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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내가 제일 정상인인 것 같아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라이트노벨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20.05.11 22:02
최근연재일 :
2020.06.15 22:37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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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3
추천수 :
82
글자수 :
134,605

작성
20.06.14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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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화 - 5

DUMMY

“읏······.”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자, 리나는 금세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뿅!’ 하고 강아지귀가 생겨났다. 요즈음은 리나가 우리하고 친해져서, 창피함을 잘 안 느껴서 리나의 고유가 발동되는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오래간만에 강아지귀를 봐서 굉장히 귀엽다.



“와! 이거 뭐야??”

“으우우······.”



나나 보민이나 서윤이는 익숙하지만, 민주 누나나 용천이는 처음 봤을 테니. 민주 누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용천이는 의외로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같은 고유라서 고유의 고충을 알아서 그런 걸까? 어쨌든 민주 누나는 호다닥 리나에게 다가가며 말한다.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적이 없는 민주 누나인데.



“만져봐도 돼?”

“마, 만지지 마세요······.”



다들 처음 리나를 보면 반응이 비슷하구나. 하긴, 눈앞에서 처음 보는 귀엽디 귀여운 강아지귀가 보이면 누구라도 만져 보고 싶겠지. 리나는 더욱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이내 ‘뿅!’ 하고 뒤쪽에 꼬리도 생겨난다. 근데 꼬리는 정면에 있지 않다보니 귀만큼 티가 나진 않는다.



“와! 꼬리는 뭐야?? 진짜진짜 귀여워!”

“흐아앙······.”



민주 누나는 눈을 빛내며 스스럼 없이 꼬리에 손을 가져다댄다. 더더더욱 부끄러워하는 리나. 그녀의 짓궂은 손길에서 애써 벗어나려 꼬리를 움직이지만 민주 누나는 거침없이 꼬리를 잡았다. 일반 강아지도 꼬리 잡으면 그닥 좋아하진 않을 거 같은데.



“아니 누나 누나네 강아지는 이렇게 안 귀여워 했잖아요. 잃어버려도 무덤덤했으면서.”

“그치만! 리나 원래도 귀여운데 이런 거 달리면 더 귀엽잖아!”

“하우으······.”



자기네 강아지는 별로 안 귀여워하고 심드렁하던 민주 누나가 격한 반응을 보이며 리나의 꼬리와 귀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한다. 리나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결국 참지 못 하고 쪼그리고 앉는다.



“어쨌든 이렇게 강아지가 되니까. 리나 네가 강아지가 돼서 강아지의 마음으로 강아지를 찾으면 되지 않을까.”

“뭔가 라임 맞추는 거 같다 너.”

“대충 그런 거지.”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다. 리나 고유가 강아지니까, 그걸 활용하자는 거지. 난감하다는 듯 리나는 빨개진 얼굴로 말한다.



“그, 그치만 나······ 강아지 말 같은 거 모르구······ 강아지로 변한 것도 진~짜 옛날에 몇 번 정도밖에 없구······ 그나마도 능력 제어 안 될 때에만 그랬구!”

“아니면 못 찾을 수도 있어. 강아지를 못 찾으면 민주 언니가 엄청 슬퍼할 텐데?”



얼버무리는 리나에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는 보민이. 그 말에 흠칫 리나는 민주 누나를 바라본다. 민주 누나는 특유의 소심한 표정으로 작게 대답한다.



“강아지는 또 낳으면 돼.”

“아니 거기서 그런 대답을 하면 어떡해요!?”

“그치만······ 다들 이렇게까지 고생한다면······ 어쩔 수 없잖아, 산 사람은 사는 거고······”

“아 왜 벌써 포기하려고 해요!?”



민주 누나는 이럴 거면 왜 고민 상담을 한 건지. 강아지를 찾고 싶은 마음보다 우리에게 미안한 감정이 더 강한가봐. 보민이의 눈이 잠시 흔들린다.



“네 고유는 불편하고 부끄러운 게 아니야. 네가 컨트롤 할 수 있어야 해. 그건 너의 장점이자 너에게만 있는 능력이야. 네 고유가 도움이 될 수 있어.”

“······.”



뮤턴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프로페서 X처럼, 보민이는 리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한다. 리나도 숨죽여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잠깐, 보민이에게서 눈을 떼고 모두를 바라보는 리나. 우리는 애니메이션의 조역들이 힘을 줄 때 나오는 장면처럼 모두 리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끄덕거렸다. 눈치라는 게 있잖아, 상황적인?



“그, 민주 언니나 용천이는 잘 모르니까······ 말하자면. 난 이렇게 『고유』가 드러나는 게 너무 싫고 창피해서, 아예 사람들하고 얘기하지 않는 걸 선택했거든. 난 부끄러움을 느끼면 이렇게 강아지가 되거든.”

“응응.”

