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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oooo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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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fo
작품등록일 :
2015.06.26 08:46
최근연재일 :
2015.07.13 11:31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6,503
추천수 :
42
글자수 :
98,385

작성
15.06.26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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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프롤로그(1)

DUMMY

#시작 prologue



위-잉-위-잉


금속 경고음이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지하의 연구소에서 지친 몸을 비척거리며 로이드 박사는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듯 푹신한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평소에는 전혀 신경조차 쓰지 않았지만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이 널직한 연구소의 내부가 눈에 비치자 그것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쓸쓸하게 느껴졌는지 이미 수분기 하나 없이 말라버린 건조한 안구를 닫아버리고는 이런 상황이 줄 알았다는 듯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 결국 이렇게 되는 것인가...”


로이드 박사는 널직한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여러 개의 화면에서 시시각각으로 보여주는 침입자들의 상황을 확인하며 저들에게 저항을 한번 해 볼까 잠깐 고민하였지만 화면에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알아챘는지 이내 자신이 미리 만들어 두었던 비밀 탈출로가 하나하나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을 확인하며 눈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직 완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소파에 먹히다 시피 깊게 파묻혔던 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책상에서 무언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내가... 비록 이렇게 가더라도, 이것만은 순순히 넘길 수야 없지. 크흐흐흐”


자신의 삶을 이미 체념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미묘하게 생기가 흘러 넘쳤다.


‘쿵! - 쿵! -’


“흠... 벌써 근처까지 온 건가. 이게 어지간히도 탐났나 보군.”


이미 최종 방어선 전까지 접근하고 있는 침입자들의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이드 박사는 편안한 표정으로 천천히 편지를 써 내려 갔다.


“후우...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게 얼마만인지. 이 좋은 것을 그동안 자주 못쓴 것이 좀 아쉬워지는군.”


이윽고 한 자 한 자 여느 때 보다 더욱 정성들여 적은 편지를 고이 접어 책상 옆에 놓인 파리 형태의 초소형 로봇에게 건네자 초소형 로봇은 박사가 건네는 편지를 인지하고는 그것을 자신의 몸에 맞게 다시 한 번 압축시켰다.


그리고는 이내 박사가 꺼낸 작은 칩을 건네받고는 연구실 위쪽으로 나 있는 좁은 환기구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로이드 박사는 초소형 로봇이 빠져나간 환기구를 바라보다 이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끝났음을 느끼고 방금까지 누워있던 푹신한 소파로 다시 몸을 움직였다.


-콰앙!


로이드 박사가 몸을 뉘인지 얼마나 지났을까. 폭음과 함께 마지막 바리게이트가 뚫리면서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삽시간에 들이닥치며 그를 원형으로 둘러쌌고 그 뒤를 따라 말쑥하게 정장을 빼 입은 사내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들어왔다.


“안녕하셨습니까? 로이드 박사님”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인 듯 생글생글 웃으며 친근하게 말을 거는 사내의 목소리에 잠시간의 짧은 사색에 빠져있던 로이드 박사는 거칠게 연구소 내로 들어오느라 몸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사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욕심이 과하면 화를 부르는 게 세상 이치인 것을. 네 ㅂ녀석이 정녕 그저 자신의 욕심을 챙기기 위해 사람이기를 포기했구나.”


이미 상대방은 자신을 둘러싸고 총을 겨누고 있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지만 로이드 박사의 말은 거침없이 상대를 질타했고 그 안에서 깊은 분노가 느껴졌다. 사내는 그런 박사의 태도는 별로 개의치 않는지 오히려 더욱 눈을 빛내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박사님, 이번에 박사님이 개발하고 계시다는 초자아 컴퓨터에 대해 들었습니다. 이미 완성단계에... 이르렀다지요.”


“그렇지. 자네 말처럼 거의 완성 되었네. 내 일생일대의 걸작이지.”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그 것은 현재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물건이라는 걸요.”


“알다마다. 아마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가능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야.”


로이드 박사는 자신이 만든 초자아 컴퓨터에 대해 자신할 수 있었다.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 우는 자신이 만들었지만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조차 아득히 뛰어넘을 수 있는 세기의 발명품. 그것이 초자아 컴퓨터인 것이다.


