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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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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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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 3화

DUMMY

험악한 만룡산맥은 요족, 마족 등 강한 종족들에게서 인간족을 보호하는 든든한 장벽이다. 산은 죄다 만장 높이의 칼 산. 어떤 식물도 자라지 못하는데, 유독 강철같은 가시를 두른 철목만 무성하다.


억만리 길이의 만룡산맥에서 가장 추운 곳.


한빙곡 상공에 백색의 빛덩어리 하나가 떠 있었다. 눈부신 백색 광채때문에 나이와 용모는 알아볼 수 없지만, 빛 덩어리 중앙에는 여인의 옷차림을 한 모습이 은은히 보였다.


백색 광채는 시간이 갈수록 덩치를 키워, 사방 일리를 전부 집어삼키는 커다란 백색의 공이 되었다.


빛의 공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여덟 명의 현도종주는 계속 밀려났다. 모두 6경 연허의 경지들이라 맞붙어 싸울 능력은 있지만, 구태여 싸우려 들지 않고 물러섰다. 상대의 강한 기세는 피하고 힘 빠지면 공격하는 것은 병법의 기초.


그런데 상황이 심상치 않게 변해갔다. 빛의 공은 거칠것없이 몸체를 불리더니, 하늘과 땅을 다 삼킬 것처럼 커졌다.


빛의 공이 커짐에 따라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한기가 몰아쳤다. 갈수록 커지는 빛의 공의 기세에 종주들은 잔뜩 긴장하여 영력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렸다.


유달리 눈치가 빠른 칠종주의 안색이 급변했다.


"저, 저 계집이 혹시 폭사하려는 거 아닌가요? 양신이 도주할 낌새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양신까지 폭사시키면 환생도 못할 텐데? 맙소사! 저 빛의 공 전체가 다 혼(魂)이야. 구구잔혼대법(九九殘魂大法)이다. 피해라!"


그때, 빛의 공에서 한빙곡주의 웃음소리가 터졌다.


"오호호호! 병신들, 눈치챘구나.

하지만 늦었다. 준비는 끝났으니 네놈들은 양신도 살아 돌아가지 못한다.

일종주란 놈은 일찌감치 눈치채고 나타나지를 않는구나. 그러니 네놈들은 일종주 아래인거다.

가거라!"


공 중앙의 한빙곡주 몸이 폭발했다.


쩌저저정!


사방 십리를 집어삼켰던 빛의 공은 팔십 한개의 조각으로 쪼개지며, 하나 하나가 비수처럼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그와 동시에 얼음 폭풍이 몰아쳤다.


강력한 바람의 힘을 받아 빛의 공 조각은 번개처럼 날았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찢어버렸다.


같은 연허경이라도 초기에 불과한 구종주. 엄청난 광경에 방어할 엄두도 못내고, 얼이 빠져 중얼거렸다.


"팔십 한개로 갈라진 잔혼(殘魂 ; 죽은 뒤에 남아있는 혼의 조각)이 하나로 합쳐질 동안 끔찍한 고통을 받을텐데, 과연 여인이 한을 품으면 독하구나."


말이 끝나자 마자, 날아든 빛의 공 조각. 구종주는 육신과 양신마저 갈기갈기 찢어져버렸다. 구종주 뒤에서 시중들던 장엽도, 타고있던 날개달린 뱀도 같은 꼴이 되었다.


뒤이어 한빙곡주의 두번째 안배가 펼쳐졌다.


꽈과과광!


하늘에서 벼락과 함께 구백구십구개의 얼음기둥이 생겨나더니 아래로 쏟아졌다.

하나 하나가 집채만 한 얼음기둥이 땅을 마구 두드렸다. 엄청난 충격에 지진이 일어나고 땅이 갈라졌다.


이것이 신호였다. 기다리던 한빙곡의 수사들이 무너진 계곡에서 튀어 올랐다. 수사들은 살기를 품은 눈빛으로 현도종 수사들에게 달려들었다.


"한빙종주님의 원수를 갚아라!"


"죽어도 한빙종이라니! 저 미친 놈들을 다 쳐죽여라!"


빛의 공 조각과 얼음기둥을 간신히 피해 살아남은 현도종 수사들도 악에 받쳐 미친듯이 공격했다.


처음에는 먼저 공격한 한빙곡이 우세했지만, 현도종 수사들이 워낙 많았다. 두 손이 열 손을 못 당하는 법. 한빙곡의 고위 수사와 제자들은 점차 죽어나갔다.



천리 밖. 산 정상.


커다란 태사의 위에는 바싹 마른 얼굴의 현도종 일종주가 느긋하게 앉아 있었다. 일종주를 중심으로 흑의 수사 서른 여섯명이 꽃잎처럼 펼쳐져 사방을 경계했다.


거대한 거울을 통해 불구경하듯 상황을 즐기던 일종주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한빙곡주에게 마지막 한수가 있을 줄 알았다. 고인물들 전부 다 죽었겠지.

그렇잖아도 물갈이 하려고 했는데, 저 독한 계집 덕분에 손도 안대고 코 푼 셈이야. 흐흐흐.

이제부터는 내 세상이다."


"감축드리옵니다. 종주님!"


일종주는 얼른 표정을 고치고는 알랑거리는 수하들을 냉엄하게 쓸어보았다.


"이 일에 대해 발설하는 자는 영원히 죽지도 못하게 만들것이니, 입들 다물라."


"존명!"


"저희들은 벌써 기억까지 지웠습니다. 종주님!"


"흥, 말만 그럴싸 하게 하지."


하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으로 일종주는 짐짓 으르렁거렸다.