“어어.”



동아리 활동을 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리나는 그 짧은 사이에 꽤 많이 바뀐 것 같다. 조금 소심하긴 하지만, 원래는 살갑고 다정하고 따뜻한 아이인데. 단지 리나는 『고유』 때문에, 고유가 드러나는 게 싫으니까 사람들에게 다가가지 못한 거였잖아? 이제는 고유를 드러내도 되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짧은 기간이지만 굉장히 많이 괜찮아진 느낌이다.



“근데 이제 내 고유를 드러내도 되는 친구들이 있고, 오히려 그 고유가 도움이 된다니까······ 굉장히 기뻐.”

“······응.”



훈훈한 리나의 선언. 다들 조금은 그 감동을 느끼고 있다. 그런 감격에 벅찬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던 리나의 얼굴이 문득 일그러진다.



“······근데 나! 능력 조절하는 법을 모른단 말야!!”

“엩.”



울상이 되어선 울부짖는 리나. 이제는 저 어쩔 줄 몰라하는 울상도 뭔가 적응 돼서 귀엽다. 그건 그거고, 감동적인 분위기에서 확 깨는 리나의 말. 하긴, 그것도 그렇다. 애초에 『고유』를 제대로 통제하는 게 되나 싶은데. 가만히 보면 리나만 그런 게 아니라 보민이도, 서윤이도 자기 의지로 고유를 통제할 수 있지는 않으니까.



“보민이 너는! 마음대로 남자애로 변할 수 있어? 마음대로 여자애로 변할 수 있어?”

“······아니.”

“그치! 서윤이는? 맘대로 조절할 수 있어?”

“나는 배고픈 정도를 조절하는 거지 내 마음대로 왔다갔다 하는 건 아니지.”

“그치! 그러니까! 난 어떻게 강아지로 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구!!”



거의 경악하듯 소리치며 말하는 리나. 겨우 본인의 콤플렉스였던 고유가 도움이 될 기회가 왔는데, 막상 그렇게 할 수가 없으니. 보민이와 서윤이에게 각각 고유에 대해 물어보며 절규한다. 내 예상대로, 두 사람 모두 고유를 통제하지는 못 하는 듯하다. 리나도 마찬가지고. 용천이도 고유이긴 하지만, 심장이 두 개인 거······ 그걸 뭐 어떻게 통제할 수는 없는 거잖아.



“자자. 진정하고. 이제 겨우 실마리가 나왔는데 처음부터 포기는 안 되지.”

“흐아앙─!”



어떻게든 리나를 잘 구슬리려 하는 보민이. 리나는 울상이 되어 쪼그리고 앉는다. 다들 침울해진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일의 실마리가 보이나 싶었는데, 다시금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서윤이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며 특유의 느긋한 말투로 말한다.



“으음~ 차라리 나처럼 어느 정도 컨트롤 되는 제한사항이면 나았을 텐데. 난 그냥 점심을 굶는다던지 해서 배고파지면 되는 거니까. 의지로는 컨트롤 안 되지만 어느 정도는 일상생활에 지장 없게 조절할 수 있는 느낌이니.”

“바로 그거야. 잘 말했어, 이서윤.”

“으응?”



서윤이의 말에 바로 맞장구치며 눈을 빛내는 보민이. 이 녀석이 이렇게 자신만만해지면 뭔가 불안한 기분이 든다. 어처구니없는 짓을 하진 않을까 싶은데.



“서윤이처럼 제한 사항이 있잖아, 리나 고유에는. 리나, 언제 강아지가 돼?”

“응? 보통은 창피해하면.”

“그치. 봐, 지금은 어느 정도 부끄러워하는 감정이 사라져서 꼬리도 귀도 없어졌잖아.”



그 말대로, 어느 사이 리나는 꼬리도 귀도 뿅 하고 사라졌다. 부끄러움을 계속 느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는 리나.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잠자코 보민이에게 말한다.



“근데 나······ 살면서 완전히 강아지로 변한 적은 거의 없어······ 그 정도로 창피하려면, 거의 죽고 싶을 정도로 창피해져야 해서······ 그럴만한 적을 거의 안 만들었어. 아주 어릴 때에만 이런 걸 내가 잘 모르니까 그렇게 됐었는데······.”

“응, 변한 적이 있다는 건, 지금도 변할 수 있다는 말이겠지.”

“······?”



잔인한 사이코패스 여보민. 고개를 끄덕이며, 믿음과 신뢰가 가득한 눈으로 리나를 바라보며 대답한다. 보다 못한 내가 옆에서 끼어들어 리나 편을 들어준다.



“잠깐만, 그러면 리나 보고 죽을만큼 창피해하라는 거잖아?”

“그렇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 넌 동아리 사건 해결이 리나의 창피함보다 중요해?”

