은 크다 하였으니.. 게다가.. 흐음.. 그래. 그 방법이 좋겠어.’


금새 생각이 정리된 강하윤 박사는 아직도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되도 않는 소리를 짓거리고 있는 소년에게 크게 웃으며 말했다. 어찌 되었던 간에 생명의 은인인 것이고 로이드의 바람을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해 준 꼬마이지 않은가.


“할아버지... 그러니까.. 에.. 어디까지 말했더라.. 아. 그 제가 아는 경로당의 민씨 할머니가..”


“하하하하하. 되었다. 네놈 하는 꼬라지를 보니 내 오늘 죽기는 글렀나보구나.”


“어?..”


강하윤 박사가 호쾌하게 웃으며 순순히 포기하자 녀석은 갑작스러운 상대의 태도변화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였다. 녀석의 버릇없는 행동에 강하윤 박사가 다시 한번 손을 올려 뒷통수를 가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녀석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그러면서 아직도 의심을 풀지 않았는지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녀석을 보자 강하윤 박사는 이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크크크. 그래.. 우선. 아까 말했어야 하는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날 살려줘서 고맙구나.”


강하윤 박사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자신을 구해준 소년을 향해 고개를 숙여 감사함을 표시했다. 한 국가의 정상이라 할지라도 강하윤 박사에게 이정도의 예우를 받아보지 못하였을 정도로 강하윤 박사로서는 최대한의 감사 표시를 전한 것이다.


강하윤 박사가 진심을 담아 자신을 구해준 소년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소년은 이내 의심을 거두고는 경계를 풀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 보거라. 다 들어 주마.”


강하윤 박사는 자신을 구해준 소년에게 입으로만 보답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누구인가. 세계 최고기업이라고 불리우는 마소 그룹의 사장이 아니던가. 물론, 갑자기 후계자가 되고 싶다는 곤란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겠지만 그가 보기에는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녀석이 원하는 것 쯤이야 무엇이든 이루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민에 빠져 있던 녀석의 입에서 나온 말에 강하윤 박사는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한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아! 택시 좀 타고 가게.. 만원만 주시면 안될까요? 제가.. 지금 교통카드도 없고 집은 멀고... 다리는 아프고.. 할아버지 끌어올리느라 이곳저곳 쑤시기도 하고... 죽겠거든요.”


강하윤 박사는 녀석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너무나 황당해서 재차 되물었지만 이내 녀석의 표정이 다양하게 변하며 고민을 하더니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 아니면 버스타고 가게 혹시 2천원이라도.... 돼. 됐습니다.. 그냥 나중에 주셔도 됩니다. 큭. 할아버지.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살아만 계셔 주세요.”


강하윤 박사는 녀석의 어색한 행동과 표정이 변하면서 하는 소리를 듣고 뭔가 오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대소하며 물었다.


“하하하 네놈 이름이 무엇이냐?”


“아..? 저요? 저는 제하라고 합니다. 유제하.”


강하윤 박사가 웃으며 얘기하자 제하는 이제 완전히 안심이 되었는지 활짝 웃으며 이름을 말하고는 가던 길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다시 힘겹게 걸어가기 시작하는 제하의 뒷모습을 보며 강하윤 박사는 기분 좋게 중얼거렸다.


“제하..라.. 크큭 어쩌면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은 것이 저 녀석한테는 행운일지도 모르지... 다음에 만날 때를 기대해도 좋을 거다. 건방진 꼬마야.”


작가의말

에휴.. 겨우 챕터 1 끝냈습니다.

원래 한 챕터 당 한글문서로 15~20페이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로. 분량조절 실패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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