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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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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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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05.1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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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34
추천
62
글자
10쪽

제 7화

DUMMY

멀리 여랑성이 보였다.

성벽은 그대로였다. 다행히 지진이 이쪽까지 오지 않았다.


평소에는 다 쓰러져갈 것 같아 거들떠보지도 않던 성벽이었는데, 오늘따라 이처럼 믿음직스럽게 보일 줄은 몰랐다.


"휴우, 다행이다."


태승은 그 자리에서 쓰러지듯 드러누웠다. 달려오느라 너무 힘들었다.



"아승! 어딜 갔다가 이제 와!

할미 속 터져 죽게 만들려고 그러지, 이 녀석아!

맞아야 정신 차릴래?"


지팡이를 짚고 허름한 집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

태승을 보자 지팡이를 들고 큰 소리를 쳤지만 눈에는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흘러넘쳤다.

태승도 할머니를 보자 너무 기뻤다.


"할머니. 빨리 집에 들어가자. 좋은 거 있어."


태승은 할머니를 껴안고 집으로 향했다.


"이거 놔, 이 녀석아. 밥은 먹었니?"


"지금 밥이 문제가 아냐. 빨리 가."


"아이고, 넘어진다. 그만 끌어, 이 녀석아."



집 안은 단출했다. 쪽문을 사이에 두고 부엌과 침실 달랑 둘 뿐.


침실에는 침상 하나에 탁자 하나와 의자 둘.


침상 머리맡에 베개 크기의 구층탑만 달리 보였다.


태승이 집 안으로 들어가자, 보따리 속 영핵이 가볍게 떨렸다.


[설마 했는데 진짜 구층구면부도탑이다. 이건 하늘이 도우신 거야.]


[세상에, 이렇게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부도탑은 각 층마다 아홉 면이 있어 모두 팔십 한 개의 면이 있는, 독특한 형태였다.


검은 돌로 만들어져 겉보기는 시커멓고 볼품없었다.


보통 부도탑에는 유골 조각을 넣기 때문에, 길에 나뒹굴어도 주워갈 사람 하나 없을 것 같았다.


태승은 들어오자마자, 문짝에 달린 갈고리로 문을 걸어 닫았다.


할머니는 의아한 표정으로 손자가 하는 행동을 지켜봤다.


"할머니, 내가 어제 흑산에 혼자 사냥 갔었거든."


태승은 탁자위에 흑백쌍두사와 영핵을 올려놓았다. 할머니는 깜짝 놀랐다.


"이 녀석아, 위험한 짓을 했구나.

형들이랑 같이 사냥가야지.

다치진 않았느냐?"


"형들하고는 안 간다니까. 내가 잡은 것도 다 가져가는 걸.

나 혼자도 이렇게 잘 잡았잖아."


태승은 으스대며 자랑했다. 할머니는 기특한 듯 태승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위험해. 혼자 가지 마.

어쨌든 밤새 고생했다.

그런데 이건 뭐냐?"


할머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영핵을 지켜보았다.


대낮의 햇빛 때문에 영핵의 푸른빛은 흐릿해 보였다.


태승은 할머니의 반응에 실망했지만, 그래도 싱글거리며 할머니에게 물었다.


"예쁘지? 이게 뭐 같아, 할머니?"


할머니는 눈을 감고 추억을 되살렸다.

어릴 때 가끔 봤던 물건이었다. 기억이 났다.

할머니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영핵이구나!

정말 오랜 만에 보는 물건이구나!

이거 엄청 비쌀 텐데."


태승은 영핵이라는 말에 손뼉을 치며 펄쩍 펄쩍 뛰었다.


"우와, 맞구나! 영핵 맞아. 대박 났네."


"이 녀석아, 가만 좀 있어. 남들 듣겠다!"


이 말에 태승은 얼른 입을 다물고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 어떻게 알아?"


"할미는 큰 가문의 외동딸이었어. 가져보지 못한 물건이 없었단다."


할머니는 영핵을 조심스레 만졌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는 근심이 서렸다.


"상당히 크구나. 이 정도면 중급 영수의 영핵일 거다.

어디서 찾은 거냐?"


"큰 돌로 막아놓은 동굴 입구가 지진 나서 깨졌고, 비가 와서 들어갔거든.

그 안에서 반짝거리기에 찾았어.

잘 했지?"


"잘 하기는, 이 녀석아. 큰일 났다."


걱정하는 할머니의 말에 태승은 의아했다.


"뭐가?"


"우리 같은 사람이 보물을 가지면, 보물이 아니라 화근덩어리인 거야.

여랑성내 수사들이 영핵의 영력을 탐지하고, 찾으러 나설게 틀림없어.

들켜서 빼앗기기 전에 얼른 내다버려라."


"싫어! 돈 많은 천물루(千物樓)에 팔면 되잖아."


천물루는 여랑성 내에서 온갖 영약(효과가 대단한 약), 기병(뛰어난 무기), 영보, 요수의 영핵 등을 사고파는 단 하나의 점포.


벽신국을 아우르는 천물상회의 여랑성 분점이며, 중급 영수의 영핵이라도 구매할 능력이 되는 곳이었다.


소문에 의하면 루주는 3경 결신의 수사. 여랑성내 어느 누구보다도 높은 경지였다.