“박사님께서 저희와 그것을 계약하셨더라면... 이런 강경책까지는 쓰지 않으려 했지만 어쩌겠습니까. 상황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을요. 이런 상황에서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이제라도 저희와 뜻을 함께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사내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면 강제로 가져가겠다는 듯 강압적이었다. 로이드 박사는 그런 오만한 사내를 바라보며 대소하기 시작했다.


“큭.. 크흐흐... 크하하하!”


“...? 박사님. 현재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자신이 최대한 로이드 박사를 배려해서 건넸다고 생각했던 조건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박사의 태도에 사내는 기분이 나빠졌는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상황이라.... 너희도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모르는 것 같구나. 하아... 그저 안타까움만이 남는구나. 내 일생을 쏟아 부은 것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가는 것이.”


“...!! 지금 무슨?”


로이드박사는 그저 아쉬운 듯 말을 마치며 자신의 품에 있는 기폭스위치를 눌렀다.




#



러시아 어딘가의 지하 연구소.

이 연구소의 대표인 강하윤 박사는 이제 막 실험실에서 나왔는지 푸석푸석한 피부와 함께 며칠 동안 감지 않은 떡진 머리를 하고는 몸에 베인 약품냄새를 지우지도 않은 채 지친 몸을 쉬게 하기 위한 일념 하나로 자신의 방으로 직행했다.


자신이 언제 마지막으로 수면을 취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했기에 그리웠던 푹신한 침대가 보이자마자 강하윤 박사는 몸에 베인 약품냄새를 씻어내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 몸을 침대에 뉘였다.


자신 휘하의 연구원들과 근 며칠 동안 제대로 씻거나 잠도 못자고 실험을 하느라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지 강하윤 박사의 정신은 침대에 머리를 붙인지 불과 몇 초 만에 몽롱해져 갔고 이제 곤히 잠이 들려하는 중에 귀를 울리는 강렬한 날개 짓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이 확 달아나고 말았다.


“아악!!!... 이놈의 연구소는 위생관리를 어떻게 하기에 방에 벌레가 들어온 거야?”


현재 강하윤 박사가 있는 연구소는 외부와는 완전히 격리 되어 있는 곳으로 파리는 물론이고 바퀴벌레 한 마리조차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안 그래도 오랫동안 쉬지 못해 정신이 날카로워져 있는 상태의 강하윤 박사는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 모기 및 파리로 추정되는 유해벌레를 찾기 위해 신경질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응? 잠깐만.... 벌레가 어떻게 연구소 내로 들어 온 거지?’


어쩔 수 없이 침대에서 몸을 반쯤 일으킨 강하윤 박사는 잠이 달아나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자신의 휴식을 방해한 물체가 허공에서 가만히 떠 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손으로 잡아챘다.


“뭐야? 벌레가 아니라 로봇... 인가? 어째서 이런게...”


가까이서 보니 벌레라고 할 수 없는 초소형 비행 로봇이었다. 어째서 이런 초소형 로봇이 자신의 방에 왔을까 잠시 생각하던 강하윤 박사는 이윽고 자신의 뇌리를 스치는 한사람이 떠올랐다.


“로이드.. 이 사이코 박사가...”


강하윤 박사가 로이드 박사의 이름을 말하자 초소형 로봇에서 작게 접힌 종이가 펼쳐졌다.


“종이? 편지인가? 이런 구닥다리 식 메신저를 이렇게 최첨단으로 보내는 노력이라니... 이런 걸 개발할 시간에 다른 것이나 열심히 하지...”


간단하게 편지의 출처를 확신한 강하윤 박사는 곧이어 초소형 로봇에서 뱉어진 편지의 내용을 읽으며 얼굴이 굳어져 갔다.


‘ to. my friend. 하윤.


오랜만일세 나의 사랑하는 지기 하윤.

자네와 내가 만난지도 어느 덧 30년이 다 되어 가는구만.

언제나 일에 치여 연구와 개발에 시간을 보내다 보니

내 나이 예순에 이렇게 터 놓고 말할 사람이 자네 뿐이네.