“대의(大義)를 위해서는 어쩔 도리가 없지.”



농담으로 사이코패스라고 했는데 진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발언을 일삼는 보민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리나의 시선은 더욱 어쩔 줄 몰라한다. 소심한데다가 잘 휩쓸리는 리나의 성격을 잘 알고 이용하려는 여보민의 사악한 수작질을, 나는 가만히 놔둘 수 없다.



“마치 대를 위해선 소를 희생하자는 나치나 대일본제국 같은 논리네.”

“그거랑은 다르지. 사람이 죽거나 희생하는 게 아니잖아. 오히려 자기 능력을 사용해서 도움이 되는 일인데?”

“얘가 싫어하잖아!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지만 사람의 마음은.”

“싸, 싸우지 마······.”



컨셉으로 설전을 하는 건데 말하다보니 정말 감정이 들끓는다. 보민이가 한 마디도 안 지고 무조건 자기가 옳다는 느낌으로 말하니까, 나도 어떻게든 지기 싫어져서. 옆에서 당사자인 리나가 미안한 표정으로 나와 보민이를 말린다. 잠깐 감정을 추스린다. 보민이는 늘 평소와 같은 무표정한 얼굴이다. 쟤는 뭐 화나지도 않나봐.



“우리 동아리 싸움은 우리 동아리 방에서 하구~ 언니도 계신데 의뢰인 앞에서 싸우는 건 좀 아니지?”

“아······ 그치. 죄송해요, 누나.”



서윤이 또한 느긋한 비꼬는 말투로 우리를 중재한다. 퍼뜩 또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민주 누나에게 사과한다. 우리끼리는 서로 싸가지 없어도 선배한테는 버릇없으면 안 되지. 그거야말로 대의명분에서 딸리는 짓이니까. 깍듯이 누나에게 사죄한다.



“아, 아니야~ 다들 우리 강아지 찾아주느라 이렇게 싸우는 건데······ 열심히 싸워. 난 어느 쪽이든 이기는 쪽을 지지할게······.”

“누나 소심한 얼굴로 그런 실리주의적 대답 하지 말아줄래요?! 몰입이 안 되잖아요!”

“왜, 이, 이기는 편에 서야지······.”



민주 누나는 이런 식의 조크를 자주 하는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뻔뻔하게 소심한 얼굴로 드립 친단 말이지. 이런 식의 농담은 면역이 잘 안 된다구.



“나도 내멋대로 말했다면 미안. 그럼 이렇게 하자. 리나한테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본인 의지대로 하면 되지.”

“아니 이런 상황에서 리나 보고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다들 보고 있는데 눈치 보이니까 네가 하자는 대로 하게 되잖아!”

“그게 다수결의 원칙 아니야? 다수의 의견은 무조건 옳고 정의이니 그대로 따르고, 소수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하는 거.”

“아니잖아!”



이 자식. 이런 때엔 진짜 재수없다니까. 어쨌든 자기는 명분상 사과했고, 어쨌든 자기는 명분상 리나에게 선택권을 줬다는 그런 거잖아. 이런 교착상태에서, 강아지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리나 뿐인 상황에서 참 리나가 거절하겠다. 리나의 소녀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건데. 모두를 위해 그걸 희생하는 건 좀······ 내가 보기 안쓰러워서 그래.



“······응, 나 괜찮아.”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으으응, 정말 괜찮아.”



우리는 무슨 큰 희생이라도 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말을 이어간다. 리나는 잠시 생각하다 나를 보며 말한다. 내 대답에 고개를 저으며 확고한 눈을 하곤 대답하는 리나.



“아까도 말했지만, 난 내 고유가 늘 쓸모없고 싫다고만 생각했어. 힘들고 괴롭더라도, 난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까 내 고유가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 되고 싶어!”

“······그래. 리나가 그렇다면, 그런 거야.”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어. 본인이 희생하겠다는데. 최종적으로 나까지 의견을 바꾸자, 보민이는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띤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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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3화 - 6 +4 20.06.02 38 2 12쪽
15 03화 - 5 20.05.30 32 1 10쪽
14 03화 - 4 +2 20.05.28 29 1 13쪽
13 03화 - 3 20.05.27 26 2 10쪽
12 03화 - 2 +4 20.05.26 35 3 12쪽
11 03화. 그거 스파이짓 아니야?! +2 20.05.25 46 3 11쪽
10 02화 - 5 20.05.24 33 1 12쪽
9 02화 - 4 +2 20.05.23 40 4 11쪽
8 02화 - 3 20.05.21 41 4 12쪽
7 02화 - 2 +2 20.05.20 37 4 13쪽
6 02화. 손님이 없다면 손님을 만들어야지 20.05.19 52 6 15쪽
5 01화 - 5 +4 20.05.18 58 7 12쪽
4 01화 - 4 20.05.14 52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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