이런 천물루에 비하면 다른 곳은 노점상에 불과했다.


할머니는 머리를 내저었다.


"안 된다.

팔려고 내 놓았다가는, 그 놈들이 돈을 주는 대신 단칼에 없앨 거다.


그리고는 아주 어렵게 구했다고 부풀려 비싼 값에 팔아버릴 놈들이다."


냉정하게 단언하는 할머니의 말에 태승은 새파랗게 질렸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다른 방법을 말했다.


"그, 그러면 길에서 사람을 불러 모아 파는 건 어때?

사람들이 많이 보면 함부로 죽이지 못할 거 아냐?"


"그럼 받은 돈은 어떡하고.

나쁜 놈들이 따라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돈을 빼앗을 텐데?"


태승은 기가 팍 죽었다.

할머니는 실망해서 어깨가 처진 태승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좋은 말로 달랬다.


"할미 말대로 포기하고, 멀리 던져버려라.

울지 말고."


태승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너무 억울했다. 큰돈을 만질 기회인데, 이걸 포기하다니.

태승은 분한 마음에 소리를 빽 질렀다.


"안 울어!"


그때였다.


[걱정마라.]


태승과 할머니의 머릿속에 동시에 울리는 말.

심어(心語 ; 소리에 의하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되는 말)였다.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누, 누구야."


[영핵은 구층구면부도탑에 숨기면 된다.

그러면 고위 수사 외에는 누구도 탐지할 수 없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영핵이 푸른빛을 강하게 내 뿜으며 부도탑을 향해 날아갔다.


"으악, 깨지겠다."


태승은 잡으려고 몸을 날렸다.

영핵은 태승의 손이 닿기도 전에 탑에 쩍 달라붙었다.


우우우웅!


커다란 소음과 함께 탑이 거세게 진동했다.

갑자기 푸른빛이 탑 전체에서 발광하듯 뿜어져 나왔다.


"앗! 눈부셔."


태승과 할머니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잠시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탑의 일층 한쪽 면이 밝게 났다.

그 벽면에 푸르고 작은 여우 형상이 그려졌다.

여우 그림은 만족한 듯 크게 한번 울부짖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곧 탑의 벽면은 원래의 시커먼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여우 그림도 검은 색으로 뒤덮였다.


[우리 청설호, 부도탑 일층 일면의 수호영수가 되었네.]


[그 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 푹 쉬렴.]



여랑성 중앙에 탑처럼 높이 세워진 천물루의 꼭대기.


명상에 잠겨있던 비쩍 마른 노 수사가 눈을 번쩍 떴다.

날카로운 눈빛이 살을 에는 듯 했다.


"이렇게 강한 영력 파동이라니!

어느 방향에서 일어났지?"


노 수사는 영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사방으로 발산시켰다.


천물루를 중심으로 영력의 동심원이 커다랗게 퍼져나갔다.

여랑성 전역이 동심원 안으로 들어왔다.


노 수사는 정신을 집중하여 영력 파동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흔적이 어렴풋이 남은 곳은 남쪽 성벽, 빈민가 근처였다.



태승과 할머니가 눈을 떠 보니 탑에 붙어있던 영핵은 사라졌다.


영핵은 탑에 흡수되듯이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이런, 제기랄."


태승은 화가 치밀었다. 급하게 탑을 붙잡았다.


아무리 봐도 입구가 없는데 어떻게 영핵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다.


흔들어보니 달각거리는 소리가 났다.


태승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게 내 껄 먹어? 부셔버려!”


씩씩거리며 탑을 바닥에 내려치려는데, 할머니가 막아섰다.


"이 녀석아, 그만해.

어차피 버리려던 것인데, 탑 안에 들어갔으면 잘 된 것 아니냐."


그러나 태승의 화가 풀어질리 없었다.

고생해서 가져왔는데 팔지도 못하고, 탑이 먹어버렸으니 당연했다.


"깨부숴 꺼낼 거야."


"그 탑은 절대 안 깨진다.

천년동안 내려온 가보라고 말 했지.

안 깨질 뿐 아니라 불에도 타지 않아. 괜히 용쓰지 마라."


"이, 씨."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은 태승은 탑을 힘껏 내려쳤다.


탑은 바닥에서 튕겨나더니, 태승을 비웃는 것처럼 반듯하게 바닥에 섰다.

조금의 흠집도 없었다.


[녀석 성질 급하네.]


[때가 되면 꺼내 줄 테니 걱정 말고 기다려라.

후손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느냐?]


다시 머릿속에 말이 울리자 할머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짜라고 생각한 할머니는 얼른 무릎을 꿇고 탑을 향해 절을 세 번 올렸다.


"탑 속에서 쉬시는 선조님의 혼백께 불초 자손이 사죄드립니다.


배운 것 없어 알지 못하는 손자가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시고, 벌을 내리신다면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어리석은 저에게 벌을 내려 주옵소서.


손자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손자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손자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두 손을 비비며 절을 하는 할머니를 보고 태승은 엄청 헷갈렸다.


할머니의 치매가 또 발동한 거 아냐?

그런데 방금 몇 번이나 들린 말은 뭐지? 진짜 선조들의 혼백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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