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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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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8,436

작성
22.05.1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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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글자
9쪽

제 2화

DUMMY

갈용은 허리춤에 찔러넣은 구절편(아홉 마디 채찍)에 영력을 불어넣어 곡주에게 던졌다. 구절편에 새겨진 부적 문자에서 빛이 나더니 허공에서 거대한 흑룡으로 변했다.


쿠와악!


흑룡은 입을 벌려 시뻘건 화염을 곡주에게 쏟아부었다.


"흥, 영보는 네놈만 있는줄 아느냐?"


곡주도 머리띠를 벗어 던졌다. 영력이 주입된 백금 띠는 백룡으로 변해 날아올랐다. 백룡은 입을 벌려 한기를 흑룡에게 쏘았다. 화염과 한기가 부딪치며 사방으로 대량의 수증기가 확산되었다.


수증기로 앞이 안 보이는 틈을 타 갈용은 방패를 던졌다. 날아간 방패는 빠르게 회전하면서 곡주의 허리를 노렸다.


맞으면 육포가 될게 분명했다. 곡주가 피하자 방패는 다시 갈용에게 되돌아갔다.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두 수사는 서로 노려보며, 호흡을 가다듬고 영력을 끌어올렸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실력은 백지 한장 차이로 갈용보다 곡주가 높았다.


곡주는 싸우면서도 틈틈히 품 안의 옥패를 점검했다. 제자들을 보호하는 결계와 연계되어 있어, 결계가 깨지면 옥패에 금이 간다. 그럴 경우 곡주는 갈용을 뿌리치고 폭포 뒤로 뛰어들 생각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옥패는 이상이 없었다.


'다행이다. 결계가 버텨주는 모양이구나.'


곡주의 착각이었다.


갈용이 금관대인으로 떠받드는 동자는 금관비사(金冠飛蛇). 영력을 가진 뱀이 인간으로 변신한 영수다.

금관비사는 공간을 뛰어넘는 신통력과 엄청난 전투력을 가지고 태어나며, 고위(高位), 중급(中級), 하품(下品)으로 나뉘는 영수 등급에서 고위 영수에 해당된다.


현도종에서는 엄청나게 비싼 값으로 알을 구입하여, 갖은 정성을 다해 부화시키고 가르쳤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라 훈련이 덜 된 반면, 호기심은 아이처럼 많았다.


금관비사는 산책나온 듯이 느긋하게 걸음을 옮겨 동굴 속 이곳 저곳을 구경했다. 동굴은 어둡고 축축했고 차갑기까지 해서, 뱀이 동면하기 딱 좋았다.


금관비사는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으로 더 들어가서 한빙종 제자들을 없애야 하는데, 졸음때문에 들어온 목적을 까맣게 잊어버렸다. 잠 자기 적당한 자리를 찾아 드러누워, 주머니속의 간식을 꺼내 먹다가 잠이 들었다.


그 덕분에 한빙곡 제자들은 수호진을 발동할 시간을 벌었다.



최고위 수사가 맞붙자, 나머지 수사들도 싸우기 시작했다. 기세가 잔뜩 오른 흑의 수사들은 거칠것없이 공격했다. 더 이상 도망갈 곳 없는 백의 수사들도 있는 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모두 다 상대의 목숨을 빼앗으려 안간힘을 다했다.


이런 와중에 두터운 안개가 계곡 전체를 서서히 뒤덮었다. 곡주 혼자만 이 현상을 눈치챘다.


'진이 발동되기 시작했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곡주는 있는 힘을 다해 갈용과 현도종 제자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진만 완전히 가동되면 적들 모두가 갇혀 죽을 것이라는, 최소한 같이 죽을 수는 있다는 계산이었다.



수련곡의 여제자들은 진을 발동시키고, 곡주를 도우기 위해 동굴 안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다가 자고있던 금관비사를 건드렸다.


금관비사는 선잠을 깬 어린애처럼 짜증을 냈다. 무시무시한 노성을 터뜨리며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여인들의 비명이 폭포수를 뚫고 밖으로 퍼져나갔다.


화염과 한기. 붉은 빛과 백광. 영력이 부딪쳐 나는 폭음과 고성, 욕설과 단말마의 비명 등으로 계곡 안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다음날.


계곡이 있던 곳은 온통 백색 안개 뿐이었다. 두터운 안개는 계곡과 산까지 결계처럼 뒤덮었다.


새 한마리 날지 않는 계곡 상공에 네쌍의 날개를 가진 거대한 뱀 한마리가 유유히 회전했다. 거대한 뱀 머리 위에 가부좌를 튼 백발의 수사는 안개 계곡을 내려다 보았다.


"하아,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계곡을 탐색하던 백발수사의 입에서 저절로 장탄식이 새어나왔다. 자신의 강한 영력을 계곡에 투사했지만, 안개속은 무덤처럼 반응이 없었다.


수사가 걱정하는 것은 금관비사. 애지중지 키우던 영수와는 영으로 연결되었는데, 안개가 차단하여 끊어진 것이다.


백발수사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자, 그의 전신에서 금색 번개 수십가닥이 번쩍번쩍 빛을 발했다. 마음이 움직이면 저절로 번개가 일어나는 6경 연허 였다.


