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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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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05.2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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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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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글자
10쪽

제 14화

DUMMY

낭떠러지 위에서 아래를 지켜보던 금관비사. 열 받아 몸통이 시뻘겋게 변했다.


[입맛에 안 맞아 먹지 않았더니, 저게 감히 내 것을 노려?]


금관비사는 급하게 공간을 뛰어넘었다.


퐁!


대치중인 청설호와 안개 구슬 사이에 금관비사가 나타났다.


금관비사의 기운을 느낀 안개 구슬의 촉수. 겁을 집어먹고 부르르 떨었다.


이때를 틈타 청설호는 재빨리 태승을 물고, 안개 벽 속을 뚫고 밖으로 나갔다.


낭떠러지를 날아올라 건너편에 태승을 내려놓고, 호수 위를 건너와 배낭을 물고 다시 건너편에 옮겼다.


[수고했다. 이제 우리에게 맡기고 탑으로 들어와 쉬어.]



대치중이던 금관비사가 몸을 크게 부풀렸다. 붉은 몸이 일장까지 커졌다.

뿔은 몽둥이만큼 길고 날카롭게 변했다.


그것을 본 안개 구슬도 따라했다. 주위의 안개를 다 불러 모아 휘감았다.


구슬의 덩치가 순식간에 수레바퀴만큼 커졌다. 그리고도 계속 커졌다.


[흥!]


금관비사가 콧방귀를 뀌고는 숨을 크게 들어 마셨다.

전신에서 기운이 용솟음쳤다.

눈에서 금색 빛이 강렬하게 쏘아져 나갔다.


금관비사는 기운을 모아 크게 내뱉었다.


"취이이잇!"


뿔에서 강한 기운이 방출되었다.

금색의 휘황한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빛이 닿는 곳마다 안개가 산산이 흩어졌다.


분신 같은 안개가 흩어지니 구슬의 기세가 꺾였다.

구슬은 뒤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금관비사의 기세에 밀려 안개 구슬의 촉수는 아예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가로로 갈라진 금관비사의 눈동자에 비웃음이 서렸다.


[새끼, 쫄았군.]


안개 호수 속, 두 영수의 첫 접전은 금관비사가 우위를 점했다.


안개 구슬은 싸움이 처음이라 어설펐다.

공격수단인 촉수 두 가닥도 나오지 않아 힘을 쓸 수 없었다.


안개 구슬은 후퇴하여 연못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금관비사는 매서운 눈으로 노려볼 뿐 따라가지는 않았다.

비록 물러났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 것이었다.


금관비사는 안개 구슬이 멀리 사라지자 거들먹거리며 으스댔다.


[입맛에 안 맞아 그냥 보내주는 것이니, 고마운 줄이나 알아.]



한편, 부도탑 속 그림자들은 싸움을 구경하며 분석하기 바빴다.


[검은 촉수는 현도종 제자들의 영력과 혼백.

흰 촉수는 우리 제자들의 영력과 혼백이다.

죽은 수사들의 영력과 혼백을 안개가 흡수해서, 그것으로 촉수가 만들어진 거야.]


[그러니까 금관비사에게 죽임을 당한 기억 때문에, 촉수가 금관비사의 기운을 느끼고 겁을 집어먹은 거로군.

아무튼 평범한 놈은 아니네. 영력도 상당하고.

저놈을 써먹어야겠다.]


[천지 영기가 최소 만년 이상은 누적되어야 영성과 지능이 생겨나는데.

천년 만에 저렇게 커지려면 누군가가 안개 속에 씨앗을 뿌린 게 틀림없어.]


[어떤 놈이 장난질을 친 거야? 혹시?]


두 그림자는 서로 쳐다보고,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짓을 할 능력이 되고 기회가 있었던 놈은 하나뿐이다.


[요족 성황!

그 죽일 놈의 늙다리 요물 짓이 틀림없다.]


[그놈이 처음부터 천옥미환진 설계도에 수작을 부린 걸 거야.]


부도탑 안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낭떠러지 건너편.


청설호는 안절부절 못하며 태승의 주위를 빙 빙 돌았다.


태승은 깨어나지 않았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태승의 몸은 그대로였다.


안되겠다 싶어 청설호는 부도탑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림자가 청설호를 달랬다.


[알고 있다.

진을 통과했으니 우리도 멀리는 못 가지만 나갈 수 있어.

저 아이 머릿속에 들어가서 신수결을 운용토록 유도할게.]


[나는 기해로 먼저 간다.

저 구슬의 처리는 나중에 생각하자.]


부도탑에서 유령처럼 흘러나온 두 그림자는 태승의 몸으로 들어갔다.



태승의 머릿속.


넓은 평야 위에 거대한 성이 우뚝 서 있었다.

성벽도 몹시 견고하고 높게 세워졌다.


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의식 경계가 높고 강해졌으니, 웬만한 잡념은 들어오지도 못할 거야.]


성벽을 넘어 들어간 태승의 기억 창고.


그림자는 신수결이 기억되어 있는 백색 구슬을 어루만지며 혀를 찼다.


[이럴 줄 알았다.

천년을 내려오면서 구결이 걸레가 되어버렸어.

신수결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지만, 그래도 우선은 이것으로 정신을 깨울 수 밖에.]


그림자는 구슬을 붙잡고 영력을 불어넣었다.

구슬에서 백색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빛은 기절한 뇌를 두드렸다.


태승은 덜 깬 상태로, 무의식중에 흐트러졌던 호흡을 갈무리하고 고르게 숨을 내쉬었다.