"한빙곡을 깨끗이 청소하지 않고 뭣들 하느냐. 살아서 돌아오는 놈이 하나도 없게 만들라!"


"예? 우리 제자들까지 말입니까?"


퍽!


얼떨결에 말을 꺼낸 수사의 머리통이 박살났다.


"아직도 이렇게 정신나간 놈이 있었나?"


수하들을 둘러보는 일종주의 시선은 살벌하기 짝이 없었다.


'살인멸구!'


수하들 머릿속에 이 단어가 떠올랐다. 새파랗게 질려서 모두 황급히 고개를 조아리고, 목이 터져라 외쳤다.


"이종주 이하 구종주의 수하들은 한빙곡 놈들과 내통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분명히 내통했습니다. 그래서 종주들이 다 죽었습니다."


"내통한 첩자는 모조리 찾아 죽여없애겠습니다."


목숨을 구하려고 비방하는 발언을 경쟁하듯 쏟아내는 수하들. 일종주의 입가에 비웃는 차가운 미소가 스쳤다.


"시끄럽다! 말로만 떠들지말고, 어서 썩 튀어! 가는 길에 한빙곡의 지부들도 깨끗이 정리하라!"


"존명!"



해가 지기도 전에 한빙곡 열일곱 지부는 전부 궤멸되었다. 천옥미환진이 일찌감치 펼쳐진 수련곡만 손 댈수 없어 놔 뒀을 뿐.


한빙곡주가 거주하던 한빙곡도 철저히 부서지고, 살아남은 한빙곡 수사는 아무도 없었다.


전투에 참가했던 현도종 수사들도 전원 사망. 구종주와 장엽 역시 사망이었고, 어린 금관비사는 같이 죽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고위 수사와 제자들 대다수가 전투로 죽는 바람에, 현도종은 칠대종의 꼬리가 되었다.


세력이 약해진 현도종 제자들은 다른 여섯 종 제자들에게 천대받는 신세로 전락했고, 일종주 홀로 현도종주 자리에 앉아 최고급 영약과 법보를 독식하고 만사를 좌지우지했다.


이후 천년이 흘렀다.

왕조가 세번 바뀌었고, 한빙곡주는 전설의 악선(惡仙)이 되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천하에 뿌려졌던 한빙곡주의 잔혼이 서로 감응하기 시작했다.


* * *


벽신국은 적사제국 북쪽 변경의 조그만 왕국이다.


그런 벽신국 최 북단에 자리한 작은 성인 여랑성의 빈민가.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성벽에 기대어 지은 허름한 집들. 오물로 뒤덮힌 골목마다 팔뚝만한 쥐들이 뛰놀았다.


동네 아이들이 다 사라져, 쥐들 천국이었다.


햇볕이 따가운 정오.


사라졌던 개구장이들이 골목 입구에 하나 둘 나타났다.

열살 내외의 헐벗은 아이들. 손에는 손도끼, 방망이, 하다못해 짱돌이라도 들었다.

눈동자에는 식탐의 불길이 타올랐고, 입에는 벌써 침이 흘렀다.


"쥐새끼들, 그 동안 살이 오동통 쪘구나."


아이들이 살금살금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성미급한 녀석은 들어가자 마자, 겁없이 얼쩡거리는 쥐를 쳐 죽이기 시작했다.


찍!


선두에 선 녀석이 눈을 부라렸다.


"야, 돼지 새꺄. 너 때문에 다 도망치잖아. 한꺼번에 시작해야지!"


쥐만큼 눈치빠른 짐승은 없다. 위험을 느끼자 쥐들은 골목 반대방향으로 떼를 지어 도망쳤다.


"잡아라!"


아이들이 쥐떼를 쫓아 우르르 몰려갔다.

손도끼를 든 녀석들이 선두에 나섰다. 도끼로 찍었다 하면 백발백중. 한 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쥐잡기는 이곳 애들의 유일한 오락거리이자 점심먹을 수단이었으니까.


길목 반대 방향에는 덩치가 큰 녀석들이 돌 묶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쥐떼가 다가오면 지팡이를 어깨까지 들었다가, 묶인 돌이 땅에 스치듯 휘둘렀다.


위잉!


딱!


정통으로 맞은 쥐는 내장이나 머리가 터져 날아갔다. 지팡이를 타고 오는 짜릿한 손맛에 중독되어 이 짓만 하는 녀석도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아이들은 뒤를 따라오며 쥐 시체를 줏어담았다.


사냥이 끝나면 아이들은 개구멍을 통해 성밖으로 나갔다. 벌판에서 여럿이 둘러앉아 가죽과 내장을 버리고 구워, 점심을 때우는 것이다.


고기를 정신없이 뜯어 먹던 한 녀석이 손도끼를 들고 흔들며 크게 외쳤다.


"아승(阿昇 ; 어른이 아이를 부를 때, 또는 친한 사이끼리 이름 앞에 阿를 붙임)! 어디가?"


"어, 아승이다."


다른 녀석들도 손을 흔들었다.


등짐을 지고 벌판을 가로지르던 소년도 손을 흔들었다.


"아승, 작지만 그래도 한입 먹고 가."


"야, 작다고 하면 아승이 먹겠어? 눈치가 얼마나 빠른데."


태승은 피식 웃고는 큰 소리로 답했다.


"괜찮아. 아삼, 아룡, 많이 먹어."


"오늘도 형들이랑 흑산(黑山)에 가는거야?"


"아니야, 약초 캐러 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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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 5화 +2 22.05.12 2,524 54 10쪽
4 제 4화 +1 22.05.12 2,805 7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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