뒤에 공손히 서있던 사내는 겁에 질려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큰일났다. 구종주(九宗主)께서 화 나셨다.'


백발 수사가 침통한 목소리로 사내를 불렀다.


"장엽."


"하명하소서."


"제자 몇 명이 들어갔느냐?"


"열 다섯명입니다. 대주는 3경 결신 중기, 나머지는 2경 연신 후기 제자들입니다. 모두 최정예로, 여차하면 자폭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매년 이때 들른다는 한빙곡주는 없고, 진을 보수하는 하급 수사들만 남아있다고 보고받았는데 맞느냐?"


백발 수사의 어조는 냉엄했고, 장엽의 어깨는 더욱 움추러들었다.


"예. 한빙곡주와 고위 수사들은 한빙곡에서 버티고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구종주님도 그쪽으로 빨리 오시라고 했습니다."


"아깝다. 여기서 한빙곡주를 만났다면 내손으로 죽였을 텐데. 들어간 제자들은?"


"아직 하나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연락은?"


"없습니다."


장엽은 자기 잘못인것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구종주는 혀를 끌끌 차고 다시 물었다.


"금관아(金冠兒)는?"


"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구종주는 한숨을 쉬었다.


"휴우, 당연하겠지. 아직 어린 놈이라 경험삼아 딸려 보냈는데 이런 일을 당하다니.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한빙곡 놈들이 천옥미환진(天獄迷幻陣)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예? 요족(다른 생물을 홀리는 요사스러운 능력의 종족. 구미호가 대표적임)의 천옥미환진을 저놈들이 어떻게?"


장엽은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몰래 구종주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실수를 깨닫고 얼른 고개를 숙였다.


천옥미환진은 만룡산맥 너머 최고위 요족들만 은밀히 아는 환상진.

어떤 종족도 진 안으로 들어오기만 하면, 진이 보여주는 환상때문에 극심한 공포감이 일어난다. 공포에 빠진 생물은 진에서 탈출할 길을 찾을수 없고, 심력(마음의 힘)과 체력을 고갈시켜 방황하다 결국 탈진으로 말라죽는다.


탈출하는 방법을 아는 자는 진의 설치자 뿐. 방법을 모르면 영수는 물론, 양신(陽神 ; 혼백이 실체화 된 것. 위급하면 다른 육체로 갈아탈 수 있다)도 진을 벗어날 수 없다.


"한빙곡 놈들! 감히 종(宗)이라 칭한 죄에, 요족과 연결된 죄까지. 백번 죽어야 마땅하지."


구종주는 악담을 내뱉고는 장엽에게 명령했다.


"당장 일종주님께 천옥미환진의 존재를 보고하라."


"존명!"


장엽은 품 속에서 구리 거울을 꺼내 영력을 주입했다. 반들거리는 거울 표면에 시녀 머리 장식의 여인이 떠올랐다.


예를 올리는 시녀를 저지하고, 장엽은 급하게 진의 존재를 알렸다.


보고를 끝낸 장엽은 구종주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소인이 진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구종주는 가당찮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들어가는 거야 말리지 않지만 네놈이 살아나오려면 천년도 부족하다."


"한빙곡 놈들을 붙잡아 족치면 수월하지 않을까요?"


"금관아가 다 잡아먹었을 게다. 만약 살아있다 하더라도 길을 아는 놈이 있을 리가 없지. 한빙곡주놈 혼자만 알 껄."


말문이 막힌 장엽. 눈알을 굴리며 생각하다가 손뼉을 쳤다.


"맞다! 신통력! 금관대인의 공간 신통이라면 결계를 넘어올 수 있지 않을까요?"


"금관아 할애비라도 저 환상진 속에서는 불가능해."


칼같은 단언에 장엽은 울상이 되었다.


"그, 그럼 금관대인은 어떻게 나오죠?"


구종주는 손가락을 짚어 무언가를 계산했다.


"돌아오기만 기다려야지. 추산해보니 대략 천년 후에 큰 지진이 나겠구나. 지진으로 땅의 근원이 움직이면, 진의 기초가 흔들려 균열이 생길 것이다. 그 틈에 빠져나오겠지.

문제는"


구종주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주인이라는 금제(禁制 ; 정신적인 속박)를 씌웠는데, 자라면서 금제가 풀릴 것이 걱정이구나. 천년 후에는 당당한 고위 영수가 될 놈이건만."


"구종주님께서 펼친 금제인데 어찌 쉽게 풀리겠습니까. 천년 뒤에 반드시 구종주님을 찾아와 주인으로 모시겠지요."


"그때까지 내가 살아 있을지."


구종주의 우울한 표정을 살피며 장엽이 아첨을 했다.


"괜한 걱정이십니다. 구종주님께서는 만년을 사실 것입니다. 그리고 일종주님이 되셔서 우리 현도종의 위세를 홍황대륙 전체에 크게 떨치실 것입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한빙곡으로 가자."


"존명!"


장엽은 팔익비사(네쌍의 날개로 날아다니는 뱀)의 뿔을 잡아 돌려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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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5화 +2 22.05.12 2,524 54 10쪽
4 제 4화 +1 22.05.12 2,805 72 9쪽
3 제 3화 +7 22.05.11 3,190 7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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