태승의 기해에는 좁쌀만 한 기 덩어리 하나가 떠 있었다.

그림자는 그것을 붙잡고 회오리를 일으켰다.

회오리 주변에 소용돌이가 생성되어 흡입력이 생겨났다.


태승의 전신에 퍼져있던 안개의 응축된 기운이 기해로 빨려 들어갔다.

기해 속의 기 덩어리를 씨앗으로, 안개 기운이 눈덩이 만들듯 모였다.


몸 속 안개 기운이 기해에 농축되면서, 풍선처럼 부풀었던 태승의 몸이 정상으로 바뀌었다.

의식도 조금씩 되돌아왔다.


'으음, 내 몸이 왜 이렇지?'


태승은 비몽사몽 중에 답답함을 느꼈다.


기운이 원활히 움직이지 않아서였다.

다른 기운이 뒤섞였으니 마음대로 움직일 리 없었다.


[정신 차려! 어서 집중해서 운기(運氣 ; 기를 몸속에서 움직임)하여라.

몸 속 기운을 다스려서 네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태승은 머릿속에 벼락같이 터지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선조의 말씀이라고 직감했다.


태승은 기해에 의식을 집중해서 운기를 시작하는 한편, 신수결을 암송했다.


일각이 지났다.


[잘 했다. 그만! 거기서부터 잘못되었어. 신수결을 고친다.

내가 가르치는 대로 따라 해.]



이후 한 시진이 흘렀다.

햇볕이 따사로웠지만 바람은 쌀쌀했다.


그러나 태승은 이런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몸 속 기운의 운행에 완전 몰두했다.

온전히 집중한 태승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할머니는 눈을 떴지만, 꼼짝도 하지 않고 손자가 운기를 끝내기만 기다렸다.


처음은 기운이 기해에서 요지부동이었다.


태승은 바뀐 신수결에 집중해서 암송하는 한 편, 기해 속의 기운을 움직이려 애썼다.

태승의 집중된 념(念)이 계속 채찍질을 하자 기운이 기해에서 꾸무럭거리며 일어났다.


태승은 계속 몰아붙였다.

거북이 같던 기운이 결국에는 풀 속의 뱀처럼 빠르게 돌아다녔다.


그렇게 일 주천(一주천 ; 기운을 몸 전체로 한 바퀴 돌려 내공을 쌓는 방법)이 끝났다.

거의 한 시진이 흘렀다.


"휴우!"


입으로 탁한 기운을 내 뱉었다.

기분이 엄청 상쾌했다.

다치고 아팠던 것이 말끔히 나은 느낌이었다.


태승은 시원하면서도 청량한 기운 한 줄기가 몸속에 생겨났음을 느꼈다.


"큰 기운이 생겼어!"


[그것이 진기[眞氣]다. 너는 이제야 1경 연기경에 입문한 것이야.


전에 배웠던 신수결은 버리고, 내가 가르쳐 준 신수결을 운용하여 매일 최소 십주천을 해야 한다.

하루도 빼 먹지 말고 해.


네 영맥이 신수결과 잘 맞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큰 성과를 볼 것이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태승은 흥분했다.

내가 연기경이라니!


그럼 더 수련하여 2경 연신이나 3경 결신이 되면, 하늘을 막 날아다닐 수도 있다는 거 아냐?



"아승, 괜찮으냐?"


"으, 응. 할머니."


그제야 태승은 주위를 살폈다. 낭떠러지 너머에 와 있는 것을 깨달았다.


'어떻게 넘어왔지? 그냥 넘어왔나?'


태승은 어리둥절했다.


할머니는 배낭에서 손을 빼어 태승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했다. 아승. 이제 다 끝났다."


"할머니,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렇지만 이렇게 살았잖아.

다 네가 잘 했기 때문이야. 수고했다."


'만든 놈은 완전 미친놈이야.'


태승은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말 할 필요도 없고.


"아승아, 조금만 더 가자. 폭포가 보이는 곳 까지 가면 된다."


"응."


태승은 배낭을 짊어졌다.

온 몸에 힘이 넘쳤다.

배낭이 하나도 무겁지 않았다.



"우와!"


태승은 새로운 광경에 탄성을 내질렀다.


불에 그슬린 커다란 전각이 눈앞에 서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목재 현판은 다 삭아서 글자도 알아볼 수 없었다.


전각 뒤 얼어붙은 폭포가 저 멀리에 보였다.


"할머니, 폭포가 보여."


"그쪽으로 가자."


추웠지만, 아까 눈 폭풍이 몰아칠 때의 끔찍했던 추위는 아니었다.

충분히 견딜 만 했다.

안개는 처음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태승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발끝에 무엇이 걸렸다.


"검이다. 저기도 있네."


태승은 검을 집어 들었다.


바닥에 떨어진 검은 모두 손잡이가 부식되었고, 검신도 녹이 심하게 슬어 쓸모없었다.


천년동안 습기 많은 안개 속에 있으면 웬만한 것은 다 부식된다.

특히 이곳의 안개는 진의 영향 때문에 부식작용이 더욱 심했다.

한빙곡과 현도종 제자들의 시체와 옷은 완전히 썩어 흔적도 없었다.


태승은 또 다른 것이 없나 눈을 번득이며 땅을 발로 훑었다.


"앗! 손 방패다. 멋있는데."


[상품 영보! 현도종 놈들이 준비 많이 했었구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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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5화 +2 22.05.12 2,524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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