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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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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길동
작품등록일 :
2023.06.10 19:32
최근연재일 :
2024.06.14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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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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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글자수 :
916,378

작성
24.02.2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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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하는 날 (15)

DUMMY

159화


모리스 영감의 팔다리가 뒤로 뒤틀려 자포자기한 자들의 동산에 내팽개쳐질 때까지도, 쌍철퇴 청년은 담대하고 탁월한 항거를 그칠 기색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청년에 대한 파악을 어느 정도 끝마친 하지운이 어슬렁거리며 싸움판 속으로 끼어들었다.

하지운의 가벼운 손짓 한 번에 창을 휘두르던 좀비 두 마리가 소리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향긋하고 깔끔한 시체 두 구가 실종된 자리에는, 시커먼 마법진 두 개와 허공에 둥둥 뜬 창 두 자루만이 남아서 청년의 허탈한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다.


“아저씨는 이름이 뭐야?”

“......”

“아! 혹시 말을 못 하세요? 분신아, 너 수어로 대화 가능하냐?”

“되겠냐?”

“걱정 마라.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은 잘한다.”


눈매가 날카로운 쌍철퇴 청년의 다소 성의 없어 보이는 응답에, 하지운은 보다 더 성의 없는 말투로 화답했다.


“그럼 방금 내 질문에는 왜 대답 안 했어? 아, 양쪽 귓구녕에 박아 놓았던 네 서방들 좆이 지금 빠졌나 보구나? 시원해?”

“......”

“헛! 미안해! 내가 그 생각을 못 했다! 네 아비가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구나! 내가 하나 지어 줄까? 존 잭슨 어때?”

“로저 드레이시, 나를 가신으로 삼고 싶다고 네 분신들과 한참 주둥이를 놀리고 있지 않았나?”

“호오, 소머리를 두 마리나 상대하는 와중에도, 옆에서 떠드는 소리까지 다 듣고 있었구나. 장하다, 존 잭슨.”

“존 잭슨은 도대체 누구냐? 너희 집 마구간에서 말똥 치우던 놈의 이름이냐?”

“왜? 내 성에서 말똥 치우고 싶었어?”

“너와는 대화가 잘 안 되는구나. 그냥 나도 죽여라. 너 같은 미친놈의 졸개는 하기 싫다.”

“씨발, 좆같네. 열 살도 안 된 애들을 침실로 불러들이는 저 늙은 정신병자는 되고, 나는 미친놈이라서 안 된다고?”

“......”

“씨발놈아, 일관성이 없잖아. 다른 이유는 없어? 정말 내가 미친놈이라서 마음에 안 드는 거야? 그럼 저 미친 늙다리는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데? 너도 유아 성향이야?”

“본체야, 로리콘은 더러워서 싫다. 이 새끼도 애 좋아하는 새끼면, 그냥 없애 버리자.”

“그래, 그냥 기력이나 쪽 빨아먹고 갖다 버려.”

“너희한테 잘 보이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원래 애새끼들을 싫어한다. 정상적인 의미로든 비정상적인 의미로든, 나는 애새끼들이 너무 싫다. 시끄럽고 지저분해서 딱 질색이다.”

“어, 정말? 야, 어쩌지? 이 새끼 은근히 본체랑 성향이 잘 맞아. 천생연분인데.”

“그러게.”

“이보게, 청년. 내가 미친놈인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는 하나, 너도 그다지 멀쩡한 놈으로 보이지는 않는구나. 그러니 까탈스럽게 굴지 말고, 비슷한 놈들끼리 사이좋게 깽판이나 치고 다니자꾸나. 수줍어서 자기소개를 못 하고 있는 용사여, 내 졸개가 되어 보지 않겠는가?”


쌍철퇴 청년은 ‘세상천지에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영입 제의가 다 있나.’ 하는 탄식을 하면서, 하지운의 제안에 화답을 하였다.


“로저 공, 저는 대런스가의 볼드윈이라 하옵니다. 공께서 저를 어여삐 여기시니, 영광으로 알고 앞으로 충심을 다해 공을 모시도록 하겠나이다.”

“참으로 잘 생각했도다! 볼드윈 경, 경이 흔쾌히 마음을 열어 주었으니, 내 기쁜 마음으로 경을 고통 없이 죽여 주겠노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대한 망치 두 자루를 든, 하지운이 볼드윈 경을 향해 다짜고짜 몸을 날렸다.

눈앞에 있는 거구의 미친놈이 보통 미친놈이 아님을 익히 알고 있었던 볼드윈 경도, 이 순간만은 기가 차서인지, 벙찐 표정을 감추지를 못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볼드윈 경이 양손에 쥐고 있던 철퇴 두 자루를, 엑스 자 모양으로, 교차해서 힘차게 들어 올렸다.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격렬한 기세로 내리꽂히고 있던 한 자루의 망치를 막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계기가 없어 세상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쌈박질에 관한 재능에 있어서만큼은 왕국 전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천재가 바로 이 청년이다.

그런 청년이 자신보다 오십 센티가 더 큰 붉은 머리 괴수가 풍겨 대는 무지막지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철퇴 두 자루가 망치 자루에 닿던 그 순간 볼드윈 경은 이를 앙다물고, 가위다리를 오므리듯, 벌어져 있던 두 자루의 철퇴를 양손이 맞닿을 정도로 오므렸다.

그리고 두 철퇴의 대가리가 맞닿을 만큼 오므라졌을 때는 이미 볼드윈 경의 육신이 좌측으로 한 발짝 움직인 후였다.


