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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선행!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오동
작품등록일 :
2022.05.11 17:45
최근연재일 :
2022.10.21 11:40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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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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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4
글자수 :
638,436

작성
22.05.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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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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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글자
10쪽

제 5화

DUMMY

흑산에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핏빛 같은 붉은 노을이 산을 덮었다.


우르르!


갑자기 땅이 흔들렸다. 땅 밑에서 거인이 흔드는 것처럼, 암벽이 부르르 떨렸다. 지진의 끝자락이 흑산까지 다가온 것이다.


"지진인가?"


태승은 맥이 풀렸다.


"에이, 하필 오늘 지진이야. 이러면 뱀이 나올 리가 없지. 어?"


예상과 달리 흑백쌍두사 한 마리가 화살처럼 동굴에서 튀어나왔다.

손가락 굵기의 대가리가 두개인데, 하나는 희고 하나는 검었다. 몸통은 회색으로 약 삼척 길이.


먼저 나온 놈이 필사적으로 암벽 틈을 헤쳐가고, 뒤이어 여러 마리 쌍두사가 굴에서 나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태승의 입이 헤벌어졌다.


"대박!"


태승은 가장 가까이 다가온 쌍두사 몸통을 나뭇가지로 짓눌렀다.


"잡았다!"


얼른 도끼머리로 쌍두사의 대가리를 쳤다. 기절시키려 했는데, 대가리가 깨졌다.


"아, 아까워. 힘을 너무 줬구나."


깨진 대가리에서 짙은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갑자기 골이 띵했다. 독향 이다.


"와, 독하다. 정신없게 만드네."


태승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른 대가리를 제대로 쳐서 기절시켰다. 질긴 실로 뱀 입을 묶고, 헝겊으로 둘둘 말아 짐 보따리에 넣었다.


"겨우 한 마리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러지? 지진 때문에 놀래서 튀어나왔나?"


우르르르!


또 다시 땅이 물결치듯 크게 움직였다. 산꼭대기가 부르르 떨고, 나무들은 마구 휘청거렸다. 꼭대기의 암석들이 쪼개져 아래로 떨어졌다. 돌 부딪치는 굉음이 산 전체를 뒤흔들었다.


꽈꽈광!


"큰일 났다!"


태승은 겁에 질려 암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래는 낭떠러지. 아까 봤을 때 많이 깊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겁이 났다.

아래에 나무가 빽빽이 솟아있는 것도 두려웠다. 떨어지면 나뭇가지에 다치거나 죽을 지도 몰랐다. 태승은 조금씩 암벽 위로 기어 올라갔다.


"제발! 암벽아, 떨어지지 말아다오."



우우웅! 우우웅!


"산이 우는 소리다!"


태승은 긴장하여, 암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산이 울렁거렸다. 태승이 달라붙은 암벽이 쩍 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조각 하나가 아래로 떨어져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났다. 연이어 몇 조각이 후드득 떨어졌다.

결국 태승이 잡고 있던 암벽도 완전히 갈라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암벽이 떨어져 내리기 전, 태승은 옆으로 몸을 날려 돌부리를 붙잡았지만 약했다. 돌부리는 빠졌고 태승은 아래로 추락했다.


"으악! 할머니!"


쿵!


"악! 내 다리!"



한동안 땅을 뒤흔들던 지진은 곧 잠잠해졌다. 휘청거리던 나무들도 움직임을 멈추었다. 숲이 평온해지자 어디선가 밤새우는 소리가 들렸다.


캄캄한 밤.


태승은 한동안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아이고, 머리 아파."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뿐이고, 나무 때문에 하늘의 달도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보이는 별빛은 아무 도움도 안 되었다.


태승은 떨어진 충격으로 전신이 다 아팠고, 귀는 윙윙거렸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아파 죽겠네."


눈물이 절로 나왔다. 태승은 드러누운 채 몸을 살폈다.


앞서 추락한 암석 위에 떨어져 전신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욱신거렸다. 팔과 다리가 암벽에 쓸려 피가 났고 엉덩이가 엄청나게 아팠다. 등짐 때문에 등은 다치지 않았다.


왼쪽 다리에 끔찍한 통증이 왔다. 떨어질 때 왼쪽 다리가 먼저 바닥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악! 아아아, 아파. 부러졌나? 큰일 났네."


식은땀이 나고 눈물이 핑 돌았다.


태승은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불빛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온통 숲이었고, 새 소리만 들릴 뿐 짐승 소리는 없었다.


"빨리 동굴을 찾아 들어가야 하는데."


기온도 점점 낮아져갔다. 태승은 두 손을 비비며, 주위를 계속 둘러보았다. 어둠에 눈이 적응되기를 기다렸다.


"불을 피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형들이 부싯돌을 가지고 다녀 살 필요가 없었다. 돈도 없었고.


"이럴 줄 알았으면 빌려서라도 가지고 왔을 텐데."


태승은 해 지기 전에 산에서 벗어날 계획이라 부싯돌이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길이야 훤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처럼 추락한 상태에서 길을 찾아 나서는 것은 위험했다. 내일 해 뜬 뒤, 길을 찾아야 한다.


