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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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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38,436

작성
22.05.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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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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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글자
10쪽

제 6화

DUMMY

흑백쌍두사가 날개 달린 것처럼 푸른 돌을 향해 쏘아가는 것이 아닌가.


"도망간다!"


화살처럼 튀어나간 쌍두사는 푸른 돌에 착 달라붙었다.


태승은 아픈 다리를 무릅쓰고 급히 달려갔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쌍두사의 대가리 쪽에서 지렁이 같은 안개가 떠올랐다. 안개는 푸른 돌에 흡수되었다.


"저게 뭐야? 혹시 쌍두사의 영혼인가?"


푸른 돌이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다. 반면 쌍두사는 푸른 돌에서 떨어져 땅에 널브러졌다.


태승은 쌍두사를 건드려봤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었다."


태승은 열이 바싹 올랐다.


"이놈의 돌이 영혼을 빨아먹어 죽었구나.

산 놈이면 가격을 두 배로 쳐 주는데! 그래서 일부러 기절시킨 건데. 이, 씨."


태승은 홧김에 도끼로 돌을 쳐 버리려다가 멈칫했다.

사냥꾼 대장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당시에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호, 혹시 이거 영수가 죽으면 남기는 영핵(靈核 ; 영적인 힘의 근원) 아냐? 영핵이 영혼을 흡수한다고 하던데."


태승은 발로 뼛조각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앉았다. 푸른 돌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푸른 돌은 영혼을 흡수하고 나서, 아까보다 훨씬 밝은 빛을 내 뿜었다.


묘했다. 돌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옥처럼 푸르고 고운 빛에 육각형의 모양 또한 특이하게 아름다웠다.


"이게 진짜 영핵이면 엄청 비쌀걸. 주인 만나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대장이 그랬어.

아니라도 이렇게 예쁘면 보석으로 쳐서 비싸게 받을 수 있겠다."


태승은 영핵을 손도끼와 비수로 조심스레 옮겨 보따리 속에 집어넣고 꽁꽁 싸맸다.

빛이 새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눈독들일 수 있으니까.

죽은 쌍두사도 둘둘 말아 넣었다.


태승의 입 꼬리가 춤을 추었다.


"횡재다. 횡재야."



흥분이 가라앉으니 추위가 느껴졌다. 밤인데다 비까지 맞은 탓이다.

태승의 아래 위 이빨이 마구 부딪쳤다.


"으으으, 추워. 이제 아침까지 추위만 해결하면 되는데.

할머니가 가르쳐준 신수결(神水訣 ; 물의 道에 대해 정리한 짧은 글)이 있었지."


폭우가 동굴 입구까지 들이쳐, 수기(水氣 ; 물의 기운)는 충분했다.


가부좌를 할 수 없어 태승은 동굴 벽에 기대고 앉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할머니가 가르쳐 준 신수결의 구결을 암송했다.


"물은 유연함의 극이나, 차가우면 그 굳셈이 쇠를 부순다.

끓이면 연기로 사라지며 그 표홀함을 따를 것이 없다.

변형 자재하니 만물의 근원이라 칭할 만하다. 云 云."


구결에 맞춰 호흡은 고르게, 눈을 감고 기해(氣海 ; 기의 바다. 기가 모이는 곳. 단전과 비슷한 개념)에 집중했다.


반 시진(반 시진은 한 시간)이 지나자 기해에서 뜨거운 기운이 생성되었다.

태승은 뜨거운 기운을 몸 전체로 보냈다. 추위가 가시고 전신이 따뜻해졌다.

긴장이 풀리고 졸음이 왔다.


이때 영핵이 들어있는 보따리 위에 그림자 셋이 나타났다.

고풍스런 옷차림의 여인 그림자 둘과 작고 푸른 여우의 그림자 하나.

그림자들은 너무나 희미하여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았다.


여인의 그림자는 말없이 서로 생각을 나누었다.

하나의 혼에서 갈라진 잔혼이라 생각만으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정말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보네.

재수 없게 동굴이 막혀있는 바람에 그동안 혼백을 흡수할 수 없었잖아.]


[이 아이가 가져온 흑백쌍두사 혼백이 의외로 힘이 있어. 보답을 해줄까봐.

청설호, 주위를 경계해.]


푸른 여우의 그림자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령처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청설호는 천 년 전 한빙곡주의 애완용 영수.

푸른 털에 강아지 크기이지만 그 경지는 놀랍게도 중급이다.

인간 수사의 경지에 비교하면 3경 결신 후기.


청설호는 눈 폭풍을 부리는 신통을 타고나, 마음먹으면 주위를 눈 지옥으로 만든다.

눈 속에서는 번개처럼 빠른 속도로 움직여 어떤 영수도 따라잡기 힘들다.


천 년 전에 청설호는 한빙곡주의 잔혼 둘을 태우고 현도종의 추적을 피해 동굴에 숨었다.

부상으로 결국 동굴에서 죽었고 영핵만 남겼는데, 지진 때문에 입구를 가린 돌이 깨어져 태승의 눈에 뜨인 것이었다.


청설호가 밖으로 나가자 두 그림자는 태승을 바라보았다.


[신수결을 운용하는 것으로 봐서, 우리 후손이겠지?]


[함부로 단정 짓지 마.

세월이 엄청나게 흘렀으니 신수결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 없어.]


[아니야, 얘 몸에서 구층구면(九層九面) 부도탑(浮屠塔; 사망자의 유골을 보관하는 탑)의 흔적이 느껴졌어.]


[속단하지 말고, 의식 속으로 들어가 관찰해 봐.]


[알았어. 너는 몸속을 살펴봐.]


두 그림자는 바늘 끝보다 작게 축소되어 정수리를 통해 머릿속으로 들어갔다.