볼드윈 경은 이미 자신의 허벅지 높이를 지나치고 있는 하지운의 망치를 오른손에 쥔 철퇴로 누르고 있는 상태에서, 왼손의 철퇴만 좌측으로 움직여 하지운의 우측 무릎을 후려치려 하였다.


볼드윈 경의 회심의 일격이 하지운의 오른 다리를 작살내기 직전, 그의 시야 오른편으로 뭔가 육중한 것이 상식 밖의 속도로 덮쳐 오는 것이 느껴졌다.

대번에 공격을 포기해 버린 청년이, 살면서 펼쳤던 가장 빠른 움직임으로, 고개만 뒤로 젖혀 버렸다.


그 판단 덕에 청년은 잠시나마 명을 늘릴 수 있었다.

하지운의 왼손에 들려 있던 망치가, 깻잎 한 장 차이로, 청년의 코앞을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순간 식겁한 볼드윈 경이 혼신의 힘을 다해 백 스텝을 밟았다.

순식간에 백 보 밖으로 물러선 용맹한 청년이, 비스듬하게 서서 왼손의 철퇴로 상체를 가린 후, 오른쪽 소매로 급하게 하관을 벅벅 문질러 댔다.

망치가 닿지도 않았는데, 이미 청년의 가슴팍까지 코피로 칠갑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입 주변을 정리한 청년이 솟구쳐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망치 두 자루를 어깨에 걸친 하지운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도대체 얼마나 미친 것이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면 당장 예배당으로 뛰어가서 고해 성사만 마치고, 그길로 지체 없이 ‘그분’의 품으로 돌아가라. 너는 살아 숨 쉬고 있는 것 자체가 죄악인 듯하다.”

“야, 무슨 말을 그렇게 섭섭하게 해? 네가 네 입으로 내 졸개를 하겠다고 했잖아.”

“야, 이 미친놈아! 내가 부하를 하겠다고 했지, 언제 대뜸 죽어 주겠다고 하였느냐?”

“내가 너를 산 채로 부하를 삼겠다고 한 적은 없는데... 방금 너랑 싸웠던 내 부하들 봤잖아. 걔들처럼.”

“뭐... 뭐가 어쩌고 어째! 나를 언데드로 만들겠다고? 아직 장가도 안 간 나를? 뭐 이런 정신 나간 새끼가! 너나 당장 죽어라, 이 경우 없는 미친놈아!”

“걱정 마라. 내 사령술에 대한 조예가 깊어져, 이제는 산 사람과 전혀 구분이 안 가는 청결한 언데드를 만드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니라. 거기다 원래부터 언데드는 성생활에 큰 지장이 없는 물건이다. 이미 내 언데드들과 내 버러지들의 아름다운 사랑에 대해서 들어 보았을 것이 아니냐.”

“거기다가 너 애 싫어한다면서? 그럼 임신 못 시키는 것도 별 상관없겠네.”

“그래그래, 내 말이!”

“하아... 미친... 그냥 다 뒈져라, 이 정신 나간 새끼들아.”


용맹한 청년이 헛웃음을 지으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냥 속 시원하게 싸우다 죽을 각오를 마친 청년의 몸놀림이 가볍기 그지없었다.


쌍철퇴를 비스듬하게 세우고 자세를 살짝 낮춘 볼드윈 경이 튀어 나갈 준비를 마쳤다.

타이밍을 잡기 위해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던 청년이 둘을 세고 마지막 하나를 떠올리는 순간, 가느다란 벼락 두 줄기가 청년의 철퇴 두 자루에 내리꽂히고 말았다.


“히이의이이익!”


철퇴 두 자루를 나란히 쥔 채 눈알을 까뒤집은 볼드윈 경이, 전신을 바르르 떨면서, 그 자리에서 반 바퀴 정도를 격하게 돌아 버렸다.

그러고는 차렷 자세로 땅바닥에 드러누워 버리고 말았다.


눈알이 뒤집힌 채로 전신을 바들거리는 꼴을 보아 하니 이미 충분히 심신 미약 상태에 이른 듯한 볼드윈 경이었다.

그럼에도 용의주도한 하지운은 굳이 벼락 한 방을 더 날려서 볼드윈 경을 빈사 상태에 이르도록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가득 남았기 때문이었다.


용맹한 청년을 잠재워 버린 하지운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돌아선 그의 시야에, 허공에 둥둥 뜬 채로, 기절 상태를 유지 중인 스무 명의 전사들이 들어왔다.

복제 인간들이, 염동력을 이용해, 전사들을 각자 열 명씩 일렬로 띄워 놓고 있던 것이었다.


양 손등을 내민 하지운이 가시를 한 가닥씩 앞으로 쭉 늘였다.

‘가시 투사’가 백 레벨이 되어서 가시의 형태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게 된지라, 길이도 능력만 된다면 얼마든지 늘일 수 있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행성의 반대편까지도 말이다.


일 분 만에 내성의 안마당이 텅 비어 버렸다.

하지운과 복제 인간들 그리고 볼드윈 경만 남은 안마당에 은은한 진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눈치 빠른 복제 인간들이 볼드윈 경의 머리끄덩이를 틀어쥐고는 내성 밖으로 급하게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번개의 원소와 얼음의 원소가 때려죽이고 싶던 네 원소 선배들에게 다소곳이 큰절을 올렸다.

웬수들인 줄로만 알았더니 하늘이 내린 은인들이셨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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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웬도버의 봄 (2) 24.03.02 3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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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 청소하는 날 (17) 24.02.27 24 1 10쪽
161 청소하는 날 (16) 24.02.25 2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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