태승은 짐 보따리에서 천을 꺼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주워 다리에 갖다 대고 천으로 단단히 묶었다.



우르르릉!


땅이 다시 울렸다. 겨우 일어섰던 태승은 몸을 가누기 힘들었다. 파도치듯 땅이 흔들렸고, 나무들이 마구 쓰러졌다.


쏴라라락!


낭떠러지 위 암벽에서 짱돌이 우박처럼 쏟아졌다.


"아우, 아파! 더 맞으면 머리 깨지겠다."


태승은 깔고 앉았던 암벽 조각 아래로 몸을 굴러,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암벽 조각에 돌 떨어지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렸다.


"진짜 엄청나네."


얼마나 놀랐는지 식은땀이 잔뜩 났다. 태승은 납작 엎드려 지진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한참 지나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땅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돌 우박은 그쳤고, 나무들도 흔들리지 않았다.


"끝났나?"


태승은 암석 밑에서 기어 나왔다. 주위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캄캄한 숲속.


태승은 일어서서 다시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혹시 지진 때문에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태승의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작은 불빛이 보였다.


"앗! 불이다!"


불빛은 이상했다. 불을 피웠으면 붉은 불빛이 춤추듯 움직였을 텐데, 조그맣고 푸른 불빛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불빛에 비쳐진 사람 모습도 없었다.

그러나 마음 급한 태승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태승은 불빛이 보인 방향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불빛은 마치 금방이라도 꺼질듯 작고 약했다.


"살았다. 저 사람들이 떠나기 전에 빨리 쫓아가자. 악, 아파."


통증이 끔찍했다. 태승은 이를 악물었다. 아픈 다리를 질질 끌면서, 나무를 붙잡고 한 발씩 걸어 나갔다.



나쁜 일은 쌍으로 온다던가.


돌풍이 갑자기 휘몰아쳤다. 강한 돌풍에 나무들이 서로 부딪쳐 딱 딱 소리가 났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휩쓸려 태승의 얼굴을 때렸다.


태승은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웬 바람이야? 엥, 물 냄새가 나는데. 비가 오려나? 큰일 났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쏴아-


하늘에서 물방울이 화살같이 쏟아졌다. 굵은 빗줄기는 나뭇잎을 두드렸고, 태승의 머리 위에도 사정없이 떨어졌다.


"아, 씨. 재수 없어. 아파 죽겠네."


움직이자 다리가 다시 아파왔다. 그러나 태승은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열심히 걸었다. 눈은 불빛 방향에 고정되었다.

나무에 가려 보였다 안보였다 했지만, 불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쏴아아!


비는 점점 세게 내렸다. 빗방울로 수막이 생겨 눈앞이 흐릿해 보였다. 옷은 완전히 젖었다.


"악!"


왼발이 돌부리에 걸렸다.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아팠다. 주저앉고 싶었지만 태승은 이를 악물고 걸었다. 불을 피운 사람들이 가기 전에 합류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다리를 질질 끌고 가던 태승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흠, 흠. 냄새! 동굴이다."


어두운 밤에 비까지 내려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감지했다. 밖의 공기와 동굴 입구의 공기는 냄새가 완전히 달랐다.


"동굴 안에서 불을 피우는 건가? 그런데 불이 움직이지 않아."


이제야 이상하다고 느낀 태승. 조심조심 뒷걸음질을 하며, 손도끼를 꺼냈다. 품속의 비수도 꺼내 쥐었다.


푸른 불빛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불빛 주위에는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비는 더욱 심하게 내렸다.


꽈르르릉!


천둥이 내리쳤다. 순간적으로 번쩍 하는 번개 때문에 동굴 안쪽이 잠깐 보였다 사라졌다.


"윽! 저게 뭐야!"


크기가 강아지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짐승의 뼛조각이 바닥에 놓여 있었다.

뼈 사이, 아기 주먹만 한 푸른 돌이 반짝였다.


"저 빛을 불빛으로 착각했구나. 에이 씨. 실망이네."


번개가 여러 번 쳤다. 태승은 동굴 안에 움직이는 것은 없는 것을 확인했다.


비가 계속 내리기 때문에 밖에 서 있을 수는 없었다. 태승은 동굴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오래된 동굴 특유의 메식메식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입구가 오랫동안 열려있었다면 이런 냄새는 나지 않는다.

태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입구를 막은 돌이 지진 때문에 깨져서 방금 열렸구나. 그래서 냄새도 지독하고."


탁한 공기와 냄새 때문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러나 비는 피해야 했기에, 입구에서 한 발자국만 들어가 앉았다.


"그래도 굴이 있으니 비를 피할 수 있어 다행이다."


태승은 보따리를 뒤져, 쌍두사를 둘둘 말았던 헝겊 조각을 풀었다. 그것으로 얼굴을 닦았다. 옷을 벗어 몸도 닦았다.

비록 봄이지만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체온이 내려가 감기 걸릴 수 있다.


갑자기 불빛이 깜빡거렸다. 푸른 돌에서 빛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다. 동시에 쌍두사가 움직였다. 태승은 몸을 닦다가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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