하나는 밑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그림자는 태승의 머릿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그림자 앞에 태승의 의식 세계가 드러났다.


넓은 평야.


평야 중앙에는 성이 하나 서 있었다.

낮지만 두터운 성벽을 만져보고는 그림자가 감탄했다.


[의식의 경계가 대단히 견고하군. 이 정도만 해도 합격이다.

성벽은 나이를 먹으면 높아지겠지.

그러면 잡것들이 넘어오지 못할 것이고. 수행에는 아주 좋아.]


그림자는 성벽을 뛰어 넘어 성 안으로 진입했다.

성은 대단히 넓었고, 안에는 여러 가지 색구슬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림자는 유달리 색이 진한 구슬만 골라 태승의 기억을 읽었다.

쭉 읽어나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 나이에 마음고생 많이 했구나.

그러니까 의식이 이렇게 넓고 두텁게 단련되었지.]



한편, 다른 그림자는 먼저 태승의 왼쪽 다리로 향하여, 상처를 살폈다.


[금이 살짝 갔네. 이 정도는 가볍게 고칠 수 있지.]


그림자가 뼈에 다가가자, 금 간 부위에서 뱀과 거북의 조그만 환영(幻影)이 나타나 눈을 부릅뜨고 뼈를 보호했다.


[아유, 귀여워.

몸을 지키는 수호자가 나타나네.

사신지체(四神肢體 ; 동서남북 사방신의 기운을 함유한 신체)구나.

그리고 뱀과 거북이 수호자니까, 사신지체 중에서도 현무지체(玄武肢體 ; 북방 신의 기운을 함유한 신체).

물과 관련 있는 체질이라 더욱 좋네.]


그림자는 가볍게 뱀과 거북을 넘어서, 금 간 부분을 치료했다.


그리고 기해로 와서 한 바퀴 둘러본 다음, 기해에서 가슴을 지나 정수리로 달렸다.


낯선 어떤 것이 몸의 중심부 세 곳을 한꺼번에 관통하자 태승의 몸에서 저절로 반응이 일어났다.


그림자가 지나가는 곳 마다 태승의 영력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영력은 미약하지만 파도치듯 일어났다.


그림자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영맥(靈脈 ; 영력을 흡수할 수 있는 맥)이 수영맥(水靈脈 ; 물과 관련된 영맥)이야.

우리 한빙종의 근본도 물이니 우리 공법과 잘 맞겠어!]


파악이 끝났다.

여인의 그림자는 태승의 정수리에서 다시 만났다.


[얘는 외조모와 단 둘이 사는데, 외조모가 구층구면부도탑을 가지고 있어.

실물을 봐야 확신하겠지만, 열여덟 개 진품 중 하나가 틀림없는 것 같아.

천만 다행이다. 하나만 있으면 나머지는 복제할 수 있으니까.]


[그럼 분명 우리 후손이야.

이 녀석 몸속에 있으면 저절로 부도탑까지 안내해 주겠네.]


[체질은 어때?]


[아주 좋아. 체질은 귀한 현무지체며, 수영맥이라 한빙종 공법(功法 ; 영력을 기르는 특수 비법)에 딱 이야.

게다가 어려서부터 고생을 한 것이 근골(근육과 뼈)을 단단하게 만들어 줬어.

옛날에도 이 정도 근골과 체질과 영맥을 동시에 갖고 있는 제자는 드물었는데.

의식은 어때?]


[의식을 지키는 경계가 아주 강해. 의지견정의 인재야.

하늘이 우리 한빙종을 도우시려나 봐.]


[흥, 하늘이 도와?

그럼 한빙곡은 왜 폭망하게 내버려뒀는데?]


한 그림자가 표독스레 쏘아붙이니, 다른 그림자가 질색하고 말을 돌렸다.


[이 녀석 다리는?]


[뼈에 금 간 것 고쳐줬어. 내킨 김에 기해의 기운도 북돋았고.

너는?]


[의식에 영력을 불어넣어 줬지. 그러느라 힘 다 빠졌어.]


[나도 쌍두사의 힘을 다 쓴 것 같아. 영핵으로 들어가 쉬자.

청설호! 너도 들어와.]


태승의 의식은 한 가닥 깨어있어 이 모든 것을 다 지켜보았다.

지켜보면서도 참 이상한 꿈이라 생각했다.


이해가 되지 않았고, 꿈 내용도 깨어나면서 거의 다 잊어버렸다.

어렴풋이 남은 한 가닥 기억만 의식에 눌어붙어 있었다.



비가 그치고 해가 떴다.

밝은 햇살에 비친 물방울이 보석처럼 빛났다. 환하고 맑은 아침.


태승은 몸이 날아갈 듯 했고, 머릿속이 무척 맑았다.

뿐만 아니라 물방울을 보는 데 무척이나 마음이 끌렸다. 기분이 상쾌했다.


기지개를 켜다가 태승은 깜짝 놀랐다.


"엉? 하나도 안 아프네. 다리가 다 나았어.

아, 배고파. 빨리 집에 가자."


그런데 집 생각이 나자 지진도 생각났고, 지진으로 집이 무너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생겨났다.


"제기랄!"


허술한 성벽이 무너지면 집들은 다 부서지고, 그 속에 살던 사람들은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태승은 아픈 다리 때문에, 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태승은 짐을 챙겨들고, 급히 달리기 시작했다.


"할머니, 죽으면 안 돼!"


눈에서 눈물이 철철 흘렀다. 엄청나게 후회가 되었다.


"괜히 뱀 잡으러 나왔어. 할머니랑 같이 있을 걸.

그럼 집이 무너져도 내가 구할 수 있는데. 할머니, 죽으면 안 돼!"


태승은 엉엉 울면서 미친 듯이 달렸다. 토가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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