하하하. 분명 자네도 나와 비슷할테니 터놓고 말할 친구 한명 없겠지?

그동안 자네나 나나 바쁘게 지내다보니 유일하게 있는 친구인데

얼굴을 못 본지도 꽤 시간이 많이 지났구만.

오랜만에 자네에게 쓰는 편지라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더 하고 싶지만...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본론을 말하네.

오래 전부터 내가 초자아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겠지?

그게 이번에 거의 완성이 되었네.

근데.. 그게 좀 문제가 생겨 버렸어.

초자아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기업들이 이곳저곳에서 들러 붙어버려서

결국 녀석들이 내 연구소까지 쳐 들어왔지 뭔가.

하하... 자네는 나만큼 엄청난 과학자는 아니지만...

조심하는게 좋을게야.

이 빌어먹을 인생은 젊어서부터 기업들에게 미친 듯이 기술을 퍼다 주고

이익을 창출해 주었는데 이렇게나 허무하게 기업들 사이에 끼여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니 말이야. 운명이라면 참으로 기구한 운명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생각했네

초자아 컴퓨터는 자네에게 맡기기로 말이야.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기에 자네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조금만 손을 본다면 완성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걸세.

자네가 이것을 완성 시킨 후 어떻게 할지 나는 전혀 상관하지 않겠네.

다만, 자네 좀 인생을 즐기면서 살게나. 얼마 안 있으면 죽는다고 하니 내가 살아가며 연구를 핑계로 하루하루 미뤘던 사소한 일들이 지금은 굉장히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네...

죽기전에 좀 더 이렇게 아쉬움이 많이 남지 않도록 많은 것들을 했더라면....

아마 이제 곧 있으면 나는 여기에 침입한 녀석들과 죽게 되겠지.

하윤. 부디 자네만은 이렇게 나처럼 살지말고 내 인생까지 재밌게 행복하게 살아주게나.


ps.초자아 컴퓨터는 부디 잘 부탁하네. 완성 된 모습을 못 보고 가는 게 조금 아쉽구만.



강하윤 박사는 로이드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나왔다. 태어나서부터 천재라는 수식어와 함께 세상을 숫자와 수식으로 이해하면서 눈물이란 것을 태어나서 흘려 본 적이라고는 없는 강하윤 박사였다. 유일한 혈육이었던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머리로는 슬프긴 하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하던 친구인 로이드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다. 본인도 자신이 눈물을 흘린다는 것을 깨닫고는 의아했는지 뺨 위로 흐르는 눈물을 만져보았다.


“하...하하... 거짓말이지... 거짓말이야..”


강하윤 박사는 로이드의 죽음을 끝끝내 부정하려 하였지만 곧 이어 연구소 내로 들어온 정보에 의해 좌절하고 말았다.


‘유티 연구소 대형 폭발 사고. 현재 사망자 시신 수습 및 생존자 구출작업 중’


연구소 내로 들려오는 절망적인 정보에 강하윤 박사는 그저 가만히 자리에 앉아 로이드 박사에게서 온 편지와 초소형 로봇이 뱉어 놓은 조그마한 침을 번갈아 보면서 생각했다.


“로이드... 자네를 죽음으로 몰아간 녀석들에게 복수를 해달라 하였으면 내 모든 일을 때려 치고서라도 그 녀석들을 모조리 찾아내어 자네의 복수를 하였을텐데... 자네가 평생에 걸쳐 이룬 업적을 나에게 넘기면서 바라는게 그저... 나의 행복이라니...”


한참을 편지의 마지막 문구만을 바라보던 강하윤 박사는 이내 결심이 선 듯 두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로이드. 자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자네의 죽음을 그렇게 가볍게 넘기지 못하겠네. 내 자네 가는 길에 꽃을 뿌려주진 못하였지만 자네의 죽음에 연관된 모든 이들을 찾아내어 자네 저승길이 외롭지 않게 해 주겠네. 그리고... 나는.. 걱정.. 마시게...”


강하윤 박사는 서랍 안에서 봉투와 종이를 꺼내더니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사 직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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